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관측되지 않은 날들에 대하여

  • 작성자 미빈
  • 작성일 2025-07-05
  • 조회수 515

그날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에게 기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해가 떴는지, 바람이 불었는지, 말소리가 들려왔는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장면은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만 굳어지는 법인데 나는 그날 단 한 번도 응시되지 않았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따금 나는 스스로를 바라보려 애쓰지만 나의 시선은 나를 통과하고 마치 투명한 구조물처럼 멀리 있는 풍경만이 남는다. 

어쩌면 나는 늘 그런 식으로만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남의 감정이 나에게로 튕겨와야만 내가 나를 감각할 수 있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잠시 머물러야만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그 모든 공백들 사이에서, 나는 과연 몇 번쯤, 

진짜였던 걸까. 


나는 누군가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것을 배워야 했다. 

표정을 흉내 내고, 어조를 기억하고, 정해진 반응을 출력하는 방식으로. 

그러나 학습은 언제나 늦게 도착했고 내 감정은 대부분 사건이 끝난 뒤에야 비슷한 형태로 따라왔다. 

그건 감정이라기보다 열화 된 모사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게 있어선 그 느린 반응들이 진실한 선함이었다. 

그 이상한 장면 속에서만 나는 나였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누군가의 시선 바깥에 있다. 

기록되지 않는 순간은 무한하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이 나라는, 

얼마나 오래된 존재인가.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누군가의 알아차림 속에 잠시 존재하다가 

다시 꺼지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이것은 풍자하는 글이다. 

이것의 화자는 작가 자신이 아니다.

추천 콘텐츠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고선경

    안녕하세요, 고선경입니다. 올려 주신 시 잘 읽어 보았습니다. 이 시 재미있네요. 다만 조금 설명적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한두 개쯤 그려 주시면 어떨까요? "진실한 선함"이라고 표현되는 "느린 반응들"이나 "이상한 장면 속에서만 나는 나였던 것 같다."는 진술 속의 "이상한 장면"을 묘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 2025-07-22 17:10:10
    고선경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