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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 움직이는

  • 작성일 2024-12-01

   흔들려 움직이는


구윤재


   그것이


   내가 걸을 때마다 따라 움직인다


   그것은 단단하고 각이 많아 언뜻 둥글게도 보이는 형상으로 내가 걸을 때 이미 삼보 정도 굴러가 있다 나를 앞지르는 것이 존재의 성질인 


   그것은


   이미 이리저리 차인 모양 차인 모양으로 매끄러워진 모양 30도에 육박하는 이곳에서 갈수록 왜소해지는 모양 밀짚모자를 쓴 내 밑으로 떨어지는 평평한 그림자를 이리저리 비껴가는 모양 내가 주저앉아 그것에 얼굴을 들이대면


   그것은 무생물인 양 딴청을 부린다 그러나 나는 알지 내 발밑을 굴러가며 자글자글 점점 더 작아지는 작아지면서 분포하는 저 돌이 


   감정을 느낀다는 걸 그러나 내가 관찰하는 지금 이 돌 밀짚모자 아래로 떨어지는 그림자에 포함된 이 돌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는 모양 볕에 바짝 말라 시들시들 졸린 모양 그늘이 존재하는 잠깐 동안 낮잠을 때리려는 모양인 이 돌은 


   나의 고양이를 닮았군 나의 고양이를 닮았다 나의 고양이는 길에서 1년 정도 생활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름다운 고양이로 자외선 차단 능력이 없어 삼색으로 곱게 타 버린 그러나 살성이 말랑하여 만지면 주르륵 흘러내리던 그 고양이는 해를 너무나도 좋아하여 커튼을 쳐도 커튼 속에 들어가 햇볕을 쬐던 고양이인데 그 고양이는 그렇게 되었다 어느 날 녹아 버려 창틀이 되어 버린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열 수 있는 창문을 앗아가 버린 못된 삼색 고양이를 닮았다 지금 내 밑에서 꾸벅꾸벅 조는 이 돌을


   한참을 보다가 다리가 저릿저릿하여 고개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을


   그러거나 말거나 돌은 내가 만든 이 그늘이 좋은 모양 떨어지는 물방울이 못내 간지러운 모양 양옆으로 조금씩 굴러 눈을 비비는 돌을 나는 조심스레 내 손바닥 위에 올려 손끝으로 살살 쓰다듬는다 찢어지게 하품을 하는군 내심 


   마음이 좋아진 내가 서서히 일어나 돌과 함께 걷는다 돌이 깨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 내 발걸음을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 않는 돌이 그늘 밑에서 기지개를 켜더니 잘 준비를 마쳤다는 듯 눈을 완전히 감아 버린다 나는 돌이 녹지 않도록 고개를 숙인 채로 살금살금 그림자와 함께 돌을 데려간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미지근한 물로 표면에 묻은 흙을 닦아 내자 투정을 부리는 돌 나는 안절부절 돌을 마저 씻기고 찬 바람 밑에 놓는다 돌은 또 돌대로 기분이 좋아져 다시 긴 잠을 자기 시작한다 나는 커튼이 빈틈없이 쳐져 있는지 확인한 후 돌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방석 위에 돌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돌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방석에서 미끄러져 바닥에서 완전히 뻗는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런 돌을 바라보고


   에어컨 바람이 이토록 상쾌한 한여름의 오후


   나는 잠든 돌을 보다가 그 옆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데 찬바람 아래서 꿈이 돌과 나를 비껴가는 동안 바람이 슬쩍슬쩍 건드는 커튼 새로 


   들어오는 빛을


   돌이 먼저 알아채고 왠지 모를 평온함에 잠겨 틈새의 빛이 만든 통로로 데구루루 굴러가는 동안


   나는 예외적으로 질 좋은 잠을 잔다


   돌이 자신의 방식으로 노화하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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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피 구윤재 티피1), 부르면 총총총 걸어온다 끌어안는다 티피라고 부르면 반응하는 너를 티피는 명도에 차이가 있는 세 가지 갈색 털과 그것을 아우르는 하얀 털로 덮여 있다 티피는 눈이 절반만 녹은 운동장 같다 돌아보면 흙 발자국이 남는 티피 끌어안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무게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티피 부르면 몸보다 큰 공간을 가지고 오는 티피 품에 안는 순간 나는 진입한다 티피의 공간에 티피와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티피에 머무른다 티피와 내가 티피 속에서 하는 일은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이다 미끄럽고 질척질척한 운동장에서 티피와 나는 멀리 보는 연습한다 시선을 멀리 두면서 배우게 되었지 멀리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외계의 안녕을 비는 일이 발치로 날아온 공을 날려 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 티피는 이미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놀란 내가 눈을 쓸어내리자 눈 아래 어디에선가 티피가 기분 좋을 때 내는 고르릉 소리가 들렸다 티피야 그거 아니야 얼른 나와 말해도 좀처럼 티피를 찾을 수 없었지 눈을 덜어 낼수록 멀어지는 티피의 몸처럼 완전히 망연자실하여 주위를 둘러봐도 전부 하얀 이곳에서 어떻게 티피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나는 티피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큰 원을 만든 뒤 그 안에 몸을 구긴 채 잠을 청했다 깨어났을 때 커다랗고 무거운 솜이불에서 티피를 꼭 안고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티피, 넌 정말 못 말리는 평원이었지 어느새 눈이 다 녹은 자리에서 티피를 부른다 바람을 맞다 보면 알게 된다 멀리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눈이 녹은 자리에 빛이 고인다 쓰다듬으면 티피가 고르릉 고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들린다 1) Tipi 보금자리.

  • 구윤재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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