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갈색 골덴 점퍼
- 작성일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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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갈색 골덴 점퍼
조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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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햇살을 막아 주느라 고시원 창문에 1년 동안 걸려 있었습니다 밤일을 하고 돌아와 잠을 청할 때 얼굴로 들이치는 빛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나보다 커다란 등으로 해를 가려 주던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봄과 여름과 가을이 지나는 동안 그것은 커튼이었습니다
서울은 추웠고 서울은 밝았습니다 겨울에는 낙향을 결심하고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를 창틀에서 떼어 냈습니다 등 부분에 세로로 길게 색이 바랜 부분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의 1년은 무색무취 강서구의 찬 공기와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만 옅은 레몬색의 그 무늬는
합정과 홍대 어느 구제 숍에서도 볼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나의 특별한 갈색 골덴 점퍼가 되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갈색과 골덴을 좋아하고 겨울이면 기다란 빛 하나 등에 지고서 길을 다닙니다
2
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친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못 보았던 그가 여태 써 놓은 시를 읽어 보았습니다 카페의 창문으로 들이치는 빛의 갈피가 종이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돌아온 후에도 나의 눈에 그 빛이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3
인간의 정신에는 큰 창이 나 있고 거기엔 주야로 사철 내내 강렬하게 빛나는 태양이 있습니다 가끔 커튼이 달리지 않은 채 그 방에 살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내가 보는 책을 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정신에는 작은 창이 하나 나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창을 막아 보려고 애를 썼던 옷가지들이 어머니의 방에 정신없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응급실, 대학병원, 어머니 머릿속 사진 한가운데 빛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부분을 신경외과 교수가 가리켰습니다
4
소중한 나의 창문은
커튼을 기필코 거부합니다 알 수 없이 무참히 태양은 빛이 나고 하늘은 맑습니다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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