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생일
- 작성일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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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생일
김선우
오늘은 달이 살찌는 날
발바닥이 통통해지는 날
배꼽이 볼록해지는 날
두 주먹을 꼭 쥐게 되는 날
뜁니다
뜁니다
온몸의 땀구멍에서
잘 익은 햇살이 흘러나올 때까지
축 배꼽의 날,
하하하, 오디 빛 멍!
축 탯줄의 날,
하하하, 햇빛의 싹!
뜁니다
뜁니다
뜁니다
배꼽에서 탯줄이 자라
엄마에게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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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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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우
- 2018-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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