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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해

  • 작성일 2025-01-01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해


김도


   가령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유도 없이

   집이 없어지는 퇴근길 버스 차창에 기대어

   그래.


   텐트를 사자. 그래서

   여기저기서 펴자. 초콜렛 냄새가 나는

   흙과 잔디 위의 여름에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겨울밤 도로에서


   너는 생각했다. 원터치 텐트. 그동안

   뭐가 뭐지? 왜 다 저기 모여 있는 거지? 알 수 없게 온갖 간판과 사람 들이 많이도 지나갔다. 어디든


   내가 있을 자리에 펴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원터치 텐트. 라는 것을

   약간 빛 묻은 강처럼 반짝이는

   하얀 폴리에스터 원을

   바닥에 던지며 너는

   씩 웃는다.


   텐트의 형태로 펴지는 빛 속으로

   네가 먼저 들어간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들어가며

   흰 지붕과 벽. 자전거 살과 새가 움직이는 소리.

   너의 곁에 앉으면서 알게 된다. 


   이럴 때면 늘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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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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