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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도

  • 작성일 2025-01-01

   어린 사도 


신미나


   나의 어린 사도는 자꾸만 떠오른다 

   순장했던 시간의 포승줄을 풀고 


   사도의 묘를 파헤쳐

   그의 심장을 먹었다 이제 나는 사도와 같은 냄새 


   나의 사도는 

   오래전 이 나라의 낮은 산과 가난한 들을 잊은 지 오래 

   귀에서 피를 흘리며

   간신히 고통으로 눈부신 것이 숙명이라면 


   일어나렴

   나는 사도의 목덜미에 실을 꿰어 끌어 올린다

   고개를 들어 

   수선화의 줄기를 검지로 들어 올리듯이  

   외로 꺾인 사도의 고개를 든다


   어지러운 불 앞에서

   사도는 깜빡 까무러칠 것만 같고

   나는 점점 심장이 무거워지는데 


   발바닥이 뜨겁구나, 숯을 밟고 선 것처럼 

   눈이 시다 눈동자에 눈발이 붐벼서


   현해탄을 건너온 노래를 들려줄 이 누구인가?

   장미의 색을 빼앗아 네 입술에 생기를 돌게 할까?


   하룻밤 새 흰머리가 세는

   아침부터 밤까지는 얼마나 긴지


   누가 이 어린 사도에게

   한 아름의 볏단을 안기듯 황금빛 노래를 들려줄까요? 


   누가 이 어린 사도의 

   눈꺼풀 위에 보드라운 흙을 부어 줄까요?


   보세요, 어린 사도의 옷이 너무 커서 

   소매에도 북방의 흰 서리가 묻어 있습니다


   나는 아직 콧속이 흙내로 붐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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