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의 해변
- 작성일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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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의 해변
송재학
파도는, 바다의 간절함을, 바스러지도록 움켜쥐고 있다
눈물의 평지를 달려와서 파도에 매달린 눈썹의 휘날리는 생각 때문에 먼지투성이 항구는 화분의 품종을 바꾸는 중이다 내 아랫도리가 흠씬 젖지 않을 수 없다 먼 곳이라는 꽃말을 가진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건 다른 생각이다 낮달이 만들어 준 면적만큼 어리둥절했다 좋은 색과 슬픈 색이 다르지 않다는 해안선 일부처럼 내 누낭에도 길고 긴 주름이 있다 가슴을 덮는 해일, 자주 마주치는 이 헐렁한 물의 높낮이를 또 어쩌자는 걸까 물결에 비친 나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거 같은 마음이다
먼바다가 파도에게 부탁한 일을 다시 내륙으로 전달하는 순서에 있는 검붉은 절단면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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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에 찬 아기들 김해솔 악의에 찬 아기들이 울고 있다. 악의에 차지 않은 아기는 없다. 악의는, 갓 태어난 자만 지닐 수 있는 특권이니까. 나는 삼신할매. 악의에 찬 아기들을 생으로부터 도주하고 싶은 자들에게 점지해 주는 일을 한다. 이제 나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악의에 찬 아기들이 태어날 수 있는 통로를 물색한다. 악의에 찬 아기들은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많지만, 아직 말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울기만 한다. 아니, 어쩌면 말을 한다는 건 울고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 그들은 울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언어를 너무 세분화해서 잘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너무 다층적인 눈물을 쏟아 본 적 있는 사람들일지도. 물론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쏟지 않은 채 울기도 한다. 음, 한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만 흔들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이 울어 본 적 있는 것 같은 사람들. 그런데 눈물은 안 쏟는 뭐 그런. 지금은? [삼신문화정보도서관] 김아기 님이 대출하신 도서 나는 나와 밀착되어 있는 이 징그러움이 마음에 든다. 가 연체되었습니다.
- 관리자
- 2026-02-01
레네-파! 김해솔 영상은 두 컷으로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두 사건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었다. 좌측에서 상영되는 일은 내가 본 적 있는 일을 각색한 일처럼 보였고 우측에서 상영되는 일은 내가 본 적 없고 이후에도 볼 일 없는 일처럼 보였다. 좌측의 영상을 편집하며 나는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 끝이다.” 이후 내가 기록할 일은 우측의 영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측의 영상 속 인간1은 사과를 줍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인간2에게 사과를 주고 있었다. 사과를 받고 인간2는 웃었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모래잖아?” 중얼거리면서. 인간1은 울었고. 그러자 난데없이 몰아치는 모래 폭풍, 에 휩싸인 인간1과 인간2를 내가 편집하고 있던 그때, 인간3이 등장했다. 인간3은 인간2를 향해 팔을 쭉 뻗었다. 뻗고, 말했다. “레네-파!” 그러자 인간3의 손바닥에서 공기파 같은 게 튀어나왔다. 나는 인간3을 흉내 내며 말했다. “레네-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인간1은 인간2에게 말했다. “넌 왜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봐?” 나는 손바닥을 폈다. 말했다. “레네-파!”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손바닥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내가 보고 있던 장면들이 사라졌고, 분리되어 있던 두 영상이 하나로 통합되며 모니터를 통해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 당신이 보였다. 메일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너무 빨리 포기한 인간은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메일에 답장을 쓰려던 찰나, 문자 한 통이 내게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지하 3층에서.
- 관리자
- 2026-02-01
또 이사 온 사람 강보원 일본에서 티셔츠를 산 적이 있다 펭귄이 그려진 티셔츠로 옷감이 튼튼하고 장식이 요란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옷이었다 어느 여름에 바다에 입고 들어갔다가 옷이 망가진 뒤로는 잠옷으로 쓰다가 올해 일본에 가서 펭귄 티셔츠를 샀던 매장을 찾아갔다 펭귄이 그려진 티셔츠를 달라고 하니 직원이 창고에서 가져다줬다 정말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입어 보니 몸에 꼭 맞았다 나는 동생에게 선물할 것까지 두 장을 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잠옷으로 가져온 펭귄 티셔츠를 꺼내 봤는데 새로 산 것보다 한 치수가 컸다 갑자기 새로 산 펭귄 티셔츠가 갑갑하게 느껴졌고 움직일 때마다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다음날 다시 그 매장으로 돌아가 펭귄 티셔츠를 한 치수 큰 것으로 샀다 “이 티셔츠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많이 좋아해요” 바보 같은 일이었지만 펭귄 티셔츠가 새로 생겼으니 다 괜찮았다 그건 그렇고 서울 집들은 늘 냄새가 문제다 적어도 내가 살았던 곳들은 그랬다 싱크대 배수관을 눕힌 S자로 하면 냄새가 역류하는 걸 막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질 않는다 도대체 왜일까··· 도통 알 수가 없다
- 관리자
- 2026-02-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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