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불 꺼진 약국의 마음
- 작성일 2025-09-01
- 댓글수 0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불 꺼진 약국의 마음
조혜정
첫 베개는 작은 바윗돌이었지
의자의 마음은 처음에 다리가 하나였어
약국에서 훔친 마음은 기침처럼 가볍고
그 후로 비어 있는 꽃병처럼 우리는 잘 넘어진다
십 대 사내아이의 붉은 목덜미에서
빠른 비트의 마음이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희미하게 웃는 언니들은 이제 음악처럼 늙어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그림 앞에 앉아 하루하루 멀어지고 있다
영원히 볼 수 없는 마음도 목이 마를까 궁금해
삼킨 알약들이 점점 느려지고 있는 마음을 두드린다
가끔 물을 마시러 약국에 들러 볼까 해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불 꺼진 약국의 마음
약국엔 사람보다 의자가 많아
가끔씩 넘어진 의자의 마음이 사람을 내려다본다
여기까지 잘 도착했어 곧 사라질 거란 마음이
다리가 하나였던 의자에 공기처럼 앉아 있다
아직 돌려주질 못했구나 검은 바코드가 찍힌 처방전을 들고
그러고 보니 오래전 약국에서 훔친 마음이
두근두근해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