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한 모금
- 작성일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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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한 모금
이원규
목덜미에 땀띠 나도록 덥지요?
찬술을 마셔도 목이 마르고
밤새 눈꺼풀 파르르 잠도 안 오지요?
걸어서 더 캄캄한 곳으로 가요
잠시 핸드폰이며 헤드라이트 끄고
“밤하늘의 별빛을 보며 길을 찾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크 루카치를 잊고 살아도
북두칠성 큰 국자는 하늘물을 담고 있으니
견우직녀 울며불며 만나는 칠월칠석날도 좋지요
남쪽 하늘의 은하수 남두육성이
한 바가지 퍼부어 주는 시간에 딱 맞춰
은하수 한 모금 마시러 가요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밭
경북 상주의 폐사지 천년 석탑
서해 신안의 증도 도초도
제주도의 아부오름 분화구
별 볼 일 없는 세상에 별을 보여 드릴게요
영혼의 양수가 벌써 다 말랐지요?
골수 얼얼하도록 은하수 한 모금 마시러 가요
눈이 나빠도 별은 보이지요
남두육성 삼신할매가
다시 한 국자 별빛 생명수를 퍼부어 주네요
정수리 확 열고 다 마셔요
별침을 맞고 별빛 내시경을 받아 봐요
늙어 갈수록 자주 영혼을 헹구며
고향의 초롱초롱 소년 소녀로 돌아가요
잠시 용량초과의 세상사 다 내려놓고
우울증 분노조절장애의 얼굴도 지우고
가요, 제2의 화살이 별빛으로 쏟아지는 곳
빠진 머리카락보다 더 많은 별침이 내리꽂히는 그곳으로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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