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작성일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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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강성은
겨울 하늘에 떠 있는 먹구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숲은 더 울창해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은 메르스 중입니다, 라고 썼던 2016년이 지나가고
코로나로 많은 친구들이 죽었습니다,를 읽던 2020년이 지나가고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를 듣던 2024년이 지나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올림픽이 열리고 우주여행 상품권이 팔리고
쥐들이 암을 정복하고 AI가 인간의 마음을 정복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갑자기 우리 모두 나이가 어려졌지요
이 나라에는 원래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극장이 없어지고 식당이, 카페가 없어지고
학교가 없어지고 사람이 없어지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언젠가는 봄과 가을이, 서울과 평양이, 달과 지구가
그렇지만 꿈속에선 변함없이 우리가 거기서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천천히 커튼이 열리고 투명한 창 너머 정원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어두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울면서 잠에서 깨어나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얼빠진 얼굴로 사랑에 빠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늘도 모르는 개와 산책하고
모르는 개와
산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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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은
- 202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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