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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조금 옮겨 다녀야겠다

  • 작성일 2025-10-01

   나는 시간을 조금 옮겨 다녀야겠다


이새해


   얼음이 모서리를 버리기 전에 

   매미가 매미를 벗기 전에 


   도심의 강한 빛에 이끌린 철새들이

   대형을 바꾸기 전에


   옛날이야기 들려주던 고모가

   이불을 개어놓고 방을 나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쥔 할아버지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뛰어다니기 전에


   신발이 거실을 떠다니기 전에 

   젖은 보도블록이 

   곳곳에서 일어서기 전에


   내 목덜미를 끌어안던 손이 

   침구 위의 어둠을 놓아주기 전에


   청소차 소리가 들리기 전에  


   몇 걸음 뒤가 낭떠러지인 줄도 모르는 아이들을 

   달려가 낚아채기 전에


   나는 죽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잖아

   들뜬 목소리로 말하던 아이가

   한참을 이해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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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지

동도지 이혜미 아마도 불안의 힘을 믿던 겨울이라서 갖가지 꿈을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봄잠에서 깨어나 여름 저녁의 먼동으로, 새벽안개를 팔아 복숭아나무 잎을 얻어 가며 환하고 독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도망침의 연속이더군요 숲길을 걸으면 줄지어 견디고 있을 나무들, 두려움이 우리의 신이란 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지요 걸음 딛는 사이마다 잿더미였습니다 나무의 그림자를 밟으며 약속의 기한을 짐작했습니다 고독도 오래된 미신이라서 부를수록 제 몸집을 키워 갑니다 껍질 터진 고목을 껴안으면 떠난 자들의 정념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빛과 바람은 갈라지지 않고 물줄기는 몸 없이 스미는데 인간의 욕심만이 끝없이 파묻힐 안온함을 찾는군요 신목에 깃든 혼백인들 가지 하나 붙들고 버티겠습니까 벽사(辟邪)도 축귀도 내내 머금은 기척은 건드리지 않는 법입니다 상처를 부적처럼 지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가 불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쇠락한 자리에 나앉으면 허기도 재앙도 다정한 내 편이었지요 대문에 뿌려 둔 붉은 술과 흰쌀밥으로 내내 배부를 수도 있겠지만 다녀간 자취에 자꾸 생각을 엮으니 훗날 껴묻거리로 삼을 어리석음입니다 겨울빛에 새로 돋은 가지 끝 남청 깃발로 융숭해집니다 작은 매듭으로 어려움을 다 묶어 둘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그저 나무의 방향을 벗 삼아 오랜 홀로를 여며 두는 잠시입니다

  • 관리자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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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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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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