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 작성일 20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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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장수양
구름이 내려 사람들이 푹신해졌다.
모자의 밀회를 추적하던 사람들이 모자를 잊었다.
하늘의 빛깔을 세던 사람이 파도를 잊었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리라.
부푼 롤빵처럼 사람들이 길을 구르고
아무도 조용한 어제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
주유소에서 함장이 미끄러지고
수줍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언덕을 고백하는
순간이 빛난다면 우리가 다 잊을 때쯤 우주에선 한 개의 조명이 켜질 테니까.
화려함이 단순해지고
모든 맹목이 존중받았으며
인파에 깔린 모르는 돌은 허공에 켜져 우리의 눈을 밝혔다.
고요하며
얼마든지 고요하며
사랑하며
얼마든지 사랑하며
파란의 어감이 바래져 아무도 읽지 않는 우화 속의 봄이 되었다.
아무도 듣지 않지만 기다리고 있는 소리로
미래의 종이 몸을 더듬어 여기 이곳을 울리고 있다.
처음 맞은 구름이 먹먹하고
모두 멍들게 한 것을 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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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지 이혜미 아마도 불안의 힘을 믿던 겨울이라서 갖가지 꿈을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봄잠에서 깨어나 여름 저녁의 먼동으로, 새벽안개를 팔아 복숭아나무 잎을 얻어 가며 환하고 독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도망침의 연속이더군요 숲길을 걸으면 줄지어 견디고 있을 나무들, 두려움이 우리의 신이란 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지요 걸음 딛는 사이마다 잿더미였습니다 나무의 그림자를 밟으며 약속의 기한을 짐작했습니다 고독도 오래된 미신이라서 부를수록 제 몸집을 키워 갑니다 껍질 터진 고목을 껴안으면 떠난 자들의 정념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빛과 바람은 갈라지지 않고 물줄기는 몸 없이 스미는데 인간의 욕심만이 끝없이 파묻힐 안온함을 찾는군요 신목에 깃든 혼백인들 가지 하나 붙들고 버티겠습니까 벽사(辟邪)도 축귀도 내내 머금은 기척은 건드리지 않는 법입니다 상처를 부적처럼 지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가 불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쇠락한 자리에 나앉으면 허기도 재앙도 다정한 내 편이었지요 대문에 뿌려 둔 붉은 술과 흰쌀밥으로 내내 배부를 수도 있겠지만 다녀간 자취에 자꾸 생각을 엮으니 훗날 껴묻거리로 삼을 어리석음입니다 겨울빛에 새로 돋은 가지 끝 남청 깃발로 융숭해집니다 작은 매듭으로 어려움을 다 묶어 둘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그저 나무의 방향을 벗 삼아 오랜 홀로를 여며 두는 잠시입니다
- 관리자
- 2025-12-01
니트의 농담 이혜미 아니 근데 오늘따라 더 멋지네 미치고 싶은 계절에는 옷을 잘 입었다 불빛처럼 젖은 사람도 있었고 밤마다 액정을 닦던 시간도 있었다 멀쩡한 얼굴로 인사하고 손톱만 깨물다 헤어졌어 기억으로 모습을 모아 둘 수 있다 안심했던 것 같아 남겨진 한때를 바라볼 시간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찍는 순간 잊어버리고 마는 장면들이었는데 지나간 사람들은 왜 다 웃고 있을까 보풀처럼 희미해진 얼굴들이 멀어서 더 예뻤다 아름답다는 말은 닿지 못해도 좋다는 뜻이래 근데 이거 혼자 들기엔 너무 무거운 마음인데 조금만 같이 들어 주면 어떨까 사실 미치기는 어렵지 않아 정확히 미치기가 어렵지 제정신이었다면 지금 여기 있겠어? 진작 결혼했겠지 좋았던 건 다 미쳤지 사라진 뒤에도 말을 걸어 멀리를 향해 춤을 추게 해 올 풀린 스웨터처럼 웃었다 제정신으로는 의미도 여기도 틈새의 춤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 관리자
- 2025-12-01
수북이 쌓인 바닥 심지아 나의 말과 멀어지려고 생겨나는 거리에서 단어 그림자 보행자 너의 남은 것 이해가 떨어져 나간 발치에서 흐려지는 발 입이 흘리고 다니는 음절의 분절들 가만한 바람 그것이 나의 근력 단어를 따라 정지한다 거기 와 있고 도착하지 않고
- 관리자
- 2025-12-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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