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설
- 작성일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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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설
송경동
배고파야 시가 나온다는 말
사실 아니다
75m 굴뚝 위에서
가느다란 밥줄 하나 지상에 내려두고
4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던
스타플렉스 해고노동자들 지지 엄호를 위해
25일 동안 연대단식한다고 쫄쫄 굶고
재발한 암 치료를 거부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오던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을 촉구하며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천막 하나 못 치고 46일을 단식하면서도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다
적당히 배고파야
시도 써진다
창자가 뼈에 붙을 정도면
서정이고 나발이고 붙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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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동
- 2013-03-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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