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경로
- 작성일 202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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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경로
이영주
죽은 산양 브레케를 짊어지고
스티아나는 얼음 위를 걸어갑니다
잘 묻어 주려고 하는데
얼음이 끝나질 않아요
투명한 심연을 깨서
잠든 브레케를 묻어 줄까
그녀는 얼음 밑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합니다
심연 밑에는 아무것도 없고
이곳에는 어둠도 없습니다
브레케는 죽어서도 빛 안에 있겠죠
어릴 적 흰 털을 깎으면서
스티아나는 양처럼 울었습니다
어설픈 칼날은 늘 안쪽을 향하고
피 묻은 양손을 보았던 겨울
빛 속에 너를 묻으면
미래에는 알게 될 거야
얼마나 많은 죽음이 빛을 덮어야만 했는지
양들을 끌어안고
얼마나 많은 털을 삼켜야 했는지
흰 울음을 들어야 했는지
자라는 키는 멈추지 않고
서로의 가죽을 뒤집어쓴 채 걸어갑니다
한파 때문에 가까워집니다
서로의 어둠이 따뜻합니다
이것이 지구인의 아름다움인 것을
미래의 빛은 알게 되겠지
스티아나는 털이 수북합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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