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연
- 작성일 2021-07-31
- 댓글수 0
피로연
김민식
그날 목서는 무대 위에서 울지 못했고, 울지 못했던 걸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불타는 나무 앞에서 숲의 귀신과 약혼할 때 눈물이 나올 줄만 알았어. 근데 얼음 생각만 나더라. 불타는 나무 속에서 빛나는 하얀 얼음…”
냉면이 미지근해지는 동안 목서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둥근 식탁보가 거무튀튀하게 젖고 있었다
나는 목서에게 어떻게 얼음이 녹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불은 주황색 부직포, 얼음은 투명한 사각 전구라고 목서가 설명해 주었다
앞으로 불타는 나무 앞에서의 일을 생각하면서, 꼭 필요할 때마다 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을 거야
나와 목서는 옥상정원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래층에서 올려다본 에스컬레이터 수리 현장은 톱에 베인 살점 같았고
누군가 우리를 위쪽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어보기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댓글신고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