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
- 작성일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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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고
임승유
버리고 올게
네가 무거운 것을 끌고 나간 후에 나는 저녁을 가장 사랑했다. 저녁은 무겁고 무엇보다도 전부였기 때문이다.
어떤 색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네가 들어와 환하게 드러난 자리를 쓸고 닦는 동안 손가락으로 숲을 가리키면 숲은 더 들어가고 더 깊어져서 감자와 설탕을 먹었는데
그만 일어나
그런 말을 들으면 이제 감자가 한 알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서 나가려면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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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유
-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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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유
- 201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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