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 작성일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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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김정환
사탕처럼 달기 위하여
몸이 너를 향해 한 없이 줄어든다.
식물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당분이 다 빠져나간 것을
본 후에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화가들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색 쓰고 색을 쓰며 온몸이 투명한 유리의
타자로 될때까지 사랑은 계속된다.
시인들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한 행보다 더 가는 몸의 마지막 남은
성가신 의미가
유리로 될 때까지.
누구든 무엇이든 사랑의
종말이 음악을 뺀 모든 것이다. 더 섬세하게
현악과 관악을 제외한.
성악과 타악이 좀 야하고 좀 무관하다, 유리의
통과와. 그
만리장성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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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시
새새 김정환 나보다 더 강력한 근육이다. 나보다 더 이유가 분명한 부리다. 나보다 더 목적이 뚜렷한 시선이다. 나보다 더 불길한 운명이다. 나보다 더 엄혹한 중력이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는 새. 나 몸무게 없다. 연민 없이는. 한 천 년 전부터.
- 김정환
- 2017-09-01
문장웹진 시
각도각도 김정환 낡은 청색 아마포 표지가 기념비적으로 장중했던 OXFORD 고전 희랍어 사전 아니 라틴어 사전이었던가 내가 고등학교 도서반 때 도서관에서 언젠가 훔치리라 결심했던, 도서관을 겸재 정선 간송미술관과 동격에 달하게 했던, 그러다가 저건 더 낡은 책이 더 걸맞겠군 더 비싼 값을 치를망정 그렇겠군, 쪽으로 생각을 돌렸던 것이? 하지만 우리는 지금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중. 운전대 잡은 아내는 눈앞에 길이 불쑥불쑥 나타나지만, 내 앞에 풍경은 산마을도 여타 자연도 가도 가도 변함없고 급기야 고정된 관계의 각도만 미세하게 바뀐다. 지나쳐온 짐차만 다시 지나친다. 중도의 Sozialformation 은 형식은 물론 형상화의 `화`하고도 또 다르지. 남은 것들이 남은 자체 형벌과도 무관하다. 어쨌거나 그건 아직 터널 전이라는 얘기. 산이 양 다리 벌리며, 음탕하지 않게 길을 내주는 바깥 풍경은 터널 한 번 지나면 형체도 없다. 무슨 심연 씩이나. 천장과 바닥 중앙 표시선 샛노랗게 어긋나고, 위아래 크게 어긋나면서 상행도 하행도 없다. 맙소사. 내 주검 아직 화장 전인데 먼저 죽은 사람들 벌써 모여 있다니. 비명을 다시 찢는, 쨍쨍한 소리. 여보. 공포 아니라 연민이다. 그건 벌써 석양 후라는 얘기. 이제 고속도로 사방 깜깜하고 자동차 붉은 꼬리등만 수상하게 번뜩여 수상한 길 있겠지. 여보 우리가 당분간 유지할 것은 연민의 각도다. 산 자들의 번화가 아니면 비린내 질펀한 어촌 근해 집어등 야경이 우리 앞에 다시 출현할 때까지. 울음이 울음의 흔들림을 선이 선의 흩어짐을, 수습할 때까지.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다 여보. 그것은 우리 몫의 연민. 바다가 멀리 멀리 물러나 일직선에 가닿을 때까지. 벽에 걸어 두고 온 모자가 걸린다. 그 무게의 부재가 많이 걸린다.
- 김정환
- 2014-03-01
문장웹진 시
인쇄소인쇄소 김정환 정복자 윌리엄(1028 ~ 1087)의 통금 종소리가 들릴망정 버려져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을이 있듯 인쇄소가 있다. 기름 없이 돌아가는 낡음이 헐거워 호들갑스럽지만 정복자 윌리엄 이전 인쇄의 최초가 남아 있는 인쇄소가 있다. 쩨쩨한 세금징수원이나 이름 괴팍한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결혼 없는 결혼식과 이방 없는 방문과 크리스마스 없는 크리스마스 성찬을 위해서라도 그만 하면 최소한 형태로 모든 것이 남아 있는 것이므로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 인쇄소가 있다. 고유명사와 분리되며 가장 낯익어지는 궁극의 추상명사, 죽음의 인쇄 동작인 인쇄소가 있다. 생이 죽음의 얼굴 없는 인쇄라는 사실, 인쇄소가 있다. 성경 찍던 최초 속으로 성경의 최초인 인쇄소가 있다. 갈수록 더 부드러운 부드러움의 벽(壁)에 죽음의 난해가 명징한 인쇄소가 있다.
- 김정환
- 20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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