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人詩爲(일인시위) ‘고독사’
- 작성일 2017-09-01
- 댓글수 0
[기획]
시를 쓴 후 이를 슬램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
2차 대전 이후 시인과 래퍼들이 이를 세상을 향한 발화형태로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一 人 詩 爲 (일인시위) ‘고독사’ - Poetic Justice
DNR
김경주
내 가슴엔 문신이 하나 있어
DNR(do not resuscitate)이라는 글씨야
의학용어로 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는 뜻이야
내 심장이 멈추면 더 이상 날 살려 주지 말아 줘
멀리 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이제 그만 해줘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화장을 하고 자곤 해
마지막 화장일지 모르기 때문에 곱게 하고 싶어
벽에 돌아누워 화장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물을 흘려
어느덧 내 머리칼은 흰 폭설로 하얗게 변했어
이불 속에 누워서 삶이 가여워서 나는 웃곤 해
다시 아침이 온다면 살아서 웃음이 날 것 같아
열심히 삶을 속여도 늙는 건 못 막아
열심히 삶을 속여도 늙는 건 못 막아
밤이면 발이 차가워지고 별이 차가워지고 눈물이 차가워지곤 해
내 쇄골은 빗물이 가득 고일 만큼 파였어
심장이 멈추어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다면 행운이야
가장 인간다운 자연사라고 하니까
방구석에서 지내다가 죽어서 썩어 발견되긴 싫어
내 앞가슴의 문신을 읽어 줘
DNR do not resuscitate
열심히 삶을 속여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난 이불 속에 누워서 삶이 가여워서 웃곤 해
아침이 온다면 살아서 웃음이 날 것 같아
DNR
Kyung ju Kim
There is a tattoo on my heart.
It says DNR.
In gastroterminology this means please do not engage in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If my heart stops beating please don’t try to save me.
I don’t want to be a burden on my kids.
Cures that prolong life have no meaning. I quit them.
Before I go to bed I urinate.
I don’t know if this will be my terminal urination, so when I pee
I wish to pee beautifully.
I turn toward the wall. Because I can’t pee, I cry.
All of a sudden my hair has greyed into a blizzard.
Hiding under the sheets, my life has gone to shit.
I feel bad for myself so I laugh.
If I live to see another day, what a joke.
Even if you trick life, you can’t stop getting old.
Even if you trick life, you can’t stop getting old.
At night my feet have gone cold. The stars have gone cold. My tears have gone cold.
In my collarbone raindrops have stagnated into a pool.
To die naturally of a heart attack would be a blessing.
That’s the most human way in natural history.
I don’t want to be found rotting in the corner of a room somewhere.
Read the tattoo on my chest.
DNR. Do. Not. Resuscitate.
Tricking life, I’ve come this far but
Hiding under the sheets, my life has gone to shit.
I feel bad for myself so I laugh.
If I live to see another day, what a joke.
단독생활동물
제이크
바다 속을 내려다보시오
난 바다거북이다. 산호초에서 수영하고 내 등껍질을 긁지.
산호초군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도 나는 다른 생선을 좋아하는 편 아니다.
내 지느러미를 잡지 마!
난 수영하면 나 혼자만 해.
나무속을 올려다보시오
난 입에서 밖으로 유칼립투스 나무 잎에 매달려 있는 코알라.
얼굴을 찡그리지 않아도 내 얼굴은 찡그리게 생겨서 계속 화가 나 보이는 동물이다
가까운 것들 내 발톱 안에 가득해
그래서 난 친구가 한 명도 없어
난 정신건강 이상 이력이 있는 불곰이다
난 동굴에서 소주 한 병 마시면서 박쥐들이 귀가 있는 것을 알아서
난 말 안 하고
동굴 벽이 내 생각들을 훔치고 싶은 것을 알아서
난 생각 안 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들 의탁하지 마
바위로 만든 것들은 믿을 수 없지
언제 어느 때나 누구나 경찰을 부를 수 있겠지
좌심실에 살고 있는 주머니곰은
우심실의 주머니곰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둘 다 밤새도록 싸워 난 못 자
심전도를 읽은 후 의사가
심장에 주머니곰의 똥이 가득하다고 말했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게 아니라
인간 심장에게 내 흉곽이 아주 작다고
버마재비가 남편의 머리를 잘랐다
남편 시체를 먹었다가 버마재비가 인간 외로움을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버마재비가 자살했어
개미들이 곤충류 중에 제일 사근사근한 곤충이지
개미들은 버마재비의 시체를 먹었다
세계에서 버마재비 존재의 흔적이 없어졌다
내 아파트에서 버마재비가 사라진 후에
다른 개미 음식이 없어진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바닥에 누웠고 이렇게 말했다
개미들! 나를 먹으라고
그렇지만 개미들이 내 몸을 거부했고
하나씩 하나씩 개미들은 여왕개미에게 희생했다
개미 군대 없이 여왕개미는 한순간도 살고 싶지 않아서 여왕개미가 자살했지
그리고 나는 여왕개미 시체를 머리부터 먹었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 살 수 있다
내 삶은 혼자 사는 삶이다
곤충들, 내 제일 친한 친구들, 다 이별했지
나는 오리너구리 같다
믿기 힘들겠지만 오리너구리는 평생을 거의 완전히 혼자 산다
흙과 지조(枝條) 만든 은신처에서 오리너구리가 뺨을 핥고 있다
오리너구리가 1년에 한 번 집 밖으로 나간다
사육하기 위해
그렇다고 나는 오리너구리 같은 사람 아니다
나보다 오리너구리가 섹스 많이 하는 동물임을 알게 돼서
그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
난 오리너구리가 아니어서 세계에서 나를 원하는 동물이 없다
지금은 그래 난 나이 먹었고 쓸모없고 내 가족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옛날에 난 젊었을 때 잘생겼고 내 꿈들은 번쩍거리는 별 같았다
지금은 어두운 풀과 풀 먹는 검은 젖소의 차이를 볼 수 없지
내 꿈의 하늘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난 혼자 살고 플라스틱 슬리퍼밖에 다른 신발이 없어
왼쪽 슬리퍼의 끈이 찢어져서 강력 접착테이프로 수리해서 붙였다
비 오는 날에 모자처럼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여기저기 플라스틱 양동이를 흩어 놓고
물을 모아
난 양동이에 물을 모으는 것이 내 직업인 척해
난 한 양동이에 물을 모으면 5천 원을 나에게 수수료를 지급한 척해
난 6개월에 한 번 나에게 연봉을 인상한 척하고
6개월 뒤에 힘든 경제 상태 때문에 나는 나에게 연봉을 인상하지 않은 척해
길에서 지나가면 나는 너 생각하는 이 알아
무슨 냄새야?
난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 냄새는 그런 것이다
난 염두에 두지 않는 냄새이다
나는 양동이에 물은 모으는 남자이고
세계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알아
그리고 세계에서 내가 사리지면 너에게 얼마나 좋지?
나는 안 먹는 고기 지방, 통에 새우 머리, 범죄의 얼굴이 수치심,
발끝에 문질러 제거하는 각질이다
나는 잉여인간이다
목발로 편의점에서 절뚝절뚝 걸어가고
직원의 눈에 보이지 않게 소주 한 병을 산다
인간 눈알 안에 인간 인형이 있지
나는 모딜리아니 같다
몸이 있지만 눈구멍에 눈알이 없다
난 내일 죽을 거야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페이스북 업데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죽어도 페이스북 업데이트 없다면 진짜 죽었어?
생각해 봐요
난 몇 년 동안 내 페이스북 업데이트 안 했어
그래서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어
내 죽음은 내 삶, 마찬가지잖아
걱정하지 마 난 박근혜 트럼프 같은 사람 아니다
난 hashtag 없다
너 트위터 피드에서 내 환한 빛이 없다
Solitary Animals
Jake
Look down into the sea,
I am that sea turtle using the coral to scratch the belly of my shell.
But just because I hang out at the reef doesn’t mean I like other fish.
Don’t try to grab my fin.
When I swim, I swim alone.
Look up in the trees.
I am a koala with a eucalyptus leaf sticking out my mouth.
This angry grimace is a permanent expression I wear on my face.
The insides of my claws are caked with those who get close to me.
That’s probably why I have no friends.
I am a brown bear with mental health issues.
When I drink alone in my cave I know the bats have ears,
So I don’t speak.
The walls are trying to capture my thoughts,
So I don’t think.
Never trust anyone who sleeps upside down.
Never trust anyone who is made out of earth.
Any moment someone or something might call the police.
The tasmanian devil that lives on the right side of my heart
Growls at the tasmanian devil that lives in the left side of my heart.
They fight all night so I can’t sleep.
When I got an EKG the doctor said
Both sides of my heart are clogged with Tasmanian devil shit.
It’s not that the beat of my heart is irregular
It’s that my chest wasn’t meant to hold a heart.
After the wife of the praying mantis cut off her partner’s head
And ate his body, she began to understand human loneliness
So she killed herself.
Ants, who are the most social of all insects,
Came and ate every part of her body until not a trace
Of her existence was left. After the mantis’s body was gone,
The ants scoured my apartment, but they had nothing left to eat,
So I laid on the floor and I said, Ants! Eat me!!!
But they rejected my body, so
One by one they sacrificed themselves
To their queen and then the queen killed herself because she
Couldn’t bear the thought of living without an army.
Starting with her head, I ate the body of the queen.
I can live alone
Because that is what my life has become.
The insects who were my best friends have left me.
I am like a platypus.
Believe it or not, the male platypus lives almost the entirety of its life alone.
In a simple burrow packed with dirt and twigs
In the ground above the water, the male platypus licks its face.
It only comes outside one day a year.
That day is the day he finds a female to breed with.
I guess I am not like a platypus.
When I think of this fact I realize that
Even the platypus has more sex than me and it makes me cry.
Because I am not a platypus, no animal would want to breed with me.
Not now. I am old and useless and even my family doesn’t love me.
I was once young and beautiful and my dreams were like flashing stars.
Now you can’t tell the difference between the black cows bending into dark grass in the field.
That’s because the sky of my dreams has gone dim.
I live alone and the only shoes I own are plastic slippers.
The left slipper has a strap that is held together with duct tape.
On stormy days I put a vinyl bag on my head and collect water in buckets outside.
I pretend collecting rain water in buckets is a kind of job.
I pretend to pay myself 5 thousand won per bucket of rain water collected.
I pretend to promise myself a raise every 6 months and every 6 months
I pretend the economy is not doing very good
So I pretend not to give myself a pretend raise.
When I pass you on the street, I know you are looking around,
Thinking to yourself, “what’s that horrible smell?”
I don’t care anymore. That’s what the smell is.
The smell of me not caring.
I am the man with the buckets of rainwater
And I know I am not needed
And I know you want me to disappear.
That’s why I am the fat you cut off the end of your steak,
Those heads of shrimp in a tin bucket,
The look of shame on the face of a criminal,
Dead skin you scrub off the edge of your feet.
Excess human.
I walk with my crutches to the 7-11 and get a bottle of soju.
I don’t look at the eyes of the clerk when I pay.
The eyes of a human being contains a human soul
And I am like a Modigliani.
I have a body, but there is no me inside me.
I will die tomorrow and no one will find me.
That’s because there won’t be a facebook update.
If there is no facebook update, then the action didn’t happen.
For years I haven’t updated my facebook.
For years I haven’t done anything.
My death will be like my life.
Don’t worry though, I am not like Park Geun Hye or Donald Trump.
Nothing I do ends up as a hasthag.
I don’t light up your twitter feed.
Review
김봉현
이번 화의 주제는 ‘고독사’다. 김경주의 시와 제이크의 시를 천천히 읽어내려 가던 나는, 문득 이 시들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 살고 있고 자주 혼자 밥을 먹는다. 옆집 남자하고는 딱 한 번 인사한 것이 전부고 얼굴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옆옆 집에는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엄마에게는 집 주소를 틀리게 알려줬고 어젯밤에는 페이스북 친구 4천 명을 정리했다. 친구 없는 게 요즘 좀 힙해 보이는 것 같아서 오래된 몇몇과는 일부러 싸웠다. 나는 지금 거실 쇼파에 혼자 누워 맥도날드 리치 초콜릿 파이를 먹고 있는데, 만약 내가 이 상태로 죽는다면 누가 날 발견해주는 거지? 다음 책 마감을 독촉하던 편집자 고우리씨? 아니면 이 글을 받아내야 하는 이미선씨?
쓸데없는 상상은 이쯤 하기로 하자. 결론적으로 이번 화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를 통틀어 가장 접근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화려한 기교나 어려운 상징 같은 것이 거의 없어서 지금까지를 통틀어 가장 쉽게 읽혔다. 어찌 보면 시라기보다는 수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별개로 엠씨메타는 ‘일인시위’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을 계속 진행 중이다. 다양한 비트, 다양한 랩 스타일,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 래퍼는 새로운 것을 예전의 방식으로 말하기도 하고, 오래된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엠씨메타는 김경주의 시를 힙합이 현재 지닌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소화했다. 고독사라고 해서 그는 고독하게 뱉어내지 않는다. 대신에 선동적이고 음울한 ‘트랩’의 방식으로 시를 재창조한다. 반면 (이번에도 동물이 등장하는) 제이크의 시를 그가 소화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엠씨메타는 마치 재즈 랩을 연상하는 비트와 랩으로 제이크의 시와 만난다. 자칫 밋밋해질까봐 후렴에 간단한 노래도 직접 부른다. 예상 가능한 어울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편안하다. 모든 고독한 자는 이 노래 안에서 휴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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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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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기획 – 문학, 음악, 장면들] 비비디바비디부 홍순인 이거 제가 쓴 건데 들어 보세요. 나는 ‘네튤농’이라는 포크 밴드에 소속된 ‘작가’다. 밴드에 작가가 웬 말이냐고 따진다면 뭐라고 할 말은 없다. 네이버에서도 네튤농을 등록할 때 밴드에 작가라는 포지션은 있을 수 없다며 결국 나를 퍼커션으로 소개하게끔 했기 때문이다. 사실 고작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인간 유형을 분류하는 건 신봉하면서 전 세계 보편적인 밴드 구성에 반기를 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뭐, 고분고분 인정하면서도 서운하긴 했다. 참고로 나는 INFP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시를 써 가면 죄다 디테일한 묘사뿐이라 시인이 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던(싱잉랩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평가도 있었다.), 화성학의 기초도 떼지 못했지만 밴드의 일원으로서 약 100회가량의 공연을 해낸 돌팔이 음악가이자,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는 비록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그런, 정말 그런 내가 포크 밴드에서 ‘작가’로 살아가게 된 어떤 우연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바야흐로 2013년, 대학교 4학년 1학기에 축제 위원장을 맡으며 학교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였다. 당시 학교 축제 기획에 도움을 주었던 기획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진짜 시에 대해 공부하고자 했지만 너처럼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책상에 앉아 있겠냐는 주변의 만류로 기분 좋게 기획사에 입사했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특히 ‘이규범’을 만났다. 나와 같이 하루하루 일을 쳐내 가며 밤이 되면 야근을 하다가 술을 마시고 좁은 방에 여럿이 구겨져 자고 다음 날에는 이걸 또 반복했다. 대학원에 가면 불행해진다지만 기획사에 가도 불쌍해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다만 그런 의미 없는 날들 속에서 이규범이 나와 달랐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규범에게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꿈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신기했다. 어떻게 싱어송라이터가 된단 말인가. 이규범은 노래도 못 했고 가사도 못 썼다. 나는 회사의 기획서와 제안서 내의 글과 카피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었고, 평소 인디 밴드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규범은 가사와 관련해 나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보았다. 나는 싱잉랩 정도는 할 수 있는 여러 단어들을 제안해 줬고 종종 밤늦게까지 회의실에서 같이 노래를 불렀다. 꿈이 있다는 게 부럽다기보다 나도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보면 어떨까 막연한 상상을 해 보던 밤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규범은 회사를 떠났다. 정이 많이 들어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규범이 첫 앨범을 낸다며 찾아왔다. 나는 그 앨범의 소개 글을 써 주었다. 솔직히 좋다는 말을 할 수는 없어서 안티팬의 입장에서 소개를 하는 글을 써 주었다. 나는 진심을 담은 글로 편하게 족발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이규범은 두 장의 앨범을 더 냈고, 나는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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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기획 – 문학, 음악, 장면들] 대먹튀 시대에서 예술의 쓰임에 관하여 오웅진 벨라 타르가 세상을 떠났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번역 신간이 집에 도착한 직후 그의 부고 소식을 들어 공교롭다는 생각을 했다. 소식을 듣고 멍청하니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벨라 타르의 1994년도 영화 〈사탄탱고〉의 한 주인공 이리미아스 역할을 했던 배우(Víg Mihály)가 동시에 이 영화의 음악 감독이었다는. (실은 주인공 같은 건 없다, 감독에 따르면 자신의 영화에서 굳이 주인공이라면 ‘시간’ 정도)1) 작품에서 그가 분(扮)한 역할을 설명하자면, 아니 그를 쉬이 욕할 수 있도록 거칠게 요약하자면 ‘곗돈을 들고 튄 계주’쯤 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에서 여자아이 하나가 죽는다. 아이의 죽음, 그로 인한 공통의 슬픔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집 가장 깊숙한 곳에 박아 두었던 돈을 모으게 되는데, 계주는 그 돈을 들고 튐으로써 스스로를 사탄과 편히 겹쳐 보게 돕는다. 소설은 카프카의 짧은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2) 앞서 언급한 떠난 계주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도, 작품 속 마을 사람들 삶의 대부분은 기다림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외람되지만, 나는 이 글을 통해 음악이란 게, 혹은 춤이라는 게 실은 곗돈을 들고 튄 저 악마 같은 계주쯤 되는 것은 아닌지 말해 보고자 한다. 소설 『사탄탱고』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85년, 그의 최근작 『헤르슈트 07769』가 쓰인 것은 2021년이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그가 좀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의 첫 장을 펼쳐보고 안도했다. 짧은 문장 한 줄이 나를 반겼다. “희망은 실수다.”3) 그가 여전히 아무것도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 그를 믿게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다수가 음악인인데, 이는 독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예컨대 누군가 주말마다 부장님에 의해 호출되어 산을 탄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어쨌든 그가 산에 성실히 오르고 있으니 산악인이라 충분히 불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 이라면, 이 소설 속 다수의 인물을 또한 능히 음악인이라 불러도 좋다. 소설에선 부장님 대신 ‘보스’라는 이름으로 음악인들의 리더를 달리 부른다. 보스는 바흐에 관하여 얘기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단원들 역시 보스가 바흐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건 그들이 바흐에 관해 듣길 좋아한다는 말과는 사뭇 다르다. “보스는 그들이 바흐에 대한 보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리허설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결코 깨닫지 못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카나 심포니는 아마추어 음악가들로 자기 악기에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루긴
- 관리자
- 2026-03-01
[편집위원 기획 - 문학, 음악, 장면들] 지문 너머로 하나의 선율이 아를 lilysacredlily · 20251228_slowslofi playset 최초의 기억은 들렸던 것이다. 할머니의 불경 읽는 소리. 할머니는 늘 자기 전에 적혀 있는 그것들을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할머니가 나를 부를 때,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른 생경한 목소리와 리듬으로 그것들은 발화되었고 그 목소리는 음악처럼 들렸다. 할머니는 거기에 분명히 있었지만 어느 영겁 너머 다른 차원에서 내려오는 작은 신의 목소리처럼 들렸기에 그 소리의 흐름 속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나 또한 내가 무엇인지, 내가 있는 곳을 잊어버렸다. 그 뜻 모를 말들을 할머니의 입을 통해 전해 듣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거의 기도처럼, 주문처럼, 노래처럼 들렸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전해지고 또 쓰인 것들이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나에게로 전해졌고 어린 나는 그것들을 어설프게나마 소리 내어 보기도 했다. 그 유년의 밤 동안 할머니는 나의 유일한 이야기꾼이었으며, 어린 나의 두 귀가 되어 주는 밤의 훌륭한 안내자였다. 구전. 우화. 신화. 전설. 민담. 시대를 넘어서도 계속되는 이야기들. 되풀이되는 노래 같은 것들. 요정. 고블린. 거인. 요괴. 도깨비. 기사와 문지기. 바드와 리라. 검과 용사. 광장의 하프 소리. 그것들은 때때로 꿈속을 수호하며 때론 일상의 그림자들이 되어 호출하면 응답할 것만 같았다. 들려지는 것들이 쓰여질 때, 쓰여진 것들이 들릴 때. 적혀 있는 것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 귀로 전해지는 것. 반복해서 전해지고 지금도 여전히 전승되고 있는 것. 어느 날 들렸던 하나의 목소리가, 어느 한 구절이 누군가를 살렸다면, 그로 인해 살아갈 수도 있다면 그것은 신앙과 무엇이 다를까.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빌어 준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기대어 계속 갈 수 있었던 수많은 시간들로부터 지금도 계속되는 어떤 순간들이 지속될 수 있었을 뿐이고 그다음이 있기를 그 순간들로부터 감히 바랄 수 있었던 것이다. 늘 목숨처럼 붙들고 있지만 동시에 늘 너무 아득하기만 한 것에 대해 대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그 고민의 끝에 일주일도 안 되어서 나는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다. 며칠 동안 정신이 몇 번이나 나갈 것 같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셀 수 없을 정도로 꿈을 정말 많이 꿨는데 잠깐의 꿈에서 할머니의 불경 읽는 소리가 들렸다. 꿈속의 소리였겠지만 귓가에서 목소리는 오래 머물렀다. 병실의 침대가 아니라 이제 마침내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나는 온 건가? 눈을 뜨면 나의 옆에 누워 그것을 읽어 주는 할머니는 없었지만 나는 들었다. 이곳을 넘어서, 시간을 넘어서, 세월을 넘어서. 그 밤 이전의 무수한 밤들로부터, 그 밤의 영겁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것 같았던 목소리를. 초연해지고자 열망하는 마음을 이미 초월해 있는 곳으로부터 목소리는 들린다는 것이. 나의 뼈의 일부는 부러졌고 언제까지 누워 있어야 할지 그때는 몰랐다. 부서진 건 뼈뿐
- 관리자
- 20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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