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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책방 속으로 - 천안 지역 독립서점 소개

  • 작성일 2025-01-01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걸어서 책방 속으로

   - 천안 지역 독립서점 소개


문장서포터즈 이유빈

   

   제가 주로 생활하고 있는 지역인 천안에는 구도심인 천안역을 중심으로 독립서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천안역에서부터 출발하여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들을 걸어서 구경해 볼 수 있어요. 수도권이나 중심지에 비해 상권이 발달하지도, 유동 인구가 많지도 않지만 오히려 주변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방향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독립서점들이 어떻게 각자의 특색을 살리며 운영 중인지 살펴보고자 직접 천안역에서부터 걸어서 독립서점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책방지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천안역에서 출발, ‘책방 악어새’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버들로 22, 1층

SNS: 인스타그램 @crocodilebird.book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일전에 인터뷰 원고를 작성한 적이 있던 ‘책방 악어새’입니다. 천안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책방 악어새’는 시와 동화를 주로 다루며, ‘문학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곳이에요. 

   책방은 성욱현 작가와 조민주 작가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욱현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책방 운영과 더불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조민주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현재 동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고 성욱현 작가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에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방의 위치입니다. ‘책방 악어새’가 있는 천안역은 천안의 구도심이라서 이제는 상권이 매우 발달하거나 청년들이 자주 찾는 공간은 아니에요. 그런 구도심 중에서도 ‘책방 악어새’는 건물이 꺾이는 골목에 작게 위치해 있습니다.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자리에 ‘책방 악어새’가 있는 것처럼 다수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 예술가, 사회적 약자 등을 배변하는 캐릭터가 바로 ‘악어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악어새는 몸은 새이고, 머리는 악어인 환상의 동물인데 악어 무리에도 새 무리에도 섞이지 못하는 캐릭터예요. 이런 악어새를 닮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둥지가 바로 ‘책방 악어새’인 셈입니다.

   문학인이 운영하는 책방인 만큼, 다른 독립서점에 비해서 작가 초청 강연이나 글쓰기 모임, 창작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편입니다. 책방의 정체성에 따라, 전문 작가 또는 등단을 준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과 어린이들까지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에요. 특히나 ‘어린이 글쓰기 모임’ 같은 어린이 맞춤 프로그램들이 눈에 띕니다. 

 최근 성욱현 작가의 『6교시에 너를 기다려』라는 단편 동화집이 출간되었는데요, 학교와 관련된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2. ‘책방 악어새‘ 바로 위층, ‘일상서재’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버들로 22, 2층

SNS: 인스타그램 @dailybooooks


   이어서 방문한 곳은 ‘책방 악어새’ 바로 위층에 있는 ‘일상서재’입니다. ‘일상서재’라는 이름답게 손님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보고 갈 수 있는 책방이에요.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의용 작가는 ‘일상수집가’라는 이름으로 캘리그라피뿐만 아니라 1인 출판사, 책 제작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일상서재’는 일상수집가의 서재인 셈이죠.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간의 인테리어입니다. 오래된 인력사무소를 개조한 공간인데, 인력사무소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해서 일반적인 책방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또 특이한 지점은 북카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넉넉한 의자들과, 릴레이 필사 및 북로그 코너 등 공간 전체가 휴식이랑 관련되어 있습니다. 음료도 자유롭게 반입 가능하고, 체스 등의 게임도 마련되어 있어요. 심지어 캘리그라피를 비롯한 미술 작품과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책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도 쉽게 이 공간에 입문할 수 있어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서 공간 전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일상서재’의 가장 큰 매력은 강아지 ‘망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귀여운 책방지기 망고가 손님들을 반겨 줍니다. 또 이의용 작가가 직접 캘리그라피로 책갈피를 만들어 주시기도 합니다. 



   3. ‘일상서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책방주의’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옛농고4길 11-1, 1층

SNS: 인스타그램 @lords_book


   ‘일상서재’에서 나와 ‘책방 악어새’를 다시 지나쳐서, 아파트 단지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조용한 골목 구석에 ‘책방주의’가 숨어 있습니다. ‘책방주의’는 이름 그대로 책방이 여기에 있다는, 주목의 의미도 있지만 ‘주의 책방’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책방주의’는 허윤실, 허광회 남매 책방지기가 함께 운영하는 곳입니다. 책방 운영 전반에 대한 건 허윤실 책방지기가, 인테리어 및 자체 굿즈 제작은 허광회 책방지기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요. ‘책방주의’는 일반적인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이 아니라, 입구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꼴 모양입니다. 이를 새로 고치지 않고서 활용했고, 기존의 부서진 인테리어 등도 그대로 살려서 안락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느껴져요. 책방에 있는 가구들도 대부분 몇십 년 된 빈티지 가구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게 책방에는 새 책보다 헌책이 더 많이 있습니다. 새 책의 절반 가격으로 헌책을 팔고 있는데,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손님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책방이에요. 책방 내부에 카페도 있는데 음료들의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저렴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이렇듯 ‘책방주의’를 이루는 포근한 사물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자기입니다.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책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굳이 오프라인인 서점까지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책의 물성 때문이겠죠. 타자기는 글자를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듯, 글의 물성이 바로 나온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또 수동적으로 책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글을 써 보는 능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돼요. 

   또 특징적인 것은 책방의 숨은 뜻인 ‘주의 책방’이라는 의미에 맞게, 기독교 서적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독립서점에서 종교 서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데, 이러한 종류의 책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4. ‘책방주의’에서 다시 걸어서 10분, ‘보부아르’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원거리13길 1 앤블가옥 101호

SNS: 인스타그램 @bobuart_


   ‘책방주의’에서 아파트 단지를 지나 쭉 걷다 보면 틱 트인 원성천이 펼쳐집니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문구점과 학교 앞 분식집, 느긋하게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부아르’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를 떠올리게 하는 ‘보부아르’는 ‘보부상’과 ‘아트(Art)’의 합성어로 ‘일상 속 예술 보따리를 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부아르’는 사실 ‘앤블가옥’이라는 복합문화시설의 일부입니다. 층마다 시즌제 식당과 필라테스, 숙박, 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근 별도 건물에 상시 팝업 공간인 ‘메이드인메이커’를 비롯하여 게스트하우스 ‘청와당’, 화실 ‘서쪽창자’를 마련하여 연계 운영 중입니다. 또 14마리의 고양이도 함께하고 있어요. 이중 ‘보부아르’는 잡화점이자 독립서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제가 방문해 본 어떤 독립서점보다 가장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소품과 굿즈들, 심지어 옷까지 판매 중이었습니다. 앤블가옥에서 모든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앤블가옥은 비수도권 아래부터 대전 사이의 지역 중에 하천이 있는 구도심들을 물색하던 중, 유람 총괄 디렉터가 벚나무가 흐드러진 원성천 풍경을 보고 한눈에 매입을 결정하게 된 건물입니다. 앤블가옥의 ‘앤블’이란 ‘No buy, No life’의 약자인데요, 공간이란 우리가 단지 돈을 주고 사는 무언가가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이 된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아파트라는 화폐 단위가 아니라 이 건물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고려한 공간으로써, 이러한 삶의 형태가 아파트를 대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원성천이라는 자연에서부터 출발한 공간인 만큼 동물 친화적인 공간을 지향합니다. 비거니즘, 환경 등까지 고려하는 곳이에요. 

  이에 맞춰서 책 큐레이션의 경우, 건축디자인 회사의 건물이다 보니 주로 도시, 골목 등과 관련된 책이 주를 이룹니다.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환경과 관련된 책들도 찾아볼 수 있었어요. 



   5. ‘보부아르’에서 20분 더 걸어서, ‘WDYWTD’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중앙로 181, 3층

SNS: 인스타그램 @wdywtd_213


   ‘보부아르’에서 남산초등학교, 천안제일고등학교와 ‘인디플러스 천안’이라는 독립 영화관을 지나 천안초등학교 근처까지 오면 ‘WDYWTD’에 도착합니다. 천안역과 천안버스종합터미널 사이에 위치한 ‘WDYWTD’는 ‘What do you want to do’의 줄임말입니다. 이는 책방지기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서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던지는 질문인 거죠. 책방지기가 스스로에게 ‘What do you want to do’를 물었을 때의 답이 바로 이 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이를 판매하는 작업은 제대로 준비하려면 장기적인 일인데, 이러한 꿈을 단지 꿈으로 남겨 두는 게 아니라 당장 현실로 바로 끌어오고 싶은 마음이 ‘WDYWTD’를 출발하게 했습니다. 

   ‘WDYWTD’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7시부터 문을 연다는 점입니다. 저녁에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때, 하루 이틀만이라도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주저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WDYWTD’에요.

   이외에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모임, 랜덤 책 뽑기, 생일 책 이벤트, 익명으로 쓰는 릴레이 편지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책을 추천받고 싶은 독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합니다. 지난여름을 끝으로 잠시 쉬어 갔던 독서 모임은 이번 겨울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해요.



   6. 대학가 근처, ‘책방 허송세월’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132

SNS: 인스타그램 @hsswbooks


   마지막으로 소개할 독립서점은 ‘책방 허송세월’입니다. 사실 ‘책방 허송세월’은 천안역 근처에 있지는 않아요. 단국대학교와 상명대학교, 호서대학교가 인접해 있는 안서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세상의 속도와 기준과 반대되는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위의 독립서점들과 공통된다고 생각해서 소개하게 되었어요. 

   ‘책방 허송세월’을 운영하는 엄우산 작가는 현재 사진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2020년도부터 네 번째 책방지기가 되었는데, 기존의 ‘책방 허송세월’이 책방만 운영한 것을 넘어서 전시 기획 등을 담당하는 ‘갤러리 허송세월’, 사진 에세이 등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 허송세월’로 확장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책방 허송세월’의 ‘허송세월’은 보편적인 사회의 속도와 기준에서 벗어나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가끔은 허송세월해도 괜찮아’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는 엄우산 작가가 책방을 담당하면서 조금 달라졌는데요, 사진처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예술 분야에서는 ‘나도 한때 꿈이 있었어’라며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지금의 ‘책방 허송세월’은 ‘허송세월하고 있나요?’라며 질문을 던집니다. 즉,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꿈을 꾸지 않는 기간이 ‘허송세월’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책방 허송세월’은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책방의 메시지에 걸맞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선 ‘책방 허송세월’에서는 수익이 나는 걸 포기한 대신, 다른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책방에는 값비싼 사진 전문 서적과 예술 서적들이 책방에 가득한데요, 파격적인 건 이러한 책들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해도 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서점에서는 뜯지 않고 팔릴 때까지 보관만 할 법한 책들을 ‘책방 허송세월’에서는 자유롭게 읽어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책방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다시 다른 새로운 책을 사는 데에 돌아갑니다. ‘책방 허송세월’은 꿈을 꾸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책방인 거예요. 

   또 책방 바로 왼편에는 24시간 전시 쇼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책방이 어두운 길목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공간의 적막함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기획입니다.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을뿐더러, 전시 쇼룸이 생긴 이후로 길목이 실제로 깨끗해졌다고 해요. 



   지역 독립서점을 직접 방문하고, 책방지기들과 인터뷰하며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편안함’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어려워하지 않고, 책이 있는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책방지기들이 비슷한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쉬고 싶거나, 응원을 받고 싶거나,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편안하게 동네 독립서점에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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