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있는 곳: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 작성일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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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문학이 있는 곳: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 첫 번째 편지
문장서포터즈 2기 김이성
1.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여름의 복판을 통과하면서 여러분들은 어떤 시간들을 보내셨나요? 저는 올여름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어요. 이번 도서전 주제는 ‘믿을 구석’이었는데요(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의 믿을 구석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네요). 운이 좋게도 저에게는 믿을 구석이 여러 개 있죠. 그중 하나가 바로 ‘문학’인데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문학은 한 번도 저에게 상처 주지 않았죠. 상처 주는 건··‧ 굳이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요?ㅎㅎ 아무튼 그래서인지 도서전에서 문학책이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저는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는 있다고 믿거든요. 때문에 항상 더 많은 사람이 문학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죠. 그런데 도서전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학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문학이 있는 곳’이란 때에 따라 사람이기도 하고, 장소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에게 문학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문학이 있는 곳’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문학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문학을 매개로 시민들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문학적 ‘시간’과 자산이 축적되어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죠. 바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이에요.

도서전에 다녀와서 느낀 게 있다면 시대와 세대가 변모해 갈수록 문학의 쓰임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곳 ‘노작홍사용문학관’은 문학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문학의 쓰임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상주작가지원사업’ 우수 시설로 선정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시범 사업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진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함께 문학과 문학의 다양한 쓰임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2.
저는 2025년 여름, 장마가 시작될 무렵 ‘노작홍사용문학관’에 다녀왔어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문학관 2층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에서 최두석 시인의 시(詩)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가 한창 진행 중이었죠.

시(詩)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는 최두석 시인이 자연 속에서 포착한 꽃 사진 22점과 그에 덧붙인 시 22편을 함께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문학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제가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많은 지역 주민분들이 찾아와 주셨는데요. 시인의 시편을 들여다보며 필사까지 해보고 계시더라고요. 하반기에는 또 다른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노작홍사용문학관’을 방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기획 전시와 더불어 ‘노작홍사용문학관’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는데요. 지난 2020년 창간 100여 년 만에 새롭게 복간된 문예지 『백조』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얼마 전 통권 제20호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한 번 읽어 보았어요.

작년까지 계간으로 발행되었던 문예지 『백조』는 올해 간행 주기를 반 연간으로 변경했어요. 특히 올해부터는 지역의 원로 작가들을 조명하는 ‘작가 아카이브’ 코너가 새롭게 연재된다고 해요. 초대 작가로 모신 분은 윤석산 시인이에요. 인터뷰와 작가론, 연구 자료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장 드려요.
더불어 이번 호에서는 ‘특집’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코너 또한 준비되어 있는데요. 특집란에서는 ‘노작홍사용창작 단막극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연달아 만나 볼 수 있어요. 이어지는 창작란에서는 총 열다섯 분의 시인이 각각 신작시 2편과 근작시 1편을 선보였으며 그와 함께 박현옥, 이지 소설가의 신작 단편소설도 살펴볼 수 있죠. 확실히 새로 단장한 만큼 공들여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하반기에 출간될 통권 제21호 또한 기대가 되네요!
4.
여러분들에게 ‘노작홍사용문학관’을 소개한다고 하니 문학관 관장으로 계시는 손택수 시인님께서 특별히 인터뷰 요청을 허락해 주셨어요.
Q: 안녕하세요, 관장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관장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이시기도 한데요. ‘노작홍사용문학관’과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되셨나요?
손택수 관장님: 저와 문학관의 인연은 제가 2013년에 ‘노작문학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그때는 ‘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기념사업회)’가 문학상을 시상했는데, 시상식이 끝나고 난 뒤에 문학관을 운영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죠. 이곳에 오게 되면서 노작 홍사용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어요. 마치 열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난 것처럼 문학적 스승을 새로 만난 듯한 기분이었죠. 이곳에 오면서 내가 문학을 왜 하게 되었는지, 그 문학을 어떻게 동시대 사람들과 나눌 것인지 더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어요.
Q: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어떤 곳인가요?
손택수 관장님: 이곳은 노작 홍사용 선생님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갈무리되는 곳이에요. 홍사용 선생님을 알면 이곳을 알 수 있다고 보면 되죠. 선생님은 장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신 분이에요.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모든 예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저는 그래서 노작홍사용문학관을 관계대명사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시민과 문학 사이, 문학과 독자 사이, 역사와 현대 사이, 자연과 도시 사이를 연결해 주는 관계대명사 같은 곳이죠.

Q: 올해가 개관 15주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문학관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실까요?
손택수 관장님: 문학관에서 8회째 ‘창작 단막극제’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팬데믹 시절에도 예산을 반납하지 않고 연극인들을 돕기 위해 행사를 지속했었거든요. 대신 그때는 낭독극 형식으로 진행했죠. 희곡만이 가지고 있는 문학성을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Q: 문학관에서 발행하는 문예지 『백조』가 얼마 전에 통권 제20호를 맞아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손택수 관장님: 2020년에 문학관에서 『백조』를 다시 복간했을 때 작가들한테 업계 최고 고료를 주었어요. 반 연간지로 바뀌면서 원고료가 줄어들어 아쉽지만 지역 작가들과 함께 명목을 이어 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늘 가지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200호까지 이어 가 보고 싶네요.
Q: 오늘은 문학관 관장님으로 모셨지만 그래도 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최근 출간하신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문학관 관장으로 계시면서 시집까지 준비하시느라 많이 바쁘셨을 듯해요.
손택수 관장님: 시집 제목도 사실 ‘눈물의 왕’인 홍사용 선생님으로부터 온 것이에요. 슬픔은 역동적인 거라고 생각해서 언어적 재구성을 통해 눈물이 ‘움직인다’라고 했죠. 시집을 묶는 동안에는 문학관을 찾아와 주시는 시민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시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니까요.

Q: 끝으로 노작홍사용문학관을 찾아 주시는 시민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손택수 관장님: 노작 홍사용 선생님의 문학과 관련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학사적으로 정리가 된 것처럼 보여도 알면 알수록 더 대단하신 분이거든요. 우리가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 좌표 역할을 해 주신 분이기도 하죠. 완료형이 아닌 잠재태로 남아 있는 선생님의 문학을 더 많이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데 관장님께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들려주셨어요.
손택수 관장님: 문학관 뒤쪽에 홍사용 선생님 묘역이 있는데, 그곳에서 참배를 하고 간 작가들이 연달아 문학상을 받았어요. 묘역이 훼손되지 않고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가 풍수적으로도 길지라고 하더라고요. 홍사용 선생님 손자분께서는 예술가들이 발복하는 땅이라고 하셨죠. 많이들 찾아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관장님은 제게 귓속말로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이거 농담 아니고 진짜예요!”)
5.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문학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죠.
가능한 한 폭넓게 이해된다는 점에서 문학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와 유사하다. 네트워크 덕분에 하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 사이에 광범위한 교감과 연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정교하고 특별한 인간의 소통 수단이며, 그 수단은 명확하면서 동시에 총체적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中
교감과 연결을 이루어 내는 명확하면서 동시에 총체적인 인간의 소통 수단. 모든 개체 사이를 잇는 다정한 네트워크. ‘문학이 있는 곳’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접속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처럼 ‘문학이 있는 곳’을 애정하는 분들이나 문학으로 연결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노작홍사용문학관’을 방문해 보시기를 바라요. 그럼 저는 다음에 또 인사드릴게요! 총총.
2025년 여름,
문학이 있는 곳에서
김이성 드림.
‘노작홍사용문학관’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해 주세요!
노작홍사용문학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s://www.nojak.or.kr/services/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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