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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일상, 문학의 문턱을 낮추다

  • 작성일 2025-10-01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가온도서관)


 책과 일상, 문학의 문턱을 낮추다

가온도서관 송은정

   

      2024년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상주작가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저희 일등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가 이번에 해외연수 갈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김병운 상주작가님은 “선생님, 김칫국 금지예요.”라는 답을 돌려주시곤 했다. 그리고 2025년 4월, 가온도서관이 최우수 시설로 선정되었다는 결과발표를 보고 연락을 드렸다. “제 말이 맞죠! 짐 쌀 준비하세요.”

      그렇게 도착한 영국에서 마주한 것은 책이 대중 안으로 스며들고,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광경이었다. 막연히 한국의 작가 생가와 같은 관광지의 형태, 대출·반납 위주의 도서관 형태가 주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다. 어느 곳 하나 사유화된 곳이 없었다. 누구나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소박하고 편안한 장소들,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참여’의 요소들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영국의 문학 현장은 기념이나 보존, 보관의 장소가 아니라, 접근과 참여의 장소라고 부르는 것이 걸맞았다.

      2연수 일정 중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영국문화원 문학 담당 관계자와의 미팅 중의 말이었다. “번역이라는 언어적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문학은 종이와 펜 그리고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든지 퍼져나갈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오케스트라나 공연처럼 큰 장비나 무대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학은 더 보편적이고 확산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영국 국외연수 일정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도서관 사서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책이 일상에 스며드는지’ 영국의 문학 향유 방식을 나름대로 따라가는데 있어서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였다.

   

   영국 국립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받은 주요한 인상은 보존과 개방의 공존이었다. 사실 어느 도서관이 이 두 가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냐마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영국 국립도서관의 노력이 더 와닿았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희귀·고자료 중심의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 누구나 패스를 발급받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 그리고 수장고 자료의 신속한 제공(신청하는 모두에게)과 디지털 제공을 병행해 이용의 시공간적 제약을 낮춘 점이 인상 깊었다. 

   생활권 단위의 원 마일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을 ‘연구자를 위한 장소’에서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도 돋보였다. 국립 단위의 도서관이 원 마일 커뮤니티를 중점 사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국립도서관이지만 여전히 지역에 존재하는 모두를 위한 개방 공간이 되고자 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도서관들이 지역 커뮤니티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결국 도서관이 제 기능을 다하고 널리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18~24세 지역 청년층을 도서관 이용자를 넘어 도서관 콘텐츠 생산자(숏폼, 틱톡 등 디지털 미디어 홍보)로 위치시킨 것도 유효한 전략으로 보였다. 그들의 일상에 자리 잡기 위해서 청년세대가 단순 이용자가 아닌 도서관 콘텐츠의 제작자, 기획자가 되도록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도서관에 애정을 가진 미래 세대가 되도록 이끌었고 도서관과 지역 커뮤니티의 연결자가 되도록 하였다. 

    


   

   런던의 보트 서점 Word on the Water

   물 위에 떠 있는 보트 안의 작은 서점은 런던 관광지의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서의 입장에서 100년이 막 된 보트 위의 작은 서점은, 거창한 공간 없이도 책이 일상과 맞닿을 수 있음을 설명했다. 전혀 크지 않은, 다섯 명이 들어가면 비좁아지는 이 공간에 끊임없이 방문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리고 줄을 따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공간과 그 안의 책들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이 서점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보트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빼곡히 들어간 책들은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신간과 중고, 고전과 현대, 아동서로 구분되어 있다. 서점을 나와 찾아본 바로는 이 작은 공간에서 낭독회(Poetry Slam)를 비롯한 오픈 마이크 공연이 수시로 열린다고 한다. 주변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계 없이 닿을 수 있는 형태의 행사들은 결국 문학이 어떻게든 일상에 스며들게 한다. 이러한 생각은 뒤이어 방문한 에든버러에서 더 강해졌다. 중요한 것은 문학이 얼마나 일상과 접점을 가지는가다. 폐쇄적인 형태에서 누군가 꼭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일상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맞닿을 수 있는 형태의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에든버러 국제 북 페스티벌

   에든버러는 2004년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어 20주년을 맞은 도시다. Edinburgh City of Literature Trust는 에든버러의 문학창의도시 이후 문학을 실제 도시에 뿌리내리게 하는 목적으로 설립한 독립 비영리단체로, 문학 프로그램 개발, 국제 교류 허브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트러스트와 함께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다양한 출판·교육 기관이 협력하여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이를 상징하는 축제가 바로 에든버러 국제 북 페스티벌이라고 볼 수 있다. 매년 수백개의 프로그램과 세션이 기획되며, 건물 하나, 장소 하나가 무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대가 되어 축제가 이루어진다. 2025년에는 약 700개의 행사에 641명의 작가가 35개국에서 참여하였다.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에서도 미래 세대와 문학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유·아동 참여자를 대상으로 3권의 도서를 무료 제공한다는 점이 그러했다. 이외에도 프로그램은 유·무료,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참여자들의 문턱을 조정하고 있었다. 황석영 작가의 세션이 큰 호응을 얻었다는 관계자의 후기를 전해 들으며 다시 한번 문학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어디든지 퍼져 나갈 수 있으며 언어와 국경을 넘어서는 공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학도시로서 에든버러의 노력은 국제 북 페스티벌의 유치와 운영에 국한되지 않았다. 국제 북 페스티벌 관계자의 “문학도시의 의미는 타이틀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만들어지는 기회에 있다. 대중이 동참하지 않으면 타이틀은 공허하고 아무 의미없는 것으로 남을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이 말들이 오가는 사이 주변은 여러 학교에서 방문한 아이들로 가득해졌다. 누구나 오갈 수 있게, 대중이 동참할 수 있게 기획된 곳에서 끊임없이 뛰어놀며 전시관을 구경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한국의 여러 도서전, 페스티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북페스티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들이 지속적으로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지역사회에서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유인 장치들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말에서 이들에게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이들이 결국 이러한 문학적 수혜를 제공하고자 하는 대상은 일상에 맞닿아 있는 대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 기획 특별 전시 Dear. Library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디어 라이브러리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개별적인 독서경험을 공공의 서가와 물리적으로 이어주고, 참여를 확장하는 전시이다. 디어 라이브러리 전시는 2025년 스코틀랜드 국립도서관의 건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로, 이름 그대로 ‘도서관에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주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전시는 참여형 전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용자가 스코클랜드 국립도서관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면서도 중간중간 자신의 도서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눈여겨본 것은 [삶을 바꾼 책], [나를 비추는 책], [중요한 말을 알려준 책], [나를 과거로 데려가는 책], [다시 찾아 읽는 책], [시야를 열어준 책],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책] 등의 코너에 자신이 추천하는 책을 적고 실제로 해당 도서를 옆 서가에 모아둔 곳이었다. 서로서로 독서 경험을 공유하고, 개인의 독서경험이 다른 사람의 독서경험을 릴레이로 이끄는 자발적 참여의 공간이 이렇게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니 놀랍기도 했다. 또 시대별 도서관 회원카드 아카이브, 대중문화 속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분장가능 코스튬 배치)를 전시해둔 곳도 도서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 같아 사서로서 큰 감동을 느꼈다.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 National Centre for Writing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던 곳은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였다. 관계자들의 따스한 환대도 좋았지만, 상주작가 지원사업 담당자로서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작가와의 상호협력에 대한 더 많은 예시와 롤모델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노리치에서 많은 예시를 얻어갈 수 있었다. 국립문예창작센터의 레지던시 사업은 단순 체류 지원을 넘어 작가 맞춤 지원을 진행 중이었다. 오픈콜을 통해 참여가 확정된 작가와의 니즈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필요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해당 작가에게 적합한 현장의 자원을 활용, 매칭하기 위해 담당 직원들이 세심하게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예로 2023년에 방문한 희극작가의 경우, 다른 지역의 극장과의 연결까지 지원해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게 돕고, 작가마다 서로 다른 커미션을 부여해 작가 고유의 역량과 지역 서사를 결합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미팅 중간에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참여한 도서관과 문학관의 사업 성과물도 공유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립문예창작센터 측에서 한국의 성과물을 보고 놀라워했던 것 역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커뮤니티 챔피언이라는 가칭을 붙인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구상 중인데, 지역 내의 23개 작은 도서관을 거점으로 다양한 작가들을 초청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다보니 한국의 상주작가 지원사업 프로그램이 국외의 시선으로 보기에도 아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도서관 담당 사서로서 주로 생각했던 것은 ‘상주작가가 함께 함으로써 도서관이 무엇을 더 얻어갈 수 있을까?’ 혹은 ‘상주작가가 어떻게 해야 도서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협력과 만족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생각뿐만 아니라, ‘상주작가가 도서관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를 각 기관에서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주작가가 기관에 상주하면서 어떠한 문학적 지원을 바라고 있는지, 상주작가가 원하는 방식의 이용자와의 소통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작가의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기획, 운영할 때 서로가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연수는 잘 기획된 작은 일상의 접점이 공공의 참여와 만족을 높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여정이었다. 2025년에도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담당자로서,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 이용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홍보되고 있는지, 참여에 제약이 없는지, 그리고 참여한 이후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이어갈 수 있는지, 상주작가에게는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상주작가의 성향과 만족을 고려하였는지를 다방면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언제나 문학이 지역사회의 일상에 조금 더 다가가길 바라지만, 그걸 어떻게 평가하고 측정할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 어떠한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고, 실천되고 있는지 따져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프로그램과 행사를 운영하며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돌아가는 참여자들의 표정과 후기를 보며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은 문학 덕에 풍요로워졌구나, 라고 막연하게 믿는다. 상주작가 지원사업 덕분에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 

    

   

<2024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수시설 담당자, 상주작가의 역량 강화를 위하여 문학의 나라 영국의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를 탐방하고 우수사례를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25년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 6박 8일간의 참여자들의 이야기들은 문장웹진–모색 10월호에서 총 6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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