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 작성일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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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거마도서관)
유종의 미
거마도서관 흥흥 작가
들어가며
3년 동안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하며 감사한 일이 많았다. 덕분에 계속해서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상주작가 사업과 개인작업을 언제까지 병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2025년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한 작가가 최대 3년까지만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내 마지막 3년 차의 상주작가 무대였던 거마도서관이 우수시설로 선정되었다.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수시설로 선정된 것도 모자라 영국 연수의 기회까지 얻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연수를 통해 상주작가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는 의미로. 더는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지만, 지난 3년간 상주작가를 하며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영국 연수로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영국 연수는 그런 경험이 되었다.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사업’을 떠올리면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삼각형 그림이다. 이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는 각각 공공시설, 서점, 작가라고 쓰여 있다(여기서 공공시설은 도서관이나 문학관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삼각형의 중앙에는 독자가 있다. 이 연수 후기는 일정 순서와 상관없이 내내 이 삼각형을 떠올리며 썼다.

공공시설

상주작가로 여러 해 근무하면서 점점 더 모집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프로그램만 기획했다. 상주작가 사업은 참가자들이 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 많은 혜택이 지역에 돌아가는 것이고, 이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영국국립도서관에서 만난 Community Engagement Manager인 Jamal Mohamed를 만나면서 깨졌다. 지역주민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18~24세 청년층이 도서관에 더 자주 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관해서 물으니, 그 전까지 도서관의 주 방문층은 지식인, 학자 등이었기 때문에 도서관 방문 및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18~24세는 수험생이면서 취업 준비생이다. 이 연령층은 책보다 학업이나 자격증에 집중하다 보니, 문학 독서율이나 문학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고백건대 상주작가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개설해봤자 신청자가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과연 그랬을까. 그리고 그게 과연 중요한 문제였을까. 신청자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신청자가 서너 명뿐이라고 하더라도 18~24세의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성과는 단순히 보고서 한 줄로 그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인원수에 상관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려면? 상주작가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수에 제한이 사라지거나 프로그램 참가 인원수가 적은 프로그램도 많은 프로그램과 똑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상주작가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문학으로 한정했던 것에도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는 스코티시 스토리텔링 센터의 방문을 통해서였다. 이곳은 구전문학을 전하는 곳임에도 특정 나이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공간도 있었고, 공연과 전시를 위한 공간도 있었다. 이렇게 복합적인 공간이다 보니 정적인 공간이 아닌 동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센터가 여러 사람의 교류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어서이기도 했다. 특히, 공연, 음악, 무용 등 다른 여러 장르와 협업을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상주작가 프로그램으로 성우를 초빙하여 아이들과 함께 낭독극을 한 적이 있다. 문학은 아니지만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더 입체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가나 음악가, 무용가를 초빙할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아직도 상주작가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에든버러 문학창의도시
한국의 문학창의도시는 두 곳이다. 원주와 부천. 두 곳 모두 개인적인 일로 방문한 적이 있을 뿐 문학창의도시로서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세계에서 첫 번째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된 에든버러에 방문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에든버러뿐만 아니라 노리치 또한 문학창의도시였는데 이번 연수 일정에서 문학창의도시를 두 곳이나 방문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에든버러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재단 대표인 Dr. Harriet MacMillan을 만났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에든버러는 2024년인 작년, 문학창의도시로서 20주년을 맞았지만 당시 담당자의 질병 부재로 이렇다 할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에든버러가 문학도시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자신의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그런 그의 말은 한국의 문학창의도시인 원주와 부천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에든버러에 Literature House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문학창의도시임에도 그걸 상징하는 공간이 따로 없어서 공간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고. 원주와 부천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원주와 부천이 한국의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인 것은 영국 연수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 작가라는 직업은 차치하더라도 나름 문학과 관련된 곳을 찾아다니는 편인데도 그랬다. 이런데 일반 시민들은 오죽할까. Harriet의 말로는 에든버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따라서 대중들에게 에든버러를 문학창의도시라고 홍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트램에 시를 전시하거나 책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에도 시가 전시되어 있어서 이해가 잘 되었지만, 책 자판기는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Harriet에게 물으니, 펭귄 출판사의 대표가 엑시터라는 영국의 도시와의 협업을 통해 책 자판기를 만들어서 공급했는데 이게 상당히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책 판매로 생긴 수익금이 출판사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에 쓰이거나 작가를 지원하는 등의 투자 방식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런 유통, 투자 모델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KTX 역에서 책을 팔거나 KTX 열차 안에서 책을 판다면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텐데. 기억을 거슬러보면 한국의 지하철에도 책 자판기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단행본이 아니라 혈액형이나 별자리 등 일시적인 소비에 그치는 소책자 판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국의 지하철 책 자판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지하철 책 자판기에서 책을 사는 것과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Harriet은 지하철 책 자판기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이 될 수 있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출판사에는 새로운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또한 독자는 이 경험을 사진으로 공유할 수도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런 답변을 들었을 때, 솔직히 처음에는 실망스러웠다. 이런 이벤트는 한국에서도 흔한 것이었으니까. 한국의 도서전에 가면 시 자판기부터 시작해 책 처방전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놓친 게 있었다.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금 Harriet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의 인지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한국의 문학창의도시뿐만 아니라 문학관까지도 맞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는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곳이다. 작가가 상주하는 공간이 궁금하기도 했고, 다양한 작가들이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 곳이기도 해서다.
Head of Programmes & Creative Engagement인 Holly Ainley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립문예창작센터에 머물렀던 작가 중에는 한국 작가도 많았다. 2023년에 상주했던 이연주 극작가는 극장과 관련하여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했다. 이에 국립문예창작센터는 노리치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극작가를 만나는 것까지 도움을 주었다. 결과물에 있어서 신정근 사진작가에게는 노리치에서의 영감을 작품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연수차 방문한 공간에 한국 작가들이 상주해 있었다는 사실은 묘한 설렘이 되었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 공간에 상주한다면 어떤 작업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할지 상상해 보는 시간 덕분일 것이다. 이로 인해 해외 레지던시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에게도 작은 씨앗 하나가 내려앉은 것 같았다.

노리치 국립문예창작센터는 Writers Hub라는 온라인 자료집을 가지고 있어서 작가들이 국립문예창작센터에서 머문 시간을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등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사실 상주작가도 상주작가의 경험을 글로 쓴다. 하지만 이 글은 모든 상주작가 활동이 끝나고 쓰는 후기에 그친다. 국립문예창작센터의 Writers Hub로 인해 작가가 얼마나 압박감을 느낄지는 상상이 안 가지만 센터로서는 분명 사업에 도움이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후기만으로는 상주작가의 모든 일상을 공유할 수는 없으니까.

국립문예창작센터와 작가의 협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상주작가 사업의 지향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국립문예창작센터에서는 작가가 본인의 주도하에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편안한 분위기의 소셜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작가 본인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발표하면 참가자들이 누구를 만나보라고 추천하거나 제안한다고 했다. 내가 상주작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작가의 자율성과 연결이 되었다.
그렇다고 국립문예창작센터가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작가의 기존 작업물을 통해 작가의 특성을 파악하고, 또 작가와의 상의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참여 작가에 대해서 공부하는 센터라는 점은 상주작가 사업에서 담당자와 시설의 역할을 짚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서점
앞서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사업’을 생각하면 떠오른다고 했던 삼각형의 꼭짓점 중 하나는 서점이다. 한국인에게도 영국 서점은 유명하다. 다만, 에코백으로. Daunt Books와 London Review Bookshop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이건 여행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정말 많은 서점을 방문했다. 이는 영국에 이만큼이나 많은 서점이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Waterstones부터 시작해 Foyles, The book Hive, Hatchards, Word on the water, 그리고 Daunt Books까지. 여기에 Cecil Court에서 우연히 방문한, 신비로운 서점인 Watkins Books까지 더하면 일곱 군데나 된다. Waterstones와 Foyles는 대형 체인 서점으로, 이 중 Waterstones는 런던 시가지를 걸어갈 때마다 만날 수 있었다.
Waterstones나 Foyles와 같은 대형 서점의 방문으로 현재 영국 내에서 한국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강 작가의 책을 비롯해 박상영, 손원평, 김호연 작가의 책을 매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 문학 작품과 더불어 다양한 한국어 교재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영문으로 된 한국문학을 소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한국어 교재를 구매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서점을 통해서는 상주작가 사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The Book Hive는 독특한 큐레이션이 있는 서점이다. 일반적인 진열 방식을 따르지 않은 서점 직원의 큐레이션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들어보니 이곳에서는 ‘Mannington Book Bash’라고 하는 연례 문학 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해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이는 여러 작가가 참여하여 독자들과 소통하고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인데, 이러한 설명을 들으니 상주작가 사업의 ‘문학상주작가 스테이지’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또 다른 서점으로는 Watkins Books로, 타로, 오컬트, 미스터리 등을 다루는 서점이었다. 좁은 공간은 책과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북적이는 공간의 한쪽 구석에 타로 카드를 유료로 봐주는 공간이 있었다. 책과 함께 불상이나 타로카드를 팔면서 타로카드까지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록 작지만 복합문화공간으로 보였다. 서점의 크기는 물론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한류라는 말은 K-컬처로 바뀌면서 다양한 문화 산업으로 확대됐다. 한국의 문학, 영화, 노래, 뮤지컬 등등 세계 곳곳에서 K-컬처와 관련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그 모든 결과물의 시작점엔 창작자가 있다. 공공시설, 서점을 이어 삼각형의 마지막 꼭짓점은 작가, 즉 창작자다. 창작자는 작품을 생산하고, 그렇게 생산된 작품을 독자들은 서점이나 공공시설에서 소비한다. 따라서 창작자가 건강하지 못하면, 문화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건강한 창작자는 건강한 지원으로 만들어진다.
이번 영국 연수를 통해 창작자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그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란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예술을 업으로 삼는 창작자들도 투잡, 쓰리잡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도서관의 정부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정부는 공공시설과 창작자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영국 예술 산업의 미래는 밝은가?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영국에 가서 엉뚱하게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국에는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사업‘이 있다. 이는 ‘작가가 안정적인 창작 환경에서 창작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단순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업이다. 작가를 그만두려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상주작가 사업을 발판 삼아 작품을 다시 쓸 수 있었던 작가도 있을 것이다. 그 작가는 훗날 조앤 K. 롤링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조앤 K. 롤링도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로부터 문학 기금을 지원받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후속작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쓸 수 있었다. 그의 문학적 가치와 잠재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계산기만 두드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의 해리포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20세기의 영국문학도 지금처럼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상주작가 사업이 끝난 게 실감나지 않았다. 지금 영국 연수 후기를 작성하면서 비로소 실감이 된다.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는다. 상주작가 사업에 더는 참여할 수 없지만, 상주작가를 하며 얻은 안정과 신뢰만으로도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원동력이 생겼다.
이제 나는 다시 전업 창작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길은 더 이상 불안하거나 외롭지 않다. 상주작가 사업으로 쌓은 경험은 내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그 가능성은 사업이 끝난 지금부터 더 크게 빛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독자와 만나는 다양한 통로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문학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쉴 수 있을지 실험할 것이다. 상주작가 사업이 내게 안정과 신뢰를 선물했다면, 이제는 그 토대를 바탕으로 더욱 앞으로 나아갈 차례다. 영국 연수에서 본 다양한 문학 실험과 창작자 지원 방식은 언젠가 한국에서도 새로운 제도로, 또 다른 창작자의 발판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업의 끝이 아니라 시작, 개인의 한 걸음이 아니라 문학 공동체의 도약. 나는 그 미래를 향해 계속 쓰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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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수시설 담당자, 상주작가의 역량 강화를 위하여 문학의 나라 영국의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를 탐방하고 우수사례를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25년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 6박 8일간의 참여자들의 이야기들은 문장웹진–모색 10월호에서 총 6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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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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