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 작성일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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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 《문장웹진》 다시 읽기
문장 서포터즈 2기 김성호
설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짓기 위해서다. 2024년, 작년에 기획 연속좌담으로 진행되었던 ‘창작, 노동: 4차〈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를 다시 읽자는 취지에서 특별한 형태랄 것 없는 이 ‘대화’가 이루어졌다. 대화는 1년 반 전의 좌담에서 이루어졌던 미래 설계를 돌아보고, 2025년 대학생 작가의 현재는 어떠한지 톺아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설계를 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지어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집’이라 명명하고, 그 집 안에 어떠한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2024년 《시와산문》 문예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올해 여름 첫 시집 『네가 오렌지를 먹는 동안 나는 시집을 읽었다』(달아실 출판사)를 펴냈으며 현재 대학 재학 중인 임수민 시인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김성호(이하 김): 오늘 인터뷰일로부터 2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요. 작년 여름에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나서 올해 여름 첫 시집을 펴내셨는데, 1년간 집필 활동에 학부 생활에 많이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얼 하고 계시나요?
임수민(이하 임): 첫 시집을 출간하고 나서 두 번째 시집을 바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시편 원고를 투고했는데, 좋은 기회로 계약이 되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김: 오, 바로 두 번째 시집이라니. 활동이 왕성하시네요. 개강을 앞둔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강을 앞둔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웃음). 저와 같은 문예창작과이기도 하니까요.
임: 창작 수업이 많아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고,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학교생활과 집필 작업을 같이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성호 님은 방학 때 무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김: 저는 일단 종강날 교수님의 조언대로 전작주의자가 돼서 한 작가를 좀 깊게 파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빠지게 된 작가가 2018년 타계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예요. 단편소설도 세 편 정도 썼습니다. 곧 신춘문예와 공모전 시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수민 님은 등단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신 것 같아 부럽기도 해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고충이 있을까요?
임: 등단을 했지만, 작은 곳에서 등단했기 때문에 작품 청탁이나 시집 출간, 홍보에 관련해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학생’이라서 원고료를 제대로 못 받는다거나, 저를 알리는 데 많은 기회가 없다거나. 아까 한 작가를 팠다고 하셨는데, 어떤가요? 확실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김: 한 작가에 빠져서 읽는다는 건 일종의 ‘사랑’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의 대상이 작가든 작품이든 간에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확실히 ‘학생’이라는 신분과 ‘작가’라는 신분이 충동했을 때 발생하는 지점이 있는 듯해요.
좌담에서는 개회를 비롯해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일상적 삶을 다룬 ‘글과 삶’, 글을 쓰는 삶의 어두운 이면, 그리고 현실적 어려움을 얘기한 ‘벽’, 미래 설계라는 기획 주제와 맞닿아있는 개인적 노력의 이야기, 그리고 그럼에도 쓰는 이유를 담은 ‘선택과 집중’, 이렇게 세 가지 꼭지로 얘기가 진행되는데요. 작가 지망생이든 작가든, 글을 쓰는 누구든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와 지금, 대학생 작가로서 달라진 게 있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좌담의 내용에서 나오지 않은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임: 달라진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합평 때 똑같이 칭찬받고 지적받고‧‧‧. 근데 등단을 했든 안 했든, 학우들이나 교수님이 제가 등단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등단 전후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느낌이에요.
김: 등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알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장단점이 있겠지만요.
임: 학교 특성상 메이저 문예지로 등단하면 직접 알리지 않아도 현수막을 걸어서 학교 측에서 알고 알린다든가 하잖아요? 근데 저는 작은 곳이고요. 예를 들어 지역 문예지로 등단했지만 중앙이나 메이저 문예지에 등단한 학생처럼 현수막에 실리지 못하는 경우도 봤어요(웃음). 여러모로 알려 봤자 이점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디로’ 등단했냐, 그 출신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김: 그러니까 고등학교로 치면 어느 대학을 갔다, 인서울을 했다, 안 했다 그런 느낌의 차이로군요. 사실 등단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등단 출신지를 굉장히 예민하게 따지기도 하면서 일종의 압박감, 조급함도 많이 느끼잖아요? 수민 님이 동료나 후배들한테 그런 면에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임: 마음 같아서는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등단이나 출신에 목매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출판사를 보고, 등단 출신지를 보니까요. 그렇지만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독립 출판이나 출판사 투고가 예전보다 더 활발해진 듯해요. 다른 거 다 배제하고 원고로만 평가받아 출간하는 미등단 작가들도 많아졌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등단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을 순 없겠지만 활로가 더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방향과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김: 그렇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2024년 좌담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읽으면서 어떠셨나요? 그때 좌담의 제목은 창작 노동과 관련한 대학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였는데요. 그 내용은 등단 및 미등단 대학생 작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문학적 삶’, ‘글쓰기’, 그리고 그것을 영위하기 위한 전반적인 과정들을 담고 있죠. 먼저 제가 이걸 다시 읽기 콘텐츠로 뽑은 이유는 간단해요. 저와 같은 또래나 동료들의 글쓰기를 포함한 상황과 처지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미래 설계’라는 표현에 끌렸거든요. 미래는 미래로만 막연히 생각했지, 구체적으로 설계라는 목적을 두고 생각하거나 이야기해 본 적은 거의 없는 듯해요. 수민 님은 인터뷰 제의를 들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임: 저도 성호 님과 비슷한 입장이라 좌담 내용을 흥미롭게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재밌기도 하고, 또래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으니 위안도 되고요. 미래라는 게 워낙 막막하잖아요. 설계라는 표현을 붙여도 어느 정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좀 더 구체화하는 이 대화에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약 2년 전의 좌담을 2025년 현재 다시 얘기하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문학과 관련된 제도도 정치와 맞물려 바뀌고 없어지고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있고, 대통령이 바뀐 게 제일 큰 사건이겠네요(웃음). 2년이라는 물리적, 현실적 시간이 어느 정도 그때와 달리 틀을 바꾼 건 확실하니까요. 지금도 아니라곤 말 못 하겠지만 그때는 대학생 작가를 포함한 모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위기였던 것 같아요. 위기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문학 예술인의 삶에 대한 제도의 미비, 현실적 제약, 그리고 어떤 문학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라고 치죠.
임: 성호 님 말씀처럼 정말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많다면 많은 게 바뀌었어요. 현실도 그렇고, 저 자신도 그렇고. 중요한 건 그때 좌담에서 오갔던 말들, 대화가 지금도 유효한 부분이 크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지금 다시 읽는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사적이고 개인적인 관계가 아닌 이상. 그런 자리를 문장 웹진이 기획해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 맞아요. 문학의 미래를 논하기 위한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대화죠. 그럼 몇 가지 질문을 더 이어 나갈게요. 먼저 수민 님이 생각하기에 현재 상태나 상황, 신분에서 가장 막막했던 때가 있을까요?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화가 미래 설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집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얘기거든요. 좌담하고 이어지기도 하고요. 우리가 아직 그 집을 꿈꾸거나 바라보기엔 이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머릿속으로 그리고 상상해 볼 순 있으니까요. 수민 님이 그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힘들었거나 외로웠던 순간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임: 음, 글을 계속 써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내가 글을 왜 쓰고 있지? 라는 회의감? 그런 것들도 자주 찾아왔어요. 무엇보다 글쓰기가 곧 나의 미래, 또는 밥벌이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미래를 생각해 보면,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린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적인 면이 받쳐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글만 쓰다 보면 남들이 일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저 혼자 제자리에 머물러있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해요.
김: 그 불안감과 외로움, 회의감은 저도 많이 공감이 가요. 미래에 대한 부분도요. 글, 문학이란 게 결국 내가 좋아서, 나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책임이 문제죠(웃음). 동의하시나요?
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김: 결국 이 고민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평범한 처지인 이상 누구나 갖는 공통의 문제겠지요. 집이 지어졌다면 그 집을 수리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리라 생각해요. 또는 혼자 살지 않고 다른 동거인을 들일 수도 있고요.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수민 님이 집(그것이 문학이든지 문학적 삶이라든지)을 위해 포기하거나 얻고자 노력하신 게 있을까요?
임: 포기한 건 딱히 없는 듯해요.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도 없었고요. 더 자세하게 말하면, 처음엔 그저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상태였어요. 그러다 대학 문예창작과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쳤죠. 부모님이 일정 부분 지원도 해 주셨고요. 그런 생각은 들어요. 부모님이 지원을 일절 해 주지 않고 반대했다면 문학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요.
김: 저는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던 경우라 부럽기도 하네요. 지금은 부모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상태이지만요. 대학생 작가로서, 지원을 받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부모님의 지원이 영원할 순 없을 테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보면, 그러니까 현실적인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도 문학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수민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임: 전업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 순 없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야근을 많이 하는 회사에 다닌다거나 해서 글을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쓸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글을 쓰는 빈도나 시간을 줄이더라도 창작은 계속 이어 나갈 거라고 여겨요. 글을 쓰는 데 많은 준비나 돈이 드는 건 아니니까요. 성호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직장을 다니고 싶다고 해도 문예창작과 특성상 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그런 애로사항을 염두에 둔 적 있으신지. 문학과 생업을 병행하는 일과 관련해서요.
김: 저도 많은 부분 동의해요. 막 베스트셀러가 되고 2차 판권이 팔려서 영화화가 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글쓰기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병행해야겠죠. 저는 서점이나 중고 서점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어요. 글쓰기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가까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서요.
임: 오 서점도 있군요. 좋은 직업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들어요. 만약 생업 때문에 문학을 포기하고 싶거나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떠실 것 같아요? 저는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글을 쓸 수 없는 삶은 이어 나가고 싶지 않고요. 쪼들린다고 해도 글쓰기를 무조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어요.
김: 저는 이번에도 수민 님과 비슷한 생각해요(웃음). 문학을,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건 누구에게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저도 선택의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고, 만약 온다 해도 문학을 택하리라 생각해요. 이미 제 삶은 문학 안에서 다시 태어났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임: 멋진 표현이네요.
김: 감사합니다. 슬슬 대화를 마무리할 때가 되어서요. 수민 님은 미래를 설계하시는 중일까요, 아니면 이미 설계를 마치고 그 집에 들어가서 머무는 상황일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포함해서 자유롭게 얘기해 주세요.
임: 원래는 살면서 계속해서 설계를 해 나간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계속 그런 걸 설계하는 중이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작년 좌담에서도 나왔듯이 창작도 하나의 엄연한 노동임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어요. 창작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거예요. 이 대화를 통해 너무 막연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던 현실과 삶을 제대로 마주친 기분이에요. 앞으로 창작과 현실적 삶의 양립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 봐야겠다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김: 만약 나중에 2024년 좌담이나 지금의 다시 읽기 ‘대화’가 또다시 읽히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성호 님이 말씀하신 집 안에서 바라볼 수 있겠죠. 그러기를 바라고요. 이런 기획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겐 더 많은 창구, 그러니까 소통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문장 웹진》이 멋지게 그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해 주면 좋기도 하겠고요. 하하.
누구나 만족하는, 완벽한 설계도나 집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집을 아끼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아낀다면 우리는 ‘집’이라는 물질적 속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문학을 향유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집을 보고 싶다. 최초의 설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만들어진 집과 최후에 남은 건 무엇인지. 기꺼이 대화에 함께해 준 임수민 시인에게 감사하며, 대화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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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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