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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

  • 작성일 2025-01-01

기획의 말

《문장웹진》은 연초에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그 이유와 함께 추천받았고 해당 작품은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로 하여금 시각화하였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재율, 「겨울 놀이」를 읽고 (《문장웹진》 2024년 1월호)

피츠



피츠 작가 한마디

그래도 우리는 여기 함께 있지.


독자의 한마디

모난 것들은 끝을 꼭 봐야만 끝이 난다


▶정재율, 「겨울 놀이」 감상하러 가기

피츠 작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그립니다.

문장웹진 1월호 살펴보기

행복한 문학여행을 떠나요 - 노벨문학상과 한강 그리고 ‘문장의소리’

행복한 문학여행을 떠나요 - 노벨문학상과 한강 그리고 ‘문장의소리’ 최창근 지난해 12월 10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렸던 ‘2024 광주에서 온 편지’ 행사에 다녀왔다. 한국 시간으로 그날 자정 스웨덴에서 시작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생중계로 보면서 광주시민들이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자리였다. 작가가 부른 노래도 흘러나왔고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시극도 공연되었다. 작품과 연계된 문학 강연도 풍성하게 열려서 시국은 비록 어수선했지만 그 와중에도 국민들에게 유일하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축제였다. 운명의 날이었던 10월 10일 작가의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안무가가 연출한 춤 공연을 보러 청주에 내려가 있을 때였다. 작가의 여고 동창이기도 한 극작가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한강 노벨상!!”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고 정말 믿기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현실감각이 돌아오자 마치 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너무나 기뻤고 마음이 참 뿌듯했다. 작년 가을은 그 일로 내내 가슴이 설렜다.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영예이기도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세계문학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문학 전체가 상을 받은 것 같아서였다. 그렇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실감이 안 나는 건 매한가지다. 작가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후 지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한강 작가가 가장 가까울 거라는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그 시기는 먼 훗날의 일이었고 이렇게 일찍 갑자기 받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작가와는 작은 인연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5년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에서 그 당시에도 요즘과 마찬가지로 얘기되던 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헤쳐 나가려는 방안의 하나로 사이버공간에 문학 종합 포털사이트인 ‘문장’을 창안했다. 문장 안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인터넷 문학라디오였고 나는 훗날 ‘문장의소리-행복한 문학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인 그 문학라디오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작가를 겸한 피디였다. 한강 작가는 ‘문장의소리’ 첫 방송의 초대 손님이었고 그 후로 진행까지 맡아 2005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9개월을 서울 합정동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한 작가가 진행을 맡았을 때 프로그램 기획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을 돌아가며 소개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포함해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낭독해서 들려주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한강 작가와 떠나는 세계문학여행’이었던 셈이다. 그때 우리는 서로 협업해서 이미 노벨 문학 방송을 제작했던 건 아닐까. 그로부터 20년 후에 그 문학 방송의 진행자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은 천지의 기운이 도운 하늘의 뜻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

  • 관리자
  • 2025-01-06
길이 깊이 남을 이름

길이 깊이 남을 이름 서효인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그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입에 올리며 익살맞고 괴팍하게 군다. 아이야 나쁜 소리는 그만해야지, 조그맣게 타이르다가 이내 그만두고 우리 둘은 시사 프로그램의 패널이라도 된 듯 같이 떠든다. 서로의 말에 말을 붙이며 나쁜 소리 맘껏 한다. 아이야, 그래도 욕은 말아야지, 아까 아빠한테 배운 건데, 아니꼬우면 커서 하든지, 크면 재미있고 나쁜 말을 많이 해야지. 이 말들이 뉴스보다 재미있고 뉴스보다 의미 있는데도 뉴스만 본다. 그런데 말이야, 언젠가 이런 일도 있었지. 내 키가 너만 할 때 소풍이라 하면 꼭 상무대에 갔었다. 상무대에는 땅굴 모형이 있었어. 1호 땅굴에 다녀와서 2호 땅굴 모형으로 갔다. 2호 땅굴 모형에 다녀와서 3호 땅굴 모형에 갔다. 그들은 땅굴을 파서 무얼 하려 했을까? 땅굴을 나와 사람을 죽이려 했을까? 총과 칼로? 쏘고 찔러서? 이윽고 땅굴 끝에서 정훈장교가 물었어. 그래서 우리의 주적이 누구라고? 나와 친구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어. 전두환! 아이는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딸은 금세 뉴스에 흥미를 잃은 듯 제 방에 숨어 게임을 한다. 언젠가 저 방이 기나긴 땅굴이 될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아이에게 너의 주적이 누구인지 아느냐 절대 묻지 말아야지. 아이가 사라졌으니 편하게 뉴스를 볼까. 다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 좀 보라고. 아이의 땅굴에 조각칼로 판 어떤 이의 이름이 보였다. 그것은,

  • 관리자
  • 2025-01-01
자신만은 천국에 갈 것이라 굳게 믿는 이들이 모인 지옥

자신만은 천국에 갈 것이라 굳게 믿는 이들이 모인 지옥 서효인 지상에 빛이 쏟아져 그들의 허연 입김과 몸을 섞었다. 내 할아버지에게서도 같은 냄새가 났었다. 하루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유황처럼 냄새를 뿜었다. 씻겨지지 않는 그것들을 매단 채 모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았다. 천국에 갔을지는 모른다. 그의 장례식에는 동네 교회의 집사와 간사가 여럿 모여 찬송가를 불렀다. 찬양하였다. 불쑥 쏟아지는 빛에 눈을 찡그렸다. 장창을 든 천사가 다가와 서명을 요청하였다. 나는 이름만 적으면 천국에 갈 수 있는 건지 물었다. 천사는 말했다. 믿는 자는 의심할 자격이 없거늘. 내 할아버지는 끝내 문맹이었으나 이름만은 적을 줄 알았다. 그렇다면 그는 천국에 갔을까. 하나 그는 여기에 없고 믿는 자들에게서는 할아버지의 냄새가 났다. 그들은 사역 중이었다. 일하는 중이었다. 매달려 있었다. 노동을 마친 할아버지는 기도 없이 저녁을 먹었다. 나는 천사의 연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인지 빌듯이 말아 쥔 손을 인중에 대고 골똘했다. 할아버지는 산업재해로 손가락 둘을 잃었다. 봉합 수술은 실패했다. 스피커에서 천둥이 울린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겨울의 빛은 늙음처럼 공정하고, 그 아래에서 천사들의 얼굴이 허옇게 밝았다. 그것은 믿는 자의 얼굴 믿는 자의 찬양 믿는 자의 소문 믿는 자의 믿음 믿는 자들이 어깨를 파닥이니 몸이 지상에서 두 뼘쯤 떠올라 땅에 발이 닿지 않았다. 겨드랑이를 펄럭일 때마다 냄새가 온 세상을 쥐어팰 듯 퍼져 나갔다. 깃발이 펄럭였다. 문득 나는 우리 할아버지 천국에 갔을까. 아니면 이제라도 이름을 적을까. 고민인데‧‧‧ 어디선가 그의 음성 들린다. 저들은 저들의 죄를 모른다. 아니, 안다. 사라진 천사를 찾아 바닥에 코를 대고 개처럼 킁킁거리니 기도하는 자세가 되었다. 지상의 빛이 재가 된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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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시대와 응답

시대와 응답* ― 한강과 90년대 문학의 (비)정치적 감수성에 관하여 최진석 1. 감수 능력과 문학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롬의 콘서트홀에서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그 주인공은 한국의 소설가 한강.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여러 작품 중 『소년이 온다』를 대표적으로 거론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했다.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과 고통의 참화를 세계 시민들의 보편적 공감으로 끌어올린 문학적 성취에 관해서는 앞으로 끊임없이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직전에 벌어진 사건, 즉 광주의 역사로부터 44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계엄이 재연되었다는 점에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사태의 정치·사회적 후폭풍에 대해서는 일단 말을 아끼자. 지금은 한강의 문학적 성취가, 더 정확히 말해 ‘노벨상 수상’보다는 작품 세계를 통해 표현해 낸 ‘문학적 울림’으로서의 성취가 어떤 토대에서 나온 것인지, 작가 개인의 재능을 넘어서 어떤 시대사적 배경으로부터 발아한 것인지 묻는 것이 더욱 유익할 성싶다. 만일 그것이 작가의 개인적 재능에 전적으로 기인했다면 우리는 그에 더 보탤 말이 없다. 하지만 이로부터 한강으로 상징되는 한국문학의 ‘높이’나 ‘폭’을 운위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이 뿌리를 내린 문화적 감수성의 토양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감수성이란 묻기 어려운 주제이다. 그것을 가시화하는 여러 지표를 선택하고 분류하는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도대체 감수성을 정의하고 실체로서 규정짓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객관성과 실증성이 신뢰의 유일한 담보물이 되는 우리 시대에 주관성과 모호성으로 둘러싸인 이 감각의 구성물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어쩌면 감수성이란 실물을 통한 증명의 문제라기보다 그에 다가서는 자가 감수(感受)하여 공명함으로써 받아들여야 할 경험은 아닐까?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를 기점으로 글쓰기를 실천해 온 한강과 그의 시대는 이 같은 공감적 경험의 지평선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70년대생 작가들은 90년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문학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1970년생 한강의 경우 93년에 시로, 94년에 소설로 등단했다. 그럼, 90년대는 어떤 시대였는가? 알다시피, 그 시기는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진 직후이며, 민족‧민중문학으로 대변되던 이전의 흐름과 ‘다른’ 의미에서의 새로운 문학이 모습을 드러내던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운동으로서의 문학’이라는 명시적인 사회‧정치적 의제가 문학장에서 빠져나가고 보다 자유롭고 유쾌한 감성으로 충전된 ‘문화의 시대’가 그때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말이었다.1) ‘서태지와 아이들’, ‘무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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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눈사람 공화국

눈사람 공화국 신미나 눈이 오는 밤에 나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한 움큼의 눈으로 정부를 만들었어요 단 한 개의 초를 에워싼 빛 딱 그만큼의 빛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보세요 어둠을 지우는 것은 빛이 아니었어요 더 짙고 광막한 어둠이었어요 열이 백을 타고, 백이 천을 모으고, 천이 백만을 부르는 눈송이 그러니 이 나라에서는 그 누구라도 십자가를 홀로 지지 마세요 시대의 면류관을 씌워 한 명의 영웅을 만들지 마세요 광장에 선 소녀들의 뺨이 붉으니 평범한 하늘, 평평한 땅, 동등한 어깨를 주세요 소와 족제비와 잉어와 곰이 뺨을 부비며 노는 나라 할머니와 장미와 월계수와 소년이 꼬리를 달고 덤불 속에 뒹구는 나라 백 년 전의 민요가 광장의 가요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몸의 밑바닥을 울리는 북소리 둥둥 울려 퍼집니다 그때까지 우리 조용히 심지의 불을 키우기로 해요 피가 비치는 하늘 아래 한 번의 숨, 딱 한 주먹의 혁명으로 이룩한 정부를 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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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어린 사도

어린 사도 신미나 나의 어린 사도는 자꾸만 떠오른다 순장했던 시간의 포승줄을 풀고 사도의 묘를 파헤쳐 그의 심장을 먹었다 이제 나는 사도와 같은 냄새 나의 사도는 오래전 이 나라의 낮은 산과 가난한 들을 잊은 지 오래 귀에서 피를 흘리며 간신히 고통으로 눈부신 것이 숙명이라면 일어나렴 나는 사도의 목덜미에 실을 꿰어 끌어 올린다 고개를 들어 수선화의 줄기를 검지로 들어 올리듯이 외로 꺾인 사도의 고개를 든다 어지러운 불 앞에서 사도는 깜빡 까무러칠 것만 같고 나는 점점 심장이 무거워지는데 발바닥이 뜨겁구나, 숯을 밟고 선 것처럼 눈이 시다 눈동자에 눈발이 붐벼서 현해탄을 건너온 노래를 들려줄 이 누구인가? 장미의 색을 빼앗아 네 입술에 생기를 돌게 할까? 하룻밤 새 흰머리가 세는 아침부터 밤까지는 얼마나 긴지 누가 이 어린 사도에게 한 아름의 볏단을 안기듯 황금빛 노래를 들려줄까요? 누가 이 어린 사도의 눈꺼풀 위에 보드라운 흙을 부어 줄까요? 보세요, 어린 사도의 옷이 너무 커서 소매에도 북방의 흰 서리가 묻어 있습니다 나는 아직 콧속이 흙내로 붐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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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비정상 사회, 역사가 쓴 시대의 시놉시스

비정상 사회, 역사가 쓴 시대의 시놉시스 김설원 「팔월극장」 김유림 1. 불가능한 연출 정상과 비정상 사회를 구분하긴 사실상 어렵다. 기준을 찾는다면 역사일 것이다. 역사란 과거이며, 과거는 현재 시점으로 소환될 때 의미가 있다.1) 역사에 내재한 의미는 비정상과 정상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 헤겔은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 집적된 현상을 추론하고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절대정신’에 이르기를 주문한다.2) 절대정신은 역사 변증법을 거쳐 ‘앎에 이르는 자기 인식’이다. 자기 인식은 ‘자유의지’와 동일한 의미로 억압을 벗어날 때 실현된다.3) 문학을 포함한 예술, 철학 등 인문학이 역사를 검증하려는 노력도 자유의지, 주체적인 인간의 실존을 강화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김현 평론가는 ‘문학이 억압하지 않지만,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4)라고, 적시한 바 있다. 이는 문학이 결코 유희적이거나 감상적 산물이 아닌 억압당하는 인간의 실존을 복기하는 장르임을 알린다. 김설원5) 작가의 단편소설 「팔월극장」6)은 2024년 현진건 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비정상 시대를 밀도 있게 다루면서도 미학적인 감응이 풍부한 작품이다. 특히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에 4‧19 역사를 덧입혀 주목된다. 「팔월극장」은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는 화자 영진을 중심으로 연기자를 꿈꾸는 윤희, 주어진 삶에 순응하는 영진의 엄마와 여동생이 등장한다. 영진은 엄마, 여동생과 함께 지방 도시에서 살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홍보 인쇄물 제작업체에 취업하지만 ‘생존 활동’에 불과한 일에 회의를 느끼고 직장을 그만둔다. 직장을 그만둔 영진의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실존 여부가 물음으로 확증된다고 밝힌다.7) 영진은 육체 보존 목적뿐인 삶에 왜? 라는 물음을 던진 것이다. 푸코는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구현하는 행위를 심지어 ‘예술 행위’로 규정했다.8) 영진은 육체만으로 사는 삶을 거부하고 자기 세계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학원에서 연출 전공 강좌를 수강하고 운 좋게 영화제작사에 들어간다. 영화(제작, 연출)에 매진하지만, “성질이 더욱 고약해진 ‘가난’과 마주쳐야 했다.” “자부심이랄지 성취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한숨과 카드 빚만 늘어 가는 생활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25쪽) 영진은 물질이 지배하는 비정상 시대에 억압당했다. 생활고에 엄마의 죽음이 포개지면서 영화감독의 꿈은 와해 될 상황에 직면한다. 엄마가 숨을 거둔 시간에 나는 클럽 디디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여동생이 문자메시지로 임종 소식을 알렸다. 새벽 한 시가 막 넘어선 때였다. 휴대전화에 찍힌 부고를 보는 순간 목덜미가 싸늘해졌다. 나는 아르바이트생을 불러 맥주에서 지린내가 난다고 공연히 신경질을 부렸다. 부주의로 내 어깨를 슬쩍 건드리고

  • 관리자
  • 2025-01-01
시간의 재생, 재생 없는 공간

시간의 재생, 재생 없는 공간 - 『사랑의 꿈』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함께 읽기1) 이성민 1.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 모더니티를 역사 속에서의 위치 상실로,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을 망각해 버린 시대”2)의 지배적 징후로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해 어떤 근본적인 단절이 우리 시대와 그 이전 사이에 놓여 있으며, 따라서 이전과 같은 역사적 방식으로는 우리가 어떤 시공간 속에 위치하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제임슨의 어법을 따르자면 포스트모던 감각은 크게 세 가지 형식으로 표출되는데, 이를테면 깊이의 상실과 역사성의 쇠퇴 및 그로부터 비롯되는 시간예술의 통일성 와해가 이에 해당된다. 더 나아가 그는 이 시간성의 와해 이후의 예술, 즉 공간성이 점점 더 지배적인 문화 논리가 되는 예술 형식을 포스트모던 건축으로부터 읽어 내고 있다.3) 포스트모던의 하이퍼스페이스는 우리로 하여금 공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느낌을, 완전히 균질해져 버린 탈역사의 공간 내부를 영속적으로 떠도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우리는 이제 방향감각과 목적(telos)을 상실한 채 무한한 패스티시만이 잔존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것 같다. 상술한 시대감각을 하나의 전제로서 미리 염두에 둘 때, 자연스럽게 새로운 질문이 우리 앞에 출현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4) 물론 각 개인은 위도와 경도로 이루어진 하나의 좌표 위를 점유하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월가 점령 이후의 ‘신냉전’ 시대 어딘가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질문하는 위치는 그러한 3인칭 좌표의 개념이 아니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하나의 점에 대한 것이 아니다.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도 좋을 것이다. 실존의 1인칭 관점에서 올바르게 보았을 때, 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스스로의 삶이 속해 있는 1인칭 좌표를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려 할 때, 그런 시도는 곧바로 난관에 봉착하며 미궁으로 좌초되고 만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과 내 행위 역량을 감소시키는 것들의 연쇄는 너무나 촘촘하게 얽혀 있는데, 바다 건너편에서 발생한 가뭄이 선물시장의 원두 가격 상승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거미줄처럼 얽힌 시장-신의 불가해한 변화로 이어지는 세계에서 연기(緣起)는 축자적인 진실이기 때문이다. 내 위치, 내가 나아가는 하나의 화살표, 나를 형성하는 기억과 기대의 교차점은 지구 전체와의 공동 실존 위에 놓여 있다. 그런데 지구를 실존의 토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우리가 지구 위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감히 사유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이미 말했듯 올바르게 본다는 것의 문제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 나 자신의 실존, 나의 시공간이 속하지 않는 담론의 역사, 실존과 담론 바깥에 있는 실재적인 것의 작용을 함께 사유할 때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존-담론-실재의 이음새를 엮는 것은 우리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처럼 느껴지고, 나를 살게 하는 무한한 연쇄의 무게 앞에서 사유는 한없이 무기력해

  • 관리자
  • 2025-01-01
내가 흐른다고 믿은 것

내가 흐른다고 믿은 것 김선오 안녕 베를린에는 눈이 많이 왔어 걸음이 오고 입김이 왔어 개를 숨 속에 파묻었어 흰 눈송이 개 한 사람 구름 걷히지 않는 종이 숨 위에 개의 이름을 썼다 개가 키득키득 웃었다 내 이름을 쓰고 네 이름도 썼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름인지 모르겠는 이름 눈밭 같은 이름 위에 누웠다고 생각했는데 밤새 켜 둔 형광등 안이었어 바닥에는 Made in China 라고 쓰여 있었고 전등 바닥에 달라붙은 죽은 날파리들이 우리의 이름이었어 Made in China Made in China 추운 형광등 속에서 시계는 어딨지 있을 리가 없지 시계가 나를 향해 바늘을 흔들었어 나방이 나의 시간을 날아왔어 나의 시간을 머뭇거렸어 구름이 깜빡깜빡 침대 밑에 어른거렸어 날파리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나는 니하오, 말했어 날파리 1이 엔슐디궁, 답했어 너 우리 개 못 봤니, 물었더니 날파리 2가 키득키득 웃었어

  • 관리자
  • 2025-01-01
불결한 무(無)

불결한 무(無) 김선오 강은 보는 일을 여러 개로 쪼갤 수 있다고 했다. 그날 밤 강이 내게 말해준 보기 종류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⓵글자를 보는 것 ⓶얼룩을 보는 것 ⓷눈꺼풀 안쪽의 실핏줄을 보는 것 ⓸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얼굴을 보는 것 ⓹잠든 해파리의 출렁임을 보는 것 ⓺수평선과 지평선을 속눈썹처럼 보는 것 ⓻물 안에서 등대와 등대지기를 보는 것 ⓼수학 공식을 이루는 직선과 곡선의 무늬를 보는 것 ⓽부모의 섹스를 보는 것 ⓾수영장에 빠진 벌을 보는 것 ⑪망각을 보는 것 ⑫보이기 전에 보는 것 ⑬눈을 감고 기도할 때 기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을 함께 보는 것 ⑭안개 너머를 보지 않고 안개를 보는 것 ⑮함께 걷는 사람과 완전히 같은 것을 보는 것 ⑯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보는 것 ⑰두려움 없이 보는 것1) ― 보기에도 난이도가 있다고 했다. 강에게 가장 어려운 건 1분 후를 보는 것이었다. 1분 후를 보려면 1분 전의 행동을 1분 전의 보기와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행동 없이 보기를 일으킬 수 없었다. 1분은 지나치고 부족했으며 동시에 충분했기 때문에 어찌할 바 몰랐다. 머뭇거렸다. 서성거렸다. 눈을 감았다. 보일 듯 말 듯한 1분 후가 종이 아래에서 울렁거릴 때 흰 종이를 울룩불룩하게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종이는 움직임을 멈추고 솟아나지 않은 1분 후는 종이 아래로 뚝뚝 떨어져 꿈과 야생을 모두 적셨다. 들어 봐 나는 나선형으로 깊어지는 물이었어 백조가 내 위를 흐르고 있었어 흐르다 잠든 백조 맨손 같은 백조 천 갈래로 갈라지는 거의 모든 것을 잊은 그런 백조 바라보던 누군가 눈을 감았어 나는 그 눈으로부터 넘쳤어 손들이 내 몸에 잠겨 나를 퍼 올려 세수했어 얼굴에 부딪치면서 사람의 얼굴 위로 부서지면서 백조는 내 위를 막막히 흐르고 있었어 밤은, 강아. 너는 나일 수도 있겠지. 내가 너인 동안에. 강아, 너는 곡선일 수도 있겠지. 귤이거나 목련이거나 전구일 수 있는 만큼 너는 삼각형일 수도 있겠지. 너는 불 꺼진 아파트. 손등에 적힌 숙제. 너는 서울 어느 터널의 아치형 천장에 닿았다 사라지는 헤드라이트 불빛의 행렬이거나 얼룩덜룩한 눈동자일 수도 있겠지, 강아. 너는 얼룩덜룩하게 흔들리는 아프리카 어느 강가의 억새풀일 수 있듯이 어느 전쟁터의 총성일 수도, 총성을 듣고 놀란 새들의 짧은 울음일 수도 있지만. 죽은 이들을 외면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몸짓일 수도 있지만. 그 몸짓이 만드는 동심원 모양의 파장을 닮은 원형 계단 아니면 건물의 뼈일 수도 창일 수도 복도일 수도, 물소 아니면 딸기일 수도 이끼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길어진다. 우리의 부드러운 선이 강한 선을 꾸민다.2) 강아, 이제 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몸을 일으켜. 다른 길로 오면 돼. 다르게 보이는 길로 오면 돼. 1) 볼프강 틸만스 2) 공자

  • 관리자
  • 2025-01-01
모스크

모스크 주하림 대낮 자전거를 끌고 깨진 유리병 조각, 진흙이 쌓인 길을 가고 있었는데 모스크 확성기에서 나오는 기도 소리 모스크는 어디에 있지 모스크 앞에 다다른 것처럼 두리번거린다 자전거를 타다 길 잃은 적 없는데 모스크 기도 소리가 커질 때마다 길들이 벽들이 담장이 태양 아래 풍경들이 사라진다 이 골목으로 마켓에도 가고 우기에 작아진 망고스틴을 사서 바구니에 잔뜩 싣고 달렸는데 누군가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동안 자전거 바퀴는 진흙 덩이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신에게 화난 채로 기도를 올리면 안 되겠구나 쓰지 않던 언어들이 어떤 것을 기억해 낸다 무언가를 태워 사랑하던 일 내가 가진 것을 태워 사랑하는 일 그런 시작은 없을 거라고 악을 쓰지 않아도 당신 곁에 남아 있는 일 이것은 신에게 기도하는 인간의 목소리가 맞는가 고막을 찢을 듯한 기도를 신은 정말 듣고 있을까 신이 나를 다시 구하러 온다면 그때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하나 하얀 연기가 가늘게 피어나는 잿더미 물소가 앉아 우물우물 무언가 씹고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 어미 닭을 쫓는 줄무늬 병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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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다이빙 수업

다이빙 수업 주하림 바다 수업이 끝나고 천막이 처진 트럭을 탄다 물이 뚝뚝 흐른 채로 실린 사람들을 흔들며 트럭은 오르막 언덕을 오르고 가만히 트럭 구석에 앉아 생각한다 얼굴에 바른 회색 머드는 얼마나 지워졌을까 씻지 않은 얼굴 이런 얼굴도 사랑할 수 있어 소근거리던 시절 둘이나 혼자 표류해도 좋던 나의 계절은 바닷물에 씻겨 나가는 장면들 바닷물에 씻겨 나가도 힘 주어도, 나는 지워지지 않으면서 핸들이 오른쪽으로 꺾이자 모두 와르르 쓰러지고 말에는 아무 힘이 없어요 말에는요 그러니 지금 내 말도 잊어요 한국 의사가 애써 웃는 얼굴로 충고했을 때 창밖으로 매미가 울었는데 덜컹거리는 트럭 안에서 머리를 찧는다 옆에 있는 서양인들도 머리를 찧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플랜이라는 단어, 한국에 돌아갈 날짜 추위에 떨던 날들은 시간일까 감정일까 심장을 얼어붙게 했던 말들 그런 게 살기엔 여기는 너무 따듯해요 선생님 젖은 채로 비비큐 가게에서 해산물과 고기를 굽는다 나는 오늘 산호에 다쳤을 뿐인데 살고 싶다 어디에 있든 오늘밤은 뜨거운 그릴 위에서 알을 밴 꽃게와 지방 없는 비프가 익어 간다 갑자기 사방으로 파란색 알들이 튀고

  • 관리자
  • 2025-01-01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해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해 김도 가령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유도 없이 집이 없어지는 퇴근길 버스 차창에 기대어 그래. 텐트를 사자. 그래서 여기저기서 펴자. 초콜렛 냄새가 나는 흙과 잔디 위의 여름에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겨울밤 도로에서 너는 생각했다. 원터치 텐트. 그동안 뭐가 뭐지? 왜 다 저기 모여 있는 거지? 알 수 없게 온갖 간판과 사람 들이 많이도 지나갔다. 어디든 내가 있을 자리에 펴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원터치 텐트. 라는 것을 약간 빛 묻은 강처럼 반짝이는 하얀 폴리에스터 원을 바닥에 던지며 너는 씩 웃는다. 텐트의 형태로 펴지는 빛 속으로 네가 먼저 들어간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들어가며 흰 지붕과 벽. 자전거 살과 새가 움직이는 소리. 너의 곁에 앉으면서 알게 된다. 이럴 때면 늘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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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침묵의 주문서

침묵의 주문서 김도 지금 침묵이 온다. 달이 지나면 없을 팝업 스토어 세 개의 음악이 섞이는 골목길을 밀려가고 밀려오는 각양각색 인간의 파도를 따라 걷듯이 구르는 자동차의 활짝 열린 창문. 지글지글 끓는 베이스. 뿜어져 나오는 다소 동물적인 욕망으로 헐떡대는 노랫말만 골라서 외고 외치는 힙합 아티스트가 밥을 다 먹고 입을 헹군 물도 삼키고 다시 이빨에 끼우는 이빨 모양 금붙이의 반짝반짝. 있을까요? 물어본다. 그럼 끄덕인다. 무조건 다행이에요. 침묵은 흐뭇하다. 또 올게요. 다음에 다시 침묵은 온다. 예식장의 벨루체 홀과 르네상스 홀의 하객이 식사하는 뷔페 스테이크 철판 담당 직원을 마주하고 선 채로 굳어 버린 두툼한 사내 때문인지 유독 느긋하게 익는 여러 소의 살점들은 많이 죽었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이유로 딱딱하고 화끈하게 떠나가는 종아리의 통증 때문인지 연기 때문인지 왁자지껄 사이사이를 누비는 한복 양복 일행이 오늘의 몇 번째 주인공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이 두 눈을 꽉 감아도 충분히 어둡지 못한 어두컴컴. 있을까요? 물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있는 것을 침묵께 드린다. 침묵은 듣는다. 미소를 짓고 침묵을 기울인다. 통째로 쏟아 흥건한 침묵을 모두 거두어들이고 고마워요. 잘 들었어요. 그럼 국도를 달리는 뒷좌석 창문의 보름달은요? 나는 끄덕이고 그럼 도착한 곳에 내려서 듣는 귀신새는요? 끄덕인다. 그러면 지난 전부가 일렁이는 폐허의 겨울 모닥불이 꾸는 꿈도? 쉿. 쉬시시시. 꺼지는 불도? 안 꺼지는 별도 흐릿해지면서 어쨌든 밝아오는 날도? 그럼 침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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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어떤 슬픔은 이를 악물고 운다

어떤 슬픔은 이를 악물고 운다 - 그 항구에 바다보다 많은 눈물을 심었다 김균탁 이상한 단어들이 추락한다 춤을 추며 어깨를 추스르는 문장들 숨을 쉬지 못한 언어가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 내린다 귓속을 맴도는 은밀한 밀어 부서진 단어가 떨어진 조각을 주우며 끝나지 않을 헤어짐을 더듬거린다 더듬이처럼 방향을 찾아 나서는 부서진 문장 헤어짐은 안 된다고 아무리 애원해도 이별은 말없이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문장은 쉽게 부식되는 공식 숫자들이 뜨거운 연기 속 찻잔처럼 이별의 횟수를 더한다 수집되지 못한 헤어짐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입안을 가득 채우고 눈물을 심는다 덧셈이 깨어진 단어들을 두드린다 ㅇ ㄹ ㅣ ㅈ ㅎ ㅓ ㅕ ㅑ ㅎ ㅏ ㅏ ㅜ ㅣ ㅇ ㅔ ㅔ ㅇ ㅈ ㅇ ㅐ ㅈ ㄹ ㄱ 길 위에 버려진 문장이 바람에 날려 전깃줄에 앉는다 고압이 조각난 단어들을 태운다 바닷속 깊이 침몰해 떠오르지 않는 유언들 파도치는 문장과 소금기 가득한 눈물이 수면 위 물결인 듯, 바람 위 파동인 듯 펄럭인다 ㅁ ㅇ ㅎ ㅏ ㅣ ㅏ ㅏ ㅏ ㄲ ㄱ ㅣ ㅏ ㅐ ㄷ ㅅ ㅁ ㄴ ㅈ ㅗ 불꽃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울음 음악같이 쏟아져 퍼덕이는 수상한 글썽임 글자들이 되돌아와 바다로 가라앉는다 ㅅ ㄹ ㅎ ㅏ ㅏ ㅇ ㅐ ㅅ ㄹ ㅇ ㅎ ㅏ ㅏ ㅐ ㅏ ㅏ ㅇ ㅐ ㅅ ㄹ ㅇ ㅎ 아무리 삼켜도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는 가느다란 외침과 흘러내리는 절규 얼굴을 감싸 쥐고 뜯어 낸 입술 가라앉은 단어들이 구하지 못한 헤어짐을 가느다란 목소리로 헤맨다 ㄷ ㅇ ㅁ ㅇ ㄷ ㄲ ㄱ ㅏ ㅡ ㅔ ㅗ ㅗ 해저에 떨어진 문장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문을 나선다 영원한 이별이 창에 부딪혀 흐르는 눈물을 부순다 ㅎ ㅇ ㅈ ㄴ ㅈ ㄱ ㅇ ㅂ ㅅ ㄴ ㄴ ㄴ ㄴ ㅁ ㄹ ㅇ ㅔ ㅓ ㅣ ㅓ ㅓ ㅡ ㅜ ㅜ ㅣ 천천히 걸어간다 ㅅ ㄹ ㅇ ㅏ ㅡ ㄴ ㄴ ㅁ ㄹ ㅇ ㅏ ㅏ ㅎ ㄴ ㄴ ㅜ ㅜ ㅏ ㅈ ㄹ ㄱ ㅏ ㅡ ㅔ ㅗ ㅇ ㄹ ㄲ ㄱ ㅏ ㅏ ㄷ ㅇ ㅁ ㅇ ㄷ ㅜ ㅣ ㅗ ㅏ ㅣ ㅅ ㄹ ㅇ ㅎ ㅈ ㄷ ㅅ ㅏ ㅏ ㅏ ㅏ 영원히 어린···, ㅇ ㅕ ㅏ ㄴ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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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서울 1995

서울 1995 김균탁 창자를 끊어 내는 고통이 혀를 삼킨 뱀처럼 심장을 기어오른다. 창작된 적 없는 고통, 창자에는 장차 연쇄 살인을 저지를 혓바닥들이 날름거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창자들, 오래전 떼어낸 맹장이 소화되지 않은 돼지고기의 비계를 쓰러져 가는 비계같이 삐걱거리며 씹는다. 산산이 조각날 도시, 부실 공사는 부숴 버릴 것이 없는 배부른 돼지들의 허물에서 시작되었다. 십이지장에서부터 끊임없이 쏟아지는 욕설들의 무리, 창자는 장차 이무기가 되어 무기를 잃어버린 돼지들의 이빨이 될 것이다. 쓸모 없어진 맹장을 물어뜯으며, 네온사인 아래로 흩어질 독을 인심이나 쓰듯 부서지는 눈처럼 뿌릴 것이다. 독은 창작적인 것, 독창적인 살인들이 길거리를 마구 헤매다 폐비닐처럼 찢어진다. 혓바닥에서 찐득하게 내리는 쫀득한 입술, 갈라진 혀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춘다. 팔다리가 나풀대면 하늘을 본 적 없는 돼지들의 목뼈가 솥단지 안에서 끓어오르길, 지하 창고 구석에 누워 폐병에 걸린 환자같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에 부서지는 쇳소리같이 기도한다. 돼지들의 만찬, 돼지가 되지 못한 낡은 새끼들이 창자를 긁어 대며 비명을 지른다. 이상한 나라의 페이지들, 이상한 날의 비어 버린 사인들, 쓰레기같이 버려진 창자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흘린 절뚝거림들, 발이 없어도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들이 되지도 않은 발음으로 멱따는 소리를 쏟아 낸다. 혐의가 없어 혐오스러운 협의, 돼지들이 합창을 부르기 시작하면 창자가 쏟아질 때까지 구역질이 난다. 눈물겹도록 즐거운 합창, 창작의 고통 너머에 장차 신발을 벗고 눈길을 걸어갈 발들이 씨앗같이 자란다. 동상에 걸린 발바닥, 돼지들이 즐겁게 춤을 춘다. 돼지만도 못 한 쓰다 만 이야기, 서사가 없는 고통은 없다고 돼지들이 발톱에 날카로운 펜촉을 끼우고 서명을 한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될 거라고, 공기 중에 뱉어 내는 언어, 비어버린 비계에 공기를 맞추기 위한 공기가 가득 찬다. 돼지들의 난장에 장난감이 되어 버린 비계들, 불타올라 사라져 버린 뼈처럼 구석부터 서서히 사라진 철근이 비계를 얹으며 살을 찌운다. 처음부터 조각이 모자라 와르르 무너지는 해골, 부실 공사의 현장에는 뼈를 찾지 못한 부실한 영혼들이 부유하고, 부유한 돼지들의 땅 위에서 앙상한 가지처럼 부서진다. 돼지들이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되는 대로 지껄이며 불판 위에 가지런히 앉은 고기를 뒤집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세계, 장차 신발이 없는 사람들이 창자를 끊어 내고 창작을 끝낼 것이다. 돼지들은 살이 찌고 앙상한 건물이 뼈를 잃어버린 해골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돼지들의 하중을 이기지 못한 해골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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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고비의 당신

고비의 당신 김선우 당신 꿈을 꾸었어요 지상에서 유일하게 야생 낙타와 야생 당나귀가 사는 곳 모래바람 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길을 잃지 않는, 보이는 것으로 지도를 삼지 않는 사람들 샘에 이르자 양과 말과 낙타가 먼저 물을 먹도록 뒷전에서 기다리며 조용히 웃는 당신의 눈빛, 가축으로 길들였으나 가축만은 아닌 서로 보살피는 쪽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품위를 당신은 가계로부터 물려받았더군요 아름다웠습니다 함께 비를 맞던 순간을 오래 기억할게요 순식간 훑고 지나갈 뿐이지만 한 방울 한 방울 들꽃이 되는 비 물 귀한 곳에서 극진으로 생생해지는 물의 환희가 피톨처럼 온몸으로 전해졌지요 때로 당신 꿈을 꾸고 기도합니다 메마른 도시 너무도 메마른 날에 고비의 당신이 오래도록 안녕하기를 당신의 안녕으로 어떤 아름다움이 지상에서 끝내 지켜지기를 양과 말과 낙타와 가만가만 멀리 닿는 구음과 야생 낙타와 야생 당나귀와 함께

  • 관리자
  • 2025-01-01
축 생일

축 생일 김선우 오늘은 달이 살찌는 날 발바닥이 통통해지는 날 배꼽이 볼록해지는 날 두 주먹을 꼭 쥐게 되는 날 뜁니다 뜁니다 온몸의 땀구멍에서 잘 익은 햇살이 흘러나올 때까지 축 배꼽의 날, 하하하, 오디 빛 멍! 축 탯줄의 날, 하하하, 햇빛의 싹! 뜁니다 뜁니다 뜁니다 배꼽에서 탯줄이 자라 엄마에게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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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우리에게 필요한 책 틈 사이: 전주 도서관의 틈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우리에게 필요한 책 틈 사이: 전주 도서관의 틈 문장서포터즈 김주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그 커다란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지요. 공간을 기획하고 채우는 모든 요소,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하나에 몰두하고 있다는 감각이 참 즐겁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전주 독서대전에서 가장 좋았던 점도 책과 독서가 매개가 되어 사람들을 같은 정서로 잇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주시는 2018년부터 독서대전을 개최하여 올해로 7회를 맞았는데요, 올해는 ‘가을, 책 틈 사이로’라는 슬로건을 주제로 전주 페스타라는 큰 축제 안에서 열렸습니다. 행사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었고, 저는 11일과 13일, 이틀 동안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전주 종합경기장에 방문했습니다. 그중 11일에 참여했던 전주 책 문화 답사의 경험을 꼭 나누고 싶었어요. 저는 행사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전주 도서관의 틈: 함께 걷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요, 전주 금암동과 서노송동 일대를 함께 걸으며 전주의 책 문화를 탐방하는 코스였어요.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걸을 생각에 걱정되기도 했지만, 중간에 자유롭게 중단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설렘과 기대가 걱정보다 크기도 했고요. 집결지인 전북여성가족재단에 도착하니 해설사님과 인솔 스태프분들이 기다리고 계셨고, 함께 답사를 진행할 참가자분들도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어요.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봉사자도서관’입니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 속한 건물이었는데, 예쁘게 정돈된 무지갯빛 책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번화가와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넓은 잔디밭이었고, 창가 쪽의 책상과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이 가진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도서관 내부는 넓고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봉사 관련 도서를 모아 놓은 코너가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영풍문고 전주터미널점’입니다. 전주에는 대형 서점이 4곳 있는데, 영풍문고가 그중 하나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 3층에 위치한 영풍문고를 짧게 훑어보고, 시외버스공용터미널과 거북바위 등 이동 중에 보이는 미래 유산을 쭉 훑으며 계속 걸었습니다. 그리고 ‘전주시립금암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부로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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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가드를 올려요

가드를 올려요 양지예 월요일 출근 지하철에 이현은 용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일 좋아하는 구석 자리 좌석이었다. 이어폰을 꽂으려 고개를 들었을 때 맞은편에 앉은 노인이 급히 시선을 돌렸다. 이현을 훑어보던 눈치였다. 까끌까끌해 보일 정도로 머리를 짧게 자른 왜소한 남자. 이현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스마트폰에 무선 이어폰을 연결했다. 괜찮았다. 진심이었다. 언제인가 눈이 마주쳤는데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 사람과 마주 앉은 적도 있었다. 노인 여성 한 명, 중년 남성 한 명. 이현 쪽에서 시선을 먼저 돌린 후에도 이현에게 고정되어 있던 두 시선. 지금 생각해 보니 전혀 닮지 않은 두 사람은 꼭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서른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수천수만의 사람 중 단 둘뿐이었는데도 기억에 선명했다. 두 번 모두 이현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낯선 역에서 내려야 했다. 어김없이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내리는 사람 없이 타는 사람만 늘었다. 건너편의 까까머리 노인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현의 시선에는 앞에 선 고등학생이 배 쪽으로 멘 백팩만 들어왔다. 백팩에 얹힌 스마트폰에 고정된 안경알과 마주치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이현은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어폰에서는 출근 때마다 듣는 ‘직장인 필수 영문장 섀도잉’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되는 유튜브 영상은 지하철에 타서 듣기 시작하면 갈아타는 역에 도착할 즈음 끝났다. 광고 건너뛰기▶| 를 누르려다 이현은 알고리즘이 추천한 다른 영상을 잘못 누른다. 보통은 광고가 흘러가게 두는 편이었다.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광고 음악에는 졸음이 달아나는 효과가 있었다. 더 큰 이유는 앉아서 출근하는 때보다 서서 출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만원 지하철에 선 채 가방이나 외투 주머니에 넣어 둔 스마트폰을 꺼내려면 꽤나 용기가 필요했다. 주위 승객 여러분, 아주 잠깐만 이만큼의 영역에서 제 팔꿈치를 좀 휘두르겠습니다. 나서서 승낙을 구할 수 없기에 적당한 때를 노리는 요령과 눈치까지 필요했다. 앉아서 가면 민폐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 무릎 위에 올려 둔 가방이 약간의 공간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었다. 이현이 실수로 누른 영상은 어젯밤에 시청하던 발톱 치료 영상이었다. 이현의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균과 얽힌 나머지 안으로 파고들다 파고들다 이윽고 시커멓고 누렇게 되어 버린 발톱이 주인공인 영상들이었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색이 변한 정도를 넘어 자라나는 발톱을 내리누를 정도로 두껍게 쌓여서 발톱이 웃자란 조개껍데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올린 사람은 달라도 영상의 흐름은 거의 비슷했다. 소독약을 뿌린 다음 작은 드릴처럼 생긴 도구로 발톱을 갈아 낸다. 휘날리는 빵가루 같은 각질들을 닦아 내고 가끔은 니퍼를 이용해 커다란 발톱 덩어리를 잘라 내기도 한다. 잘라 낸 발톱 아래에는 각화된 살과 균이 융합해 불규칙적이고 축축한 구조체를 이루고 있기 마련이었다. 피고름이 고여 있을 때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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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막내를 찾습니다

막내를 찾습니다 곽재민 작정하고 도망친 사람의 자리는 깔끔하다. 이를 토대로 우린 이틀간 연락이 되질 않던 막내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결론을 내렸다. 얼마 전까지 같이 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욕설이 들려왔다. 막내는 얼어 죽을 년이었다가, 차에 치어 콱 죽어 버렸으면 좋을 년이 됐다가, 찢어 죽일 년이 됐다. 잠자코 선배들의 욕을 듣던 왕작가 님은 요즘 막내들은 버틸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따지듯이 얘기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왕작가 님은 무안했는지 내게 면죄부를 내려 줬다. 막내와 비슷한 연배임에도 요즘 것들에 묶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정감을 줬다. 혹시 너는 막내가 도망칠 걸 알고 있었니. 나는 몰랐다고 답했다. 혹시 숨겨 주는 거라면 너도 다를 게 없는 거 알지. 나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것도 못 버티면서 어딜 방송계에 발 들이려 해. 선배들은 방송작가 블랙리스트에 막내의 이름을 올리겠다며 윽박질렀다. 고작 23살짜리 사회 초년생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지만, 내게 발언권은 없었다. 도망치는 걸 도와줬다간 네 이름도 오르게 될 거야. 가족도 아닌데 연좌제라니. 나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리스트는 방송작가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공유된다. 으레 블랙리스트가 그렇듯 내용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업무 강도가 어땠는지, 막내가 얼마나 버티다가 도망치게 됐는지는 명시되지 않는다. 선배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던 몇몇 일화가 적힌 채 방송계에 떠돌게 될 뿐이다. 그렇게 박제된 작가들은 취업 시장에서 기회가 제한되곤 한다. 작가들이 최대한 구설수 없이 일하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방송업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 리 없었다. 이런 것도 알려 줬어야 하나. 하지만 방송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추잡한 부분을 일일이 설명하기가 싫었다. 선배, 이거 해석해 봐요. 나 어시민 못살메, 이추룩 조꼬띠 이서도 못 사는디. 이걸 어떻게 알아먹어요. 조만간 베네수엘라어 해석하라고 시킬 것 같아요. 세전 180만 원 받으면서 이런 일을 해야 돼요? 함께 일한 지 한 달이 지나고 막내는 내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문서화하는 프리뷰 작업은 막내의 일이었다. 얼마 전, 제주도 해녀들의 방언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할 때 막내의 투정이 더욱 격해졌다. 비품을 채우러 다이소에 들르거나 커피 심부름하는 것보다도 이해할 수 없다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런 기본적인 업무를 할 줄 알아야 메인작가도 되는 거라 다독였지만 막내는 거듭 하소연했다. 이런 잡무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선배 대단하다. 이런 짓을 몇 년씩이나 하면서 어떻게 버텨요? 정신병 오겠네. 나는 잠자코 투정을 들어줬다. 나까지 이런 것도 못 하냐며 핀잔을 줬다간 당장이라도 그만둘 것 같았으니까. 어르고 달래며 막내가 실수하지 않도록 체크해 주는 일. 그게 서브작가의 잡무였다. 그러던 지난 월요일 아침, 작가 팀 톡방이 잠잠했다. 보통이면 막내의 현황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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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신년 기획좌담 1차 〈책장 업고 튀어〉

신년 기획좌담 1차 〈책장 업고 튀어〉 2025년 1월호부터 3월호 사이에 총 3회의 좌담회 내용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ㅇ 회차별 구성 - 1차 : 책장 업고 튀어 - 2차 : 연재 작가의 기쁨과 슬픔 - 3차 : 플랫폼 시대의 문예창작(학) ㅇ 회의명 : 《문장웹진》 2025년 신년 기획좌담 1차 〈책장 업고 튀어〉 ㅇ 일 시 : 2024년 11월 28일(목) 13:00~14:30 ㅇ 장 소 : 예술가의집 라운지룸(서울 종로구 동숭길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ㅇ 참여자 - 사회자 : 이소(문학평론가,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 참여자 : 곽선희(‘위즈덤하우스’ 편집자), 김은혜(문학웹진 ‘림’ 편집자), 이유리(소설가), 한영원(시인) 〈개회〉 이소: 반갑습니다. 저는 평론을 쓰는 이소입니다. 《문학과사회》라는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다들 어떤 책을 만드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유리: 저는 소설 쓰는 이유리입니다. 최근에 『비눗방울 퐁』이라는 소설집이 나왔습니다. 곽선희: 저는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위픽’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곽선희 편집자라고 합니다. ‘위픽’ 시리즈는 단편소설 한 편이 책 한 권으로 만들어지는 기획이어서 오늘 종이책의 무게라든가 부피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오늘 자리에서는 좌담에 앞서 문구 덕후이자 전자책 편애자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영원: 저는 시 쓰는 한영원입니다. 『코다크롬』이라고 하는 시집을 썼습니다. 김은혜: 안녕하세요. 저는 열림원 문학웹진 ‘림’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김은혜입니다. 어제 마감이 끝났습니다. 조만간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올 예정이고, 전시를 기획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이소: 어떤 전시를 하시나요? 김은혜: 문학상 시상식과 전시를 접목시키는 기획을 하고 있는데요. 전시 기획은 처음이라 조금 떨리기도 합니다. 이소: 제가 미리 질문지를 드리긴 했는데, 꼭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질문은 ‘책과 공간’에 관한 것입니다. 책이라는 것이 부피가 크기도 하고 공간과 큰 연관이 있잖아요. 카페 같은 곳에서는 예쁜 책이나 시집을 인테리어 용도로 쓰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에게는 일과 관련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취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부피가 크다 보니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책을 모으시는지,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전부 다를 것 같아 궁금합니다. ‘집에 책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집에서 취향의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만큼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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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걸어서 책방 속으로 - 천안 지역 독립서점 소개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걸어서 책방 속으로 - 천안 지역 독립서점 소개 문장서포터즈 이유빈 제가 주로 생활하고 있는 지역인 천안에는 구도심인 천안역을 중심으로 독립서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천안역에서부터 출발하여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들을 걸어서 구경해 볼 수 있어요. 수도권이나 중심지에 비해 상권이 발달하지도, 유동 인구가 많지도 않지만 오히려 주변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방향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독립서점들이 어떻게 각자의 특색을 살리며 운영 중인지 살펴보고자 직접 천안역에서부터 걸어서 독립서점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책방지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천안역에서 출발, ‘책방 악어새’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버들로 22, 1층 SNS: 인스타그램 @crocodilebird.book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일전에 인터뷰 원고를 작성한 적이 있던 ‘책방 악어새’입니다. 천안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책방 악어새’는 시와 동화를 주로 다루며, ‘문학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곳이에요. 책방은 성욱현 작가와 조민주 작가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욱현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책방 운영과 더불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조민주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현재 동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고 성욱현 작가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에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방의 위치입니다. ‘책방 악어새’가 있는 천안역은 천안의 구도심이라서 이제는 상권이 매우 발달하거나 청년들이 자주 찾는 공간은 아니에요. 그런 구도심 중에서도 ‘책방 악어새’는 건물이 꺾이는 골목에 작게 위치해 있습니다.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자리에 ‘책방 악어새’가 있는 것처럼 다수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 예술가, 사회적 약자 등을 배변하는 캐릭터가 바로 ‘악어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악어새는 몸은 새이고, 머리는 악어인 환상의 동물인데 악어 무리에도 새 무리에도 섞이지 못하는 캐릭터예요. 이런 악어새를 닮은 사람들이 편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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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비비안의 딸들

비비안의 딸들 유호민 “금고 좀 비워 놔. 곧 갈게.” 남편의 전화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통화에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집 어디에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고민할 여유는커녕 필요조차 없이, 결정의 순간이 떠밀려 왔다. 금고 속에 있던 수천 장의 종이를 상자에 옮겨 담으며 희빈 씨를 생각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이번 학기 수업이 시작하던 날이었다. ‘나는 xxx xxx xxx xxx 이다’ 화이트보드에 그렇게 쓴 강사가 돌아서서 수강생들을 마주 봤다. “나는, 여러분에게 시 쓰기를 가르쳐 줄 수 없는 시인 김인하, 입니다.” 구립 도서관의 초급 시 창작반 첫 수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다음 순서는 자기소개였는데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한 문장으로’라는 단서를 붙이자 강의실 안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강사는 나를 지목하고, 나는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초급 시 창작을 여덟 번째 수강하는 대치동 쌍둥엄마, 입니다.” 수강생 몇 명이 작은 소리로 웃었다. “저렇게 소개하시면 만년 초급을 못 면하십니다.” 강사의 말에 폭소가 터졌다. 팔 년 전 시 창작 강의가 처음 열렸을 때, 강의실을 휘익 둘러본 그는 나를 회장으로 찍었다. 평균 연령 60세쯤 되는 강의실에서 그중 젊고, 그리고 반듯해 보이는 내 인상 때문일 터였다. 뭔가 민망해서 “회장은 다른 분이 하시고 저는 총무 할게요,” 했더니 그는 선선히 “그럼 총무 하세요,” 했지만 그걸로 끝, 나는 회장 없는 만년 총무가 되어 수업을 보조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거였다. 분위기가 편안해지자 신입회원들을 한 명씩 지목해 나갔다. 대부분은 이름과 나이를 밝히는 소심한 자기소개, 일부는 조금 더 자세한 소개를 하고, 한두 명은 나름 참신한 시도를 하다가 괴상망측한 결과가 되곤 하는데, 희빈 씨는 그중 마지막에 속했다. 정확히 기억은 못 하지만 비 오는 사막에서 꼬리 잘린 전갈 황 희빈,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거였다. 잠깐 뜨악한 정적이 흘렀다. 강사는 곧 “황 희빈 씨, 잘린 게 아니라 숨긴 것 같은데요?” 은근히 추어 주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수업이 끝난 후 서둘러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시어머니가 오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식사 준비는 식당에 주문해 둔 요리를 포장해 오는 걸로 끝냈다.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은 따로 있으니까. 삶이 편안해지는 요령 1호는 새로 산 비싼 물건들은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 더 중요한 팁은 숨겨야 할 물건은 가격만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새로 산 가방과 친정어머니와 같이 갔던 여행 사진 액자를 들고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남편 양복들 아래에 있는 금고. 가정용치고 꽤 큰 금고의 문짝을 열자 세 개의 서랍이 드러났다. 서류와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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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오경보

오경보 김슬기 청포수영센터 아쿠아로빅 새벽반 6월 마지막 수업 일이었다. 회원들은 수업 20분 전부터 이미 샤워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서 몸을 풀고 기다리는데, 담당 강사는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착하지 않았다. 경보는 강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했다. 길게 통화 대기음이 이어지다가, 이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자동 응답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경보는 쉬지 않고 강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또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경보 씨는 쓸데없이 이런 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사무용 의자에 앉아 긴 하품을 하던 미경이 핀잔을 주었다. 미경이 보기에 강사의 펑크는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벌써 알아차렸다고 덧붙였다. 미경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미리 아는 것일까. 경보도 나름의 예견을 해 보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매일 아침 강사에게서 희미하게 번져 나오던 술 냄새를 떠올렸다. 술을 좋아하면 그럴까요. 경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미경이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 술이 문제가 아니죠. 경보 씨도 퇴근하고 술을 마시는데 지각은 안 하잖아요. 경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경이 말에 리듬을 붙여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말했다. 그렇게 생긴 사람들은 뺀질뺀질할 수밖에 없어요. 센터에서 일하는 6년 동안 단 한 번도 결근이나 지각 따위 하지 않은 경보는 죽어도 이해하지 못할 그런 노랫말. 경보는 알아들은 척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센터의 오랜 회원인 김금자가 맨발로 경보와 미경이 앉아 있는 안내 데스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맨발이 바닥에 닿을 때 찹찹찹, 재촉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두꺼운 투명 가림막 앞에 선 김금자의 눈이 수영모 때문에 한껏 치켜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진짜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경보는 알아차리기 힘들어,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내리까는 편을 택했다. “회원님. 아무리 급해도 슬리퍼는 신고 나와야지. 바닥에 뭐라도 있어서 발 다치시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나 그러면 마음 아파.” 미경은 센터의 주 고객인 중년 여성들을 잘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유리할 때는 반말을, 불리할 때는 깍듯한 존댓말을 썼다. 유불리가 애매할 때는 그것들을 적절히 섞을 줄도 알았다. 김금자는 나긋한 말투로 강사의 행방을 물었다. 미경은 또 한 번 강사의 행방과는 전혀 상관없을 김금자의 발 상태를 걱정하는 말을 하고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사님이 요 앞 사거리에서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미경의 뻔뻔한 거짓말에, 경보도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 김금자는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직접 목격한 사람처럼 안타까워하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럼, 우리 미경 씨가 오늘 아쿠아로빅 수업 좀 해 주면 되겠네. 키도 크고, 늘씬하고··· 미경 씨가 딱 맞구먼.” “잘생긴 남자 강사님들만 보시다가, 제가 가서 이리 흔들고 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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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이형초 ※ 전 에피소드가 궁금한 분은 큐알코드 또는 아래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EP2. 문학창작지원사업 링크 : https://url.kr/5xihvs ‘기형도 시인학교’는 (재)광명문화재단이 문학 분야의 인재 양성과 지역 문학의 진흥을 위해 운영한 프로그램이야. 올해(2024년 기준)로 2회를 맞는 ‘기형도 시인학교’는 많은 시민과의 만남을 위해 다양한 계층과 예술 장르, 장소 등을 고려해 9개의 프로그램을 구성했지. 강의는 창작 수준을 고려하여 ‘기초반’, ‘창작반’, ‘합평반’, ‘동시반’으로 개설했어. 또한 기형도 시인의 문학 정신을 알리고자 시민문화플랫폼 공간에서 ‘학교 밖 이야기’, ‘한 뼘 교실’을 진행했으며, 그림으로 느끼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 전시회 ‘시:리즈’도 선보였어. 그중, 문장이는 ‘시 합평반’을 신청했어. 총 7회차의 수업으로 구성되었으며 강사진은 이수명 시인, 이소호 시인, 서윤후 시인이야. ▲참가 자격 1. 자신의 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분 2. 시 창작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싶은 분 3. 시 쓰기를 사랑하며 등단을 희망하는 열의가 있는 분 ▲신청 방법 수강신청서 1부, 본인 창작시 1편, 이메일 제출 지정 양식 다운로드 : 기형도문학관 홈페이지 >교육 및 행사 > 예정 프로그램 이메일 : kihyungdomuseum@naver.com ▲선정 방식 기본기 및 충실성(20), 예술성 및 우수성(50), 기대 가치(30) ▲모집 인원 성인 15명 1~3회차는 강사별로 시 창작 강의를 하였고, 4~6회차는 그룹 합평, 마지막 7회차는 전체 합평 및 마무리 담화를 나누었지. 이수명 시인은 ‘시의 오해와 이해’를 주제로 시 창작 강의를 했어. ‘시에 대한 오해’, ‘시 쓰기에 대한 오해’에 대해 강연하며 이수명 시인만의 시론을 펼쳤지. 이소호 시인은 기형도를 비롯한 기성 시인의 작품을 낭독한 후, 수강생들과 함께 감상을 나눠 보는 시간을 가졌어. 또한 이소호 시인의 초고 작품을 읽고 문장을 지워보는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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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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