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
- 작성일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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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2022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소리가 없는 세상 속으로 가라앉고 싶다.
시끄러운 침묵에서 안간힘을 써서 도망치고 싶다.
문장웹진 1월호 살펴보기
그날 저녁 연옥은 김현 어디든 가고 싶어서 가야지 하고 보면 남들 다 가는 금수강산 호박엿 장수가 8090히트팝을 틀어 놓고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 나옴) 가위 흔드는 산에는 늙은 멧돼지 (죽은 멧돼지 이미지 삽입) 멧돼지도 죽기 전에 아이고 스님 한 번 들어가서 날뛰는 절간 절간에는 스님 고기 먹는 어린 스님 그런 스님도 스님이랍시고 염불을 외고 그런 스님에게도 구원을 원하는 중생이여 그런 중생의 죽음이랄까 뭐 그런 비슷한 것이 휘청휘청 나부끼는 아침 (바람소리 삽입) 휘파람 불며 둥둥 떠가는 잠시 가만히 지켜보시죠 (한편, 지금 이 순간 다방에는 나란히 앉아 김난도의 트렌드 2022를 읽고 있는 어린 연인. 필기까지 하면서. 웃으면서. “이 사람도 옛날 사람.” “왜?” “요즘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자꾸 쓰잖아.”) 떠돌다가 해 뜨는 강가에 앉네 한때 요즘 사람이었던 이 가까이 있을 땐 한 번도 돌아보지 않더니 애련하게 멀리멀리 가서 돌아보는 강에는 입질하는 붕어 밤새 붕어 잡은 사람 뜬눈으로 사는 어려움은 다들 알 테고 너나 나나(어린 연인도) 알 턱이 없는 건 그렇게 없이 어렵게 살아도 나중엔 남는 건 염원뿐 귤이나 까라 야 이 십장생아 시베리아야 에라 이 쌍화차야 염원이 지나쳐서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으며 영혼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장소 삽입) 죽은 이를 긍휼하면서 염병 속병이 나서 붕어를 고아서 잡수신 중생의 적막강산 어디든 절간이다 스님, 배를 따고 싶은 놈들이 몇 있는데 잠시 가만히 지켜보시죠 달궈진 무쇠 솥뚜껑에 삼겹살을 올리며 (산 멧돼지와 거니는 중생 이미지 삽입) 고기 굽는 스님을 보면서 “트렌드 하네요.”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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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단편소설] 누가 울어 하성란 1. 지난밤 꿈속에서 나는 1992년식 자주색 르망을 몰고 S시로 퇴근했다. 꿈인데도 S시 방향의 도로는 정체가 시작되어 교차로 한참 너머까지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삼십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운전석에 앉은 나는 화를 내고 있었다. 상습 정체 구역인데 앞지르기를 해 끼어드는 얌체족들을 단속하지 않는 건 여전한 모양이라고. 이럴 거면 대체 법이란 건 왜 있는 거냐고. 정체만 없다면 반으로 시간이 줄 거리였지만 단 하루도 그런 날은 없었다. 출퇴근 시간으로 세 시간 이상을 길에다 버리고 있자면 얌체족에서 시작되어 공무원에게로 옮겨간 나의 화는 구체적이지 않은 무언가로까지 뻗어 있었다. 그렇게 실체 없는 무언가를 미워하다 보면 S시에 도착할 무렵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젠 그곳에 갈 필요 없다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건 꿈이라고 이제나저제나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가 앞차가 간격을 벌리는 걸 놓치고 말았다. 득달같이 뒤차가 경적을 울렸고 당황한 나머지 핸들을 꺾는다는 것이 그만 액셀을 밟아 앞차에 따라붙고 말았다. 그 바람에 꼼짝없이 S시로 가고 만 것이었다. 중간에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꿈이니 반쯤 포기한 것도 있었다. S시에 접어들 무렵 날이 저물었다. 나는 속도를 늦추고 가로등 불빛에 서서히 드러나는 동네의 윤곽을 올려다보았다. 배수 파이프에서 흘러나온 오수로 물 얼룩이 밴 낡고 지저분한 축대는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고 대신 불을 밝힌 아파트의 수많은 창들로 동네는 듬성듬성 알들이 빠진 ‘쓰부 다이아’ 브로치처럼 빛나고 있었다. 낮은 담장을 끼고 모퉁이를 돌자 초등학교 정문이 나타났다. 쇠창살 너머의 넓은 운동장에도 어둠이 깔렸다. 이 학교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을 거였다. 해마다 학생 수가 급감해서 지금 내가 맡고 있는 6학년 4반은 남학생 열둘, 여학생 열하나였다. 그러고도 빈 교실이 남아돌아, 지금의 학교로 부임한 그해 학교 건물 한 동의 일층에 병설 유치원이 들어섰다. 바로 그 느티관 건물 지붕에 석면을 덧댄 사실이 재작년 감사에서 드러났고 그 제거 작업으로 학교와 유치원이 장장 50일간의 긴 여름방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비탈길 중간쯤에 그 아파트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아파트는 재건축 이야기로 뒤숭숭했다. 진작 헐리고 새 건물이 들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점차 무언가가 떠오르고 그것이 그 아파트의 벽면에 그려진 비둘기 모양의 로고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도 나는 반신반의했다. 고추를 조리는 매운 내가 저녁 공기에 뒤섞였다. 잠투정을 하듯 아이가 징징대고 젊은 엄마가 빽 소리를 질렀다. 녹이 슬고 페인트칠이 바랜 아파트는 삼십 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주차장은 따로 없고 공용 현관 앞의 축대와 면한 공터에 일자로 길게 흰 줄을 긋고 칸을 나누었다. 꿈이니 한 번에 주차되면 좋으련만 여전히 꿈속에서도 일렬주차는 내게 무리다. 간신히 주차 칸 안에 차를 넣었지만, 왼쪽 보닛이 주차선을 살짝 벗어났다. 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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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틀린그림찾기 여세실 아이는 식탁보 끝을 잡아당긴다 식탁보를 잡아당길 때는 망설임이 없어야 해 숨을 들이마시고 힘껏 당겨야 해 식탁보가 걷히는 순간에 식탁 위에 얹어 있던 밥그릇은 요동치다가 제자리에 멈춘다 아이는 승자가 깃발을 흔들 듯 온몸에 식탁보를 휘두르고 박수를 친다 나무는 흔들리고 사물은 바래간다 모서리는 뭉툭해지고 열매는 커지고 냄새는 퍼진다 이 거리에는 얼마나 많은 식탁보가 숨어 있는 거야? 저 나무는 언제 초록 천을 거둬들이고 붉게 바뀌어 버린 거야? 미처 보지 못하는 순간에 바퀴는 도로의 속도를 휘감아 잡아당기는 거야? 오렌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오렌지인 거야? 오렌지와 나는 얼마만큼 다른 거야? 저 간판 속 글자들은 사실 오렌지를 본 적 없대 만난 적 없는 것들끼리 짝꿍이 된대 악수를 한대 아이가 오렌지를 열어젖히고 오렌지 위로 쿵쾅거리며 나아갈 때 신이 난다 신이 난다 신난다 신난다 아이는 발을 구른다 자기에게 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몸만으로는 포옹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에도 영혼이 뭐게? 그건 몸 안에 찌그러져 있어 언제든 용수철처럼 뛰어나가 끝없이 늘어나며 너를 안을 준비가 되어있어 갇혀 있는 것들은 도망가기 마련이에요 뛰어넘기 마련이에요 문은 열리고 부서지고 나는 도움을 주는 쪽이고 싶어 모두가 자기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몸에 갇혀 있대도 나는 벗어날걸요? 매달릴걸요? 뛰어내릴걸요? 굴러갈걸요? 나는 오렌지를 먹을 수 있고 나는 오렌지를 쓸 줄 알고 오렌지는 나를 먹지 않고도 내가 될 수 있는데 아무 것도 되지 않고도 우리는 같이 언덕 위를 굴러갈 수 있는데 혼자일 때 나는 내 몸을 실컷 만질 수 있다는 거지 몸에도 구멍이 있다 손가락은 갈라진다 머리카락은 끝없이 뻗어나가고 손톱은 자란다 아이는 바닥에 다리를 펴고 앉는다 손끝으로 발끝을 잡는다 화살표를 안고 간다 길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긴다 손을 양쪽으로 뻗어 중심을 잡고 일자로 발을 내딛으며 방지턱 위를 걷는다 아이는 방향을 발명하기 시작한다 이쪽과 저쪽이 동시에 아이 앞으로 닥쳐온다 물병을 흔든다 물은 물병의 안쪽 벽면을 훑으며 흔들리고 있다 깊어진다 살은 튀어나온다 접힌다 옷 속을 물끄러미 보다가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 뱃살을 잡고 만지작거린다 햇볕은 확실하다 뚜렷하다 손바닥을 뻗는다 하품을 한다 숨이 온몸 가득 통과할 때 햇볕을 들이켜고 있다고 햇볕을 꿀떡 불길을 폴짝 아이는 자기 윗옷을 벌려 그 안에 이유를 잔뜩 모은다 모래가 흩어지는 이유 개미가 모래를 파고드는 이유 물방울은 매달린다 매달리고 있는 건 힘이 세지 부풀고 있는 건 뜨겁지 들어오세요 문을 열어드릴게요 같이 얘기를 해요 아이는 화장실에서 한 시간째 오줌을 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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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단편소설] 부동산은 끝났다는 그 말 -동부이촌동- 윤보인 만약 당신이 늦은 밤 한강변을 보면서, 저 많은 아파트 중에서 내 집이 없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면,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어느 날 주말 아침이 몹시 우울하다면, 한강 근처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에 들러 아파트를 보여 달라고 말해 보라. 부동산업자가 뭐라고 떠들든 말든, 이 집의 호가가 얼마인지, 한 달 만에 2억이 올랐다고 말하든 말든, 그냥 떠들도록 내버려 두어라. 직접 그 고가의 아파트에 들어가 살지는 못하더라도, 미친 척하고 쇼핑하듯 아파트를 둘러보라. 일상이 지루하다면, 그런 취미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몇 달 전에 나는 파산했다. 동업했던 친구를 잃고, 인생이 개판이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유니크하게 살고 있다. 경매 입찰일이 다가오면, 세탁소에 맡겨 둔 옷을 찾아오고, 늦은 밤이면 신성하게 기도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돈이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은 많을수록 좋다.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다. 동의한다. 파산한 뒤로 불편해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자동차를 팔았으며, 택시는 절대 안 타고, 아니 탈 수도 없으며, 갖고 있던 물건들을 다 팔았으며 이제는 거의 피난민처럼 살고 있다. 피난민이라. 마음에 든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피난민. 파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운이 좋게도 취직을 했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화장실에 갔을 때, 휴대폰으로 경매 물건이 새로 나왔나 살피면서, 그야말로 노예처럼 살고 있다. 마음에 든다. 망했지만 어쨌거나 유쾌함은 남아 있다. 하, 씨발. 화장실 창밖으로 주차된 롤스로이스 한 대가 보였다. 차 주인이 어떤 놈인지 항상 궁금했다. 나이 마흔도 안 되어 보이는 남자가 배를 한껏 내민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차 문을 열었다. 저런 새끼가 끌고 다니네. 나는 창가에 서서 중얼거렸다. 롤스로이스는 도망치듯이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회사 대표가 일본어로 통화를 하면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늘 복리의 마법을 부르짖는 사람이었다. 지난달까지 통장에 30억을 찍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돈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그건 평소의 내 신념이었다. 사기꾼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브라질의 사기꾼, 인도의 사기꾼, 주식 사기꾼, 부동산 사기꾼, 그들도 어딘가에서 하루 세 끼를 먹으면서 살고 있다. 기껏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살면서 어휴, 다행이다. 집값이 30억이 넘었네. 아직 우리에겐 돈이 많은데, 어떻게 관리하지. 기껏 그런 걱정이나 하면서 그들 또한 살고 있는 것이다. 돈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누구나 미친 짓을 한다. 모건 하우절은 말했다. 동의한다. 회사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주식 창을 열고 가격을 확인했다. 어제는 70만 원을 벌었는데, 오늘은 100만 원을 잃었네, 얘기하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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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층간 소음 민구 위층에 코끼리가 산다 코끼리는 사막이나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데 가족과 서식지를 잃고서 밀렵을 피해 연희동으로 건너온 모양이다 코끼리는 물과 먹이를 구하러 이틀 동안 잠도 안 자고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낮에도 걷고 밤에도 걷는 걸까 코끼리 새끼와 싸우러 올라간 적이 있었다 문을 두드려도 나오지 않았다 멸종위기종이라도 월세를 감당하려면 일해야 한다 통신요금도 내고 데이트 비용도 부담하고 조직 활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겠지 그는 나와 같은 버스를 기다린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고 서성인다 코끼리는 코가 손이니까 과자를 주면 코로 받고 화가 났을 땐 아카시아 나무를 다 뽑아버리며 우연히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코로 사랑 고백을 한다고 한다 오늘은 위층이 조용하다 아무도 없으니까 드넓은 초원에 혼자 떨어진 것처럼 쓸쓸하고 공허하다 이럴 땐 코끼리 똥이라도 주워야지 올라가서 따질 말을 하나라도 찾아야 한다
- 관리자
- 2022-01-01
[문학생활탐구] 문학생활탐구 설하한, 최아현 -1화-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2) Q. 지금 꽂혀 있거나 자주 반복하여 사용하는 단어가 있어? 리치스스로에게 금지한 분위기가 있어. ‘축축하다’라든지 물 냄새 나는 분위기를 쓰지 말자고 말이야. 그런 단어나 분위기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해. 꼭 시에 동물 하나가 등장하기도 해. 그런 부분을 덜어내고 무던한 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 진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요즘 꽂힌 단어는 ‘바람’ 정도? 참 ‘별’에 비유한 표현도 많이 쓰는 것 같기는 해. 리수나는 최근에 ‘당신 얼굴 앞에서’라는 영화를 봤어. 그 영화를 본 뒤로 ‘얼굴’이랑 ‘거울’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 Q. 그럼 쓴 글을 어딘가에 공개하거나 발표한 적이 있어? 아니면 다른 사람 글을 읽는 곳을 이야기해 줘도 좋아. 리수친구들하고 500자 글쓰기를 했다고 했잖아? 그건 〈포스타입〉이라는 플랫폼에서 했지. 100일 동안 한 적도 있고 50일 동안 한 적도 있어. 장편이나 소설을 쓰는 건 아니고 매일 매일 다른 주제로 글을 썼지.보통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글도 블로그에서 접하는 편이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고 기록하듯이 올리고 있어. 찍은 사진을 올리듯이. 삑블로그 친구는 많은 편이야? 리수이전에 예를 들었던 『사랑의 단상』의 글귀처럼 나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 때 블로그 친구를 맺는 편이라서 친구는 적은 편이야. 글을 올리는 친구들보단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나 예술비평 하는 사람들 위주로 블로그 친구를 맺고 있어. 진나는 글을 개인적으로만 쓰는 것 같아서 플랫폼에 올려 보진 않았어. 나는 글쓰기 반에서 글을 보여주고 거기서 친구들의 글을 읽어. 내가 다니는 학교는 동아리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거든. 나는 문학 동아리에 욕심을 많이 냈지. 1학년 때 열심히 활동해서 2학년인 지금은 부장을 맡았어. 1학년 때 문학 동아리는 언어 관련 활동을 많이 했는데, 내가 부장이 된 이후에는 문학 관련 활동을 많이 했어. 시를 산문으로 바꿔서 쓰기, 영어로 릴레이 소설 쓰기, 이런 것들을 했지. 덕분에 다른 동아리 친구들하고 많이 교류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리치 나는 예술학교에 다니니까 글 쓰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우리 반 40명 모두 글을 쓰고 학교 선생님들 대부분이 시인이나 소설가분들이고 학교로 강연 오시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작가를 접할 기회가 많아.요즘은 백일장 제출 작품에 급급하다 보니 공개하면 안 되는 작품도 있어서……. 그래도 〈문학광장 글틴〉에 조금씩 올리고 있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전시회나 1년에 한 번씩 발간하는 교내 문집에 글을 발표하고 있어. 전시회나 문집에서 글을 보고 친구들이 이야기해 주기도 해. 지금은 독립서점 이런 곳에 문집을 배포하려는 계획도 하고 있지. Q. 다양
- 관리자
- 2022-01-01
새로운 학설 송경동 배고파야 시가 나온다는 말 사실 아니다 75m 굴뚝 위에서 가느다란 밥줄 하나 지상에 내려두고 4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던 스타플렉스 해고노동자들 지지 엄호를 위해 25일 동안 연대단식한다고 쫄쫄 굶고 재발한 암 치료를 거부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오던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을 촉구하며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천막 하나 못 치고 46일을 단식하면서도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다 적당히 배고파야 시도 써진다 창자가 뼈에 붙을 정도면 서정이고 나발이고 붙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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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칼테스 에센* 배시은 영혼의 쌍둥일 만났다. 그러나 영혼이란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영혼은 무언가 특별하다고들 말한다. 뭔가 달라, 라고 의심쩍게 말할 때 사람들의 영혼은 쪼그라들었다가 펴지기라도 하는 걸까. 영혼은 몸을 입고 태어날 뿐이기 때문에 몸이 죽어도 영혼은 남아 다른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혼은 세상을 떠돌고 몸이 갈 수 없는 곳까지 가 있는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은 달콤하고 때로는 사람들의 모험심을 들춘다. 그러나 실제로 영혼이란 게 그렇게 고유하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것이라면 어떨까. 몸과 영혼은 하나이며 사후 세계란 없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기보다는 염원한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어, 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이대로 끝날 때까지 복기하면서 그래 그래. 내 쌍둥이의 영혼이 맞장구친다. * 불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 차가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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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와 너무조용해서위로조차할수없는육체를가진여자와 주파수가다른곳으로떠난여자의 기원막대나선공명*) 김혜순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는 울고 싶은데 울어지지 않아서 화가 나. 화 다음 수가 나. 수 다음 목이 나. 목 다음 금이 나. 금 다음 토가 나. 나는 화수목금토 육체에재갈물린여자야, 그런다.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는 상담실에 오자마자 모래상자 중앙에 모래언덕을 만들고 뱀 3마리를 상자에 놓고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소리친다. 아빠가 뜨거운 물속에 나를 넣는 꿈을 꾸었어, 뜨거운 물속에서 새빨간 너를 낳아야 했어, 나는 융 학파들의 분석을 싫어해, 내 기억은 내가 모르는 짐승이 되어 버렸어, 그런다 내가 모래상자에 두꺼비를 놓으면 너는 이렇게 생각하지? 이 다음엔 물을 놓겠지! 아즈텍에선 두꺼비가 자궁 상징이야, 그런다. 내가 뱀을 놓았으니 벌써 분석을 끝냈겠지? 우로보로스, 설마 생각하는 거야? 나는 뱀이야, 양말 속에 눈알이 달렸어 하하. 그런다. 개구리 입에 뱀을 밀어 넣으려 하다말고 관람불가, 관람불가 쩍벌남과 다꼬녀, 그런다. 너무조용해서위로조차할수없는육체를가진여자가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에게 너는 지금 욕설이 하고 싶은가? 왜 그렇게 위악적인가? 하고 묻자 잠시 후 얘네들도 그림자가 있네 죽은 부모의 사진 같은 내 그림자, 그런다. 너무조용해서위로조차할수없는육체를가진여자가 심리 테스트를 제안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정의로운 것, 죽음, 네와 아니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의한 것, 죽음, 네와 아니오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사람을 땅에 묻고 이렇게 우리가 앉아 있는 것, 공의인가, 그런다. 나는 결국 죽음을 순산할까, 난산할까, 제왕절개할까, 그런다 이 세상에 제일 냄새가 나는 색이 뭔지 알아? 흰색, 흰 새의 겨드랑이 냄새, 기저귀냄새. 우주 냄새 나는 옐로우에머랄드블루브라운그레이그린색이 좋아 울려고 하면 뇌압이 상승하고, 정전. 그 다음 응급실. 흰색 정면. 반복. 반복. 반복. 죽은 사람은 왜 죽어 있는 것을 멈추지 않지? 죽음이라는 부모님의 딸로 살아갈 수는 없어, 오늘은 수의 날. 눈물의 날이야. 오늘 내 밑바닥을 흐르는 지하의 강이 오도가도 못하네. 호스피스에서 엄마가 자다가 눈을 뜨고 나한테 그러더라 이것아, 왜 그렇게 다리를 꼬고 밤새도록 앉아 있니? 그러다가 네가 내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으니 언제든지 날 찾으러 올 수 있겠지? 하더라. 그 날은 금의 날. 마음이 철창살이었어. 주파수가 다른 곳으로 떠난 엄마가 외치고 있어. 뻔히 보이는 데 죽은 자가 되어 계속 딸의 이름을 부르는 그 심정, 우린 모를 거야, 그 한을, 그런다.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는 모래 위에 뱀 세 마리를 세 사람의 손목처럼 꼬아 놓는다. 왜 우리 셋이 껴안았는데 느낌이 안 나? 그런다. 내 맘이 사막이라서 그런가? 적막의 막막한 사막. 사막은 후회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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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1
판교로 가는 마음 이근화 판교로 가자고 그가 말했다 옷을 차려 입고 서둘렀지만 끊임없이 신발이 태어났다 나의 신발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신발 아래 그 아래 더 아래 나 나의 신발 판교 판교로 가자고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냉동 인간처럼 그는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았는데 먼 미래에 우뚝 솟은 판교 아버지는 판교에 가면 조심해야 할 것들을 세 가지 말해주었다 한 가지라도 기억하고 싶었다 판교를 중얼거리며 아, 무너지는 마음 이것은 행운인가, 판교 밀애인가, 판교 배교일 뿐이야, 판교 아이는 없었다 고양이도 없었다 주말도 소풍도 기차도 김밥도 달걀도 다 날아가고 없는데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판교는 있는가 그는 있는가 그가 웃었다 판교에 가자고 거의 다 되었다고
- 관리자
- 2022-01-01
[단편소설] 삐에르 밤바다 김태용 우리의 친구, 댄스 없는 댄스 필름을 만들던, 삐, 잠시, 아니 계속해서, 이제 막 시작했지만, 시작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지, 우리의 친구, 이름을 부를 순간이 오면, 그보다 먼저, 이제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대답 없는 부름이 가능할까, 우리가 들었던 대답들은 모두 부름에 대한 대답이 맞을까, 대답이 없다는 걸 알고도 부를 수 없을까,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부를까, 어떻게 대답을 듣지 않고 부를까, 이런 물음을 지속하다 보면, 최초의 물음은 역방향으로 달려가기 마련이어서, 물음에 저항해 뒷걸음쳐 도망가려 해도, 도망칠수록, 결국, 아포리아의 막다른 골목에 닿아, 골목을 통과하는, 억견의 구조로, 비정언적 물음에 가까운, 이런 언어의 가름끈 같은, 가변적인 개념어에 속지 않고, 속아 주는 척하며, 계속 속이며, 속여 가며, 속임을 당하며, 척하며, 우리의 친구가 자신도 모르게 사용한, 언어 귀류법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귀류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제인지 더 되물어야 하지만, 물음 포기에서 가까스로 되살아난, 반짝이는 물음표기로, 이런 물음이 가능하게 되어,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부름만 가능한 게 아닐까, 대답을 들을 수 없기에, 계속 부를 수 있는 가능한 발화를 두고, 더 이상 지금 여기에 없는, 어쩌면, 지금까지 여기에 없었던, 여전히 여기에 없는, 발화로만 기억을 불러내는 존재, 목소리를, 가능한 발화의 문턱에, 문장이 될 수 없는 발화의 문턱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언어의 기능을 손상시키며, 쓰지 않을 기능을 못 쓰게 만들며, 반영구적으로, 자비로운, 장애의 언어 관절로, 역광의 시간 속에서, 짧은 순간 노출되는, 점진적인, 목소리가, 형상을 불러내기에, 믿기에, 그것이 허구로 위장한, 허구의 결속에 의한 형상의 피부라고 해도, 피부는 부드럽고 거칠어, 상처가 잘 나고 드물게 아물지, 피부는 형상의 모든 것이야, 피부 피구라(figura), 말할수록 형상이 피부화 되는, 우리의 친구는 그랬어, 여전히, 이렇게, 입술의 막을 살짝 벗겨내며, 피 나지, 내버려 둬, 계속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언어의 관절을 뒤로 꺾으며, 푸잌, 웃고 있니, 삐에르 밤바다가 말하길, 나는 댄스 필름을 만들지 않아, 댄스 필름, 나에게 그런 건 없어, 불가능해, 끝났어, 나는 댄스 없는 댄스 필름을 만들어, 모든 위치에 내가 있어, 너희들은 어떻게 살고 있어,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나의 말은 언제나 대화를 향해 열려 있는 독백이니까, 차는 식기 전에 마셔, 입술에 묻은 스콘 가루 예쁘다, 스콘 가루로 댄스 없는 댄스 필름을 만들 수 있을까,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내가 댄스 없는 댄스 필름을 만들고 있다고 좀 인정해 주라, 그렇게 우기면서 삶의 영역을 확장하던, 수다쟁이 조약돌, 삐에르 밤바다가 마지막으로 말하길, 안녕, 사랑하는 머저리들, 모두 잘 있어, 우린 언젠가 잠들어, 내가 먼저 잠들고 그다음엔 너희 모두를 잠들게 할 거야, 잠, 그건 댄스 없는 댄스 필름의 마지
- 관리자
- 2022-01-01
[현장 비평] 《문장웹진》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폭넓은 담론을 펼칠 수 있는 ‘비평의 장’을 마련하고자 2020년 진행되었던 〈본격! 비평〉 코너를 정비하여, 2021년 4월호부터 〈현장 비평〉을 선보인다. 2022년 〈현장 비평〉은 신진 문학평론가 12명이 각자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매월 1편씩 발표된다. 일상이라는 공동환상 성현아 1. 이탈이 아닌 연속으로서의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 일명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며 정부는 지난달 1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4단계 수준의 방역 대책이 재개되었고 긍정적인 전망이 무색하게 코로나19의 종식은 요원해 보인다. 삶의 방식 자체가 이전과는 판이해진 지금, 문학이 현실을 즉각 반영하거나 단순재현하는 매체는 아니라 할지라도 팬데믹 시대를 등지고 문학을 논하는 일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현실에 접속하려는 문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인 것과 별개로, 현실과 분리된 문학의 자율성을 고집하는 이들에게조차 코로나19는 떼어 두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가 된 듯하다. 황호덕은 세월호 사건과 문단 내 성폭력 말하기 운동을 거치며 언어의 불능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던 문학이 이제 전위로서의 발화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말’과 잔여의 몫을 충실히 감당하기 위해 ‘후위의 자리’를 지켜내려 한다고 분석한다.1) 여성 독자들이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선량한 피해자로 인정받고자 전략적 읽기를 수행한다는 3장의 논의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문학이 “쓰일 수 있는 형식”2) 으로 기능하며 계몽의 역할이 아닌, 현실의 시민들과 ‘함께-있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새로운 몫이 아니겠는가 하는 주장은 온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문학에서 현실을 읽어내고, 현실의 근거를 문학에서 찾아내며 양자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짚어 나가는 일은 그 자체로도 문학의 일이 될 수 있다. 변화한 문학의 자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코로나19로 인해 맞이하게 된 위기와 그 극복의 방식에 대해 문학을 경유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2019년에 발발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일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으며 비대면화하기 어려운 일은 최소한으로 축소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대면하여 누렸던 일상을 잃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생애주기는 이젠 지켜지기 어려운 낡은 개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연한, 재수 없는, 특수한 재난이 예기치 못한 재앙을 초래했다는 식의 단순한 인과로 지금의 사태를 이해하는 것은 비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젝이 요구했듯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학자들이 수년에 걸쳐 경고했음에도 아무 대비 없이 우리를 파국에
- 관리자
- 2022-01-01
[단편소설] 내부순환 정지돈 1. 몰덴커는 남아 있을 것이다. 전설의 컬트 소설 『모터맨Motorman』의 첫 문장이다. 『모터맨』은 1972년 출간됐지만, 곧 절판됐고 삼십 년간 망각 속을 떠돌았다. 작가인 데이비드 올David Ohle 역시 소설과 운명을 함께했다. 청탁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90년대 즈음에는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본인도 까먹을 지경이 된 것이다. 소설가로서 모든 희망을 버렸을 즈음, 데이비드 올은 뉴욕의 KGB라는 소그룹에서 연락을 받았다. 웬 어린놈이었는데 그가 전화를 받자 흥분해서 외쳐댔다. 진짜야, 진짜. 진짜 살아 있어. 그들은 데이비드에게 뉴욕으로 와줄 수 있냐고 했다. 수년 동안 『모터맨』을 읽고 필사하고 사본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말이다. 살아계신 줄 알았으면 진작 연락드릴 걸 그랬잖아요. 데이비드는 막 설거지를 끝내고 창문 옆의 1인용 소파에 앉아 떨에 불을 붙이던 참이었다. 치익 소리를 내며 오렌지 불빛이 깜박였다. 아직 안 죽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랴. 데이비드 올은 퉁명스레 대답했지만, 다음날 바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갔다. 12월이었고 존 F. 케네디 공항의 활주로 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평생 중남부에 살았고 눈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빌어먹을. 존나 예쁘군. 품에 넣어 온 50㎖짜리 버번위스키를 마시며 데이비드가 중얼거렸다. 호준은 데이비드 올이 자신의 미래라도 되는 것처럼 굴었다. 이제 더 이상 컬트 작가 같은 건 없다고 해도 못 들은 척했다. 그는 『모터맨』의 세계관을 모델 삼아 새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운동장도서관에서 했던 강연에서 호준을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등단한 지 몇 년 안 된 젊은 작가였고 첫 책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지난 때였다. 드문드문 북토크를 했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강연은 처음이었다. 파트너인 M은 강연도 하고, 진짜 작가네, 라며 놀리듯 말했다. 나는 덤덤한 척 굴었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거야,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치만 내심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며칠에 걸쳐 자료도 준비하고 강연록도 짰으니까. 어떤 독자가 올까? 무슨 질문을 할까? 내 의도를 눈치 챘을까? 그런데 웬걸, 바깥보다 춥고 을씨년스런 강의실에는 행사를 준비한 사서를 포함해 총 세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모집 인원은 마흔 명이었다). 두 명의 독자는 장년의 남성이었는데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서는 오전에 갑자기 난방장치가 고장 났다고 했다. 온열기를 빌려 오긴 했는데 저걸론 부족하겠죠? 방에서나 쓸 법한 작은 온열기 두 개가 덩그러니 켜져 있었다. 두 분이니까 각각 가져다 쓰면 되겠네요. 내가 말했다. 사서가 반색을 표했다. 정말! 그러면 되겠네요. 그러나 코드를 꽂아야 하는 온열기라서 위치를 옮길 수 없었다. 두 명의 독자는 온열기를 흘깃 보고는 그냥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외투로 몸을 꽁꽁 싸매고 말이다. 강연을 시작할 즈음 두어 명의 사람이 더 왔다. 그러나 그중 한 사람은 앉아서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이야기
- 관리자
-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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