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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

  • 작성일 2025-10-01

   키야


이다희


   안녕. 사랑해. 


   내가 키야에게 가르친 단어는 단 두 가지. 


   그 외에 모든 저주의 말들은 나에게서 자연스레 배운다. 외출을 할 때 나는 키야를 한참 바라보고 나온다. 안녕. 사랑해. 어디 갔어? 나쁜 년. 지옥에서 만나. 키야는 나에게 배운 두 단어에 항상 무엇인가를 얹어 준다. 나는 웃으며 혀를 찬다. 


   키야를 이전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키야는 통통 걸어가 먹이통에서 사료를 쪼아 먹는다. 우연히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 노점상 옆에 있던 키야를 본 순간 나는 새장을 그대로 들고 시장 골목을 나섰다. 


   키야를 처음 본 순간 키야라는 이름만 생각이 났다. 주인이 키야를 키야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을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키야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내가 밖으로 나갈 때 키야가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가? 나 또한 키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녕. 사랑해.


   나는 두 단어를 정말 열심히 가르쳤다. 그 외에 저주의 말들은 키야가 알아서 배웠다. 


   안녕. 사랑해. 어디 갔어? 나쁜 년. 지옥에서 만나.


   나는 키야가 하는 말들을 모두 받아 적고 싶다. 그게 설령 지리멸렬하고 괴로울지언정. 키야는 키야. 나는 오래된 지옥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피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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