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본 적 없는
- 작성일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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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본 적 없는
김세희
일광 삼성리 산8번지 일대가 신도시가 된단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는 산8-2번지 땅 주인 박상용 씨는 그동안 자신의 땅만 보상 계획에
빠져 배가 아팠었다
그러던 중 고국의 신문에 산8-2번지가 도로에 흡수되게 되어 보상 계획 공고문이 실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골똘히 멀리서 온 신문을 들여다보다가 주변 땅 주인들 산8-1, 산8-3 지그재그 산으로 오르는 번지들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을 지그재그 떠올렸다
마당에 동그랗게 맺는 열매를 보다가 어떤 마음이면 요렇게 까매지는 걸까 했는데
산8-13번지에 블루베리 나무 1주, 무화과나무 1주, 사과나무 1주를 심어 놓은 사람은 계절마다 먹을 과일을 계획하는 사람
물통과 농자재를 치워 달라는 공고의 땅 주인도 알 것 같은 이름이다
박상용 씨는 뒤늦게 기쁜 소식이라는 조카의 말을 생각해 본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박상용 씨의 경계는 흐려지고
일광 구석진 땅 귀퉁이에 있을지도 모르는 기억은 도로가 될 것이며 그의 것들을 밟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신호등이 설 것이다
공룡 뼈 같은 소식이구나
돋보기를 끼고 다시 신문을 본다
앞집 마당에 불이 켜지고 장바구니를 든 가족들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그의 이웃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다
그의 이웃은 일광 삼성리 산8-2번지 일대에서 사라졌다
현재 주소지 브라질 상파울루주 상파울루시 봉헤찌로구 반데이란 찌스기리
이 주소를 갖고 죽어도 될까
묻히지 않은 곳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일광 무너져 내린 그의 집에 도로를 들이자 앞으로 밀고 들어온 트럭이 등 뒤로 빠져나가 버린다
뚫린 마음에 어떤 보상이 필요할지 대문이 있던 자리 우사가 있던 자리
발자국 남기러 가야 한다는 박상용 씨.
산8번지 일대 아파트가 다 세워지면 누가 돌아오나 마음 없는 마음이 지그재그 돌아오나
박상용 씨는 도로에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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