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리
- 작성일 2026-06-01
- 댓글수 0
빛고리
전호석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빛고리들이 땅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새벽
누가 버린 걸까
순례자들
무엇을 순례하나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쓸모없다면 순례입니다
구름이 밀려나는 모양으로 사람들
여기를 떠나 저기로 간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어디에도 갈 수 없는데
빛고리를 만들어 버리는 일
순례 그러니까
주저앉아 담배 피우는 거, 구경하면
악취를 생각해 보세요
거짓말과 권태를 극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온함과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는 날들
음식이 썩고 꽃이 거기에서 피어나고
코가 없으면 평온할 수 있습니다
눈이 없으면 빛고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
빛고리
모두들 다른 모양과 질감을 상상한다
길 위에는 응당 있어야 할 돌무더기 넝쿨 광포한 강줄기
주저하는 어떤 순례자
그리고 눈부신 빛고리
다시 시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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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석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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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석
-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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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판동팔판동 전호석 편의점 앞 플라스틱 탁자에 둘러앉아 우리는 생일파티를 한다 촛불이 누웠다 일어서는 동안 개 짖는 소리 회오리가 낙엽을 그러모은다 유리문이 열린다 작은 종이 울리고 담배를 쥐고 걸어 나온 사람은 플라스틱 탁자의 얼룩을 잠시 바라본다 일행이 하나 둘 도착한다 나는 고깔모자의 부재를 생각하며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낯선 일행에게 소곤거린다 촛농이 케이크를 덮어 간다 눈이 먼 일행이 플라스틱 칼을 들고 일어난다 그는 추위로 몸을 떨며 입을 작게 벌려 무엇인가 중얼거린다 재봉선이 터진 인형처럼 하얗고 하늘거리는 것이 흘러나온다 일행은 끊임없이 늘어난다 골목 너머로 빈 캔이 굴러간다 우리는 팔판동을 서서히 잠식해 간다 모두들 서로의 이름을 떠올리는데 아무도 취하지 않았고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철 대문 너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눈동자 칼이 케이크를 파고든다 오늘은 여기 모인 누구의 생일도 아니다 벌려진 손 위로 머리가 새까맣게 탄 성냥이 떨어진다 * 팔판동에는 편의점이 없다
- 전호석
-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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