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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오후의 해

  • 작성일 2024-08-01

   오해와 오후의 해


이실비


  해바라기는 새카맣게 탄 얼굴을 가졌지 우는 사람의 두 볼이 둥글게 부풀어 올라 눈물이 신나게 미끄러지는 한낮 두 손을 모아 앉는다 오늘은 아무도 울지 말라고 하지 않기를 오늘만큼은 실컷 울 수 있기를 우산 없이 빗속을 걸으며 속옷까지 젖기를 컵에 담긴 물을 쏟기를 엎질러진 물을 치우는 손이 자신의 손이 되기를


   평평한 손톱 끝으로 뺨을 쓸어내렸다 수천 개의 발걸음이 지나간 해변의 모래를 만져 보듯 그렇게


   웃는 사람의 잇몸을 더듬어 보던 혀처럼 그렇게


   동시에 숨고 동시에 뱉어지는 파도 같은

   웃는 사람의 잇몸


   열려 있는 발코니


   용과와 칼

   테이블과 선베드

   해변의 산책자들 모르는 정수리들 웃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듣던 선셋 인 더 블루


   만약 태양을 깎을 수 있다면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가를 수 있다면 기쁨과 고단함이 몸을 섞으며 쏟아내는 붉은 즙을 삼키고 반의 반으로, 반의 반의 반으로······ 깎은 태양을 한 조각씩 바다에 퐁 퐁 퐁 빠트릴 수 있다면


   장관일 거야


   난도질당한 태양 껍데기는 그냥 버려지겠지


   칼 한 자루만 남기고


   웃는 사람이 우는 사람의 입에 용과를 잘라 넣어 주면

   훔친 알을 먹는 기분이었다


   해바라기가 새카맣게 탄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지 사랑에 얼마나 더 많은 오해가 필요한 건지 우는 사람은 흰 종이를 펼쳐 반으로 찢고 또 반으로 찢고 찢고 찢는다 더 이상 가늘어질 수 없을 만큼 찢어지는 소리가 빗소리 같아서 흐르고 모이고 고이는 소리를 이해하고 싶어서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도 젖는 얼굴이라서 찢은 종이를 뭉쳐 얼굴에 비벼도


   아프지 않다고 웃는 사람에게 말했지만


   웃는 사람은 궁금했다 아무리 옆에서 웃어도 배를 잡고 굴러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흥건해진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당연하다면 대리석에 반사되는 전구 오너먼트가 당신과 함께 울어 준다고 믿는다면 웃는 내가 왜 필요해?


   태양을 삼킨

   밤바다

   서로를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어둠

   서로의 웃음을 겨우 짐작할 수 있는 어둠 속에서도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해변의 즐거운 사람들 사이로


   더 이상 서로를 찾지 않는 일도 일어나고


   우는 사람은 생각했다 만약 바다에 둥지를 틀 수 있다면 높은 산에서부터 하나씩 모인 물길들이 선이 되어 엉키고 서로를 위해 웅크린다면 부표처럼 떠다닐 물의 둥지 마지막 태양 한 조각을 그 안에 넣을 수 있다면


   태양은 고맙지 않을 것이다


   그저

   천천히 식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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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

파손 이실비 모래시계를 들고 당신이 왔습니다 삶이 너무 짧다고 나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하얀 빨간 모래 알갱이가 다투며 내려오는 밤 당신 어깨에서 연필심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연필심이 뾰족하게 돋아나는 시간 당신이 아파했습니다 바닥을 뒹굴면서 마루를 죽죽 그었습니다 당신에게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어서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당신 어깨에 큰 종이를 대고 문질렀습니다 계속 문지르면 밀려 올라오는 연필심은 없었습니다 내가 이제 매일 종이를 줄게 좋은 종이를 줄게 한 사람을 위해 견딘다고 생각하면 밤이 길어서 종이를 채우는 검은 선들로 충분한 밤이라고 믿는 일 그렇다고 그렇게 익숙해지자고 어깨를 잡고 구르는 사람에게 밤을 버티는 기쁨을 말하진 않았습니다 새로 그려야 하는 그림과 새로 써야 하는 시는 아침에 찾아오니까 어떤 음악은 한낮에 들어야 더 충격적이니까 충격은 흐르게 두어야 하니까 모래시계를 깨트려 모래를 쏟았습니다 하얀 빨간 모래가 흩뿌려진 산 멀리서 보면 분홍입니다 로맨틱합니까? 그 산을 타고 오르는 아주 작은 당신과 나를 떠올려 봐요 발을 디딜 때마다 분홍이 우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산 아래 가장 마지막에 떨어지는 모래 알갱이 하나는 하양일까요? 빨강일까요?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침까지 궁금해 하기로 합니다

  • 이실비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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