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슬픔은 이를 악물고 운다
- 작성일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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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이를 악물고 운다
- 그 항구에 바다보다 많은 눈물을 심었다
김균탁
이상한 단어들이 추락한다
춤을 추며 어깨를 추스르는 문장들
숨을 쉬지 못한 언어가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 내린다
귓속을 맴도는 은밀한 밀어
부서진 단어가 떨어진 조각을 주우며
끝나지 않을 헤어짐을 더듬거린다
더듬이처럼 방향을 찾아 나서는 부서진 문장
헤어짐은 안 된다고 아무리 애원해도
이별은 말없이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문장은 쉽게 부식되는 공식
숫자들이 뜨거운 연기 속 찻잔처럼 이별의 횟수를 더한다
수집되지 못한 헤어짐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입안을 가득 채우고 눈물을 심는다
덧셈이 깨어진 단어들을 두드린다
ㅇ ㄹ ㅣ ㅈ ㅎ ㅓ ㅕ ㅑ ㅎ ㅏ ㅏ
ㅜ ㅣ ㅇ ㅔ ㅔ ㅇ ㅈ ㅇ ㅐ ㅈ ㄹ ㄱ
길 위에 버려진 문장이
바람에 날려 전깃줄에 앉는다
고압이 조각난 단어들을 태운다
바닷속 깊이 침몰해 떠오르지 않는 유언들
파도치는 문장과 소금기 가득한 눈물이
수면 위 물결인 듯, 바람 위 파동인 듯 펄럭인다
ㅁ ㅇ ㅎ ㅏ ㅣ ㅏ ㅏ ㅏ ㄲ ㄱ
ㅣ ㅏ ㅐ ㄷ ㅅ ㅁ ㄴ ㅈ ㅗ
불꽃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울음
음악같이 쏟아져 퍼덕이는 수상한 글썽임
글자들이 되돌아와 바다로 가라앉는다
ㅅ ㄹ ㅎ ㅏ ㅏ ㅇ ㅐ
ㅅ ㄹ ㅇ ㅎ ㅏ ㅏ ㅐ
ㅏ ㅏ ㅇ ㅐ ㅅ ㄹ ㅇ ㅎ
아무리 삼켜도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는
가느다란 외침과 흘러내리는 절규
얼굴을 감싸 쥐고 뜯어 낸 입술
가라앉은 단어들이 구하지 못한 헤어짐을
가느다란 목소리로 헤맨다
ㄷ ㅇ ㅁ ㅇ ㄷ ㄲ ㄱ
ㅏ ㅡ ㅔ ㅗ ㅗ
해저에 떨어진 문장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문을 나선다
영원한 이별이 창에 부딪혀 흐르는 눈물을 부순다
ㅎ ㅇ ㅈ ㄴ ㅈ ㄱ ㅇ ㅂ ㅅ ㄴ ㄴ ㄴ ㄴ ㅁ ㄹ ㅇ
ㅔ ㅓ ㅣ ㅓ ㅓ ㅡ ㅜ ㅜ ㅣ
천천히 걸어간다
ㅅ ㄹ ㅇ ㅏ ㅡ ㄴ ㄴ ㅁ ㄹ ㅇ
ㅏ ㅏ ㅎ ㄴ ㄴ ㅜ ㅜ ㅏ
ㅈ ㄹ ㄱ ㅏ ㅡ ㅔ ㅗ ㅇ ㄹ ㄲ ㄱ
ㅏ ㅏ ㄷ ㅇ ㅁ ㅇ ㄷ ㅜ ㅣ ㅗ
ㅏ ㅣ ㅅ ㄹ ㅇ ㅎ ㅈ
ㄷ ㅅ ㅏ ㅏ ㅏ ㅏ
영원히 어린···,
ㅇ ㅕ
ㅏ ㄴ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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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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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5-01-01
눈사람 공화국 신미나 눈이 오는 밤에 나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한 움큼의 눈으로 정부를 만들었어요 단 한 개의 초를 에워싼 빛 딱 그만큼의 빛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보세요 어둠을 지우는 것은 빛이 아니었어요 더 짙고 광막한 어둠이었어요 열이 백을 타고, 백이 천을 모으고, 천이 백만을 부르는 눈송이 그러니 이 나라에서는 그 누구라도 십자가를 홀로 지지 마세요 시대의 면류관을 씌워 한 명의 영웅을 만들지 마세요 광장에 선 소녀들의 뺨이 붉으니 평범한 하늘, 평평한 땅, 동등한 어깨를 주세요 소와 족제비와 잉어와 곰이 뺨을 부비며 노는 나라 할머니와 장미와 월계수와 소년이 꼬리를 달고 덤불 속에 뒹구는 나라 백 년 전의 민요가 광장의 가요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몸의 밑바닥을 울리는 북소리 둥둥 울려 퍼집니다 그때까지 우리 조용히 심지의 불을 키우기로 해요 피가 비치는 하늘 아래 한 번의 숨, 딱 한 주먹의 혁명으로 이룩한 정부를 세워요
- 관리자
- 2025-01-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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