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
- 작성일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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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
이형초
바닥에 토를 했는데
입속에서 당신이 쏟아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당신을 얼른 비닐봉지에 담는다
당신은 맑은 눈동자를 가졌고 명랑하게 울고 미지근한 손발을 가졌다 그러니 어서 감춰야 해
속이 안 보이는 사람, 말을 못 꺼내는 사람, 꽉 막힌 사람
그게 나고 태몽은 무덤 속에서 뱀이 흙을 뚫고 기어 나오는 흉몽이었다 마음속에 차고 긴 관이 있어서 그곳에 언제든 나를 숨길 수 있고 비 내리는 날이면 축축한 바닥에서 당신을 몰래 낳고, 비닐을 꽉 묶는다
당신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어서 바닥을 쉽게 물들일 것 같다
젖고 아픈
길바닥으로 솔방울이 떨어지는 풍경
소나무는 죽어갈 때 가지 끝에 솔방울을 수없이 매달고
나는 얼마나 많은 당신을 만들었을까
태어났다, 라는 말은
참을 수 없다는 것
사방으로 솔방울이 터진다
어둠 속에서 새겨진 잇자국, 허벅지에 닿는 온기, 봉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디든 도착할 곳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반대편의 남자는 봉지 속의 당신을 꺼내 개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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