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 수업
- 작성일 2026-04-01
- 댓글수 1
무기화 수업
김유진
모든 무기를 지구에서 얻었다고 한다
곤충과 동식물 그리고
인간에게서 파생된 것들
(수업 중)
튀어나와 있는 것들
잡아 뜯고 당기고
철컥철컥 누르고 파괴하고 나니
문고리가 없는 문을 열려고
생명들이 아우성이었다고 한다
(일일 평균 스크린 타임)
9시간 20분
11시간 52분
18시간
22시간 61분
31시간 80분
46시간 121분
시간이란 거스러미 따윈, 못 본 척하면 된다
밤새우고 만난 수지는 펜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본다
“그냥 펜일 뿐이야.” 지수가 말한다
사실은 아니었다 수지는 벽에 문고리를 그렸다
잉크향이 기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숙제 중)
깊은 밤
창문은
벽에 바짝 붙은 시동 꺼진 차와 연결된다
여자가 굳은 시멘트 때문에 차 문을 열고 도망치지 못한다
남자의 숨과 여자의 비명
모든 소리를 감당해야 했던 어린 수지는
온갖 쓰레기가 모인 구정물 웅덩이 옆에서
살았다 매일 밤 모기가 수십 마리 탄생하고
수지 엄마는 여기서 김치김밥을 말아 주곤 했다
쉰 김치를 몇 번이고 씻어 설탕과 기름에 버무려
먹고 싸고 씻고 한 공간에서
지수와 말린 상태로 있다
불 꺼진 방에서
눈뜨고 자는 척,
해맑게
(현장 실습)
섬세하게 그려진 문고리를 잡고 열려고 하는데
반대쪽을 잡고 있는 손이 심하게 떨고 있는 걸 느낀다
문고리가 돌아가고
어떤 공포일까
우리는
무기화된 우리가 궁금해
(평가)
읽기- 우수. 문제를 하나씩 틀리는 까닭은 지문을 대충 읽거나,
읽다가 주관이 개입하는 아이가 종종 그러함.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쓰기- 상상력도 문장 전개력도 좋다.
스피치 점수가 좋으면 2월에 플러스 반 승급을 추천하려고 한다.
다음 수업 주제: 말실수의 무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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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이 시를 읽고 나니 매일같이 디아블로를 밤새서 하다가 엄마가 가위로 랜선을 끊어버렸을 때, 여러 감정과 기억이 층위를 이루면서 무작위로 떠올랐던 시절이 언뜻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이건 시적 해석이 아닌 내가 받아들인 기억일 뿐이다. 나의 기억이 근간이 되는 주관일 뿐이고 이러한 점은 약점일 수 있겠지만 부정확하기에 상상적 층위에서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 무기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은 기억을 허구로 변질시킬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의식의 확장일 수도 있기에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엉망진창이 된 기억의 타래 속에는 상상이라는 무기가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