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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세례

  • 작성일 2026-05-01

  찬물 세례


사강은


  출소 날이 되자 문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밖은 너무 밝았다


  어릴 때 분명 빨강으로 칠했던 태양의

  흰 줄기 때문에 눈을 감았다


  나는 씻지 않아 냄새가 났다


  경적을 울리는 하얀 카니발 한 대

  욱여넣어 주는 두부 한 모

  세게 쥔 채 건네는 자판기 종이컵 커피 한 잔

  울면서 얼른 가려 주는 마스크와 낄낄대며 흩뿌리는 밀가루


  눈을 뜨면 주위에 온통 흰 것들이었다

  하나의 흰 것이 한 사람씩 데려가고 있었다


  나 혼자 검게 남아 냄새 풍기고 있을 때


  흰 줄기 사이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어디서 본 적이 있지만 전혀 모르는

  어딘가 나와 닮았지만 아예 다른

  어쩐지 먼 친척 같기도 한 그가


  다가와 오백 밀리리터 생수 한 병을 건넸다


  나는 그걸 마시기보다 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냄새나고 가렵고 더럽고 엉망인 것들이 기어다녀서

  까맣게 씻긴 적 없는

  어깨만 겨우 적셨을 때


  그는 친절히 뚜껑까지 따서 한 병을 더

  쏟고 쏟고

  쏟아지고 쏟아지는

  젖지 않고 흘러내리는

  여전히 같은 몸


  일곱 병째 뚜껑을 열던 손을 붙들고

  소용없다고 말하자 그는 태연히


  더러우니까 씻어야 하고

  물을 쓰면 된다고


  희지 않고 투명하게


  엎어주고 그는 돌아섰다


  흰 속으로 희게


  몇 년 만에 돌아온 집 현관문 앞에는

  이 리터 생수 여섯 묶음이 놓여 있었다

  그제야 나는 목이 말랐고


  내 몸에서는 여전히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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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강은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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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구포대교

    좋으다~

    • 2026-05-01 23:16:02
    구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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