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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이 왔어요

  • 작성일 2026-06-01

  생선이 왔어요


강은진


  이 동네에는 아직도 생선 트럭이 옵니다

  갈치나 오징어를 팔아요

  아마도 목요일 어쩌면 수요일 

  생선이 왔어요, 생선이, 우렁차게 확성기를 울리며 

  생선이 왔다고요 우리에게 생선이

  가차없이


  이름처럼 머나먼 빅토리아 케이크 같은 걸 녹여 먹고 있는 오후에도

  창틈으로 방충망 사이로 암막 커튼을 들추고 막무가내로 

  할 말이 있다는 듯

  자꾸 생선이 옵니다  


  일방적으로 온몸을 훑고 가는

  이 비린내 나는 다정함


  오래 전 그는 내 음식을 먹고 싶다며 자취방에 찾아왔어요

  하필 온갖 비린 것들을 넣어서 해물탕을 끓여 줬죠

  그는 연신 맛있다고 했지만 반도 먹지 않았어요

  몇 번씩 비누로 씻고 맥주로 씻어도 

  손에서 비린내가 없어지지 않아서

  나는 내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어요

  우리는 말없이 눈을 감고 노래를 몇 곡 들은 후 헤어졌지요

  비린내 때문이었어요

  그랬어야만 해요


  내 사랑은 비린 해물탕 같은 거였는데

  이름도 멀고 마음도 머나먼 빅토리아 케이크가 되려고 

  수식어가 설탕처럼 가득 뿌려진 문장들 속에 얼굴을 가둬 놓고

  라즈베리 오렌지 바닐라 버터밀크

  실은 갈치 오징어 고등어


  사라진다는 걸 믿지 않으면서

  마치 사라질 수 있을 것처럼


  오늘은 목요일, 아니 어쩌면 수요일

  지도가 펼쳐지고 길바닥에 주소가 적힙니다

  기어코 생선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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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집 강은진 하루에 두 번 파란 알약을 삼키다가 만져지지 않는 모든 것을 당신이라고 부른다 마주 선 거울과 거울이 끝없는 미로를 서로에게 새겨 넣으면서 조금씩 기억을 잃고 있다 여름마다 주황색 꽃이 피었다가 노랗게 떨어지던 나무가 있는 집 옆으로 빨간, 어쩌면 하얀, 어쩌면 빨갛고 하얀 오토바이가 세워진 작은 우체국이 있고 저녁 여섯 시, 아니, 다섯 시, 해가 지려 할 때, 어쩌면 해가 뜨려 할 때, 뒤꿈치 들어 올리는 소리와 끼이익 나무문 열리는 소리가, 어쩌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하루에 두 번 시동이 켜지던 오토바이 그 위에서 참새처럼 늙어간 배달부 보고 싶었고 보기 싫었고 가고 싶었고 가기 싫었던 나의 창백한 진창 딱딱한 잠자리에 누워 책상 아래 머리를 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보는 것이 좋았지만 밥 냄새에 자주 구역질을 하며 나는 거기서 조개껍데기가 자라듯 한 줄씩 얇고 고요하게 자라나 어른이 되기 전에 서둘러 떠났다 어째서 우리는 마주 보며 밥을 먹고 밥상을 엎고 서로 미워하는 방식으로 기억되려 했을까 내 기억은 당신이 낳았던 고아 내게 새겨진 미로에서 개처럼 헤맬 때 당신도 어딘가에 갇혀 있었을까 지금은 쓸모 없어진 우표들만 나뒹구는 텅 빈 방 오래전 죽은 아이들이 뛰놀고 기억을 잃기 위해 어쩌면 기억에 조금씩 더 다가가기 위해 하루에 두 번 파란 알약을 삼켜야 한다

  • 강은진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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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판다곰젤리
    감동했어요

    생선이 왔어요.. 추억의 멘트... 아련한 기억을 건드리는 이런 시가 참 좋다.

    • 2026-06-03 05:22:15
    판다곰젤리
    감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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