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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작성일 2013-03-01

봄날

박경희

 

미산면 곰재 넘어가는 버스 안, 기둥을 지팡이 삼아 신문지 깔고 앉은 할매가 쿨럭쿨럭 존다 볕이 하도 따뜻해서 전날 나물 캐 장에 내다판 것이 전대에 가득한지 무슨 보물단지 감춘 것도 아니고 내준 자리 마다하고 젖가슴과 배가 딱 붙게끔 버스 바닥에 앉았다 잠시 멈춘 버스에 봄도 따라 들어오고 어라, 안 죽으니까 만나네 냉큼 다가온 파마 할매, 자리 냅두고 바닥에 앉았느냐고 한동안 얼굴 보기 어렵더니 오째 살아 계셨다고 겨울 잘 넘기셨으니 오래 사시겠다고 얼굴이 부어터졌는데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사십 넘은 아들은 장가를 보냈느냐고 안 보냈으면 베트남 처자라도 알아보라고 시부렁시부렁 고갯길 넘어간다 그저 젖가슴에 묻어 둔 전대 생각에 파마 할매 지랄을 하는지 뭐를 하는지 도통 생각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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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다짐 박경희 절에 살 때, 고기가 먹고 싶어 스님 모르게 길을 내려갔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길만 나왔다 대숲에 휘파람새 속 모르게 지저귀고 지난겨울 내린 눈에 찢어진 소나무는 가시 이파리로 눈앞을 찔러대고 청단풍 이파리 팔목을 후려쳤다 먼 산 귀신새 소리 좇아 눈 돌리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절에 있는 동안 고기를 멀리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허기가 마당에 든 바람으로 몰아쳤다 읍내 가는 길은 멀고 언덕은 몇 고개라 다시 절로 돌아오며 다음에는 꼭, 먹을 것이라고 엉뚱한 다짐을 대숲에 고래고래 질러 놓았다

  •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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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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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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