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 제브라다니오
- 작성일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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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다니오
이수정
수돗물 소리에 가려 자경은 영수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용케, 도배란 단어는 건질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작은 방을 도배할 때가 됐다고 말했을 터였다. 자경은 대꾸 없이 싱크대 한쪽으로 가 요리책 사이에 낀 상가 전화번호부를 꺼내 들었다.
- 마음에 안 드는군.
돌아서 가는 영수의 등에서 바람이 이는 것 같았다.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주체가 누군지 바로 짚이지 않았다. 자경일 리 없었다. 로라가 쓸 방의 도배를 새로 하자고 한 사람도 자경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이 말도 했다. 열세 살 아이를 놓고 쓸 비유는 아니었다고 금방 후회는 했다. 도배한 지 얼마 안 된 방에 도배를 또 하게 생겼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자경은 불만이 없었다. 아주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긴 했다. 같은 말을 되뇌고 또 되뇌는···. 땀 찬 고무장갑을 힘겹게 벗으며 자경은 그 말을 또 중얼거렸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그 말은 늘 존댓말로 나왔다.
별일 아니에요. 아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열세 살이 되어 나타나는 것뿐이에요.
출근하고 오전 내내 문자 한 줄 없다가 영수는 점심나절에 이메일을 하나 보내왔다. 문자로 말하기엔 긴 내용이란 뜻이어서 이메일을 열 때 자경은 숨이 한번 깊게 쉬어졌다. 다행히, 도배에 관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제 물잡이만 끝나면 되니 당신도 하나 골라 봐.
베타, 몰리, 비파, 보티아, 네온테트라, 프리스텔라···.
적도 가까이에 있는 이국의 여자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이었다. 그 속에서 얼핏 ‘로라’를 본 것 같아 자경은 저도 모르게 눈을 모니터에 바짝 댔다. 맨 끝의 ‘엔젤피쉬’ 덕분에 그게 다 물고기 이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영수는 자경에게 물고기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건 영수가 로라하고만 나누는 이야기였다. 정말 어쩌다 자경더러 할 때도, 로라 엄마와 이혼하기 전에 길렀던 구피 이름을 로라가 알더라는 식으로, 여지없이 로라가 등장했다. 고작 두 해 같이 산 부녀의 취미가 희한하게도 같다고 말할 때면 참는데 안 된다는 듯 영수의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올라갔다. 일요일 저녁마다 부녀가 나누는 화상통화에서 영상으로만 보는 로라가 자경은 가끔 가상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로라가 곧 이 집에 살러 들어온다는 사실이 실감 안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로라는 물고기를 골랐을까···. 티브이 옆에 들인 수조는 영수가 로라를 위해 준비한 환영 선물이었다. 수조가 차지하고 앉은 자리에는 원래 장식장이 있었다. 삼 년 전, 신혼집을 꾸밀 때 영수가 고른 소파는 사방 각이 분명해 자경이 점찍은 고풍스러운 장식장과 어울리지 않았다. 드물게 길었던 대화 끝에 두 사람은 각자 원하는 소파와 장식장을 들이되 둘을 멀찍이 떼 놓기로 했다. 수조가 들어오는 날, 장식장은 운명에 굴복한 듯 결국 각진 소파 옆으로 옮겨갔다. 수조의 크기를 눈대중해 본 자경이 잘하면 소파 옆에 수조가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영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었다.
- 소파에 앉아 모로 보면서 어떻게 물멍을 해?
자경은 ‘물멍’이 뭐냐고 이어 물었다. 생각을 비우고 멍하니 물고기를 감상하는 거라는 영수의 말에서 자경은 ‘멍하니’를 ‘멍청하니’로 잘못 듣고 실소를 흘릴 뻔했다. 그게 좀 뜨끔해 바로 장식장을 옮기자고 했다. 과연 소파와 장식장은 천적처럼 안 어울려 그게 나란히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자경은 얕은 한숨이 쉬어졌다.
물잡이만 끝나면 된다는 말도 무슨 뜻인지 자경은 알 턱이 없었다. 친환경 제품 박람회 건으로 날마다 야근인데도 영수는 틈만 나면 수조 앞에서 분주했다. 바닥에 검은 흙을 깔고, 크고 작은 검정 돌을 박고, 수초를 심고, 여과기며 엘이디 등을 설치하는 등 수조를 꾸미는 작업은 모두 영수 혼자 했다. 일요일에는 평소처럼 늦잠도 안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내내 수조에 붙어 있었다. 다 됐다. 점심 무렵, 거실에서 혼잣말치곤 큰 소리가 나더니 영수가 부엌으로 와서 긴 호스를 수도에 연결했다. 자경에게 수조 쪽 호스를 단단히 붙들라고 할 때 영수의 표정은 자못 비장했다. 양손으로 호스를 붙잡고 있는 동안 자경은 식어 가는 북엇국에 자꾸 눈이 갔다. 수조에 물이 한가득 차오르자 영수는 여과기를 켜고 로션 병 같은 걸 기울여 허연 가루를 흘려 넣었다.
- 이제 손님만 맞으면 되겠네.
놀이동산 앞에 선 아이처럼 혀를 다 빼문 영수에게 자경은 얼핏, 손님이란 누굴 말하는 거냐고 물을 뻔했다. 로라인지, 물고기인지···. 영수에게 묻고 싶었으나 묻지 않은 건 그것 말고도 더 있었다. 바닷속은 찰 텐데 수조에는 왜 히터가 필요하냐고, 바닷속은 껌껌할 텐데 수조에는 왜 엘이디 등을 밝혀 두냐고, 바다는 쉼 없이 일렁일 텐데 수조 물은 이리 잠잠해도 되냐고···. 영수가 방으로 들어간 뒤에도 자경은 한동안 수조 앞에 서서 박테리아 때문에 뿌예진 물을 바라보았다. 아직 물고기가 살지 않는 수조에 여과기가 뿜어내는 거품 소리가 확대되어 울렸다.
*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가세요.
노란 입간판에 쓰인 손 글씨 때문에 처음에는 카페인 줄 알았다. 아파트 인근 상가에 인테리어 가게가 세 곳이지만 이곳에서 전화로 미리 대강의 견적을 받았다. 다른 한 곳은 지금의 구름 벽지를 도배한 곳이라 진즉에 마음을 접었다. 또 다른 가게는 앞 유리에 ‘오픈 기념 전 품목 20% 할인’이란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곳으로 마음을 정한 건 일전에 들렀을 때 본 어항 때문이었다. 자경이 가게로 들어서는데 문에 매달린 종이 딸랑거리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통화 중이던 주인이 눈인사를 해 왔다. 어항은 계산대 옆 탁자 위에 있었다. 어항 속의 물고기는 자경도 알 만한 종류였다. 영화에서 보았고 같이 영화를 본 조카에게 그 물고기 인형을 사 주기도 했다. 클라운피쉬. 전에 비해 물고기가 어딘가 달라 보였다. 몸통 색이 오렌지보다 자몽 속살에 더 가깝게···. 조명 때문인가 싶어 천장으로 가려던 자경의 시선이 근처 다른 어항에서 멈추었다. 집에 놓은 것보다 조금 작은 사각 수조였다. 지난번에는 보지 못한 것이었다. 수조 안은 같은 종의 물고기 네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어른 새끼손가락만 한 푸른 몸통에 가로로 흰 줄이 몇 개 그어진 얼룩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자경이 꿈에서 본 동물을 떠오르게 했다. 새하얀 구름에 둘러싸인 그 동물은 눈부터 보였다. 떴는지 감았는지 알 수 없는 일자 눈···. 염소였다. 구름에서 빠져나온 염소가 곧장 자경에게로 달려왔다. 도망가려 했지만 꿈이란 게 으레 그렇듯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겁에 질려 뒤돌아본 자경의 눈에 하얀 염소 몸에 그어진 검은 줄무늬가 들어왔다. 얼룩 염소···. 꿈에도 상상 못 한 기괴한 모양새에 자경이 비명을 올리자 그걸 환영의 뜻으로 알았는지 염소가 품으로 뛰어들었고 자경은 팔을 휘저으며 잠에서 깼다.
- 얼룩말을 닮아 제브라피쉬라고들 해요. 원래 이름은 제브라다니오고요.
어느새 다가온 주인 남자가 노크하듯 수조 유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기척을 느낀 물고기들이 기겁한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 강단이 좋아 어떤 환경에서도 잘 버티죠. 사람 유전자와 많이 닮아서 실험용으로도 쓰이고요. 이래저래 좀 가엾다고 해야 하나···.
자경에게 소파를 가리키고 계산대 쪽으로 가더니 주인 남자가 두꺼운 책자 위에 녹차 티백이 담긴 종이컵을 받쳐 들고 왔다. 자경이 탁자 위에 휴대폰을 놓으려는데 영수에게서 온 문자의 앞머리가 튀어 올랐다. 아직 못 골랐어? 전화기를 내려놓고 컵을 들면서 자경이 주인 남자를 보고 말했다.
- 혹시, 집에서 키울 만한 물고기를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열대어를 기르실 건가요, 아니면 담수어?
- 담수···어요?
- 민물고기요.
- 아, 민물···.
‘민물’이라 발음할 때 자경의 입술이 딱 차 마시기 좋은 모양이 되었다. 자경이 차를 몇 모금 마시는 동안, 기를 사람의 취향과 주변 환경에 따라 이상적인 반려어의 종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주인 남자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자경은 간간이, 탁자 위에 놓인 책자를 넘겼다.
- 그게 좋겠어요.
주인 남자의 말에 자경의 고개가 수조 쪽으로 돌아갔다.
- 제브라··· 저 물고기요?
- 아뇨, 벽지요. 지금 펴 놓으신 거요. 어지간한 습기에 끄떡없는 방수 실크지예요.
자경이 책자를 좀 더 당겨 들여다보니 라벤더색 바탕에 연회색 물결무늬가 아로새겨진 벽지 조각이 붙어 있었다.
-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름을 잊게 해 줄 거예요.
의심과 기대를 동시에 품게 하는 말이어서 자경은 그런가요, 중얼거리며 손으로 벽지를 천천히 쓸었다.
- 아, 물고기 이야기였어요. 물고기에 더 관심 있으신 것 같아서요.
귀밑까지 얼굴이 뜨끈해져 자경은 주인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책자로 고개를 더 기울이며 이걸로 하죠, 해 버렸다. 몇 군데 통화 끝에 주인 남자는 자경이 원하는 시간으로 도배 일정을 맞춰 주었다. 책자를 덮을 때 자경은 그제야 그 엄청난 두께를 실감했다.
- 잘 고르셨어요. 따님 취향이 유난하지만 않다면 좋아할 거예요.
주문서에 주소를 써넣던 자경의 손이 멈칫했다. 통화할 때 방 쓸 사람이 여학생이란 소리는 했지만 딸이라 한 적은 없었다. 주문서의 자르는 선을 뜯어 영수증을 내밀며 주인 남자가 말했다.
- 키우다 보면 친자식 같을 거예요.
바깥에 비가 내려 손 우산으로 이마를 가리고 다급히 몇 걸음 움직인 다음에야 자경은 그게 물고기를 두고 한 말이란 걸 알았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수조 유리에 붙은 노란 포스트잇 뒤로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모두 여섯 마리였다. 집을 비운 사이, 영수가 잠시 들러 물고기를 들여놓고 간 모양이었다. 물고기를 못 고르고 미적거리는 자경에게 알아서 할 테니 믿고 맡기라 할 때 영수는 몹시 즐거워 보였다. 별다른 언질도 없이 이런 깜짝 선물을 다 할 정도로···.
자경이 포스트잇을 떼어 내는데 기척을 느꼈는지 물고기들이 오르르, 몰려왔다. 자경은 한눈에 물고기를 알아보았다. 이틀 전 인테리어 가게에서 본 그 얼룩 물고기였다. 제브라···다니···, 아, 제브라다니오! 영수가 얼룩 염소 꿈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자경은 잠에서 깨 영수에게 바로 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로라 외할머니의 전화가 들어오는 바람에 제대로 끝맺지는 못했다. 로라 엄마가 중국인 회계사 애인과 동유럽 여행 중인데 로라가 이틀째 집에 안 들어오고 있다는 전갈이었다. 그 길로 미국에 날아간 영수는 피부색이 제각각 다른 친구 서넛과 트레일러에서 엉켜 자고 있던 로라를 찾아 외할머니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그 저녁, 베란다에 나가 앉은 영수에게 자경이 붉은색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내밀었다.
- 그 얼룩 염소 꿈이 태몽···이었나 봐.
영수는 자경이 내민 걸 곁눈으로 보고는 끊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임신 테스트기처럼 희고 길쭉한 담배였다. 영수가 담배를 몇 모금 빠는 동안 자경은 숨을 참았다. 한참 만에야 담배 낀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영수가 입을 뗐다.
- 로라를 데려와야겠어.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지만, 실은 그 침묵 속에서 중요한 합의 하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소파와 장식장을 들일 때처럼, 서로의 마음에는 좀 안 들지만 아기와 로라를 모두 맞아들이기로···. 더 들어가자면, 자경은 아기를 안 갖고 영수는 로라를 전처에게 맡긴다는 결혼 전 약속을 파기하기로 합의한 것이기도 했다. 그 약속이 말로 성사된 건 아니었다. 영수는 자경더러 아기를 갖지 말라고 말한 적 없었고, 자경은 영수더러 로라를 전처에게 맡기라 말한 적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동시에 상대도 원하리라고 생각해 자처한 약속이었다. 두 사람은 말로 하지 않은 서로의 약속을 들을 수 있었다. 적어도 자경은 그랬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이십여 년 만에 재회할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아는 친구를 통해 서로의 처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둘은 서로의 처지를 알 뿐 아니라 서로가 그걸 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동창 모임 뒤 바로 가진 첫 데이트에서 이혼 전력이라든가 이혼 사유 따위를 힘겹게 터놓지 않아도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남몰래 서로를 짝사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둘은 실로 오랜만에, 정말로 웃겨서 웃을 수 있었다. 영수는 프로포즈를 해 올 때 말하지 않아서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한심한 실수는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자며 손을 포개 왔다.
그날 밤 베란다에서 영수가 “로라를 데려와야겠어.” 뒤로 하지 않은 말은 “아기도 로라도 잘 키우자.”일 터였다. 결과적으론 아기가 유산되고 로라만 데려오게 생겼으니 자경은 밑지는 셈이 되었지만···. 영수는 아기를 또 가지면 된다는 말로 나름의 보상 의지를 보이긴 했다. 다만 그것으로, 영수는 로라를 데려오는 일 외에 다른 건 일체 머리에서 치웠다. 신경 쓸 일이 겹치면 영수는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일 하나만 남기고 덜 중요해진 다른 일들은 금세 잊었다. 머리에 하나의 일만 남긴 사람답게 영수는 그 일을 대개, 완벽하게 해냈다. 그 과정에서 자주 골을 내긴 했지만, 영수는 성미 나쁘다는 빈축보다 유능하고 결단력 있다는 칭송을 더 많이 듣는 편이었다.
자경은 영수를 쉽게 이해했다. 아버지도 그랬으니까···. 죽음을 코앞에 두었을 때 아버지도 혼자 남을 딸의 거취 문제 하나만 머리에 남기고 나머지는 다 지웠다. 이목이나 딸의 기분 같은 것도 지웠기에 재혼해서 낳은 딸을 일찌감치 이혼하고 이미 다른 남자의 자식을 낳은 전처에게 맡길 수 있었다. 그 사이, 아버지도 안 내던 화를 자꾸 냈다. 아버지가 화내는 상대는 자경 아닌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건 영수와 다른 점이었다.
- 5시 정도에 물고기 밥 좀 줘. 한 숟가락만.
안녕, 물고기들아. 자경이 손을 흔들자 손가락 사이에 낀 노란 포스트잇이 환영단 깃발처럼 팔락였다. 그 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고, 듣는다 한들 알아듣지 못할 물고기들은 약속한 듯 꼬리를 보이며 멀어졌다. 자경이 이번에는 수조 유리를 노크하듯 똑똑, 쳤다. 몸피가 제일 큰 녀석이 몸을 돌려 자경에게로 다가들었다. 안녕, 반가워. 문득, 이름을 불렀을 때 알아듣고 꼬리 흔들며 다가오는 물고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룩이. 자경은 정면으로 마주한 물고기에게 바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름 받을 차례인 걸 아는지, 다른 물고기가 다가왔다. 넌···. 마음이 급해져 떠오르는 게 없었다. 물색없이 이번엔 두 마리가 나란히 다가왔다. 아, 얼룩 씨! 모두 얼룩무늬가 있으니 뒤만 바꿔 부르면 될 것 같았다. 되돌아 수초 쪽으로 멀어지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자경은 한 마리씩 이름을 불렀다. 얼룩이, 얼룩 씨, 얼룩 양, 얼룩 군, 얼룩 님···. 물론, 나중에 누가 누군지 알아보고 부를 자신은 없었다.
환절기라 낮부터 알레르기가 도져 약을 세 알이나 먹고 꾸벅이다 자경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얼핏 깨서 벽시계를 보니 자정이 막 지나고 있었다. 눈꺼풀이 떠지지 않아 자경은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늦었네, 잠꼬대처럼 겨우 중얼거렸다. 영수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에도 들어오지 않고 수조 앞에서 한참 머무르는 듯했다. 물고기를 들인 걸 아는 척하려 기다리는데 영수가 로라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빠른 속도의 영어로 나누는 부녀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어 자경은 더 졸음이 쏟아졌다. 영수가 침대 안으로 들어올 때 얼룩 물고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로 했는지 생각만 했는지, 분간이 잘 안될 정도였다. 로라는 어떤 물고기를 골랐어···. 그 말도 한 듯 안 한 듯 아련했다. 영수가 몸을 모로 틀면서 침대가 출렁일 때 파도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자경은 심해 속으로 꺼지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등 돌린 영수의 대답이 물 밖에서 나는 소리처럼 아득했다. 하긴 제대로 들었다 한들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을 단어였다.
- 네온테트라.
*
도배가 끝나기 전에 미리 문자를 달라고, 자경은 나이 많은 남자에게 한 번 더 다짐했다. 같이 온 청년이 나이 지긋한 여자와 남자에게 스스럼없이 반말하는 걸로 보아 한 가족인 것 같았다. 자경이 나이 많은 남자를 도배할 방으로 이끌었다. 방을 둘러보던 남자가 모자를 벗어 바지춤에 꽂으며 입으로 휙, 바람 소리를 냈다.
- 도배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데 여기다 또 한다고요?
그렇다고 대답하는 자경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남자가 벽 위에서 수영하듯 양팔을 벌려 손으로 벽을 쓸면서 말했다.
- 이거 다 뜯어내야 하는 건 아시죠? 실크지 위에다 실크지를 엎으면 이음선도 뜨고요, 무엇보다 벽지가 저들끼리 들러붙질 않아요.
벽지 꾸러미를 힘겹게 가슴에 받쳐 들고 방에 들어서던 중년 여자와 젊은 남자가 “합지랬잖아!” 하고 입 모아 외치면서 오만상을 찌푸렸다. 자경이 가게에 전화를 걸자 기존 벽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주인이 더 들게 생긴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추가 비용’이란 단어가 오가는 지점부터 가족의 얼굴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자경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는데, 나이 많은 남자의 가래 낀 음성이 아파트 철문을 뚫고 새 나왔다.
- 야, 빨리 뜯어!
작업 시간이 늘어난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병원에 들렀다 조카 생일에 가야 하는데 선물을 못 챙겨 난감하던 차였다. 병원에서 멀지 않은 백화점에 갈 시간을 번 셈이었다.
- 어떤 일로 오셨나요?
컴퓨터로 환자 기록을 들여다보던 접수대 간호사가 정말 궁금하다는 투로 물었다. 임신 확인부터 16주 만의 유산, 이후 처치까지 모두 같은 병원에서 했다. 그 참에 어지간한 부인과 검사도 다 받았으니 자경은 당분간은 진료차 올 이유가 없었다. 또 임신했다면 모를까···. 유산하고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젖이 샌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손이나 유축기로 젖을 계속 짜고 계시나요?
의사가 멸균 장갑을 벗으면서 물었다. 진료받을 때 상의를 벗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자경은 교장실에 불려 간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 네, 하고 대답하는데 눈에 보일 정도로 손이 떨렸다. 자꾸 흐르는 젖을 손으로 짜다 팔이 저려 유축기의 힘을 빌린 지 좀 됐다.
- 젖을 억지로 짜면 유선이 더 자극되니 조심하세요. 젖 말리는 약을 처방해 드릴 텐데 효과 없으면 다시 오세요. 그땐 갑상샘 검사를 해 보죠.
콩알만 한 단추를 애써 다 채우고 나니 마지막에 구멍이 하나 남았다. 낮고 긴 한숨 끝에 자경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제가 나이도 많고···그런데요.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간호사가 들어서기도 해서 자경은 블라우스 앞섶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경 쪽을 보지도 않고 자판을 두들기며 의사가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 나이와 상관없이 원래가 다산성 체질인 분도 있어요.
*
약국의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자경은 결국 백화점에 들르지 못했다. 언니가 문을 열자 생일 맞은 아이가 달려와 팔을 벌렸다. 자경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식탁에 가 앉았다. 어머니가 무릎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은 언니가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 왔다. 케이크에는 디즈니 만화 공주 초가 다섯 개 꽂혀 있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동안, 초가 녹아내려 공주들은 죄 우는 얼굴이 되었다. 플라스틱 왕관을 쓴 아이가 다가와 자경의 무릎에 엉덩이를 디밀었다. 자경은 손에 든 포크에 아이가 찔릴까 봐 반사적으로 몸을 뺐다. 아이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자경을 잠시 보더니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내내 보던 언니가 컵을 들어 소리 내 물을 마셨다. 언니를 흘깃 보고는 어머니가 자경의 샐러드에 노란 드레싱을 끼얹었다.
- 아직 몸도 성찮을 텐데 유 서방 아이가 미국서 온다니···. 얼마나 마음이 복잡하겠어.
어머니가 이번에는 물을 따라 자경 앞으로 컵을 밀었다. 생일상이라 모양낸 듯, 유리컵에 얇게 썬 레몬 조각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물이 파도치듯 출렁이다 컵 밖으로 조금 흘러내렸다. 자경이 두 손가락으로 레몬 조각을 집어 물 위에 대고 힘을 주었다. 레몬즙이 흘러들면서 맑았던 물이 대번에 뿌예졌다. 레몬 씨가 몇 알 물속에 딸려 들어간 게 보였다. 티스푼을 집어 씨를 건져 내는 자경 쪽으로 어머니가 냅킨을 밀었다.
- 유나 아빠 가게가 요즘 많이 힘든가 봐.
그 말과 동시에 언니가 돈가스를 힘주어 썰면서 나이프가 사기 접시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이가 시려 오는 듯해 자경은 남몰래 어금니를 물어야 했다. 어머니는 한 유명 배우가 입고 다닌 덕에 없어서 못 팔게 된 등산복을 ‘악독한’ 본사가 독점 판매하면서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적당한 크기로 썰린 돈가스를 더 잘게 조각내느라 용쓰던 언니가 어머니 말에서 잘못된 곳을 고쳤다. 배우가 아니라 가수이고, 등산복이 아니라 운동복이라고···. 말 난 김에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언니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 느이 형부가 지점 연합회 부회장이야. 요 며칠, 집에도 못 들어왔어. 본사 앞에서 농성하느라···. 원래 간이 안 좋은데, 이러다 쓰러지지나 않을지 걱정이야.
그 뒤로 언니의 말은 더 이어졌지만, 자경은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 느이 형부. 언니도 어머니도 자경에게 그 말을 쓴 적이 없었다. 유나 아빠. 두 사람은 늘 그렇게 불렀다. 도중에 ‘느이 형부’라고 할 때는 자경을 쳐다보았지만, 언니의 시선은 주로 어머니에게 가 있었다. 정작 어머니는 자경을 보고 있었고···. 자경은 말하는 언니를 쳐다보았기에 세 사람의 시선은 공중에서 제각각 어긋났다.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종종 있던 일이었다. 자경의 기억으론 누구 입에서든, 어떤 맥락에서든 ‘집’하고 연관되는 말이 나오면 특히 더 그랬다. 아버지 생전에도 그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그랬다.
‘집’ 이야기가 나오면 어머니와 언니는 표정도 비슷해지면서 가뜩이나 닮은 얼굴이 쌍둥이처럼 되었다. 절로 나오는 표정을 그대로 보이기엔 뭣하고, 작심하고 달리 바꾸는 건 더 뭣해서 차라리 아무 표정도 안 지으려 애쓰는···. 그래서 자경이 집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야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 순간의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알 리 없었다. 자경은 ‘느이 형부’의 가게가 힘든 것하고 집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생각해 봐야 했다. 그 과정에서, 결혼해 이 집을 떠난 뒤로 이 집 아닌 곳에서 세 사람이 만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둘 곳 없는 자경의 시선이 어머니 어깨 너머로 옮겨갔다. 이쪽 방에서 뛰어나온 조카아이가 현관을 지나 건넌방으로 들어가면서 텅 빈 현관에 불이 들어왔다.
오래전, 자경이 한밤중에 자다 깨 현관으로 다가들 때도 그렇게 불이 들어왔다. 불이 켜지면 연쇄반응처럼 참았던 울음이 나왔다. 더는 그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는 엄마를 기다리며 자경은 현관 앞에 서서 날이 밝도록 울곤 했다. 어머니와 언니는 커다란 짐 가방을 하나씩 들고 하필 밤에 그 현관으로 들어섰다. 여지없이 불이 들어온 현관 앞에 서서 자경은 또 울기 시작했다. 지금껏 어머니가 ‘엄마’가 되지 못한 것도, 또 형부가 ‘유나 아빠’가 된 것도 그날, 자신이 울었기 때문이라고 자경은 자주 생각했다. 연관 없는 걸 억지로 연관 지으려 애쓰다 보니 뜸하던 편두통이 올라왔다. 두통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자경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 이달 안에 이 집, 명의변경을 해 드릴게요. 절차는 대신 알아봐 주세요.
연관 없어 보이는 말을 한 사람답지 않게 자경은 흐뭇해졌다. 더는 공중에서 헤매기 지쳤을 어머니와 언니의 시선이 자경에게로 한달음에 와 박힌 것부터가 그랬다. 어머니가 눈이 붉어지면서 울먹일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언니는 들이마시던 숨을 멈추고 뭔가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다.
- 니모, 니모! 유나는 이모랑 니모 봤어요!
아이가 달려와 큰 눈을 빠르게 깜박이며 품에 안은 물고기 인형을 자경에게 내밀었다. 인형을 받으려 팔을 뻗치다 자경은 물고기 밥을 안 주고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집에 가 봐야겠어요. 아이 방 도배가 끝나갈 거예요.
가방을 집어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자경 뒤를 어머니가 절뚝이며 따랐다. 저녁도 먹고 가지. 언니는 급히 일어서다 의자와 엉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문밖까지 배웅할 기세로 신에 발을 끼우는 언니를 자경이 만류했다. 맨발로 현관을 내려서려는 아이를 붙잡으며 신을 신지도 벗지도 못한 자세로 언니가 말했다.
- 뭐 하러 도배까지 새로 해? 몸 축나게···.
*
도배는 벽지가 겹치거나 우는 데 없이 깔끔히 된 것 같은데 바닥이 발 딛는 데마다 끈적였다. 구석에 놓인 검정 쓰레기 봉지 사이로, 찢겨 나간 구름 벽지가 아무렇게나 끼워져 있었다. 도배하면서 일었을 먼지 때문에 목이 칼칼해져 자경은 창문을 열어 젖뜨렸다.
저녁 무렵은 편두통이 더 심해져 자경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바로 약을 챙겨 먹었다. 알레르기 약과 진통제를 같이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은 다섯 알의 약을 한꺼번에 삼킨 뒤 떠올랐다. 자경은 먼저 자라는 영수의 문자를 열한 시경 잠결에 확인했다. 그러고 또 잠들었다가 무언가에 쫓기는 꿈을 꾸고 새벽 네 시 반에 완전히 깼다. 영수가 유난히 심하게 코를 골았다. 아랫도리만 잠옷을 입었고 와이셔츠는 그대로였다. 이불을 당겨 영수를 덮어 주다가 자경은 지난밤 젖 말리는 약을 건너뛰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경은 가운을 걸쳐 입고 거실로 나갔다. 부엌으로 가다가 수조 쪽으로 고개가 틀어졌다. 엘이디 등 불빛 속에 물고기 줄무늬가 몸에서 돋아 오른 듯 입체적으로 보였다. 자경은 아예 발길을 돌려 수조로 다가들었다. 어디 숨었는지 두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물고기 밥을 조금 뿌려도 나타나지 않아 자경은 까치발을 하고 수조 위로 몸을 기울였다.
수조 모서리 쪽에 안으로 허연 얼룩이 보였다. 스티커 같은 걸 붙였다 뗀 자국 같았다. 손톱으로 긁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는 새 물속에 진동이 일었는지 검은 돌 틈에서 물고기 두 마리가 솟구쳐 올랐다. 연이어 수초 속에, 모래 틈에 숨었던 얼룩 물고기들이 튀어 올랐다. 조그만 주둥이 여섯 개가 수면에서 빠끔거리며 밥을 먹었다. 그래그래, 많이 먹어. 많이 먹고 쑥쑥 커야지. 물고기 밥을 더 뿌리려고 자경이 수조 위로 몸을 더 기울이는데 무언가 똑똑, 물 위로 떨어졌다. 화급히 가운을 여미고 자경은 젖이 떨어져 뿌옇게 된 곳을 손으로 휘저었다. 날렵하게 흩어지는 물고기 사이로 젖이 물안개처럼 번져 나갔다.
물고기가 사람 젖을 먹으면 어찌 될까···. 자경은 수조 유리에 눈을 갖다 붙이고 물고기들을 지켜보았다. 밥 먹을 때 외에는 생판 모르는 사이처럼 흩어져 저대로 움직이던 여섯 마리가 모여들었다. 그러다 합심한 듯 일제히 방향을 틀어 자경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물고기들은 수조 유리에 머리를 부딪기 직전, 작은 몸을 직각으로 틀고 멀어져 갔다. 마치 인사하듯 한 마리씩 차례차례···. 자경은 물고기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이름을 불렀다. 얼룩이, 얼룩 씨, 얼룩 군, 얼룩 양. 얼룩 님···. 마지막 물고기가 다가들 때, 자경은 이름 하나가 모자란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름을 불러 주지 못한 물고기가 몸을 돌려 멀어지려 했다. 그 꽁무니를 붙잡으려 자경이 다급하게 이름을 내뱉었다.
- 구름아.
저도 모르게 나간 이름을 주워 담으려 자경이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목구멍이 갑자기 불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쇠구슬 같은 게 목에 박힌 듯 숨쉬기가 어려웠다. 자경이 명치를 주먹으로 치자 그걸 시작으로 화기(火氣)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뒤이어, 속에서 뭔가 녹아내리는지 몸의 구멍마다 뜨거운 진액이 새 나오기 시작했다. 찐득한 눈물, 콧물이 흘러내리다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허연 젖과 얼크러졌다. 가운 자락으로 연신 가슴이며 배를 문지르던 자경은 어느 순간, 진이 빠져 스르르 주저앉고 말았다.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자경은 동그랗게 작아진 몸을 바닥에 뉘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닥에 한쪽 뺨이 닿았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바람 소리 같은 게 들렸다. 수조 쪽이었다. 자경은 미동 없이 흐린 눈으로 수조를 바라보았다. 쉬이익 쉬이익. 여섯 마리 물고기가 지느러미 흔드는 소리···. 얼룩 물고기 여섯 마리가 누군가의 인도에 따르듯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모여들고 있었다. 밀폐된 창문을 기어이 뚫고 들어온 여명 빛 속에서 제브라다니오의 군무(群舞)가 다시 시작되었다. 순간, 누가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목구멍이 뜨거워 숨도 쉬기 어려운 만큼, 자경일 리는 없었다.
- 어서 와, 우리 집에 잘 왔어.
*
밤새 미열에 시달리다 자경은 늦잠을 잤다. 거실에서 영수가 오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꿈결인 양 눈이 떠지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을 때는 벌써 9시가 넘어 있었고 영수는 출근하고 없었다. 비행기 도착 시간을 다시 영수에게 확인하려는데 전화기가 보이지 않았다. 자경은 한참 만에야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잡지 사이에서 전화기를 찾았다. 문자를 찍다가 무심코 수조 쪽을 쳐다보고 자경은 하마터면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제브라다니오가 아니었다. 몸 크기와 빛깔은 비슷한데 줄무늬 대신 몸 아래로 길게 붉은 반점이 난, 다른 물고기였다. 여섯 마리가 아니라 일곱 마리···. 영수의 전화번호를 찍는 자경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대신 문자를 찍으려는데 수조 아래 양동이 같은 게 보였다. 제브라다니오들은 그 안에 있었다. 자경은 양동이를 끌어안듯 그 둘레에 팔을 두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낯선 곳에서도 제브라다니오들은 기운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이게 뭐 별일이냐는 듯···.
강단이 좋아 어떤 환경에서도 잘 버티죠. 사람 유전자와 많이 닮아서 실험용으로도 쓰이고요. 이래저래 좀 가엾다고 해야 하나···.
자경의 머릿속에서 인테리어 가게 주인이 한 말이 연이어 재생되었다. 자경은 얼른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피가 배어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있다는 사실을 자경은 깨닫지 못했다. 전화 받는 기척과 함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자경은 주소부터 댔다.
- 혹시 도배한 게 문제가 생겼나요?
- 그게 아니라···. 그 왜, 그 물고기 키우시잖아요.
- 물고기요?
- 네, 제브라다니오···.
- 아 네. 키우는 건 아니지만요.
- 그때 가게 갔을 때 봤는데···.
- 이미 걷어 냈죠. 걔들은 물잡이 용이라···.
다른 전화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떴다. 영수였다. 자경은 영수의 전화를 받으려 인사도 제대로 못 챙기고 가게 주인의 전화를 끊었다. 운전 중인지 스피커폰으로 주변 소음이 크게 들렸다.
- 비행기는 열한 시 도착인데 회사에서 일찍 나왔어. 만나면 애를 일단 집에 데려다줄 테니···.
- 물고기를 왜 수조에서 꺼낸 거야?
- 뭘 꺼내?
- 얼룩이··· 아니, 제브라다니오 말이야.
- 그거야 물잡이가 끝났으니까···.
- 물잡이?
- 걔네는 물잡이하느라 며칠만 넣어 둔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하려는데 제브라다니오 한 마리가 양동이 위로 솟구쳐 올라 거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일 큰 얼룩이라는 걸 자경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 뭐가 어찌 됐든, 그냥 키우면 되잖아.
자경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물고기를 바닥에서 떠올려 다시 양동이에 넣었다. 물 만난 물고기는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헤엄쳤다. 자경은 전화기를 들어 다시 귀에 댔다. 창문을 닫았는지 영수의 노기 어린 목소리가 한결 선명하게 들렸다.
- 로라가 네온테트라를 키운다잖아. 네온이들한테 제브라피쉬는 천적이나 마찬가지야. 먹이도 채 가고 지느러미도 죄 뜯는다고. 아직도 그걸 모르면 어떡해?
자경은 열두 시쯤 누가 장비를 챙겨 와 제브라피쉬를 내갈 거라고 영수가 이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기억이 없는데 전화가 끊어졌다. 영수에게서 몇 번 더 전화가 들어오는 동안, 자경은 멍하니 수조와 양동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몸집이며 빛깔이 비슷해 물고기가 엇갈려 보이기도 했다. 수조에서 헤엄치는 게 제브라다니오, 양동이에서 꼬무락거리는 게 네온테트라···.
수조에 머문 자경의 눈에 스티커 얼룩이 들어왔다. 이젠 밖에서도 얼룩이 대번에 보였다. 명색이 환영 선물인데···. 이대로 아이를 맞을 수는 없었다. 자경은 부리나케 다용도실로 가 선반 맨 아래에서 김치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여니 매캐한 플라스틱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경은 구부리고 앉아 통을 씻었다. 유해 성분이 남을까 봐 세제는 쓰지 않았다. 세탁기 선반에서 얼룩 제거용 스프레이도 집어 들었다. 작은 뜰채, 수세미와 바가지도 찾아 거실로 갔다. 수조 앞에 선 자경은 바가지로 물을 퍼내 김치 통에 담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뜰채로 한 마리씩 꺼냈다. 옮겨진다는 걸 아는지 네온테트라가 몸부림을 쳤다. 팔다리가 없는 동물의 몸부림은 세차고 절박했다.
물고기에 관해 아는 게 없지만, 환경이 바뀐 물고기들을 위해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건 알았다. 수면이 낮아진 수조에서 스티커 얼룩이 드러났다. 자경은 수세미에 얼룩 제거제를 조금 뿌렸다. 독한 액이 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손에서 힘을 빼고 얼룩을 문질렀다. 수조 안과 밖을 번갈아 보며 얼룩이 말끔히 사라진 걸 확인한 뒤 자경은 뜰채로 물고기를 한 마리씩 다시 수조로 옮겼다. 한 마리, 두 마리, 수를 세는 대신 이름을 불렀다. 얼룩이, 얼룩 씨, 얼룩 양, 얼룩 군···. 집으로 돌아가는 걸 아는지 물고기들은 아까처럼 몸부림치지 않았다.
수조의 얼룩을 지우느라 편치 못한 자세로 있었던 탓에 무릎이 덜덜 떨리고 손이 저렸다. 양손을 쥐락펴락하며 자경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수조를 흐뭇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시선 한쪽으로, 곧 아이를 맞이할 작은 방이 들어왔다. 도배한 뒤 온통 끈적이는 바닥을 아직 닦지 못한 채였다. 자경은 얼룩 제거제를 작은 방에 들여놓고 다용도실로 다시 향했다. 물을 채운 대야에 걸레 몇 개를 담아 작은 방으로 갔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노란 커튼 자락이 환영단 깃발처럼 너울거렸다. 자경은 바닥에 얼룩 제거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스프레이 액이 더 나오지 않자 빈 통을 한쪽에 치우고 양손으로 걸레를 길게 쥐었다. 자경은 엎드린 뒤 온 힘을 팔에 모아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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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꿰맨 사람 천선란 그녀에게서 답장이 온 건 3개월 만이었다. 답장이 늦었습니다. 그녀에게 여러 차례 메일과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을 잊고 있던 희에게 달랑 저 한 문장 쓰인 메일 제목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희는 로그인된 메일이 업무용 메일이 맞는지, 실수로 개인 아이디로 로그인한 것은 아닌지 다시 확인했다. 아주 가끔 희의 핸드폰과 PC가 연동되며 PC의 로그인 정보가 희의 개인 정보로 전부 변경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개인 메일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연락을 간절하게 기다리지 않았기에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로그인은 업무용 아이디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광고성 메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희가 메일을 클릭했다. 고민이 길어져 답장이 늦었습니다. 업무에 지장이 생기진 않았을지요. 개인 메일로 연락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담당자님이 먼저 읽으시고, 판단하시길 바라서요. 괜찮으시면 이 메일로, 담당자님 개인 메일 주소로 답장 주세요. 내용을 보자 당혹스러움이 더 짙어졌다. 메일의 미궁이 더 깊어진 기분이었다. 광고성 메일은 아닌 듯했고, 그렇다면 피싱 메일인가? 이런 식으로 지인인 척 혹은 중요한 메일인 척 개인 메일을 알아내려는 수단일 수도 있겠다. 이 시대의 피싱이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의심해서 나쁜 건 없었다. 이전에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면 편했겠지만, 데이터 용량 기준법이 시행된 뒤로 메일을 한 달에 한 번씩 전부 비워야 했다. 이전 내용이 없는 것을 보고 희는 제목의 ‘늦음’이 적어도 한 달 이상 되었다는 걸 그때야 알아차렸다. 정말 급한 일이었다면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재차 독촉하는 메일을 희가 보냈을 것이다. 희는 그 메일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원칙대로라면 쓰레기통을 바로 비워야 했지만, 알 수 없는 찜찜함에 희는 ‘1’이 표시된 쓰레기통을 그대로 두었다. 메일의 출처가 떠오른 건 그날 점심시간이었다. 팀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칠 즈음 희는 오전에 왔던 의문의 메일을 대화 소재로 꺼냈다. 아무래도 신종 피싱 수법인 것 같다는 희의 말에, 팀원 막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맞을 거라고 맞장구쳤다. 막내도 몇 달 전 이런 식의 피싱을 당했었더랬다. 자신이 ‘신체 포기자’인데 ‘자원소비세’가 독촉 메일이 자꾸 온다는 항의 메일이었다. 너무나도 옴 직한 내용의 메일이었기에, 막내는 의심 없이 답장했는데 머지않아 욕설이 가득 담긴 메일이 도착했다. 자원소비세를 내지 않기 위해 신체까지 포기했는데 독촉 메일을 받았다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고 공무원들의 안일함과 무능함을 정치 스트리머들에게 알릴 거라는 협박과 함께 이 사태를 막고 싶으면 개인 메일로 답장하는 끝말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개인 메일로 답장했느냐며, 동기가 묻자 막내는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스트리머들에게 잘못 걸리면 안
- 관리자
- 2025-11-01
미라의 바다 유영은 0 참 까맣고 짧다. 정숙은 갓 태어난 미라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그다음 말을 생각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너 꼭···, 하면서 말을 고르던 정숙은 드디어 딱 맞는 말을 찾아냈다. 너 꼭 미라 같구나! 시간이 갈수록 검고 바삭바삭해지는, 살점이 까맣고 얇은 조각이 되어 손을 대면 후두두 떨어져 나가는 미라. 그렇게 미라는 미라가 됐다. 미라라니, 잔인한 이름이라고 언젠가 지희는 말했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였다. 미라가 된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정숙은 그때 미라를 보고 그러니까 너 꼭···, 시체 같구나! 외칠 뻔했으므로. 시체보다는 미라가 되는 게 낫지 않은가? 시체는 완전히 끝난 거지만, 미라는 이어진다. 미라는 평생 검었으나 열여섯 살부터 더 이상 짧지는 않았다. 자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열네 살까지 백사십 센티미터를 넘지 않던 미라는 열다섯 살, 열여섯 살, 두 해 동안 삼십 센티가 넘게 컸다. 하룻밤 새 일 센티가 자랄 때도 있었다. 그 시기 미라는 아침마다 갈색 개털 무덤을 빠져나와 똑바로 서서 양팔과 다리를 쭈욱 뻗고 그 끝의 손과 발을 쳐다봤다. 손과 발은 미라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팔과 다리는 길고 가늘어졌다. 부슬부슬한 갈색 털이 꼭 같은 개 세 마리가 아침마다 가늘어지는 미라의 발목을 핥았다. 미라는 키가 자라고 난 후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갑자기 자란 팔다리의 피부가 얇아지다 못해 모두 벗겨져 버린 듯했기 때문이다. 내리꽂듯 떨어지는 소나기, 동네 뒷골목의 쓰레기 냄새, 더위, 추위, 바람, 햇살, 살에 닿는 모든 것이 따가워서 마당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어, 엄마. 정숙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미라가 집에 계속 머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어미 새가 되는 것은 정숙의 오랜 꿈이었다. 정숙은 월, 수, 금요일에는 17층짜리 오피스 건물에서, 화, 목, 토요일에는 4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청소일을 했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갔다가 두 시쯤 대낮의 길을 걸어 미라가 개들과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가며, 정숙은 자신이 둥지로 돌아가는 어미 새라고 생각했다. 아기 새들이 바글바글 들어 찬 둥지로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목젖이 보이게 입을 벌리고 삐악삐악 울며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미라를 위해 정숙은 퇴근할 때마다 집 앞 빵집에서 딸기 케이크 한 조각을 사 갔다. 비슷하게 생긴 조각 중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조각을 고르는 시간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이었다. 미라는 크림만 떠서 먹었다. 딸기와 빵은 흙 마당에 던져두면 가장 날쌘 개들이 달려와 먹어 치웠다. 잠깐, 그 애들 이름이 뭐였지? 몽글이, 구름이, 별이···. 미라는 매일 부대끼는 개들의 이름을 헷갈렸다. 미라의 개들이 아니라 모두 정숙의 개들이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정숙의 개들은 처음에는 아홉 마리였다가 곧 서른세 마리, 스물여덟 마리, 마흔두 마리, 마흔
- 관리자
- 2025-11-01
굴은 구르지 않는 돌 함윤이 함윤이의 소설 「굴은 구르지 않는 돌」을 위한 사운드트랙 ⓒ 이해인 “음악과 함께 읽어주세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 영어 속담 “강류석부전(江流石不轉,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 - 두보의 시 「팔전도」 중 그 동굴에 관한 말 중 열에 여덟은 거짓이다. 내가 사실을 알려 주겠다. 물론 내 이야기를 듣고도 이 모든 말이 거짓이라고,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헛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을 테다. 어쨌든 나는 내가 보고 들은 걸 얘기하려 한다. 동굴은 2019년 7월 말, 뼈까지 침식되는 듯한 더위 속에서 장차 미술관이 될 부지를 측량하던 일꾼들이 발견한 것이다. 미술관을 ㅂ기업의 새로운 문화적 간판으로 삼고자 한 용 회장은 동굴의 소식을 듣고 긴긴 고민에 잠겼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정을 나는 어쨌거나 지지하고 싶다. 그는 자신이 사들인 광막한 땅에 난 균열의 시작점처럼 보이던 공동(空洞)을 활용키로 마음먹었다. 곧 동굴을 개조한 미술관 ‘별관’을 만든다는 소식이 ㅂ기업 산하 문화재단에 퍼졌다. 당시 문화재단의 직원들이 느낀 암담함이야 추측할 수 있을 뿐, 여기에 대해선 나도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 별관 설립을 곁들인 공사가 시작된 2020년에는 모두가 알 전염병이 세계를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이 열을 앓았고, 연달아 기침했으며, 멍한 얼굴로 집안에 갇혀 있었다. 한번 몸에 깃든 병증은 다른 몸들로 옮겨 다녔다. 죄지은 마음이 곳곳에 퍼졌다. 용 회장은 늘그막에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한 시기를 주름잡을 지렛대는 개인의 의지보다는 여러 겹의 우연에서,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흐름의 교차점에서 오는 것이었다.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외려 지금이야말로 별관의 공사를 진척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일지 모른다고 여겼다. 어차피 동굴을 다듬는 작업자들은 모두 두터운 마스크를 써야 했다. 산업용 방진 마스크가 코비드 바이러스를 막기에 적절치 않다는 연구 결과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한여름의 굴속에서 마스크를 쓴 인부들이 호흡 곤란을 호소해도 용 회장은 그저 밀어붙였다. 시대의 흐름이야 어쩔 수 없어도 공사장 인부들은 그의 통제 아래 있었다. 인부들은 매일 땀 흘리고 번갈아 기침하며 동굴을 파고 들어갔다. 굴은 외부의 빛과 습기 속으로 서서히 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4년 후에야 이 흐름에 끼어들었다. 전염병이 지나가고, 지나갔다, 는 표현과 상관없이 외상과 내상을 받은 이들이 남고, 무수한 마스크가 쓰레기 더미가 되어 우리가 모를 곳에 묻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해의 예술지원사업에 모두 떨어졌다. 국가나 서울시, 민간이 운영하는 지원사업의 선정자 목록 중 어디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매일 초조한 마음으로 각종 웹사이트를 들락거렸다. 뒤늦게라도 창작자를 모집하거나 후원한다는 재단 또는 기관의 공고를, 아니면 카메라를 다룰 줄만 알아도 곧장 일자리를
- 관리자
-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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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새해를 맞이하며 2024년에 묻어둔 지난 일들로 인해 마음에 남은 얼룩이 있는지 점검해 봅니다. 수조를 닦고, 작은 방 바닥의 끈적한 얼룩까지 애써 지우는 자경이의 모습을 보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새 날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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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물고기에 집중해서 읽어 내려가다가, 차차 영수의 자경을 대하는 성의 없음에, 엄마와 이부언니의 자경을 대하는 이기적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언니의 관계 처럼, 로라가 집으로 온 후에 남편과 로라가 자경에게 어떤 관계가 될까 걱정도 되고. 담담한 자경의 독백같은 글에서 어찌보면 내 주변의 친구에게서도, 이웃에게서도 이런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내내 자경의 머리속에 마치 내가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자경아, 남편, 엄마, 언니로 부터 흔들리지마, 너 부터 홀로 서 !!!! 잔잔한 듯한 자경이 이야기에 독자인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어요. 읽다가 멈출수가 없었네요.
이수정 작가의 글을 읽으면 인물들의 의식의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의 내면에서 잊고 있었던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되요. 그래서 더 읽으면서 몰입도가 큰 것 같습니다.
저는 몰입이 잘 안 되던데... 겉멋 든 소설처럼 읽혔어요. 작가분께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