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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퍼지는 한국 문학의 ‘전파(電波)’

  • 작성일 2024-10-01
  • 조회수 743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중국에서 퍼지는 한국 문학의 ‘전파(電波)’


문장서포터즈 팅팅


   중국에서의 한국 문학은 관련 연구자들에게 연구 대상이 되는 것을 제외하면 오랫동안 비주류 문학으로 여겨졌으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몇 년 동안 이러한 침체 상태가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이제 한국 문학은 중국 내에서 작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조남주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이창동의 소설집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 『소지』,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김애란의 소설집 『너의 여름은 어떠니』 등, 중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된 작품들은 중국 인터넷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지난해 소설가 김초엽은 제34회 중국은하상(1985년에 제정된 중국 공상과학소설계의 최고영예상) 시상식에서 ‘최고인기외국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졌고, 중국에서 초청받아 북토크나 문학대회와 같은 문학행사에 참석하는 한국 작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한국 문학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찾을 수 있으며,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목소리도 중국 독자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출판된 한국 문학 작품들은 한 가지 주제만을 다루지 않는다. 사회 속 약자의 인권, 청년들의 생활 곤경, 그리고 여성과 같은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은 중국 독자들의 큰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 문학이 자주 언급되는 요즘, 중국에서도 한국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블로그, 동영상, 팟캐스트 등 새롭고 젊은 방식으로 한국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전파하고 있다. 그중 팟캐스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로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주로 2030 고학력 도시 청년들의 지식 공유,, 사회적 이슈 토론, 그리고 다원화된 시각의 탐구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팟캐스트 사용자 수는 2억 3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 수는 여전히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중국 팟캐스트 플랫폼의 문학 콘텐츠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소통의 장이 되는 새로운 아지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 중, ‘운중전파’는 멀리 중국에 있는 청취자들과 국경을 넘어 함께 한국을 읽는 경험을 공유한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한국 문학을 소개해 드리는 팟캐스트 ‘운중전파’입니다! 저는 호스트 심영, 저는 호스트 재문,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명의 젊은 목소리로 시작되는 오프닝은 청취자들이 ‘운중전파’를 접하는 첫 순간이며, 한국 문학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시작이기도 하다. ‘운중전파’는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중국의 팟캐스트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10회가 업로드 되었으나 올해 8월 기준 총 재생 수가 8만 3천 회를 넘어서고 있으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학 관련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운중전파’의 호스트이자 제작자인 심영과 재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운중전파’라는 이름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서 따왔다고 한다. 운중동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장소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는 멀고도 낯선 곳이다. 이는 마치 한국 문학이 중국에서 받아들여지는 현재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운중전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운중동은 점점 청취자들에게 친숙한 장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팟캐스트 댓글 창에는 청취자들이 두 사람을 ‘운중에 있는 친구들’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글들이 꽤 올라와 있다. 운중동에서 사는 두 친구가 멀리 중국에 있는 청취자들에게 이 땅에서 잉태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 자체는 꽤나 낭만적으로 보인다. 나는 이들에 대한 궁금증을 품은 채 한국학중앙연구원 캠퍼스에서 두 사람과의 첫 만남을 약속하게 되었다.



   “처음에 재문이 팟캐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 몰랐어요. 하지만 사실 저희는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작품 앞에서 저희는 청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한국 문학의 독자예요. 다만, 저와 재문은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텍스트를 읽는 것 외에도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할 뿐이죠. 굳이 차이점을 얘기하자면,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다는 점일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한국에 살고 있어서 문학 작품에 묘사된 공간과 그 인문사회를 실제로 느낄 기회가 있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 저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생긴 질문을 가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리고 ‘운중전파’를 통해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었어요. 좋은 토론 환경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더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도울 수 있어요. 저희가 저희의 시각을 공유하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도 저희와 대화하듯이 좀 더 편하게 댓글로 소감을 남길 수 있어요. ‘운중전파’에서는 한국 문학을 읽는 사람이 외롭지 않을 거예요.”(심영)

   심영은 한국에 온 지 올해로 4년이 되었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한국어를 전공했던 그녀는 학부 졸업 후에도 한국의 현대문학을 전공하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한국 문학을 공부하면서 더 깊이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힌 그녀는 석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같은 학교의 박사 과정에 지원해 대학원 생활을 이어 갔다. 나이로는 심영이 재문보다 어리지만, 재문은 일을 하다가 대학원에 입학했기 때문에 심영이 대학원 생활에 있어서는 선배다. 

   심영과 달리 재문은 2011년부터 한국에 머무르기 시작했고 현재는 서울에 정착했다. 10년이 넘는 한국 생활 동안 그녀는 어학원부터 학부까지 모든 학업 생활을 한국에서 보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에 들어갔다. 번역원에서 2년간 공부한 덕분에 재문은 한·중 문학 작품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중국어로 번역해 출간한 한국 작품으로는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등이 있다.

   각기 다른 인생의 경로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과 깊은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문학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으로 연구 동료에서 단짝이 되었고, 이후에도 함께 한국 문학을 알리는 길을 걸어온 동반자가 되었다.



   “혼자보다는 마음이 맞는 동반자와 함께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면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외롭지 않겠죠. 그리고 저 혼자였다면 ‘운중전파’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저희는 프로그램 안에서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 하나 빠져서는 안 돼요. 심영은 주로 연구자 입장에서 텍스트 해설과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고, 저는 평소에 번역 작업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번역자 입장에서 독서 감상을 나누곤 해요. 또한, 한국 생활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들도 소개하고요. 

   저에게는 한국 문학은 전공으로서 연구 대상일 뿐 아니라, 제가 한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앵커 포인트이기도 하며, 한국 사회가 가진 진실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센서이기도 해요. 뉴스나 신문에서 얻는 명확한 데이터와 명료한 정보처럼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학에 묘사된 인간의 감정, 곤경, 사고 등은 모두 이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문학에는 그만큼의 ‘온도’가 담겨 있죠. 한국 사회의 주류 서사에서 찾기 조금 어려웠던 이방인으로서의 제자리를 문학 작품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소중한 감정도 제가 ‘운중전파’에서 공유하고 싶은 거예요.”(재문)



   “솔직히 말하면, 저희는 한국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독자로서 우리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들이 중국에서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된 것이 매우 기쁘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어요. 현재 중국 독자들의 한국 문학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논의가 ‘여성주의’에 너무 집중된 나머지 다른 서사로 쓰인 좋은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더라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현실에서 저희는 ‘운중전파’를 통해 한국 문학이 특정 주제에만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더 입체적이고 풍부한 면을 많이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요. 이것이 저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해요.”(심영)

   학업 외 시간을 이용해 작업하기 때문에 ‘운중전파’의 업데이트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3~4주에 한 번은 업로드 하는 빈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텍스트 선정, 콘셉트 확정, 파트 배정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수없이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쳐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여 청취자들과 만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두 사람은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업로드 빈도를 유지하며 형식에 있어서도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청취자들이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까지 저희 프로그램은 주제별로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을 소개해 왔어요. 형식은 기본적으로 저와 심영 두 사람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특정 주제에 따라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한번은 한국 문학과 관련된 다른 콘텐츠를 운영하는 제작자를 모셔 방송한 적이 있고요, 또, 조예은 작가의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의 중국어 번역본을 출판 기획한 책임 편집자를 초청해서 이 책의 출판 과정을 공유한 적이 있었어요. 이런 식의 공유를 통해 한국 문학 작품이 언어의 다리를 건너 중국으로 오면서 생긴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만나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문학과 인연이 있는 게스트들이 ‘운중전파’에 와서 신선한 목소리를 들려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재문)

   내가 간 날은 마침 ‘운중전파’의 최신 회차 녹음 작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올린 프로그램들은 별다른 녹음 스튜디오 없이 학교 강의실이나 연구실에서 두 사람이 녹음했다고 한다. 아직 팟캐스트로 수익을 낼 정도는 아니라서, 두 사람의 장비는 재문이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구입한 마이크 하나뿐이었다. 비록 장비는 부족하지만, 모든 회차에서 가장 충실하고 알찬 모습으로 청취자들을 만나기 위해 심영과 재문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보통 녹음 시간은 3~4시간 정도로 길다고 한다. 녹음 후 재문은 집으로 돌아가 녹음 파일 전체를 다시 정리하고 편집해 100분 내외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정성 어린 노력 덕분에 ‘운중전파’는 많은 청취자들의 신뢰와 응원을 확실히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두 달 후면 ‘운중전파’ 프로그램 1주년 기념일이 다가온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학교 빈 교실의 책상 위에는 새로운 에피소드 녹음을 위해 준비한 책들, 메모지가 가득 붙은 노트, 그리고 털이 복슬복슬한 작은 마이크가 놓여 있었다. 여기에 사랑하는 일을 위해 쏟아 붓는 두 사람의 진실한 마음까지, 이것이 바로 ‘운중전파’의 녹음 현장의 전부였다. 작은 마이크를 꺼내 들었을 때 재문은 살짝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이 시작되기 전, 재문은 나를 보며 조금 초라한 장비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해 온 전우니까 함께 예쁘게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옆에 있던 심영은 말은 없었지만, 마이크의 엉킨 털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두 사람과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할 때, 저녁노을에 살짝 덮인 운중동은 참 온화해 보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타 ‘운중전파’가 지난주에 새로 업로드 한 에피소드를 재생했다. 익숙한 오프닝 음악이 귀에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닿을지는 모르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한 ‘운중전파’는 계속 퍼져 나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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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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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11-01
입자와 파동이 공존하는 세상 : 제13회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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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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