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서는 시가 유행이라고?
- 작성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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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서는 시가 유행이라고?
- 문학예술 융합 인터뷰 : 포엠맥 편
문장서포터즈 채미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잃을 게 없어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요즘 핫한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시가 유행이자 젊은 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를 계속해서 읽던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시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한 하나의 흐름 속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소규모 문학 매거진 포엠맥(@poemmag)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먼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포엠매거진이고,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현대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소개할 것은 없습니다.
포엠맥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스무 살 때부터 시를 엄청 좋아했어요. 꾸준히 읽고, 혼자 쓰다가 독립 출판도 하고요. 시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꼈던 것과는 별개로 전공은 패션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졸업하고 회사도 다녔지만 미련이 남더라고요. 시를 주제로 해서 콘텐츠화하고 싶다, 시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하자마자 바로 포엠맥 계정(@poemmag)을 만들었어요.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저는 전에도 유튜버처럼 콘텐츠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서도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카피라이팅, 큐레이션 등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원래부터 콘텐츠 제작 쪽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글을 쓰시다가 자연스럽게 넘어오신 걸까요? 처음에는 100% 쓰는 쪽에 더 가까웠어요. 스물부터 스물여덟까지 세 권의 시집을 독립 출판했어요. 처음의 꿈은 시인이었어요.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시인을 병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전업 시인은 힘드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저는 쓰는 쪽보다 사람들을 혹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더 적합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글 쓰는 것만큼 디자인과 마케팅을 좋아하거든요.(하하) 시에 전념하면 두 가지를 놓치게 되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총합해 본 것이 바로 포엠맥이에요. 저만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져서 더 애착을 갖게 되어요.
포엠맥을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포엠맥을 운영하는 매일매일이 기뻐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도 즐겁고, 업로드 하였을 때 사람들이 반응을 남겨 주는 걸 보는 일도 즐거워요. 매 순간 행복하지만, 최근에는 열흘 정도 행궁동의 시집 서점 ‘시요’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오백 분 정도 오셔서 끊임없이 인사해 주셨어요. 오프라인에서 구독자들을 만나니까 저의 정체성이 확장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이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도 괜찮겠다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고요. 어려운 지점은 딱히 없습니다.
‘포엠맥’이라는 시 전용 매거진이 생기면서 SNS에 거대한 시 유행 플로우가 돌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포엠맥 탄생 이후 여러 변화를 체감하셨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 들려주세요. 저는 시가 지금 유행한다고는 생각하는데, 그게 제 영향 덕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보다는, 10대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독서 자체가 트렌드인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본 기사에서 요즘 10대에게는 독서가 트렌디한 어떤 것으로 다가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요즘 미디어가 롱폼에서 숏폼으로 넘어오게 되었잖아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시가 유행하는 이유도 비슷한 듯해요. 소설이나 에세이는 오래 집중해야 하는데, 시는 내 마음대로 아무 페이지나 읽다가 덮으면 되니까요. 시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비하는 시간 대비 얻는 만족감이 커요. 때로는 소설 백 페이지를 읽을 때보다 시 한 편 읽는 것이 더 마음에 크게 와 닿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독서가 유행하니 시도 자연스럽게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포엠맥이 생기고 나서 문단 내/외에서 여러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특히 대중들의 시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시 입문의 허들이 많이 낮춰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문단 혹은 대중의 변화 지점에 대한 운영자님의 생각이나 이야기가 궁금해요. 계정의 운영 목적이 더 많은 사람이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기 위함이었어요. 그래서 더 예쁘고, 감성적인 썸네일을 고르거나 밈을 활용해서 다가가는 것이에요. 친근하게 대하는 것도 그 이유고요. 최근에 보그 코리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때 얘기했던 것이 생각나요. 일반 대중에게 시는 무엇인지 물어 보면, 다들 고귀하고, 감성적이고, 어렵다고 해요. 사실 그럴 만해요. 고등 입시에서 시는 엄청 숭고한 글로 느껴지잖아요.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올해 5월에 포르투갈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났어요. 시를 좋아해서 소개하고 있다, 라고 하니까 친구가 “시를 떠올리면 윤동주, 이육사 시인 같은 옛날 시인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시도 있었구나,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구나.”라고 말하더라고요. 시가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저의 최대 지향 목표예요.
그래서 큐레이션할 때도 입문용 시를 많이 넣어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저의 시선이나 사람들의 평가를 보았을 때 난해한 면이 있거나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시는 (좋지만) 의도적으로 많이 넣지 않고 있어요. 어려운 시들은 나중에 구독자들이 더 알아서 찾아 읽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시의 입문을 한 발자국 더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문학동네 출판사와 함께 ‘외계인 침공시 시 안 읽는 사람이 잡아먹힌다’ 티셔츠를 판매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더 나아가 행궁동 서점 ‘시요’에서 팝업을 진행하신 것도 보았어요. 관련된 얘기 들려주시면 좋을 듯해요. 더 나아가 이러한 ‘문학 굿즈’에 대한 생각도요. 6월, 7월 초 중순에 포엠맥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를 하였어요. 공간 자체가 책방이어서 좋았어요. 놀러 오시는 분들이 굿즈뿐만 아니라 책도 살 수 있고, 다 같이 모인 사람끼리 시 얘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그런 공간적 특징이 있다 보니 굿즈를 구매하기 위한 팝업보다는 독자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듯해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콘서트를 가고, 옷을 좋아하는 사람은 옷가게를 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요. 사람들의 욕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포엠매거진만의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문학 굿즈 시장이 조금 더 활발해지면 좋겠어요. 최근 국도전에 많은 사람이 몰렸어요. 규모는 더 작아졌는데 사람들은 많이 몰렸죠. 국도전이 흥행한 이유는 사람들의 수요와 국도전의 가치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이한 문학 굿즈가 많이 흥행되었거든요. 평소에 국도전이 읽지 못한 책이나 출판사를 발견하고, 마니아틱한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출판사나 작가들은 고귀한 느낌이었죠. 막혀 있는 느낌이었는데, 직원들에게는 책을 많이 팔 수 있고, 소비자에게는 평소에 보지 못한 굿즈를 볼 수 있는 장으로서 다가왔기에 국도전이 흥행했다고 생각해요.
포엠맥 주인장의 콘텐츠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매번 할 때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말해 보고 싶어요. 첫 번째는 시를 많이, 다양하게 읽는 것이에요. 그런 과정을 통해 어떤 시 하나에 꽂히게 되어요. 그러면 그 시와 수록되어 있는 시집을 함께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영화나 음악 예술 매체와 엮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헤어질 결심>과 찰떡궁합인 시를 발견했어요. 그러면 <헤어질 결심>을 주제로, 떠오르는 시와 어울리는 다른 시 몇 편을 찾아보고 콘텐츠로 작성해요. 썸네일의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찾아보거나, 제가 직접 찍은 필름 사진을 활용해서 올립니다. 사실 콘텐츠 내용보다 썸네일을 더 신경 쓸 때도 있어요. 게시물에 같이 올린 음악까지 고르는 것이 제작 과정에 포함돼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거든요.
문학동네 출판사와 콜라보한 사실을 접했어요. 소규모 매거진과 출판사가 협업한 것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이와 관련된 얘기를 듣고 싶어요. 비전공자여서 보통의 의견과 조금 다른 의견일 수 있지만, 출판사도 결국 브랜드라는 생각이 드는 듯해요. 유명한 브랜드는 동네 빵집과도 하고, 타투이스트랑 협업하기도 하거든요. 그냥 수요가 있으면 진행해요. 그렇다면 출판사도 그런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문학동네에 먼저 손을 뻗어 진행한 것이에요. 박연준 시인과 저, 문학동네 셋이 함께 티셔츠를 제작해서 이벤트용으로 전달 드리기도 했어요. 출판사도 자유롭게 많은 활동을 진행하면 좋겠어요.
포엠맥 백일장 게시물을 봤어요. 이러한 활동이 미등단/비등단 시인들의 활동 이슈와도 닿는 지점이 분명 있어 보입니다. 백일장 그리고 미등단, 비등단 시인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렇죠. 등단이라는 제도에 관해 여러 논의가 나오는 듯해요. 저는 등단 시스템에 관해 큰 불만은 없어요. 그러나 제 구독자분들 중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죠. 업계 종사자나 문창과 학생들도 있고요. 저는 사실 거창한 마음으로 백일장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를 보내 주면 제가 읽어 보고 좋으면 홍보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소통’에 방점을 두고 시작한 것이었어요. 구독자분들은 어떤 시를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남의 글 읽는 건 언제나 즐거우니까요.(하하)
사람들이 백일장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해주셔서 잘 되었어요. 491편이나 응모해 주셨어요. 포르투갈 가는 비행기에서 하염없이 시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세 편을 뽑아 콘텐츠화했는데, 사람들이 그 시들도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주목을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서, 00일보에서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볼까요? 일반인들은 잘 모르죠. 많이 보아도 몇 백 명일지 몰라요. 그런데 이런 백일장을 콘텐츠화하여 올리면, 수만 명이 읽게 돼요. 이번에 올린 백일장 시만 해도 인스타그램의 도달률이 13만 명이나 되었어요. 최소 13만 명이 본 거죠. 어느 순간 등단보다 좀 더 의미 있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백일장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등단제도는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가고 싶으신가요? 오프라인 활동을 늘려 가고 싶어요. 팝업스토어도 많이 하고, 구독자분들과 시 파티도 하고 싶어요. 낭독회 같은 자리와는 조금 달라요.(하하) 파티하우스를 빌려서 함께 시를 나눠 읽고, 요리도 함께 해먹으며 자유로운 만남을 가지고 싶어요. 시가 가지고 있는 고귀한 이미지를 탈피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9월 말에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해요. 아마 10월초에 끝이 났을 거예요. 지금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분 중에 오신 분이 있다면 묻고 싶어요. 재미있으셨나요?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하하)
마지막으로 포엠맥처럼 문학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학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당장 만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부딪혀 보세요. 디자인이나 마케팅 같은 요소는 할수록 점점 늘어요. 안 하면 아무것도 모르니까 당장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저의 인생 사는 방식이 그래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당장 하세요. 저도 매거진을 운영하기 전에 많은 것을 했어요. 뉴스 레터부터 유튜브, 블로그, 책까지…… 구독자 수를 생각하면, 망한 게 맞았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했어요. 계속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잃을 게 없어요. 사람들이 겁이 많은 것 같아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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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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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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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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