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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자유롭게

  • 작성일 2025-09-01

[문장서포터즈]


   사랑하며, 자유롭게

   -광주 책방 ‘러브앤프리’를 다시 다녀오며


문장서포터즈 2기 수현


   여름이 다가왔다. 더위에 지쳐 밤새 뒤척이는 날이 늘어나고, 손 선풍기와 양산 없이 거리를 걷기 무서워지는 시기.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여름을 보낸다. 음악 차트 속에서 더위를 식혀줄 청량감 넘치는 노래를 찾아보기도 하고, 냉장고에 넣어 둔 수박을 꺼내 잘라 먹기도 하고, 서늘한 공기가 가득한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한때 사랑했던 이의 계정을 몰래 들여다보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시간을 보내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서 한 해 중 가장 뜨거운 시기를 지나는 각자만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갤러리를 정리한다. 그러나 무언갈 비우겠다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본 처음과 달리,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엇도 지우지 못한 적이 허다하다. 내게 갤러리는 사랑하는 책들로 빼곡하게 채운 책장과 같았다. 몇 년이 지나고도 곱씹게 되는 소설 『조이』 속 문장. 스무 살이 된 이후 나와 네 번의 여름을 함께 맞이했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Daylight〉 가사. 그렇게 올해에도 지나간 여름의 흔적을 들여다보던 중, 나는 우연히 한 책방에 방문한 기록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무 살이 되는 해, 사랑하는 것을 쫓아가겠다는 다짐으로 광주에 왔다. 나는 문학이 좋았던 막연하고도 순수한 마음만으로 소설을 공부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양림동을 걷다 발견하게 된 첫 책방이 ‘러브앤프리’였다.





   책방 앞에 멈춰 서게 된 건 이름 때문이었다. 사랑과 자유. 내가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 역시 그 두 단어와 같았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내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끈끈한 취향 공동체를 끊임없이 찾고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기를 반복하곤 했는데, 그마저도 지치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종종 책방을 찾았다. 신기하게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가장 깊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연한 방문으로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 준 곳. 혹시 나와 같이 취향 공동체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러브앤프리를 소개하기 위해 나는 다시 광주를 찾았다.





   가장 먼저 책방 안을 들어서자 ‘사랑하며 자유롭게’라는 문구가 적힌 벽면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책갈피와 인덱스 등 독서 용품을 위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양쪽 벽을 따라 책이 진열되어 있다. 각 도서 위에는 추천 이유, 책을 읽은 소감과 같은 간략한 메모가 붙어 있었는데, 책방지기의 사소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 ‘러브앤프리’라는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층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앤티크한 가정집 분위기가 나는 덕분에 책과 함께 머무르기 좋은 공간으로 보였다. 또한 북 토크 및 다양한 인문 예술 클래스를 위한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책방을 둘러본 뒤에는 ‘러브앤프리’ 책방지기인 윤샛별 대표님과 간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작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광주 내 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체감하신 적이 있냐는 질문을 건넸다. 이에 대해 책방지기는 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한강 작가님의 책을 찾는 분들이 많았다고 답했다. 그중에는 70대 80대 어르신들도 꽤 있었으며, 옆 팥죽 가게 사장님 역시 7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 작가님의 책을 사러 책방에 방문하신 것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이후에는 손님으로서 내가 해석한 ‘러브앤프리’를 이야기하며 이에 대한 책방지기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책방에 처음 갔을 무렵, 메모나 인테리어를 비롯한 서점 속 공간 대부분에서 책방지기의 손길이 직접 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나는 ‘러브앤프리’라는 공간을 책방지기만의 취향이 담긴 아카이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 책방을 시작할 무렵과 그 이후에 대해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Q: 또한 대표님께서 다카시 아유무의 여행 에세이 『러브앤프리』에서 책방의 이름을 따왔다고 밝히신 적이 있어요.


   A: 제가 서점을 오픈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이름이에요. 서점 이름을 뭘로 할까 생각하면서 가장 좋아했고 선물을 많이 한 책이기도 한 『러브앤프리』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삶에서 사랑과 자유만큼 중요한 단어가 있을까, 라는 생각 하나. 그리고 제가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지 못하니 그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 하나. 이 두 가지가 같이 온 거죠. 


   Q: 자유와 사랑을 이어간다는 게 마치 나를 지켜 나가는 것과도 유사해 보이는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러브’와 ‘프리’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무엇일까요?


   A: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결국 내가 살아가는 힘인 것 같아요. 사랑은 내가 행동하는 거잖아요.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힘. 저는 그게 사랑이라고 봐요. 사랑과 자유에서 그 힘이 단단하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자 살 수 없잖아요. 그렇기에 누군가와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것 같아요. 또한,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내 삶을 단단하게 끌어가기 위해서는 자유의 힘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서점을 오픈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대표님을 계속해서 사랑하고 자유롭게 하는 기억이 있을까요?


   A: 숱하게 많아서 딱 하나의 에피소드를 말하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방금 하나 떠오른 기억을 이야기하자면, 작년 빼빼로데이에 어떤 분이 쪽지를 두고 가신 적이 있어요. “버거울 때 러브앤프리에 오면 좀 나아져요. 감사합니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거든요. 숨이 버겁다는 건 턱 끝까지 뭔가 차오를 만큼 힘든 과정이라는 뜻이잖아요. 이 쪽지를 보면서 작은 서점이 한 개인에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시작은 제가 좋아서 했어요. 성장에 있어 경험이 중요한데 그중 하나로 책을 읽고 누군가와 나누는 활동을 내가 해 보고 싶다, 혹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중간에 힘든 일도 많았어요. 책을 판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때마다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을 찾아 주는 사람들 덕분인 것 같아요. 서점에서 책을 골라 가는 사람들. 한 권, 한 권 책의 쪽지를 보거나 어떤 결의 책들인지도 보면서 자기만의 책을 선택해서 가는 사람들. 북 토크나 독서 모임이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참여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뮤지션이나 평론가나 소설가나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리고 함께 일했던 청년분들도 있고요. 사랑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것들을 책을 매개로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는 건 결국에 사람인 것 같아요. 


   Q: 러브앤프리가 유지되는 있는 힘은 책방은 운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이유가 책을 매개로 하나의 취향 공동체를 이루고 있어 힘이 되는 걸까요?


   A: 제가 생각하기엔 취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느슨한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점이라는 공간은 취향을 발견하기가 좋죠. 독립 서점은 특히 공간이 작고 책방지기의 취향으로 책을 소개해 놓으니까 조금만 둘러보면 내 취향과 맞는 책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책방의 책들이 모두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서점에서 나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거고요. 지금의 독립 서점 대표들은 책을 매개로 하는 문화 기획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서점에서 진행하는 클래스가 그 예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책의 한 문장이 있을까요?


   A: 제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싶어서 어렵긴 한데‧‧‧ 노력하는 시간이 빛을 발한다는 마냥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 시간이 결국 자신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책의 한 구절은 제가 올해 읽은 책 중 『에디토리얼 씽킹(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속 문장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글은 작가가 에디터로 일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창조적 사고법을 이야기해 주는 내용이에요. 글 속에서 한 선배가 이렇게 말해요. “찾으면 다 나와. 세상에 없는 건 없어.” 그래서 그냥 세상에 뛰어들어서 정말로 찾아가는 사람이 되면 진짜 찾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인용했던 문구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에요. 우리는 스스로 찾으려는 세계만 발견한다. 이 말이 저한테 되게 와닿더라고요.



   다카시 아유무의 여행 에세이 『러브앤프리』에서 따온 책방 ‘러브앤프리’는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공간이다. 주요 타깃층을 20대 30대로 잡은 만큼 그 세대를 살아가며 사랑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면서 책 큐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출발은 책방지기 혼자였지만 7년이라는 세월이 쌓이며 ‘러브앤프리’는 함께 일한 멤버들과 손님들의 에너지가 함께 담긴 공간이 되었다. 대화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책방을 둘러보았을 때 나는 책방지기가 언급한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러브앤프리를 방문한 날은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광주와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여름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동시에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과정이 이 무더위와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돌아오는 여름마다 듣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Daylight〉를 들었다. 대략 세 시간 정도 버스가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나는 그 노래를 반복 재생했다. 곡의 마지막에 나오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내레이션을 적으며 이 글을 끝마치고 싶다.


   I want to be defined by the things that I love.

   (전 제가 사랑하는 것들로 정의되고 싶어요).




[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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