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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 작성일 2025-10-01

[문장서포터즈]


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문장웹진》 다시 읽기, 나는 왜 자꾸 당신이 궁금한가


문장서포터즈 2기 박소희


책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이다. 그 문은 얇고 가볍지만 예상치 못할 만큼 깊고 넓은 세계를 품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감각한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죽음이나 이별의 감정을 체험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한 세계의 끝 혹은 다른 세계의 시작을 마주하는데 그곳에 이전과 같은 ‘나’는 없다. 세계 하나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은 온전히 각자가 경험하는 문학의 신비다.

거쳐온 세계 하나, 그 문학을 탐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작품만을 탐구할 수도 있다. 책의 바깥에 서서 작가의 생애나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 다른 독자들을 데려와 연결지어서 탐구할 수도 있다. 어떻게 그 세계를 다시 파고들 것인지는 각자 다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세계를 직접 유영하다 온 ‘이전과는 달라진’ 이들은 앞서 말한 모든 것에 기꺼이 손을 뻗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연히 처음 초콜릿을 먹고 달콤함에 매료된 어린 아이가 그것과 비슷한 모양이나 색을 띄는 것들을 곧장 입으로 가져가듯이. 쉽게 말해 문학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독자는 곧 작품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진다. 이들은 아주 오래 전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늘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도서관이나 지역 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나 강연에 간다. 관련 전시나 축제가 있으면 작가나 작품의 발자취를 찾아 간다. 인터뷰 기사나 동영상 콘텐츠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중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인터뷰다. 정리되어 있는 글을 쉽고 빠르게 찾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창간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문장웹진 또한 세계와 독자를 잇는 기획을 여럿 진행해왔다. 여러 기획 중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연속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이다. 

‘나는 왜’ 기획은 매달 독자 10명을 초대해 시인 혹은 소설가를 인터뷰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했다. ‘공개인터뷰’로 작가와 독자를 물리적으로 한 공간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새로웠다. 또 인터뷰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라면 자선 시를, 소설가라면 자선 소설을 함께 공개했다. 이는 인터뷰에서 이야기 나눈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시금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존에 10회로 기획되었던 공개인터뷰는 2015년까지 이어져 이제니 시인을 마지막으로 15회까지 진행됐다. 

기획의 이름인 ‘나는 왜’에서 ‘나’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칭했다. 작가마다 질문이나 주제를 갖고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가령 박준 시인의 질문은 “나는 왜 서정을 미인처럼 사랑하나”였다. 정세랑 소설가의 질문은 “나는 왜 판타지에 끌리는가”였다.


사진1. 《문장웹진》 연속 기획 공개인터뷰 목록


유독 흥미로웠던 건 박솔뫼 소설가의 인터뷰였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그럼 무얼 부르지』로 처음 그를 알게 된 나는 소설의 형식이나 표현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문장웹진 7월호에 올라온 단편 ‘사과’ 또한 잘 읽었기에 인터뷰 내용이 더욱 흥미롭기도 했다. 박솔뫼 소설가에게 던져진 질문은 “나는 왜 중심 없는 세상을 꿈꾸는가”였다. 이 질문이 적합한 것 같느냐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오랜 침묵 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여기서부터 박솔뫼 소설가의 매력을 알아챈 것 같다. 그의 인터뷰와 소설은 어딘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작가의 솔직함이 잘 묻어나오는 인터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답하고, 소설에 내려지는 평가나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들에서 말이다.

박솔뫼 소설가의 자선 소설은 소설집 『사랑하는 개』에 실린 「고기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소설은 폭설이 쏟아지는 곳에 여행을 온 두 인물이 이전에 고기를 먹었던 식당에 가기 위한 일종의 여정을 그려낸 글이다. 여정이라기보다는 사실상 화자의 생각들, 수많은 생각들을 내리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사과」를 읽으며 그의 문장은 아주 길거나 짧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선 소설 또한 그랬다.


애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흔들리는 창을 보아 온 것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보리색 벽과 불편한 대기실의 의자와 복도를 비추는 오후의 햇볕 아래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언제나 그것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였음을 늘 언제나 흔들리는 창을 마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애리는 확실히 알게 되고 애리는 병원 복도에 서 있는 자신을 확인하고 그 너머로 마음대로 자라난 풀을 밟으며 공장을 지나가는 가죽 가방을 든 남자를 바라보며 아주 짧은 순간 우리라고 묶일 만한 순간을 방금 지나쳤음을 알았다.

-박솔뫼 「사과」 중


지나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무얼 먹을까 우선 갈비를 시키고 샐러드와 밥을  시킬까 맥주도 마셔야 하고 무얼 먹을까 무얼 먹으면 좋을까 돼지 코고기 돼지 꼬리고기 돼지 턱고기 돼지 이마고기 아냐 아냐 닭고기 닭고기 닭고기! 닭 머릿고기 닭 허리고기 닭 앞다리살 닭 뒷다리살 닭고기 닭고기 닭고기! 닭들이 있는 것처럼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박솔뫼 「고기 먹으러 가는 길」 중


인터뷰 첫 단락에서 안희연 시인은 박솔뫼 소설가를 ‘별종 소설가’라고 칭한다. 박솔뫼 소설가는 “그냥 그래서 그렇다”는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라는 것이다. 소설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읽으니 처음에는 의아했던 별종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개 인터뷰를 읽은 후 자선 시나 소설을 이어서 읽으면 작가나 그의 작품세계가 내게 훨씬 더 잘 스며드는 느낌이다. 모든 세계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을 살펴보며 당시 글틴 기자들이 남긴 참관기도 함께 읽었다. 글 속에는 공개 인터뷰 참여 후기들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매일 오전 6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니 시인의 공개 인터뷰를 참관하기 위해 청주에서 온 이도 있었다. 그는 “피곤했지만 전혀 힘든 하루로 느껴지지 않았다”며 “돌아가는 버스에서 어느 때보다도 아늑하게 잠들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박솔뫼 소설가의 공개 인터뷰 참관기에는 “매번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는 후기가 있었다. 글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가령 작년 최진영 소설가, 박연준 시인 등 여러 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매달 광주에서 서울로 갔던 기억들이었다. 세계에 몰입한 독자는 팬과 다름없다.

인터뷰 하나, 시 하나. 인터뷰 하나, 소설 하나. 회차를 거듭하며 작은 세계들이 여럿 생겨나고 있었다.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를테면 양볼에 하나씩 도토리를 머금는 가을날 다람쥐의 마음처럼. 나는 왜 자꾸만 그 세계가, 당신이 궁금할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박솔뫼 소설가의 표현 방식을 빌려보자면 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그렇게 적어두고서 김연수 소설가를 만나기 위해 일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5시간 동안 창밖의 풍경들을 지루해질 만큼 보며 아마 그곳에서 답을 찾으리라고 짐작했다. 


사진2. 일산 풍경



나는 왜 자꾸 미래로 향하는가

 - [나는 왜 REWIND] 소설가 김연수 편


처음 마주한 일산은 나무가 많았다. 잎은 짙고 생생했다. 오는 길에 오래도록 나무와 풀을 봤음에도 나의 시선은 자꾸 그리로 향하고 있었다. 인터뷰 장소는 정발산동에 위치한 한 카페였는데 월요일 오후 3시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예상과 다른 풍경에 나는 인터뷰가 잘 되지 않을까 얕은 걱정을 했다. 작가의 말에 더욱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 소설가는 늘 가지고 다닌다는 작은 수첩을 들고 왔다. 카페와 달리 마주 앉은 테이블은 아직 고요했다. 인터뷰는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그는 ‘그러니까’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 사실을 깨달으며 떠올린 것은 책 『소설가의 일』이었다. 책 속에서 그는 “작가는 ‘이를테면’ 언어의 발견술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고 한다. 그건 모두 다시, 또 다시 설명하기 위한 말들이다. 작가란 다시 설명하고, 다시 덧붙이고, 더 나은 표현을 찾는 것이 일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 세계에 몰입했다. 이를테면 전전긍긍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극장 속 관객처럼.  



당신이 진실을 물었을 때


박소희(박) : 문장웹진과는 창간부터 연이 있으시더라고요. 2005년에 진행하신 박완서 작가님과의 대담으로 시작되었는데요, 대담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김연수(김) : 잘 기억은 안나지만 생각해보면 제가 박완서 선생님께 직접 연락드리고 섭외해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선생님이 아치울 마을에 사실 때라 그 집에 가서 인터뷰를 했죠.

박 : 소설『그 남자네 집』을 중심으로 대담이 이루어진 것 같던데요.

김 : 어떤 작품에 대해 질문했다기보다는 근황에 대한 인터뷰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고요. 그때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돌아가셨는데 조문사절단으로 바티칸에 갔다 오셔서 그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저한테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요.

박 : 안 그래도 글 마지막에 박완서 작가님께서 김연수 작가님께 하신 말이 궁금하더라고요. 쓰지 말라고 하셔서 안 적혀 있던...

김 : 마지막 말은 저도 기억이 안나요 이제.(웃음)

박 : 대담에서 박완서 작가님이 “이게 완전 허구냐 작가 자신이냐 물어보는게 제일 싫다”고 말씀하셨어요. 김연수 작가님의 경우에는 소설 속 인물에서 작가님이 많이 엿보이는 것 같아요.

김 : 소설 속에서 이야기를 하려면 대리인이 필요하죠. 독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려면 감정 이입을 시켜야 되니까요. 감정 이입이라기보다는 감각 이입이려나요? 어쨌든 대리인이 필요하고, 그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계속 서술 해나가야 해요. 동의하면 독자들이 끌려오는거죠. 근데 그 존재는 사실 저하고 제일 가까워요. 제가 완전히 허구인 인물을 만들 수는 없는 거예요. 살아오면서 제가 느낀 것들이 굉장히 활용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대개 저의 분신에서 시작해요. 그래서 자전적인 것이냐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다 자전적인 것인데 독자들이 물어보는 것은 말하자면 역사책 같은 것이죠. 역사책에는 개인적인 화자가 없어요. 객관적인 일들만 일어나는데 그런 이야기를 다뤘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아요. 실제로 일어난 일이냐 아니냐.

근데 그건 나의 관점에서 본 이야기지 전적으로 나한테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는 말을 못해요. 박완서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이걸 쓰긴 썼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냐고 하면 그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소설가니까. 그게 진실이라고 말하는 소설가가 있으면 그 사람은 소설이 아닌 다른 걸 쓴 거죠.

박 : 수필이나 다른 형식의 글요?

김 : 역사책을 썼나 보죠? 아니면 사건 보고서를 썼거나. 저도 그런 관점에서 저로부터 시작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닌 허구의 세계를 그리는 거죠.

박 : 작가에게는 ‘노는 마당’이 가장 중요하고, 그곳이 익숙하지 않으면 소설을 써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등장하는데요. 노는 마당이 작가님에게 화두처럼 느껴졌다고 나와요. 작가님의 노는 마당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 : 텍스트, 문자의 세계죠.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요. 그 안에서 계속 문자를 바꿔가면서 다른 표현 방법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는거죠. 그게 제 노는 마당이고요. 낮춰 말하면 ‘먹물 냄새’라고 하는데 글자 안에서 놀게 되면 먹물 냄새가 나고 관념적 느낌이 강해져요. 화가는 사물의 외형을 보려는 사람이고, 영화도 이미지를 가지고 다루는데 나는 글자를 가지고 노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되게 관념적인 세계 속에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박 : 그러면 노는 마당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것이겠네요.

김 : 어쩔 수 없는 한계예요.

박 : 한계요?

김 : 네. 문자를 다루는 사람들의 한계. 실제로 묘사하지 못하고 묘사하려는 것에 대한 설명을 계속 달고 있는 셈이죠.

박 : 그렇군요. 나중에 여쭤보려던 질문과 이어지는 답 같기도 해요.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기획에서 독자가 “말해지지 않은 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 “번번이 실패하는 소설을 쓰고 있다. 언어로 썼을 때 쓰고자 하는 소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답하셨어요.

김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글자를 갖고 문학하는 사람들한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에요. 진실이냐 아니냐를 물었을 때 CCTV 같이 찍은 건 그대로 보여주면 돼요. 근데 일어난 일을 글자로 쓰면 순서만 바꿔도 이야기가 바뀌거든요. 그게 문학의 한계죠. 곧바로 보여줄 수 없다는 것. 조작도 가능하고요.

박 : 박완서 작가님과의 대담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세요?

김 : 선생님이 정원일 하는 걸 좋아하셨어요. 그때도 30년 이상 글을 쓰셨던 때인데 글이 잘 안될 때가 많다는 거죠. 그러면 정원에 나가서 흙을 만지시는데 그게 글쓰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요. 그게 기억이 나고요. 그때는 20년쯤 전이니까 제가 지금보다 젊어서 저 정도 쓰셨으면 괴로워하는 거 없이 그냥 쓰실 것 같은데 안 그렇구나라는게 좀 놀라웠고요. 좀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흙이 좋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이제 알 것 같아요.

박 : 흙이 좋다는 건 작가님에게 달리기나 마라톤 같은 걸까요?

김 : 요즘은 산책하면서 나무 보고, 꽃 보는 걸 좋아해요. 진짜 세계를 접하는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묘사할 필요도 없이 아름다우니까. 세계가 이미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그건 묘사 불가능이거든요. 박완서 선생님도 그런 것들을 접하는 기쁨이 있으셨겠죠.


사진3. 김연수 소설가



흘러나온 목소리


박 : 2008년에는 문학집배원 활동도 하셨더라고요. 이어서 2012년에는 문장웹진의 여러 기획에 참여하셨는데 ‘이상과 다시 만나다’ 기획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기억나는 내용이 있으신가요?

김 : 했다는 건 기억이 나는데 자세하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웃음)

박 : 아무래도 10년이 더 된 일이죠. 다행히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기획은 아직 문장웹진에서 볼 수 있어요. 당시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요?

김 : 김용규 선생님이 철학자셔서 깊이 있는 질문들을 하셨던 것 같아요. 또 제가『밤은 노래한다』에서 쓴 네이션, 국가 만들기에 대한 문제들을 많이 말씀하셨는데 소설 속 여성 캐릭터에 주목하셨어요. 국가 만들기는 근대성인데 그건 합리적인 언어로 되어 있다는 거죠. 근데 반대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그런 합리적인 언어에서 벗어나 있다고 하셨어요. 제가 의도했던 부분이기도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박 : 합리적인 언어에서 벗어나 있는 여성 캐릭터요.

김 : 저는 여성 화자를 쓸 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굉장히 큰 난관이 있다는 생각. 이걸 극복하려면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요. 아마 여성 작가들이 남성 화자를 쓸 때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저는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를 쓸 때 훨씬 더 심한 왜곡이 일어난다고 생각돼요. 여성의 목소리를 낸다고 할 때는 저 자신을 계속 지워나가야 해요. 그리고 빈 공간이 생기면 그때 목소리를 낼 수 있거든요. 목소리를 의도할 수는 없어요. 그건 기획하는 게 되잖아요. 의도 자체를 없애야 돼요. 그렇게 백지 상태가 되어서 어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기다렸다가 받아적는 거죠. 가능하면 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셈이에요. 밤은 노래한다에 여옥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있는데 여옥이의 말을 기획해서 쓰면 남자처럼 말하거나 아니면 완전 여자처럼 말을 하거나 그러니까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주인공을 쓸 때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분신, 화자가 들어가서 쓸 수 있게 되는 건데 여성 화자가 등장하는 부분을 쓸 때는 그런 식으로 창작을 못해요. 그분 설명대로 해보자면 남성 화자를 만들 때는 근대성, 국가를 만들 듯 합리적으로 만들었지만 여성 화자의 경우에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이 그냥 흘러나온 목소리다, 라고밖에 말을 못해요. 항상 부딪히는 문제에요. 내 이야기를 쓰지 않는 한은요. 그 사람 안에서 보는게 아니니까 화자의 말이 제 목소리일 가능성이 많은 거죠. 결국 내가 없어져야 하는 거죠. 그게 저의 소설쓰기에서 가장 도전적인 문제였고, 가지고 있던 어떤 작가 되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밤은 노래한다부터 여성 화자들이 중요하게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 문제가 저한테는 불가능한 지점이었어요. 그래도 그걸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창작 방법과 완전히 다른 지점을 발견하게 된거죠. 그래서 여기에 쓸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써야 한다는 말도 나와요. 물론 실패에요.

박 : 어째서 실패인가요?

김 : 당연히 실패예요. 그렇잖아요.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내면 실패예요.(웃음) 99%에 가도 실패죠. 왜냐하면 100%는 아니니까. 그런데 그건 대단한 성공인 거죠. 문학, 예술에서 성공은 그렇게 보는 거지 100% 성공은 없어요. 그게 사뮈엘 베케트가 했던 말이고 이제 그걸 받아들이는 거예요. 내가 세상의 모든 걸 다 쓸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가깝게, 100%에 가깝게 실패하자. 그게 이제 목표가 되는 거고요.

박 : 쓰지 못하는 게 분명히 있는 거네요. 어떤 한계처럼요.

김 : 다 못 쓰죠. 자기 인생도 다 못쓰는 걸요. 그래서 지나간 일은 이제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박 : 장편의 지루함을 견디는 게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김 : 소설은 시간의 예술이잖아요. 그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일을 다 알고 있어야 지금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이죠. 어떤 감동이 오려면 서사가 쌓여야 하니까 지루한 거예요. 장편은 한 권 분량으로 서사가 쌓여야 하니까.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재미가 없어요. 이야기 중간쯤 가야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재미를 느끼게 되는 거죠. 근데 그거와 별개로 문장이나 사건의 리듬이 있어요. 예를 들어 누가 등장해서 기대를 품었다가 그게 이루어지면 한 단락이 끝나는 거예요. 그게 반복돼요. 이야기에 리듬이 생기게 되는 거죠. 거기에 몰입하면 지루함이 약간 없어져요. 이건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것과 비슷해요. 아주 재밌거나 큰일이 있진 않지만 일상 속에서 누구를 만나고 또 만나면 일단락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중에 클라이막스를 가면 많은 분량이 빠르게 돌아가거든요. 그때는 술술 넘어가는 거죠. 그 리듬을 빨리 알아차리는 게 장편 보는 재미죠.

박 : 문장웹진에 발표하신 「바양작에서 그가 본 것은 소설집『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실렸는데요. 달라진 부분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가령 주인공의 아내 이름이 진에서 정미로 바뀌었다던가요. 퇴고하면서 염두에 둔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 : 저는 퇴고할 때 거의 처음부터 다시 써요. 쓴다기보다는 타이핑을 해요.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기는 수준의 타이핑이고요. 하다가 보면 저절로 고쳐지는 부분들이 좀 생겨요.  그때 그때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재타이핑하고 걸렸던 부분이 없어지면 넘어가서 뒷부분을 타이핑하고요. 아주 세밀한 독자가 되어서 읽는 과정인거죠. 타이핑하면서 문장 하나 하나를 다시 재검토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고쳤냐에 대해선 저도 잘 모릅니다. 의도를 갖고 퇴고하는 것도 아니고요, 기록해놓은 것도 없고요. 단지 타이핑을 거의 날마다, 굉장히 많이 하는데 그 과정 중에 바뀌었던 거예요. 아마 진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았겠죠. 

박 : 그러면 소설 하나를 아주 여러 번 타이핑하기도 하겠네요?

김 : 저는 주로 타이핑을 해요. 글을 쓰지 않고. 스스로 타이피스트라고 생각해요.(웃음)


소설가에게 필요한 동사는 세 가지다. ‘쓴다’ ‘생각한다’ ‘다시 쓴다’. 소설가는 제일 먼저 ‘쓴다’. 그다음에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쓴다’. 소설가란 어떤 사람들인가? 초고를 앞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기’가 바로 소설가의 주된 일이다. 소설쓰기라는 동사가 있다면 그런 뜻이어야만 한다. 누군가 ‘소설쓰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먼저 글은 썼고, 지금은 그 글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쓰고 있습니다’라는 뜻이어야만 한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


박 :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김 : 30년 전쯤에 쓰다만 소설이 있었어요. 대학생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현재형으로 썼는데 시간이 지나서 현재형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 등장인물들이 저랑 같이 시간을 먹었으니까 나이가 많아졌고 그 부분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는데 거기서 상상력이 생겼던 것 같아요. 앞뒤로 이야기가 생겨서 액자소설처럼 됐어요.

박 : 세계테마기행에서 하신 프로그램도 떠오르더라고요.

김 : 네. 그 뒤에 바양작 부분은 제가 모더레이터로 몽골에 갔던 경험을 인용했어요.


사진4. 인터뷰 현장



아무리 끔찍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엘라처럼


박 : 지난 6월 문장웹진에 발표하신 그리고 밤과 가을이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음악소설집』에 실린 인터뷰를 읽어보니 쓰다가 포기하신 소설 중에 미샤 마이스키와 장한나가 나오는 소설이 있던데요. 이 소설을 발전시킨 작품인가요?

김 : 원래는 음악소설집에 쓰려고 했던 소설인데 끝이 안 났어요. 그중에 끝난 소설이 음악소설집에 실린「수면 위로」예요.「그리고 밤과 가을이」는 끝이 안 난채로 있다가 계속 타이핑을 해서 완성시켰습니다.

박 : 제목은 왜「그리고 밤과 가을이」인가요?

김 : 이런 거죠. 소설 속 화자는 나이가 많은 기자고 눈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기존에 자신이 가지던 관념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상징해요. 그래서 이제 새로운 눈을 가지겠다는 의미의 소설이에요. 그런데 새로운 눈을 가졌다고는 나오지 않고 일단 옛날의 눈이 그 용도가 폐기됐다, 까지를 썼어요. 용도가 폐기됐다는 건 계절적으로 보면 요즘 같을 때죠. 여름은 이제 끝이 났는데 가을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 가을이 되면 새로운 눈이 생기겠지만 아직 그게 뭔지는 모르고 일단 이전의 나의 세계관은 붕괴됐다는 겁니다.

박 : 소설 속에 책 「엘라의 정원」도 나오는데요. 아무리 끔찍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소녀 엘라가 등장해요.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때 필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저도 고심했어요. 그걸 발견하는 눈, 시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응. 여름방학을 맞아 엘라가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가게 돼. 그 마을에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정원이 있어. 저주받은 저택의 정원이야. 그 정원 앞을 지나갈 때면 마을 사람들은 끔찍하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하지만 엘라는 이상하기만 해. ‘뭐가 끔찍하다는 거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래서 어느 날, 아무도 몰래 엘라가 그 정원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만난 정원사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아빠라면 아름다운 정원을 뭘로 가꿀 거야?”

“삽이랑 곡괭이, 호미… 뭐,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때맞춰 물과 비료도 주고.”

“그건 그냥 정원을 가꿀 때지. 내 말은, 아름다운 정원말이야.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때는 뭐가 필요해?”

“잠깐. 그냥 정원이랑 아름다운 정원이랑 달라?”

“완전히 다르지.”

-김연수 「그리고 밤과 가을이」 중


김 : 완벽하게 자기 것이 아니지만 주인공이 새롭게 찾게 된 눈인거죠. 이 사람은 옛날 식으로 생각했을 때 선과 악 미와 추가 분명히 구분되는 이분법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것을 봤을 때 자기 기준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은 다 나쁜 것이라고 본단 말이죠. 소설에서 암시는 안했지만 딸이 성소수자로 설정되어 있는데 주인공은 이걸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하지만 그들은 삶은 똑같아요. 인간적인 것들, 아름다움이 있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주인공이 살아온 세계관에서 봤을 때는 문제가 보이는 거예요. 같은 걸 보는데 한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한 사람은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죠. 그러면 자기 눈이 잘못된 거예요. 정원은 아름답지도 않고, 아름답지 않지도 않아요. 근데 어떤 사람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고요,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답게 안 보이는 거죠. 정기가 배워 나가야 할 건 자기가 배워온 이분법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알아야 비로소 세계가 진짜 보이게 된다는 뜻이에요.

박 : 자이로밸런스 우산이나 웜홀 창문 같은 개념들도 등장해요. 영감을 얻거나 참고한 게 있으신가요?

김 : 그냥 이런저런 상상을 계속하니깐요.(웃음) 제주에 있을 때 태풍이 왔었는데요. 우산이 아무 소용이 없어요. 펼치자마자 부서지더라고요. 오키나와로 생각하면 오키나와에도 태풍이 많이 올텐데 이 사람, 다나카 겐지가 발명을 한다면 태풍에도 쓸 수 있는 우산을 발명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바람에 따라 자동적으로 방향을 바꾸면 안 부서지는 우산. 근데 실제로 가능하려나 그런 궁금증은 있어요.



다른 세계는 없다


박 : 정말 있을 법하더라고요. 웜홀 창문은요?

김 : 가보지 않은 삶에 대한 건데요. 폴 오스터의 『4 3 2 1』 같은 소설에도 이미 다 나와 있어요. 만약 내가 가보지 않은 다른 길로 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그 길을 간 뒤의 일을 또 시뮬레이션 해서 지금의 나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혹은 뭐가 잘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항상 소설의 질문은 ‘어디서부터 이 일이 시작됐을까’죠. 아까 말한 대로 과거부터 서사가 쌓여야 하니까. 그래서 계속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가 되게 많아요. 근데 이제 어디서부터 이게 잘못됐을까가 되게 중요해요. 아주 사소한 자기가 모르는 어떤 지점에서부터 바뀌었을테니까요. 왜 이 현실만 실현이 됐을까. ‘엘라의 정원’을 예로 들어볼게요. 엘라의 정원도 양자물리학의 이야기에요. 정원이 다 황폐해졌는데 꽃이 피는 걸 관찰자가 보는 순간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 거예요. 관찰하는 순간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버린 거예요 현실에서. 엘라는 계속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인 거죠. 그런 현실을 엘라가 창조해 냈다고 쳐요. 그러면 관찰자가 그 정원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봤기 때문에 그 다음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엘라는 아마 지금쯤 나이가 들어서 살면 되게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을 거예요. 항상 아름다운 걸 보는 사람이니까. 


“그냥 정원이랑 아름다운 정원은 완전히 다르다는 말. 알고 보니 책에 답이다 있었더라고. 그냥 정원은 엘라가 보고 있지 않은 정원이고, 아름다운 정원은  엘라가 보고 있는 정원이라고. 왜냐하면 엘라는···.”

“끔찍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소녀니까.”

민지가 말했다.

둘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교향곡은 주제 부분을 느리게 변주하며 끝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물줄기는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들어도 좋겠다고 정기가 생각하던 찰나, 스피커에서는 다른 곡이 흘러나왔다. 분수는 그 곡에 맞춰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김연수 「그리고 밤과 가을이」 중


김 : 세상이 비관적이고 괴로움으로 가득 찬 사람한테 세상은 계속 비관적인 거죠. 어떤 좋은 점이 있어도 비관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로 어떤 일들이 생기거든요. 왜 이 현실만 실현이 됐냐는 질문의 답은 결국 매 순간 본인이 그 결정을 했기 때문이에요. 웜홀 창문이라고는 했지만 결국 알게 되는 건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세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세계는 없고 본인이 다 바꿔야 한다는 거죠.

박 : 작가님이 쓰신 조금 뒤의 세계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러면 작가님이 살 수 있었던 여러 삶의 가능성을 몇 가지 가늠해 본다면요? 천문학자가 있으려나요?

김 : 그렇죠. 고등학교 때까지의 삶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면 독서 좋아하는 연구원의 삶이었을 것 같아요. 

박 : 그 삶 말고도 있을까요?

김 : 안 좋을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여기 오기까지 되게 운이 좋은 일들만 벌어져서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운이 나빴으면 하고 상상해보면 어떤 안 좋은 삶들이 존재하고 있죠. 다행히 이게 좋은 편이에요.

박 : 작가님 특허내보신 적은 없으세요. 상상력이 진짜 좋으셔서 발명도 잘 하실 것 같은데요.

김 : 특허요?(웃음) 없습니다. 특허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어서 발음도 안 되잖아요.(웃음)

박 : 작품 속에서 두 음악이 등장하잖아요. 트윈폴리오의 안개 그리고 드보르자크 교향곡이요. 교향곡은「또다시, 여름」에도 나오더라고요. 

김 : 그게 광고 음악인데 무슨 광고인지는 모르겠어요. 막 신나고 활기차게 시작하던 음악이었어요. 옛날에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까 그걸 들을 때마다 인생이 굉장히 길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처음 그 음악을 들은 지 40년이 지났으니까.

김 : 특히 고전음악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음악이고, 음악은 거기 그대로 있는데 나는 태어났다가 좀 있으면 죽고, 내가 죽고도 음악은 계속 남는 거예요. 100년, 200년이 지나도 음악은 계속되고 또 사람이 태어나겠죠. 그런 식의 우리 바깥에 있는 요소라는 느낌이 들어요.

박 : 트윈폴리오 버전의 안개를 작품에 쓰신 이유가 있으세요?

김 : 전 그 버전이 좀 더 좋더라고요.


사진5. 김연수 소설가



모든 이야기는 결말에서부터 다시 


박 : 리와인드 나는 왜의 질문으로는 ‘나는 왜 자꾸만 미래로 향하는가’를 생각해봤는데요. 좀 적절한 질문 같나요?(웃음)

김 : 제가 미래를 향하지는 않고요… 여기서 제가 미래를 향하면 좋을게 없어요.(웃음) 전 현재에 있고 싶은데요.(웃음)

박 : 자꾸 미래가 등장해서요 작품에.(웃음)

김 : 미래라기보다는 이야기인거죠. 전체 이야기를 언제 보느냐가 중요해요. 근데 소설책 중간에서 보면 이루어지는게 하나도 없는 삶이잖아요. 아까 말했다시피 끝까지 가서 이야기 전체를 볼 수 있으면 이 이야기가 뭔지, 겪은 일들의 의미는 뭔지 다 알게 돼요. 근데 그건 삶에서 항상 미래에 있어요. 언제냐면 죽을 때죠. 죽을때쯤 되면 이게 무슨 인생이었는지, 그때 무슨 의미로 그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것도 같다는 거죠. 책은 다 읽으면 되는데 인생은 그렇게 미리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미래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여기서 판단하려고 해요. 끝까지 보지도 않았는데 재미없다고 책 덮어버리는 것처럼. 근데 어떤 책 보면 뒷 부분이 더 재밌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끝에서, 책을 다 읽고 평가해야 하는 것처럼 인생은 죽을 때 평가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건 미래에 있으니까 우리는 미래의 시점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한다. 30년 뒤에 이 인생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이 인생의 의미가 나온다는 것이죠. 이건 이야기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에요. 모든 이야기는 결말 부분에서 다시 보는 것이다. 끝난 뒤에 다시 한번 더. 최소한 두 번은 봐야해요. 첫 번째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두 번째는 결말을 알고 있는 채로요. 이야기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에 늘 미래의 시점을 가정할 수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상상해야 해요. 그래야 결말에 의미가 생기죠.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을 주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져라 이런 뜻이 아니고요. 제가 오해받는 부분이 약간 희망 전도사처럼(웃음) 되어버리는데 그런 뜻이 아니고요. 모든 이야기는 끝에서부터 본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미래는 서사의 마지막을 뜻하죠.

박: 이야기의 관점으로 말씀해주고 계시는 거군요. 서사의 마지막이 곧 미래를 뜻하고요.

김 : 가령 세상을 만드신 분이 있으면 세상의 종말까지 다 알고 있어야 정확하게 창조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작가도 끝까지 다 알고 있으면 앞부분을 어떻게 쓸지가 다 결정되는 거예요. 인생도 지금 사는 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거고요. 한번 더 살면 정말 잘 살 수 있어요. 엄마나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부 아니까 내가 지금 할 일이 결정되잖아요. 그런 관점에서의 미래를 바라는 거고요. 지금은 10년 전의 미래잖아요. 10년 후에 지금의 미래를 알고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박소희 씨도 다르게 살지 않겠어요?

박 : 14살이라면요... 작가님을 보러 갈 것 같은데요. 좀 더 일찍 뵙고 싶어서요.(웃음)

김 : 아 예.(웃음)

박 : 이번 질문은 꽤 거대한 질문이기도 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문장웹진 만의 정체성이나 가치가 있다면요?

김 : 문장웹진이 실은 굉장히 앞서간 매체예요. 20년 전쯤에는 다들 종이 잡지를 선호하고 있었고, 온라인으로 뭘 본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때였어요. 심지어는 그때 스마트폰도 없었어서 앉아서 컴퓨터로 봐야 되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진 형태로 만들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고요. 그래서 굉장히 시대를 앞서간 매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앞서 갔기 때문에 문학의 다음 세대들과 연결될 수 있어요. 다음 세대들은 아무래도 전자기기와 좀 더 가까우니까요. 계간지나 문예지는 다음 세대 독자들과 연결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는데 여기는 글틴에서 활동하던 세대가 다시 작가가 되고 연결되는 거죠. 세대를 이어 나간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게 가능한 매체여서 소중하죠.또 뭐랄까 보통의 문예지 같은 경우에는 한계가 있어요. 모두에게 문을 열어놓는다고 하지만 출판을 하는 회사에서 내는 잡지이다보니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문장웹진은 모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죠.



과거는 정해져 있지 않다


박 : 마지막으로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기획에서 하신 5문 5답을 질문을 조금 바꿔서 다시 해보려 합니다. 우선 김연수에게 이토록 평범한 미래란?

김 : 만족하는 삶.

박 : 김연수에게 비 오는 날의 달리기란? 혹시 최근에 하셨나요?

김 : 못했어요. 1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행운입니다. 왜냐하면 비가 내릴 때는 달리기를 안하거든요. 비가 내릴 것 같아도 안해요. 비가 안 내릴 때 달리기를 하는데 그때 중간 중간 비가 와야 합니다. 당연히 비가 안 내릴 것 같았는데 비가 내리면 그때 맛볼 수 있는 행운이죠. 비를 맞으려고 달릴 수는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요. 그러니까 행운이죠. 1년에 한두번할 수 있는.

박 : 다음으로 김연수에게 지나온 시절이란?

김: 미지수. 과거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삶을 새로운 버전으로 계속 바꾸셔야 합니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버전의 과거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되거든요. 지나온 시절은 미지수고 계속 새롭게 써야되는 이야기인 거죠.

박 : 김연수에게 소설을 쓰지 않는 일이란?

김 : 죽음. 죽고 나면 안 쓸 것 같아요.

박 : 마지막 질문인데요. 김연수에게 2025년이란?

김 : 덥다. 더운 거 좋아하는데 비정상적으로 더운 것 같아요. 그래도 이 더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죠. 몇 년이 지나고 나면요. 그렇지 않겠어요? 어떤 일들의 징조일 수도 있고.


의미가 있겠죠. 그렇지 않겠어요? 작가의 마지막 말 속에도 미래가 있다. 이를테면 아무리 끔찍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엘라처럼. 

광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유일하게 그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을 곱씹었다. “과거의 10년 후 미래인 현재를 알고,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나는 고민하다 그를 찾아갈 것 같다고 답했다. 수많은 다른 말들이 아닌 왜 그 답을 선택했을까? 단순히 김연수 소설가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어서였을까? 

아마 지금의 미래를 안 채로 과거로 가면 달라지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답은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짐작해 보자면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죽을 때가 되어서야 삶의 전체 의미를 알 수밖에 없는 것처럼, 책장을 완전히 덮고 나서야 그 일들의 의미를 알아채는 것처럼 나도 아는 것이다. 문학을 거쳐갈수록 더 많은 문을 열어젖히고 그 세계를 통과할수록 스스로가 더 나아진다는 것을. 더 나아간다는 것을. 더 빨리 그를 알았더라면 하는 마음은 10년 전의 나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그 문장들과 조금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과거를 다시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쓰기 위해서. 만일 돌아간다면 더 일찍 그 문을 열어젖히고 싶다.

나는 왜 자꾸 당신이 궁금한가. 그건 당신이, 당신의 세계가 나를 추동시켜서다. 어딘지 모르지만 분명 더 나은 곳으로,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어제보다는 나아간 지점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나는 자꾸 당신의 세계가, 그곳이 궁금하다.




[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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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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