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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놀러와] 나의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도시, 목포

  • 작성일 2013-04-15


나의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도시, 목포

 

한지수

 

 

 

 

   저는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여덟 살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아홉까지 근 십일 년을 서해안 끄트머리의 작은 항구도시 목포에서 살았습니다. 나무가 많은 항구라서 나무 목(木)에 물가 포(浦)를 쓰는 이 도시는 제게 단순히 십일 년 동안 머물렀던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십일 년 동안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사다난했던 십대를 흘려보낸 뒤 스무 살이 되었으니 제게 있어서 목포는 학창시절의 표상이자 유년과 청소년기의 추억이 담겨 있는 그리운 고향인 것입니다.
   지금 저는 학교문제 때문에 정든 목포를 떠나 서울로 올라와 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아직 목포라는 이름이 생소한 건지 고향을 목포라고 소개할 때면 종종 목포라는 도시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때마다 제가 빠지지 않고 추천하는 주관적인 목포의 명소 네 곳을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해볼까 합니다.

 

 

   1. 목포 시립 도서관

 

   목포 시립 도서관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약 30만 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는 내실 있는 도서관입니다. 저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시립 도서관을 들락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제가 시립 도서관을 자주 찾았던 것은 비단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시립도서관 



   시립 도서관은 도심에서 한 발 비껴선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위치한 언덕은 나지막한 편이지만 시립도서관에 올라서면 근처 주택가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가로등이 하나 둘 눈을 뜨고 집으로 돌아온 지친 삶들이 저마다 숨겨둔 꿈을 소지처럼 밝혀드는 순간을 먹먹한 시선으로 오래오래 지켜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슴푸레한 가로등과 깜박이는 주점의 전광판, 하얗게 타오르던 가정집의 창문, 불 꺼진 십자가 위에 걸린 창백한 달……. 그렇게 한동안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일상의 단면들을 훔쳐보다보면 제가 가진 고민이나 고통들은 저 아래 자동차의 전조등처럼 자그마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시립 도서관의 자판기 커피를 뽑아 홀짝이며 언덕을 따라 내려가며 마주했던, 가로등 빛 아래서 별처럼 반짝이던 아스팔트의 입자들과 밀도 짙은 밤의 서늘한 공기, 손에 쥔 커피의 따뜻한 온도 같은 것들을 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풍경과 감성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인간의 언어는 얼마나 한정되어있는지, 아쉬울 정도네요. 만약 늦은 밤 목포에 머무를 일이 생기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실 수 있기를 추천드립니다.

 

 

   2. Maker 태호

 

   카페의 주인 분의 이름을 딴 상호를 가지고 있는 ‘Maker태호’는 목포 시립 도서관의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는 조그마한 카페라서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아니지만 한 번 ‘Maker태호’에 방문한 손님은 구석구석 주인 분의 손길이 묻어 있는 세심한 인테리어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메뉴에 반해 곧잘 단골이 되곤 하는 곳입니다. 또 주인 분의 곡 선정 센스도 좋아서 고등학교 때 많이 놀러갔던 기억이 나네요. 카페 내부의 인테리어는 대부분 주인 분의 취향대로 직접 하셨다는데 그 때문에 ‘Maker태호’에 들르면 마치 친구집에 놀러간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또 혼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카페 구석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책을 한 권 들고 푹 쉬다 올 수 있는 장소로도 그만이지요. 메뉴 중에는 특히 바나나 시럽을 얹은 빵 ‘바나나 달코미’와 체리향이 들어간 콜라인 ‘체리콕’이 정말 맛있으니 언젠가 태호를 방문하실 분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네요.

 

 

   3. 평화 광장

 

   평화 광장은 목포시의 가장 큰 해안 공원입니다. 해양 분수쇼, 해양 문화 축제, 갈치잡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지는 축제의 공간인 동시에 목포 시민들이 아침 조깅, 밤 산책, 계절 낚시 등을 하기 위해 종종 찾는 생활 속 공간이기도 하지요.
   해양 문화축제는 매 여름마다 평화광장에서 열리는 가장 규모가 큰 축제입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수도 없는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고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나라의 민속 음악과 민속 음식, 민속 물품 등을 구경하고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답니다. 어디를 가나 복작복작 들뜬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를 한껏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해양 문화축제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해양 문화축제가 끝나고 가을이 되면 목포에서는 갈치잡이 철이 돌아옵니다. 갈치낚시 기간에 평화 광장을 방문하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갈치잡이 어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어선들이 저마다 작은 등을 켜들고 까만 밤하늘 같은 바다 위에 별처럼 떠 있는 광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지만 낚시를 처음 하는 사람도 배를 빌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혹시 갈치 잡이 기간에 목포를 방문하실 일이 생긴다면 꼭 참여해 추억을 남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평화광장
평화광장2


   평화 광장에서 바라보는 목포의 바다는 탁한 검푸른 색입니다. 동해의 바다처럼 맑고 투명한 느낌은 아니지만 목포의 바다에는 고요한 아득함이 있습니다. 그 머나먼 수평의 끝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마음속에 솟았던 격렬한 파도가 조금은 잦아드는 듯해 고등학교 삼학년 무렵에는 말 못할 고민들과 풀지 못한 숙제들을 안고 자주 바다를 보러 가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바다의 귀퉁이에 앉아 물의 깊이가 바뀌는 곳의 미묘한 색 변화나 가끔씩 수면 위로 튀어 올라오는 고기들,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떼의 자취 같은 것들을 바라보다 보면 저 멀리서부터 어떤 위로 같은 것이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요즘은 힐링 코드가 뜨고 있다지요. 진짜 힐링이 필요한 당신에게 목포의 바다를 추천합니다.

 

 

   4. 입암산

 

입암산

   평화 광장에서 조금 더 옆으로 걸으면 나지막한 야산이 해안가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산 정상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사람이 갓을 쓰고 있는 듯하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진 ‘입암(笠巖)산’입니다. 입암산은 쉬엄쉬엄 간다고 해도 정상까지 채 한 시간이 안 되는 시간에 갈 수 있는 낮은 산입니다. 산 자체도 비교적 평탄하고 위험한 지형이 없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 산길이 부담스러우신 분들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입암산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과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지만 입암산이 가장 그 매력을 뽐낼 때는 초봄, 벚꽃 피는 시기입니다. 산 초입에 줄지어 서 있는 벚꽃나무들이 흐드러지게 연분홍으로 피어나는 것은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입니다. 크게 유명하지 않은 산이라 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도 아니니 시끄럽고 자리싸움에 기가 질리는 벚꽃놀이에 지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미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목포는 참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한반도의 남쪽 끄트머리, 수 없는 신화가 너른 바다를 타고 흘러내리고 수 없는 꿈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곳. 평화롭고 소박한 도시 목포로 놀러오세요!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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