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문학, 배우는 문학, 자라나는 문학
- 작성일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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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가르치는 문학, 배우는 문학, 자라나는 문학
(인터뷰이: 조인혜, 고등학교 국어교사)
문장서포터즈 2기 김성호
문학은 단순히 독자와 작가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독자와 작가가 되기 위한 그 과정, 여로를 봐야 한다. 그 여로엔 다양한 존재가 있지만, 나는 그중 학교 현장에서의 교사와 학생 간의 공간에 주목했다.
2025년 10월 23일, 합정역의 한 카페에서 조인혜 선생님을 만났다. 9년 전 모교의 국어 교사였던 조인혜 선생님은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활기차게, 자신의 독서론과 더불어 서포터즈 질문에 답해 주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조인혜입니다. 배우는 경험을 좋아합니다.

(사진1. 조인혜 선생님의 오브제인 뉴욕도서관 에코백)
Q. 평소에 문학을 즐겨 접하시나요? 특히 즐기시는 장르나 분야가 있다면요?
- 음, 소설을 제일 많이 읽어요. 제일 좋아하는 장르이고요. 책 대화 모임을 4년째 하고 있기도 합니다. 잡지 독서평설과 출판사 사계절 콘텐츠에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접하고 읽고 소개하고 가르친다는 건, 일적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에요. 물론 시도 좋아해요(웃음). 쉽지 않지만 시창작 모임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시 창작 활동을 같이 하기 전에 먼저 저 스스로 배우고 체득하려고 그래요. 그래서 소소하게 문집도 내고요. 시가 어렵지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희곡은 상대적으로 적게 읽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SF 소설을 많이 읽었고요. 딱히 가리는 건 없고, 그때마다 빠지는 장르나 분야가 있어요. 무엇보다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아무래도 좋은 작품을 더 좋아합니다.
Q. 최근에 그런 작품이 있었는지요?
- 박지리 작가의 작품입니다. 다만 어두워서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서 얘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최진영, 김애란 작가의 작품도 좋았어요.
Q. 국어교사로서 문학작품을 접할 때와 개인 독자로서 접할 때의 다른 점이 있나요?
- 정체성을 나누고 있진 않습니다. 불쑥불쑥 나와요. 그런 게 혼재되어 있죠.
Q.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어떻게 문학적인 활동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작품을 다 읽고 대화하게 하려고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하든 반드시 하도록 했던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책 대화’와 ‘글쓰기’입니다. 같은 소설을 원하는 아이들끼리 묶은 다음, 질문하고 대화하는 활동을 해요. 그 이후 개인 서평을 쓰게 하고요. 사회적 독서인데(정의가 모호하긴 하지만 같이 공유하면서 읽기가 필요합니다. 먼저 선생님들과 경험해보니 그렇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여러 번 느껴요. 그런 활동을 하고 나면, 혼자 개인적으로 읽었을 때와 사회적 독서 활동 후의 감상의 결과 차이가 커요. 일단 혼자 읽을 때 몰랐던 점들을 알게 돼서 좋은 점이 있고, 내가 잘 몰랐던 같은 반 아이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깨달으며 다시 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흥미롭죠?
시를 읽을 땐, 리라이팅(rewriting)을 하게 해요. 구절을 돌아가면서 낭송하고, 공유하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바로 활동 그 자체, 공유와 나눔이 목적이라는 거예요. 어떤 걸 평가하고 판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요.
어려움이나 제약이 있다면, 결국은 그런 활동에 점수를 주고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워요. 어쩔 수 없이 교육적 성취 기준이 있으니까요. 그러한 소중한 문학 활동의 경험이 점수로만 연결되는 게 아닐까 걱정되긴 합니다.
Q. 문학에 관심 있어 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있을까요?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도 궁금하네요.
-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할 때 이 책을 반드시 팔아야겠다는 영업사원처럼 애정을 갖고 소개해요. 그러다 보면, 작품을 읽고 그와 관련된 텍스트를 더 읽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죠. 그럼 독자를 만들었다는 기쁨도 생겨요. 보람이 있죠.
책 얘기를 학생들과 하게 될 기회도 생겨요. 사제지간을 넘어서 책 친구가 되는 셈이랄까요. 순문학 작가, 웹소설 작가 하려는 애들도 많아졌습니다. 웹소설 쓰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2개 반에서만 10명 이상 넘게 모였어요. SNS로 인해 짧은 글을 쓰는데 거부감이 적은 거죠. 꼭 국문과나 문창과 진학을 원하는 게 아니더라도 다양한 매체를 융합해 창작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진 건 체감해요.
Q. 문학에 관심 없어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아요.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실까요?
- 긴 글 읽기를 어려워하는 게 가장 큰 장벽이죠. 그래서 단편을 많이 읽혀요. 사실 이건 구조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건데, 장편소설이 쉽게 나오지 않는 출판업계 구조도 그렇고, 그렇다보니 독서계에서도 잘 읽히지 않죠. 물론, 제일 큰 건 독자인 학생 개인의 재밌는 독서 경험 자체가 전무한 점이에요. 입시에 단골로 나오는 작품도 안 읽는 경우가 많아요. 어렸을 때의 재밌는 독서 경험이 그래서 중요한 거죠.
Q.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낮아지고 국포자(국어포기자)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 현장에서의 문학적 접근성, 즐거움과 연관이 없지 않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 문해력이 떨어지는 애들이 실제로도 많습니다.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적어졌고요. 그래서 앞의 질문과 연계해서, 독서 활동을 할 때 난이도별로 스펙트럼을 넓게 해서 선택지를 주는 편이에요.
Q. 9년 전, 제가 학교 다닐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 서포터즈(필자)가 다닐 때만 해도 저는 고3을 주로 맡아서 이런저런 수행 활동보다는 수능 문제풀이 위주였어요. 그 이후부터 국어교사모임 연수에 가거나 교사들끼리 따로 모임을 하다보니, 그런 문학적 활동 경험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 현 교육 현장에서의 문학적 가르침과 배움이란, 목표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공교육에서의 문학적 역할은 아이들이 충분히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하고, 다른 삶을 들여다보며 내 삶을 들여다보는, 그럴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풀이 위주의 사교육 외에 그런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이죠.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Q. 앞선 질문과 더불어 문제점이나 개선할 방향에 대해 평소 생각하신 바가 있으신가요?
- 수행이나 다른 활동의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단순히 시험, 평가의 공정성, 민원 때문에 독서, 문학적 경험과 같은 중요한 걸 놓치게 되더라고요. 평가와 판단의 범주 안에 드는 수치화할 수 있는 것만 자꾸 하게 되니 편향적으로 흘러가고요.
Q. 선생님이 학창시절 때 배우던 문학과 지금 문학의 차이점이 있나요? 있다면 나아진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제가 어렸을 때는 국정교과서여서 작품이 한정적이었죠. 문제풀이 위주였고요. 지금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읽는 시간과 훈련이 적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보단 다양한 활로를 찾는 선생님들이 많아졌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인 듯해요.
Q. 독서평설에도 글을 쓰신 만큼 독서 자체에도 관심이 많으신 듯한데 좋은 독서란, 독서가 활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학교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먼저 책을 읽는 독자여야 하고, 기본이지만 작가님들이 많은 좋은 작품을 써주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겠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국포자나 문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 제도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국어 수능 시험이 너무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문학작품을 읽는 행위는 점수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쌓이면 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등한시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크게 얻어갈 수 있는 건 평생 독자가 되는 경험이라고 여깁니다. 학창시절 독서 경험이 후에 독자로 이어지는 것은 어떤 시험 점수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고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고요. 당연히, 학생들이 독자가 될 수 있게 하는 환경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책이 있는데, 아이들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제가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학교에서 교사들의 역할을 종종 다시 생각하고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뿐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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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창시절 국어시간을 떠올려본다. 국어 문법이나 작품 해석 자체엔 큰 흥미를 못 느꼈지만, 독서 자체와 그 감상을 글로 옮기고 다른 아이들과 나누고 토론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고 열중했다. 결국 그 경험이 나를 읽는 사람으로, 나아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지금의 이 인터뷰까지 작성하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광장엔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공간인 ‘글틴’도 있다. 글틴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이 인터뷰를 읽고 자신감과 더불어 자부심, 열정, 그리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조인혜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더 나은 교육 현장이 되고, 문학의 장이 학교 안팎에서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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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 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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