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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길이 무한히 확장되는 순간 - [문학주간 2025] 도움―닿기

  • 작성일 2026-01-01

[문장서포터즈]


   가능성의 길이 무한히 확장되는 순간

   - [문학주간 2025] 도움―닿기


문장서포터즈 2기 김이성


   1

    

   안녕하세요. 어느덧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네요. 개인적으로는 문장서포터즈 2기 ‘쓰담’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문학 콘텐츠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문학을 매개로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 무척 보람찬 시간이었죠.

   아마 이 글을 보고 계실 때쯤이면 새해가 밝아있을 텐데요. 저는 이번 원고를 구상하면서 파일 제목을 ‘세밑에서 새해로’라고 붙여놓았대요. 마지막 원고를 작성하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과연 새해에는 또 어떤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새해에도 역시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쓰담’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처럼 무엇보다 가능성을 믿는 한 해가 된다면 좋겠네요.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엄마, 나 소설 안 쓸래. 일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래.”1) (엄마는 이렇게 답하죠. “쓸 거면서 또 저런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앞의 문장을 반복해서 읊조렸어요. 일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겠다고 말하는 인물의 태도가 미래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어쩌면 때로는 이렇게 작고 사소한 다짐이 우리를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저도 이제 새해라는 가능성을 향해 첫발을 내디뎌보려 하는데요. 그전에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공유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새 출발을 앞두고 있던 제가 문학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얻었던 순간이죠. 새해로 도약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 세밑에서 전하는 저의 후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때 그 순간을 전해보아요.



   2


   지난 2025년 가을, 일상을 지속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저는 문학주간 행사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소식을 찾아보았어요. 몸도 마음도 지쳐 물리적으로 문학과 멀어져 있던 시기였기에 문학의 힘을 빌려 조각난 일상을 수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문학주간과 관련된 글을 찾아 읽고, 저는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문학주간2025 도움─닿기> : 기획의도

  우리가 만약 어떤 트랙을 달리고 있다면 그리 머지않은 곳에 구름판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견고하고 상상할 수 있지만 막상 상상한 대로는 닿지 않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은 몹시 중요합니다. 높이 뛰어오르려면 적당한 타이밍을 생각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죠.

  문학은 쉬이 상상할 수 없는 구름판을 감각하게 해줍니다. 내가 아닌 삶과 삶으로 이루어졌기에 분명 나인 세계 같은 것들이요. 문학은 자그마한 균열을 감각하고 그곳에 틈입하며 지워진 존재를 분명하게 비춥니다. 나로서 균열을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문학이라는 장에서는 느슨하더라도 분명 함께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한결 수월해지지요. 비로소 우리 삶이 다른 삶에 기대어 간신히 이어지는 삶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환대와 도움으로 가닿을 수 있는 어떤 곳을 향해 끊임없이 도움닫기를 하는 셈이 되겠지요. 나름의 준비를 마쳤다면 편한 방식으로 발을 굴러보세요. 어딘가 불편하다면 그 불편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마침내 도약을 하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지르는 어린이와 할머니, 잠시 뒤처지는 무시무시한 용, 저 멀리 먼저 뛰어오르는 귀가 크고 체구가 조그만 토끼의 안정적인 자세를 잠시 감상해보세요. 달리는 시간 속에 펼쳐진 무수한 선택은 물론 당신의 몫이 될 테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2025년 문학주간은 여러분에게 ‘도움―닿기’를 제안합니다. 이는 함께 달리며 서로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시간을 염원하는 문학주간이 마련한 작고 단단한 구름판입니다.2)


  저는 “문학주간이 마련한 작고 단단한 구름판”을 직접 경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참고로 문학주간은 한국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독자와 창작자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문학을 향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행사인데요. 매번 인연이 닿지 않던 저는 이번에 운이 좋게도 문학주간에 함께할 수 있었어요. 행사가 진행된 마로니에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큰 포스터가 저를 반겨주더라고요.



   2025년에는 ‘도움─닿기’라는 주제로 문학주간 행사가 진행되었는데요. 제가 갔을 땐 이미 많은 분이 공원 일대에 자리한 부스에서 행사를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여러 스테이지와 전시,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어요. 아직 문학주간을 즐겨보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2026년에는 꼭 한 번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3


   행사 취지에 맞게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는데요. 공원에서 참여 프로그램을 충분히 즐긴 저는 주제 스테이지가 열리는 ‘예술가의 집’으로 향했어요. 



   약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수많은 예술가가 모여 주제 스테이지를 꾸몄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제가 직접 관참했던 주제 스테이지 하나를 소개해볼까 해요. 바로 <날아오르기, 직전>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죠. ‘2020 창비청소년문학상’과 ‘2021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유원』을 중심으로 백온유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연극 <유원>의 각색 과정을 들으며 ‘소설이 연극이 되는 순간’을 창작자들과 독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행사였어요. 신연선 작가님이 사회를 맡아주셨고, 소설 『유원』의 원작자이신 백온유 작가님과 연극 <유원>을 함께 만든 강윤민지 배우, 전윤환 연출가님이 함께해 주셨죠.



   소설과 연극 속 장면을 전달하고, 서로의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 창작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하나의 이야기는 독자(혹은 관객)를 만나는 순간 단지 하나의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참여자 분들의 대화를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아 틈틈이 메모를 해두었는데요. 그중 저에게 도약점을 안내해주는 듯한 몇몇 문장이 있어 아래 짧게나마 남겨보아요.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그 순간의 감각이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었으면 하네요. 


   백온유 작가: 꼭 써야만 할 것 같은 사명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일상을 복구하는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개인적으로 백온유 작가님의 소설 『유원』을 읽고 무너진 일상을 재건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는데요. 위의 말을 듣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바로 알겠더라고요.)


   강윤민지 배우: ‘쇼잉’하는 배우가 아닌 ‘두잉’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강윤민지 배우님의 이 말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는 앞 문장에서 ‘배우’를 ‘삶’으로 바꿔서 생각해봤죠. 쇼잉하는 삶이 아닌 두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요.)


   전윤환 연출가: 개인의 특수함이 보편적 서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 연출가님의 이 말도 정말 좋았어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보편적 이야기 안에는 모두 개인의 특수함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요?)


연극 <유원>3)


소설 『유원』


   4


   행사를 마치고 나서 예술가의 집을 빠져나오니 해가 저물어 있었어요. 저는 바로 귀가하지 않고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마로니에 공원을 한 바퀴 거닐었죠. 문학이 건넨 “작고 단단한 구름판”을 이제는 직접 감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풍족하진 않더라도 이 마음이면 충분히 다음 스텝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았죠.

   이제 정말 새해가 시작되었네요. 문장서포터즈 2기로 활동하면서 문학에게 빚진 마음을 여러분들께 대신 갚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뻤어요. 모쪼록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여러분들의 가능성도 무한히 확장되기를 바랄게요. 끝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유원』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글을 맺어요. 다음에 또 좋은 기회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9월은 30일까지 밖에 없는데 왜 오픈을 9월 31일이라고 적었을까? 풍선 밑에 달린 플래카드에 누군가 말도 안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현재까지는 우리만 알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모르는 하루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4)



1) 이주란, 「겨울 정원」 中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주간 소개>

3) 자료 출처 <국립극단>

4) 백온유, 『유원』(창비, 2020) 中



[문장서포터즈] 2025년에 시작되어 1기 '몽글'에 이어, 2기 '쓰담' 6명이 새롭게 선정되었습니다. 자신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장의 든든한 서포터들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문장서포터즈가 담아낸 마음을 쓰다듬는 이야기들을 문장웹진 '모색'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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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이성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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