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작가님의 다정한 목격자 되기 − 우리가 작가님의 북토크에 계속 가는 이유
- 작성일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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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
최진영 작가님의 다정한 목격자 되기
− 우리가 작가님의 북토크에 계속 가는 이유
문장서포터즈 배연주
삶에 활력을 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가는 일. 아름다운 예술을 접하는 건 일상에서 이벤트가 되어 준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특정 예술가가 생기면 그 사람의 작품이나 공연을 계속 보러 간다. 소위 ‘덕질’을 하게 된다.
나는 공연도 전시도 좋아하지만 가장 오래된 덕질 분야는 소설이다. 공연을 보는 일이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즐거움을 준다면, 문학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여파를 남긴다. 읽으면서 마음에 남았던 문장도, 당시에는 와 닿지 않던 문장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동을 준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작품에 관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책 출간 직후뿐이다. 그래서 나는 북토크 소식이 들리면 꼭 찾아간다. 최근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진영 작가님의 북토크에 자주 다녀왔다. 얼마 전에 내가 또 최진영 작가님의 북토크에 간다고 하니 한 친구가 물었다.
“같은 작가님 북토크 가면 항상 똑같은 말만 듣는 거 아니야?”
나는 곧장 아니라고 대답했다. 동시에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최진영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계속 북토크에 가는 이유에 대해 말이다.
1. 독자, 수강생, 팬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었던 때는 2011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이었다.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 단지에는 2주에 한 번씩 도서관 버스가 왔다.(지금 찾아보니 공식 명칭은 ‘이동도서관’이라고 한다.) 개조된 버스 내부 서가에 있는 책을 빌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때 최진영 작가님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빌려 읽었다. 이 시기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에 내가 침대에 거꾸로 엎드려서 책 읽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두꺼워서 오래 읽느라 어깨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14살의 나는 분명 ‘소녀’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좋았다. 실제로 내가 겪어 보지 않거나 알지 못해도, 감각으로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있다. 멋진 그림을 보면 그것이 왜 아름다운지 기술적으로 분석해서 설명할 능력은 없더라도 마음속에 박히는 것처럼. 가령 이런 문장들이 그랬다.
‘죽는 순간 공포나 고통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죽으면 끝이니까.
끝이란 걸 어떻게 아느냐고? 왜 모르겠나.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바로 그 순간, 나는 이미 끝을 경험했는데.’(『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한겨레출판, 2010, 18~19쪽)
그 뒤로 작가님의 신작이 나오면 사기 시작했다. 『팽이』,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를 발간 순서대로 따라 읽으며 컸다. 2018년에는 작가님을 실제로 처음 뵙게 됐다. 8회짜리 소설 창작 수업이었다. 그 수업을 들으며 여름 동안 나는 단편소설 하나를 썼다. 소설가 최진영이 아닌 선생님 최진영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고, 나는 그뒤로 작가님의 북토크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하시는 말들을 모두 듣고 싶었다. 발간된 지 얼마 안 된 소설의 비하인드, 요즘의 근황과 고민, 일상의 이야기들을 듣는 게 좋았다. 팬으로서 북토크에 갈 때마다 작가님의 작품 세계, 한 작가의 일대기를 함께 따라가고 있다는 기쁨이 들었다.
2. 2024년 5월 28일, 『오로라』 북토크, ‘서사, 당신의 서재’
최근에 최진영 작가님의 책이 많이 출간됐다. 작년 겨울에는 장편소설 『단 한 사람』, 올해 초 단편소설 『오로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의 복간본 『원도』, 가장 최근에는 단편소설집 『쓰게 될 것』까지. 덕분에 작가님을 뵐 수 있는 북토크가 자주 열렸다.
같은 작가님, 같은 책이 주제여도 행사마다 늘 다르다. 편의상 모두 ‘북토크’라고 부를 때가 많지만 북토크,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사인회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도서관, 책방, 대형 행사장 등 장소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고, 작가님 혼자 진행하실 때와 사회자가 따로 있을 때도 다르다.
올해 내가 처음 간 행사는 서울 용산의 ‘서사, 당신의 서재’라는 서점에서 열린 『오로라』 북토크였다.
작년 겨울에도 다른 책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해봤던 공간인데, 여름에 오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겨울에는 벽난로가 인상 깊었는데 여름에는 서점을 감싸듯이 우거진 나뭇잎들이 눈에 띄었다.
『오로라』는 우연한 계기로 제주도에 한 달 살이를 하러 간 ‘최유진’의 이야기다. 믿음과 사랑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2인칭 단편소설이다.
이 북토크에는 사회자가 있었다. 『오로라』의 출판사인 위즈덤하우스의 편집자님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책 표지 이야기가 나왔다. 『오로라』의 제목은 책등에만 있고 표지에는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라는 문장이 있다. 책을 처음에 구매하면 띠지가 둘러져 있는데, 띠지를 벗겨야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라는 문장이 보인다. 묻고 답하는 듯한 띠지의 배치가 재미있다는 구매자분들의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작가님이 혼자 진행하실 때도 책 표지나 제목 선정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직접 편집하신 담당자분이 말씀하시니 책을 만든 사람의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편집자님이 제주도에 살고 계시는 작가님의 근황을 물어 보셨다. 폭설 때문에 일행은 김포 공항에 남겨지고 작가님만 제주로 돌아왔던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셨고, ‘제주도’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제게 제주도는 여행하고 싶은 곳이에요. 삶의 터전이 되면 여행할 수 없어요. 제주도에 살고 있어도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야 해요.”
같은 장소라도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겐 여행지다. 제주도는 그런 점이 명확한 곳 같다. 『오로라』의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이름과 신분을 감추면서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한 것도 진정한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황 토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로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믿음’에 관한 질문과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믿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야 되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그릇에 믿음과 소망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상대가 나를 믿어서 사랑하기보다 사랑해서 믿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요. 그치만 믿음도 중요해요. 세상에 믿음 없이 되는 일이 있을까요? 내일이 있다는 믿음, 교통체증이 없을 거란 믿음이 있어야 약속을 잡을 수 있죠. 오늘 북토크도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실 거란 믿음에 열렸고요.”
마지막 말에서는 참여자분들이 다 같이 웃었다. 작가님도 모두 웃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그 말씀을 하셨을 것 같다.
‘너는 믿음에 깃든 이기심을 되새긴다. 당신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오직 나를 위한 마음. 당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말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말라는 요구.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오로라』, 위즈덤하우스, 2024, 23쪽)
이 문장에 대해 질문한 분도 계셨다. 믿음과 이기심이 어떻게 동시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나는 네가 돌아오리라고 믿어’는 이기적인 믿음이에요. 잘 가라고 성숙하게 보내 주지 못하고 돌아오라고 하는 이기심이요.”
믿음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으로 이어졌다. 북토크가 끝나 갈 즈음에 누군가 작가님은 ‘사랑’을 언제 느끼는지 물어 보셨다.
“제가 육지에 나가는 날이면 배우자가 커피를 500ml 텀블러에 미리 내려 둬요. 저는 부탁한 적이 없고 상대도 생색내지 않아요. 저는 습관적으로 텀블러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면 커피를 마시고 싶어져요. 마시고 싶은 순간에 커피를 마실 수 있네, 사랑을 마시고 있네, 싶어요. 그런 게 일상에 있는 사랑 같아요. 일상에서 상대를 알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요. 『단 한 사람』에서도 고사리무침을 먹으면 상대가 그 앞으로 접시를 옮겨 주고, 물을 마시면 컵에 물을 채워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일상적인 장면들에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사랑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당장 바로 전날이 떠올랐다. 속상했던 일이 있었는데 내게 먼저 연락해 주고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결과가 잘 나왔으면 네가 먼저 연락했을 텐데, 아무 말 없어서 잘 안 됐구나 싶었어.’라고 말했다. 친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고,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안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서 사랑을 느꼈다.
바깥이 밝을 때 시작된 북토크는 밤이 다 되어 끝났다. 『오로라』에 사인을 받고, 집에 가는 내내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작가님은 소설에 겪은 사건이 아니라 겪은 감정을 쓴다고 하셨다. 작가님이 사랑과 믿음에 대해 쓰기에 독자인 나도 계속해서 사랑과 믿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순간들이 소중하다.
3. 2024년 6월 13일, [100분 낭독 : 최진영 작가 편] 소설 「ㅊㅅㄹ」 낭독회, 재미공작소
2021년 4월에도 최진영 작가님의 『내가 되는 꿈』 출간 기념 작가와의 만남이 열려서 재미공작소에 간 적이 있다. 그 장소를 생각하고 갔는데, 3년 사이에 공간이 바뀌어서 놀랐다.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하기 좋아 보이는 장소로 바뀌어 있었다.
이 행사는 낭독회였다. 낭독 작품은 2023년 3월에 문학 광장에 게재된 단편소설이자 이번에 출간된 단편소설집 『쓰게 될 것』의 수록작인 「ㅊㅅㄹ」이었다. 최진영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은 지금까지 3권 나왔는데, 모든 소설집마다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다. 이 단편의 제목이 초성인 이유는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잘못 저장된 번호 때문에 우연히 이은율이라는 청소년과 카톡을 주고받게 된 윤서진의 이야기다.
▶ 「ㅊㅅㄹ」, 최진영, 《문장웹진》 2023년 3월호 바로가기도착해서 낭독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작가님이 오셔서 내게 이은율의 카톡 대화 부분을 낭독해 줄 수 있냐고 말씀하셨다. 소설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초성 부분을 친구와 해석해서 작가님께 맞냐고 DM으로 여쭤 보았는데 그 기억 때문에 부탁해 주신 거였다. 핸드폰으로 문장 웹진에 들어가 부랴부랴 소설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ㅊㅅㄹ」을 처음 읽었을 때는 사실 나는 유시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다. 그때 일기에 이렇게 써두었다. ‘유시진은 이은율에게 고의로 다른 번호를 알려준 걸까, 아니면 실수였을까? 나는 이은율이 부담스러워서 유시진이 일부러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율은 맨 처음 메시지에 ‘우린 진지했으니까’, ‘우린 잘 통했으니까’라고 했지만 그건 이은율만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영어 캠프 당시에만 유효했을 것이다. 번호를 따로 준 거면 캠프 기간 동안 핸드폰을 걷었을 것 같고 하루가 아닌 며칠이었을 것 같은데 그때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긴 충분하다. 그치만 처음 보는 사람이기에, 앞으로 안 볼 사람이기에 더 쉽게 할 수 있는 말들도 있으니까. 분명 그 순간에는 진지하고 잘 통했지만 이은율과 앞으로도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은 유시진의 계획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번호를 알려준 게 아닐까.’
그러나 이번 낭독회에서는 유시진이 아닌 이은율에 대해 생각했다. 윤서진과 이은율의 카톡 부분을 작가님과 주고받으며 낭독했고 이은율의 사랑과 마음을 느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청소년인 이은율에게 배울 게 한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낭독 이후에는 작가님의 이야기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인상 깊게 와 닿은 말은 “소설 쓰는 것에 대한 재능이 의심됐던 순간이 있는지 궁금해요.”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대답이었다.
“저는 좋아해서 쓴 게 아니고 필요해서 글을 썼어요. 선택한 게 아니라 글쓰기밖에 없었어요. 한계를 느낄 때가 훨씬 더 많고 의심할 때가 많아요. 이렇게 써도 되나, 끝낼 수 있나. 믿지 못하는 순간이 아주 많은데 그냥 그런 생각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나는 글쓰기가 필요하니까 안 되더라도 할 수밖에 없고, 이것을 포기하는 건 나를 포기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잘 안 되니까 안 한다’는 없어요. 그건 저한테 없는 문장이에요. 잘 안 써져도 써야 돼요. 사실 두려워요.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여태는 안 돼도 썼어요. 근데 영원히 그럴 순 없을 것 같거든요. 더는 쓸 수 없을 때가 올 것이고, 뭔가 쓰긴 쓰는데 자기복제를 할 때가 올 것이고. 책으로 만들 수 없는 글을 쓸 때가 분명히 오겠죠. 그때를 위해서 쓸 수 있을 때 많이 써놓으려고요.”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시큰했다. 내가 옛날에는 쓰던 소설을 지금은 안 쓰는 이유가 지금 절박하지 않아서 같았다. 다른 할일이 많아서, 퇴근하고 나면 힘들어서, 그런 말은 다 핑계고 사실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아서가 아닐까. 무엇보다 ‘안 되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말고 ‘잘 되는 글쓰기’만 하고 싶었다. 그러니 애초에 시작할 수 없었다.
잠깐 슬픈 마음이 들었다가 그다음에 나온 질문과 대답에서는 용기를 얻었다.
“일을 할 때 과정이 즐거울 때도 있고 다 해내서 신날 때도 있는데 글 쓸 때 어느 쪽이신가요?”
“끝마쳤을 때보다는 소설의 한가운데 있을 때 좋아요. 이야기의 진행이 절반 정도 와 있을 때. 제일 막막하지만 ‘이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있고 진행 중인데 나밖에 몰라. 이 세계는 나만 알고 있어.’를 생각할 때 굉장한 해방감이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지치고 힘들고 속상하게 하거나 비탄에 빠지게 하는 일들이 늘 있는데, 그럴 때 ‘나한테는 지금 써야 할 이야기가 있어. 나한테는 빠질 세계가 있어.’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도망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내가 너무 보잘 것 없고 하찮아지는 순간에도 ‘괜찮아, 나한테는 소설이 있어.’라고 중얼거리면 힘이 나요. 그래서 소설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제일 좋아요.”
내가 소설 쓰기를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시작해 놓은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 갈 때 아주 즐거웠던 순간. 그 기분을 또 느끼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4. 2024년 6월 29일, #북토크 프로그램 ‘문학 : 궁리하는 힘’,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있었다. 부스 외에도 다양한 강연과 세미나가 열렸는데 최진영 작가님, 안희연 시인님이 함께하는 북토크도 있었다. 5월 13일 10시에 예약이 시작됐는데 3분도 안 되어 매진되었다. 나는 알람을 맞춰서 정시에 예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문학 북토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며칠 전에는 『쓰게 될 것』의 출판사 안온북스 인스타그램에서 사인회 공지를 보았다. 선착순 번호표 배부라고 해서 오픈 시간에 맞춰 갔다. 사인회 번호표도 무사히 받고, 부스들을 구경하다가 2시에 북토크를 보러 갔다.
사전 예약 외에도 현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아하는 작가님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지 알기에 왠지 친밀감이 들었다.
김현 작가님이 사회를 맡으셨는데 북토크 시작 전에 포토타임을 가지라고 하셔서 작가님들이 브이 포즈를 취해 주셨다. 작가님 혼자 북토크를 진행하실 때는 볼 수 없는 능청스러운 시작이었다.
북토크는 제목의 ‘궁리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6월에 출간된 최진영 작가님의 『쓰게 될 것』, 안희연 시인님의 『당근밭 걷기』 소개, 문학을 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다시 삶으로 끌어들이는 힘에 대해 생각했어요. 삶이 상상 외로 너무나 굉장하다는 것을 어떻게 실감시킬 수 있을까? 그게 제 문학적인 화두였고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그즈음에 최진영 작가님의 『단 한 사람』이라는 장편이 출간됐어요.”
“제가 『단 한 사람』을 쓰면서 집중해서 생각했던 게 ‘죽음을 다만 불행한 일로 두지 않기’였어요. 죽은 사람을 불쌍한 사람으로 두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우리 모두 맞닥뜨려야 될 일인데. 삶의 반대편에 죽음을 둬버리면 죽음이 안타까운 일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근데 모든 죽음이 그런 것만은 아니니까, 삶과 죽음을 같은 자리에 두고 생각을 해보고 싶었어요.”
삶과 죽음은 사람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다. 가끔은 두려워서 아예 멀리 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님들은 시와 소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신다. 문학을 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 같다.
저번 낭독회 때 최진영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필요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왔다.
“제게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는, 제 감정을 돌아보고 그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내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예요. 이야기는 감정을 실어 나르는 도구 같은 거죠. ‘그랬을 때 내가 사실은 슬펐어. 근데 내가 좀 외로웠어. 그때 내가 너한테 화내서 미안해. 후회 많이 했어. 사실 내가 널 좀 많이 좋아했나 봐.’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만들어서 소설을 쓰는 거죠. 그게 너무 재밌어요.”
안희연 시인님은 『당근밭 걷기』에 수록된 「긍휼의 뜻」이라는 시가 최진영 작가님과 함께 있다가 헤어진 직후에 쓴 시라며, 일화를 들려주시고 낭독해 주셨다. 최진영 작가님도 답가처럼 『단 한 사람』의 한 부분을 낭독하셨다. 동료이자 친구로서 서로 문학으로 대화하고 선물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안희연 시인님이 『단 한 사람』의 어느 구절이 너무 좋다고, 그 문장으로 시를 쓰고 싶다고 하자 김현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최진영 작가님의 낭독을 듣고 일부를 가져와서 또 한 편의 시를 쓰겠다고 하시니까 ‘목격자 되어 주기’ 같아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모여 있는 것도, 그리고 작가와 독자의 관계라는 것도 어쩌면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 주는 것이겠죠. 내가 굉장히 애정하는 작가의 책을 쭉 따라 읽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다정한 목격자가 되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토크가 끝난 이후에 안온북스 출판사 부스에 가서 최진영 작가님께 사인을 받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김현 작가님의 말씀과 함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부터 『쓰게 될 것』까지 읽어 온 10년 넘는 시간이 떠올랐다. 나는 오래오래 최진영 작가님의 다정한 목격자가 되고 싶다.
5. 다정한 목격자 동지들
최진영 작가님의 북토크를 오랫동안 다니다 보니 자주 보이는 분들이 있었다. 일부러 ‘우리 친해집시다!’ 한 것도 아닌데, 북토크에 가면 계속 마주치다 보니 친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최진영 작가님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이 글에 싣고 싶어서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 드렸다.
Q. |
최진영 작가님의 글을 처음 읽었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
K : |
『해가 지는 곳으로』가 처음 나왔을 때 출판사 SNS에 올라온 작가의 말을 읽고 반했어요. 2017년 여름이네요! 게시물을 보자마자 글이 좋아서 캡처했던 사진이 아직도 핸드폰에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읽자마자 너무 좋아서 『해가 지는 곳으로』를 바로 사서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문장과 장면을 만난 덕분에 그때부터 작가님을 계속 좋아했습니다. 작가님의 덤덤하면서도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들과 그 문장들을 통해 느껴지는 사랑이 좋아요.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사랑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자고 말해 주는 듯한 글들을 읽다 보면 제가 하고 있는 사랑들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힘이 나는 느낌이랄까요! 처음 갔던 북토크에서 『해가 지는 곳으로』에 ‘우리의 사랑을 응원하며’라는 문구로 사인을 해주셨는데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작가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제가 어떤 사랑을 해도 다 괜찮을 것 같아요. 정말로 제가 하는 사랑을 작가님이 응원해 주시는 것 같은 느낌. 작가님의 사랑이 좋아요. |
구름별 : |
6년 전쯤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 소설집 『팽이』였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소설이 존재할 수 있지?’ 싶었어요. 자극적(「새끼, 자라다」를 읽다 이야기의 흐름과 묘사가 충격적이라 입을 틀어막고 놀란 적도 있어요.)이고 상징적(「엘리」에서는 상상일 수밖에 없는 눈앞의 코끼리와의 관계와 현실일 수밖에 없는 형제 관계에 관한 서술이 함께 나와요.)이면서도 숨어 있는 감정을 표현(특히 「첫사랑」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는 행동이라든지, 「어디쯤」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찾아가야만 하는 상황 속 심리를 표현)해 내는 글에 빠져들었어요. 『팽이』를 시작으로 저는 작가님의 모든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정말로 작가님의 모든 글을 좋아해요.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정말 정말 모든 소설이 최애입니다! 삶과 죽음, 사랑을 바라보는 작가님만의 관점과 그것을 겪는 존재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작가님만의 표현을 사랑합니다. |
이시우 : |
처음으로 읽은 작가님의 글은 앤솔로지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에 수록된 「피스」였습니다. 제 일상의 평화가 조각나는 순간이었죠. 작가님께서 이미 많은 작품을 출간하신 상태였기에, 저는 넉넉한 기분으로 작가님의 세계를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많은 소설을 써오셨기 때문에 이유를 한 가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물들이 삶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좋아합니다. 비관 너머의 낙관, 조건 없는 긍정 등이요. 삶을 비관하는 건 편리하고, 과정 없는 낙관은 무너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비관을 뛰어넘어 낙관하는 일은 괴롭고 단단한 일인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삶을 생생하게 마주하면서도 수용할 수 있게 되고요. 이의 연장선으로, 작가님의 인물들은 ‘나아질 거야’가 아니라 ‘나아지지 않아도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구의 증명』에서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해가 지는 곳으로』에서 ‘이 재앙이 끝난다면’과 같은 가정 없이 현재의 삶에 충실해지기 위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처럼요. |
Q. |
책 관련 행사에는 북토크(작가와의 만남), 낭독회, 사인회 등 다양한 형태가 있죠.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행사가 무엇인가요? |
K : |
북토크를 가장 좋아하는데 요즘은 낭독회도 정말 좋아합니다. 작가님 그리고 함께하는 다른 분들과 함께 소통하며 소설을 읽다 보면 혼자 읽을 때는 그냥 읽었던 문장이 마음에 크게 와 닿기도 하고 소설의 장면이 더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특히 최근에 재미공작소에서 진행했던 「ㅊㅅㄹ」 낭독회는 너무 재미있어서 요즘도 종종 생각납니다! 북토크는 역시나 작가님의 생각을 들어 볼 수도 있고 책을 읽으며 제가 새롭게 가지게 된 고민이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름의 답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아요. 책을 읽으며 이건 혹시 이런 의도셨나? 하는 걸 여쭤 보는 즐거움도 있고요! 가끔은 꾸준히 쓰시는 작가님의 비결을 들으며 저도 저의 일상을 꾸준하게 잘 살아 봐야지 하는 다짐도 합니다. 지칠 때 북토크나 낭독회에 가서 시간을 보내면 지쳐서 잠시 잊고 있던 사랑과 다정함의 힘을 다시 상기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
구름별 : |
작가님의 신간 소설책 한 권이 아닌, 여러 소설들을 함께 다루는 북토크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러 인물들을 떠올려 보고, 각각의 책에서 작가님, 독자들이 좋아하는 혹은 인상적인 부분을 모두 펼쳐 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무척 즐거워요. 여러 소설 속 인물들, 소재들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연관성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
이시우 : |
북토크를 가장 좋아해요. 작품과 관련된 비하인드를 알게 되기도 하고, 작가님의 농담도 들을 수 있어서요. 하지만 행사라면 다 좋습니다. 낭독회에서는 작가님의 호흡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사인회는 짧고 강렬해서 짜릿합니다. |
Q. |
계속 북토크에 찾아가게 만드는 최진영 작가님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K : |
어떤 질문이 나와도 좋은 답변을 해주시는 작가님의 순발력! 이런 말을 하면 작가님이 또 저희를 웃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 진지한 대화를 하다가 가끔씩 웃게 되는 순간들도 좋아요. 동시에 작가님이 북토크를 진행하시는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제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느낌도 받아요. 청소년,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자나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분이라는 게 느껴져서 그런 거 같아요. 「ㅊㅅㄹ」을 읽다 보면 서진이 은율을 대하는 순간에서도 잘 느껴지고요. 또 그런 작가님과 작가님의 글이 좋아서 모인 분들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좋아요.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사랑과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글에 나오는 좋은 어른들이(제가 생각하기로는 유진 언니, 유진 이모, 서진, 끌 사장, 톱 사장, 장미 언니, 어른은 아니지만 봄이 등등······ 너무 많아요. 어른이 아닌 등장인물로 보면 더더욱 많고요.) 결국 다 작가님의 일부일 테니,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작가님과의 대화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구름별 : |
작가님은 소설에서도 북토크에서도 해석의 자유를 열어 주는 편이에요. 하지만 아주 가끔씩 작가님의 의도를 말씀해 주실 때가 있는데 그걸 몰랐을 때는 알게 되어서 기쁘고, 추측했던 게 맞을 때는 뿌듯해요. 그리고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시며 웃기는 이야기를 슬쩍 해주실 때 독자분들과 함께 웃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요. 매우 개인적이고 사적인 일상 이야기를 해주실 때면 비밀을 건네받은 것처럼 그 시간이 소중하고요. |
이시우 : |
작가님은 늘 비슷한 이야기만 한다고 하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워요. 그 사이사이에 작가님께도 저에게도 미세한 변화가 생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미 들은 이야기나 알고 있던 사실이 낯설고 새삼스럽게 다가오면 충만해지고, 충만함은 제게 원동력이 돼요. 또 언젠가 행사가 끝나고 ‘······작가님 좋아해요!’라고 저돌적인 고백을 했는데 작가님께서 활짝 웃으면서 받아 주셨어요. 그때의 조명, 온도, 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
Q. |
최진영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니면서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순간을 공유해 주세요! |
K : |
작년 연말의 제주도 낭독회가 생각나요. 개인적으로 큰일을 마무리하고 연말에는 제주도에서 혼자 차분히 쉬고 싶어서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놨는데 마침 그때 제주도에서 낭독회를 하셔서 ‘헉 이건 운명이야!’ 하면서 엄청 설레었거든요. 저는 그때 「오늘의 커피」를 낭독했는데 조가 바라는 이상적인 카페라 느껴지는 공간에서 작가님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꿈같았어요. 완벽한 연말이었습니다. 첫 인턴을 시작하고 간 겨울방학 북토크에서 작가님이 취업을 축하한다고 해주셨던 순간도 기억에 남네요. 그때 이후로 정말 폭풍 같은 사회 초년생의 시간을 보내서 힘들 때마다 작가님이 힘내라고 써주신 문구를 부적처럼 읽기도 했거든요. 요즘은 같이 마감 파이팅 하자고 써주신 사인 문구를 부적처럼 힘들 때마다 꺼내서 읽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오로라 행사도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 북토크는 애인과 헤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 참여했는데 작가님이 유진에게 "유진아 너는 지금 너를 더 사랑해야 할 때야"라고 말해 주신 게 제 마음에 콕 박혔거든요. 제가 많이 작아지던 시기여서 그런지 그 말을 듣고 몰래 눈물을 닦아냈던 기억이 납니다.(온라인 북토크라 정말 다행이었어요.) 또 다른 오로라 행사인 낭독회와 오프라인 북토크는 날씨가 정말 좋아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요즘 날씨 좋은 날이 귀한데 날씨 좋은 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과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정말 행복했거든요. 사랑 없는 믿음과 믿음 없는 사랑, 그리고 작가님이 사랑을 느끼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들도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으로! 제일 최근의 「ㅊㅅㄹ」 낭독회를 빼먹을 수 없습니다. 작가님과 팬분들의 낭독이 진짜진짜진짜 생생하고 재미있었어요. 동시에 「ㅊㅅㄹ」에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얼른 종이책에 밑줄 그으면서 읽고 싶다! 하는 순간들도 많아서 최근에 『쓰게 될 것』을 받자마자 바로 열심히 밑줄을 그으면서 다시 읽었어요.(+작가님도 작가님 팬분들도 다 너무 낭독을 잘하셔서 저도 연습을 열심히 해서 더 잘 낭독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요즘의 저는 이렇게 제가 사랑하는 순간들에 있었던 기억들로부터 힘을 받아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한참 더 말할 수 있을 거 같기는 합니다. 작가님의 글과 작가님과 보내는 시간들이 결국 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작가님의 팬으로 남겠습니다. |
구름별 : |
「홈 스위트 홈」이 이상문학상 대상을 타고 ‘무한의 서’에서 북토크가 열린 적이 있어요.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났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감정 앞에 제가 무척이나 약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도 북토크에서 울 때가 있어요. 제가 소화해 내기에 매우 벅찬 감정이라 울음이 계속 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면, 제가 느꼈던 감정에 언어가 생기는 것 같아요. 때로는 느껴 본 적 없는 감정까지도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 더 저를 알 수 있게 돼요. 제 감정을 표현해 주는 소설을 만난 저는 소설과 연결되고, 소설을 통해 제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 저는 자유로워져요. |
이시우 : |
「홈 스위트 홈」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시고 얼마 뒤에 열린 북토크에 참석하려고 서울에서 제주로 떠났어요. 「홈 스위트 홈」은 암 진단을 받은 인물의 이야기인데, 인물은 암을 치료하는 것보다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북토크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봤는데······ 형편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자괴감, 죄책감, 향상심 같은 것들이 뒤섞인 채로 숙소에서 엉엉 울었어요. ‘깊은 반성’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그 반성이 저의 태도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를 받아 정리하면서,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각자의 이유와 경험은 다르지만 마음의 방향이 같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소중한 마음을 공유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했다.
6. 미루지 않는 삶
최진영 작가님의 문장을 읽고, 북토크에 다니며 삶의 태도를 배울 때가 많다. 작가님은 내게 욕심을 만들어 주시는 분이다. 북토크에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쓰고 싶다’는 마음이 차오른다. 실행에 옮기기까지가 어렵지만, 나에겐 그런 욕심 자체가 소중하고 기쁘다.
‘지금’에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더 흐르면 지금 당장의 이 마음이 휘발되거나 흐려져서 기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2024년 7월의 나는 지금밖에 없고, 최진영 작가님을 좋아한다고 당장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나는 옛날에 비해 쓰는 사람이거나 읽는 사람일 때가 훨씬 적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될 수 있다. 이 태도 역시 최진영 작가님의 문장에서 배운 태도다.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해가 지는 곳으로』, 민음사, 2017, 100쪽)
영원히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사랑과 믿음과 삶을 배우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최진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북토크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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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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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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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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