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도 새도 못 되지만 여기에선 그래도 괜찮아
- 작성일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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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
악어도 새도 못 되지만 여기에선 그래도 괜찮아
- 독립서점 <책방 악어새> 인터뷰
이유빈
천안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악어새>를 방문했습니다. <책방 악어새>는 주로 동화와 시를 다루는 지역 독립서점으로, 책방 주인인 성욱현 작가와 조민주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책방 악어새>의 경우, 다른 독립서점들과는 조금 다르게 지역 독립서점이자 청년 문학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문학인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책방을 운영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성욱현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으로,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책방 운영과 더불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조민주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현재 동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고 성욱현 작가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terview 책방 악어새 대표 성욱현, 조민주]
분류 독립서점
지역 천안
SNS인스타 @crocodilebir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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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운영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성욱현 : |
동화와 시를 쓰고 있는 제가 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던 조민주 작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글쓰기 강연이나 지원 사업 등을 주로 맡는다면, 조민주 작가가 디자인, SNS 관리, 커뮤니티 행사를 주로 담당해요. 특히나 책방 큐레이션의 경우, 동화는 제가, 시와 성인문학은 조민주 작가가 맡아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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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하게 책방이 꾸며져 있는데, 이것도 조민주 작가님께서 담당하셨을까요? |
성욱현 : |
네, 책방 안에 있는 그림이나 책 추천 문구 등은 전부 조민주 작가가 담당했습니다. 추천 문구는 보통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책 속의 글귀를 많이 가져와요. 책을 소개받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일부가 나에게 오는 일이자 그가 읽는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잖아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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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친애하는 서로에게』는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궁금해요. |
조민주 : |
『친애하는 서로에게』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동기 사이인 황예솔 작가와 조민주 작가가 함께한 독립 출간 프로젝트입니다. 서간체로 서로를 ‘서’와 ‘로’로 지칭하면서 쓴 편지를 엮은 책이에요. 처음부터 출간을 목적으로 편지를 쓴 건 아니고, 코로나 시기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쓴 편지를 정기적으로 인스타그램에 공유했었어요. 그렇게 편지를 계속 쓰다 보니 원고가 쌓여서 예솔 작가님이 먼저 출간을 제안했어요. 단절될 수밖에 없던 시기에,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그래도 꿈을 잃지 말고 계속 글을 쓰자’라는 마음을 담아 출간했던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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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책방 악어새의 이름의 의미였어요. 이것도 조민주 작가님께서 담당하셨을 것 같은데(웃음). |
성욱현 : |
네, 악어새는 조민주 작가님께서 만드신 캐릭터예요(웃음). 기획은 제가 맡았습니다. 악어새는 몸은 새이고, 머리는 악어인 환상의 동물인데요, 특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어 무리에도 새 무리에도 섞이지 못하는 캐릭터입니다. 저희 책방이 천안역이라는 구도심 모퉁이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곳에 위치해 있는 거잖아요. 다수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 예술가, 사회적 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를 주로 쓰는 저와 시를 주로 쓰는 조민주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이잖아요. 동화와 시는 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요. 두 개의 장르를 다루는 책방이라는 점에서도 악어새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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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악어새>를 만들기까지의 히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기획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열게 되었는지, 책방을 열기까지의 발자취를 알고 싶어요. |
성욱현 : |
운영한지는 이제 1년 2개월 정도 됐어요. 천안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상 서재>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신 이의용 작가님이 만드신‘볼트’라는 복합문화예술공간에서 제가 그림책 전시를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건물 2층엔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3층엔 작업실이 있었는데 이의용 작가님께서 작업실로 들어와서 같이 이것저것 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때 당시에 1층이 비어있었는데,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일에 바로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치밀한 기획이나 계획은 없었고,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는데 잘 됐어요(웃음). 천안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목수나 실비 업체 등을 소개받기도 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책방을 꾸릴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1층엔 동화와 시를 주로 취급하는 저희 <책방 악어새>가 있고, 2층엔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시는 이의용 자가님의 <일상서재>가, 3층엔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시는 <리메인 스튜디오>가 있어요. 건물 전체를 예술가가 운영하는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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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책방 안에서 함께 운영 중이신 카페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셨을까요? 책방 운영과는 또 다른 일이었을 것 같아요. |
성욱현 : |
음료는 조민주 작가가 카페 경력이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막 오픈을 했을 때는 조민주 작가가 조교 일을 하고 있어서 제가 혼자 할 수밖에 없었는데, 커피 탬핑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오픈했을 당시에는 커피 맛이 매일 달랐습니다(웃음). 다행히 이제는 일정하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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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책방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성욱현 : |
여기가 회사원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이에요. 그래서 12~1시 사이에 하루 매출이 나옵니다. 그때는 엄청 바쁘고, 그 이후에는 엄청 한적해요. 그래서 오후엔 주로 개인 작업을 하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강연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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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인스타그램을 보면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 엄청 많던데, 몇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가장 궁금했던 <동화 창작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요? |
성욱현 : |
<동화 창작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동화를 쓰고 싶어 하는 모두를 위한 창작 프로그램입니다. 엄청 전문적인 문학적 접근보다는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싶다거나, 나만의 동화를 만들고 싶다거나, 동화를 좋아한다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강연이라는 딱딱한 느낌보다는 함께 동화를 읽고 쓰고 하는 느낌으로 기획했어요. 4주차 정도의 이론 과정을 거치고 그 이후로는 매달 주제에 맞춰서 단편 동화를 써보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오랫동안 들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쉬었다가 다시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최근에는 오래 강연을 들으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등단 출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심화반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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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창작 프로그램>은 ‘모두가 써볼 수 있는 동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같은데, 그렇게 기획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성욱현 : |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습작기 때 가장 듣고 싶었던 강연은 ‘글을 계속 써도 돼요’라고 말해주는 강연이었어요. 그런 느낌을 글을 쓰러 오신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지역 독립서점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문학에 엄청 뜻이 있다기보단 조금 가벼운 마음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강연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어린이관’을 가지고 있잖아요. 스스로의 어린이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걸 바탕으로 동화를 쓰기도 해요. 글이라는 게 꼭 무겁고 위대한 게 아니라, 가볍고 산뜻하게 누구나 써볼 수 있기도 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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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주로 다루는 책방인 만큼 <어린이 글쓰기 모임>도 운영하고 계시던데, 이 프로그램은 어떤 마음으로 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조민주 : |
어린이 글쓰기 모임은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방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은 학원에 아이를 맡기실 때와는 조금 다른 걸 기대하신다고 생각해요. 책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아이들에게 논술 학원이나, 국어 학원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적이나, 글쓰기 실력, 이런 것보다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걸 도와주는 방향으로 강연이 진행돼요.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잘 얘기할 수 있게 되면 글쓰기 창작이나 그림 창작처럼 조금 더 깊이 있는 창작까지 나아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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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조민주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
조민주 : |
아이를 키우지 않으시거나,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대부분이 그러시듯, 저 역시도 아이들이랑 가까이에서 활동한 적이 많지 않았어요.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지내며 느낀 건, ‘생각보다 아이들이 엄청 무해하고, 무해해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엄청 많구나’였습니다. 제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배우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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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저학년과 고학년에 따라서 엄청 다를 것 같아요. |
조민주 : |
맞아요. 저학년은 엄청 활발하고, 집중하는 것도 어려워해요. 그래서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 올려주기 위해서 독려를 많이 합니다. 고학년은 확실히 조금 더 차분해요. 고학년은 제가 지도하는 아이가 한 명이라서 그 아이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웃음), 자기의 생각을 조금 더 조리 있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경험이지만, 고학년은 조금 더 글쓰기에 대해 학습됐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어떤 글을 쓸 때 솔직하게 쓰기보다는 ‘엄마 사랑해요’ 같은 교과서에서 볼 법한 정석적인 ‘좋은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학년 아이들과는 글을 쓸 때 그 범주 밖에서도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많이 알려주려고 해요. 솔직하게 쓰는 걸 가장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아이들이랑 먼저 친해져야 해요. 그 뒤에야 아이의 솔직함이 나오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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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천안시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했던 프로그램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소개 부탁드려요. |
성욱현 : |
우선, <예술의 둥지>는 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책방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시에서 인테리어 비용과 운영비 등을 지원받았습니다. ‘공간 스위치’라는 천안 지역의 지원 사업에 선정된 거였는데, 기존에 있던 공간들이 조금의 변화나 지원을 통해서 성장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기획이에요. 저희 책방의 경우, 전시장으로서의 변화를 모색했어요. 조민주 작가와 오산하 시인이 함께한 텍스트 전시회를 열었는데, 패브릭으로 시 전문을 뽑아서 책방 곳곳에 붙여두는 식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천안에서 대학을 나온 천안 지역 작가인 유진 작가의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전시. 엽서도 제작해서 손님들에게 나눠드렸어요. 천안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인 전주현 작가의 사진을 크게 뽑아서 책방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천안에서 예술대를 졸업하는 많은 학생의 작품이 단순히 졸업 전시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아쉬웠어요. 졸업 전시의 경우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이런 전시를 지역 사회로 끌고 나와서, 기성 작가와 이제 막 졸업한, 예비 작가들을 연결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전시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둥지>라는 청년생태기록엽서북을 만들었던 프로젝트도 천안시의 지원을 받았어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독립 가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둥지라고 할 수 있는 집을 소개하는 엽서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던 천안 지역 청년인 황예솔 작가, 조민주 작가와 함께 천안 지역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서 엽서북을 만들었어요. 보통 독립 가구인 청년이라고 하면 가난하고 우울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니 원룸이라고 하더라도 그곳을 잘 꾸미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청년들의 삶을 긍정적인 부분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 잘살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네책장>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책방 악어새>는 천안역이라는 구도심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번화가였는데, 지금은 낡아가고 있는 공간이죠. 그래서 오시는 손님마다 이 공간에 대한 기억이 달라요. 노인, 중장년, 청년, 어린이로 세대를 나누어서 각자가 기억하는 동네를 이야기하고 그림도 그리고, 그걸 책으로 묶는 프로젝트였어요. 책은 지역 분들께 무료로 나누어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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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으로 운영이 예정된 다른 프로그램들이 있을까요? |
성욱현 : |
앞서 말씀드린 같은 건물의 2, 3층 작가님들과 함께 잡지를 만들려고 기획 중이에요. 이 건물 자체가 ‘버들로’라는 주소를 가지고 있는데, 버들로 22번지의 이름을 따서 책방, 독립출간, 사진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정기 간행물을 소소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예술 활동들을 이야기하는 잡지가 될 것 같아요. |
조민주 : |
<슈퍼 겁쟁이 클럽>도 있습니다. 제가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서 만들게 된 프로그램이에요. ‘슈퍼 겁쟁이 클럽’이라는 이름은 같은 학교 선배랑 걱정거리에 대해 말하다가, 선배가 먼저 이야기해준 건데, 알고 보니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에 나오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쓸모 있는 걱정과 쓸모없는 걱정을 구분했을 때 마음이 편해졌던 적이 많아서, 책방 손님들과도 우리의 걱정을 나누고 서로 다독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손님들과 함께 책 속에서 서로 위로받은 문장들을 발췌해 와서, 서로의 걱정을 나누고, 그 문장을 서로에게 선물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아직 겁쟁이들이 많이 모이지 못해서 실행되지는 못했습니다(웃음). <시시낙락>이라는 프로그램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예정입니다. 한 주에 한 번 단발성으로 여는 모임인데, 호스트가 시를 준비해오면 다 같이 그 시를 읽고 가벼운 감상을 시의 형태로 써봐요. 그렇게 각자 쓴 시와 감상을 함께 주고받는 프로그램입니다. 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많이 참여하시고, 열 때마다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것 같아요. 무겁고 진중한 합평보다는 초저녁에 이루어지는 시 수다 타임 같은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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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천안 지역의 독립서점이자, 문학인이 운영한다는 점이 <책방 악어새>의 행보와 방향성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책방 악어새>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
성욱현 : |
인터뷰를 하며 생각해보니까, 결국 <책방 악어새>는 무언가를 연결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기성과 신인, 어른과 아이, 지역 예술가와 대중, 시와 동화 등을요. 특히나 예술가와 대중의 간극이 크다는 걸 많이 느껴서 그 사이를 좁히고 싶어요. 예술이나 문화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한 지역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이곳에 와서 잠시 쉬었다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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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것처럼, <책방 악어새>는 문학 내의 서로 다른 장르인 시와 동화를 연결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성욱현 작가님께서는 원래 동화를 쓰시다가 시까지 쓰게 되신 걸로 아는데, 두 장르를 쓰실 때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알고 싶어요. |
성욱현 : |
동화를 쓰다가, 동화와 시가 매우 가까이에 있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서윤후 시인의 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시를 쓸 때, 동화를 쓸 때 서로 다른 얼굴을 준비해야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와 동화에게 서로 다른 신발을 신겨서 각자의 방향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에 크게 공감이 돼서 시와 동화를 쓸 때 최대한 각각 다른 얼굴을 만들고 쓰려고 노력해요. 동화 같은 경우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어른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아이가 무너뜨리는 이야기를 되게 좋아해요. 대중적이기보다는 다분히 문학적일 수 있는 동화를 쓰려고 합니다. 한편 시에 있어서는 동화에서 하지 못한 것들을 풀어놓는 편이에요. 시에서는 나의 과거의 기억이라던가, 순수한 나의 목소리와 가까이에 있는, 솔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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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책방 악어새>의 또 다른 정체성 중 하나인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책방’에 대한 작가님의 개인적인 감상도 궁금합니다. |
성욱현 : |
작가가 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참 알맞고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쓴 책이나 작품들을 홍보할 수 있다는 이유가 우선 있겠죠.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서점은 보통 행사 위주로 운영되는데, 그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요. <책방 악어새>의 경우 작가를 초대하거나 예술 관련 행사를 여는 데에 있어서 제가 작가이기 때문에 수월한 편이었어요. 동료 작가나 선배, 스승 등을 모셔와서 독자들과의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문학인이 운영하는 책방의 강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또,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글 쓰는 일 외의 일을 할 때 불안함이 항상 있었어요. ‘지금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는데, 책방 일을 할 때는 문학에 대한 불안과 부채감이 덜해요. 책방에서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지 않더라도 문학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가 책방을 운영하는 건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좋은 일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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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지역에 머무르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말씀해주신 걸 생각해보면, 천안 지역 예술가들의 영향도 컸을 것 같아요. |
성욱현 : |
저는 졸업한 뒤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천안에 내려온 경우예요. 천안이란 저에게 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 마주한 타지였기 때문에 다른 걸 해보기 되게 좋은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다녔던 대학교도 있고 아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익숙함이 컸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천안에 자리를 잡은 건 지역 커뮤니티의 영향도 컸습니다. 지역에서 만난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이 어떻게 지역에서 살아남았는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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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독립서점을 직접 운영해본 입장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문학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
성욱현 : |
제 주변에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책방 운영을 직접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막상 직접 해보니까, 책방 운영이라는 게 되게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 있는 자기만의 길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책방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열었으면 좋겠고, 지역 책방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막상 해보면 어떻게든 운영이 될 거거든요(웃음). 사실은 제가 그러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책방이라는 게 경쟁이 거의 없는 유일한 자영업이라고 생각해요. 책방들은 서로 호혜적인 관계거든요. 물론 <책방 악어새>의 경우 동화와 시를 다룬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요. 예를 들자면 저희 위층에 있는 <일상서재>를 보시고는 ‘책방이 붙어 있어서 서로에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독립서점은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서 큐레이션과 프로그램들이 너무 다르고, 오히려 상생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다양한 큐레이션과 프로그램들을 즐기러 이 책방 온 김에 저 책방을 가보기도 하시고요. 그래서 저는 책방 거리, 책방 도시가 생기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방 악어새>는 언제나, 누구든 찾아올 수 있는 편안하고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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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9-01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문장의 방 한 칸 ― 창작촌 탐방기 〈예버덩문학의집〉 편 이형초 안녕! 문똑이들! 나는 문장웹진의 숨겨진 자식 문장이라고 해. 글월 문(文)에 담 장(墻) 담장마다 나의 글을 새기라는 의미에서 아버지가 지어주셨지만 그래서 강원도 횡성에 있는 문학 창작촌으로 향하고 있어. 문장웹진 독자들의 열띤 삶을 보면서 나도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거든! 삼면이 주천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과 들판이 아름답게 펼쳐진 흰 집! 한 시인의 개인 사유지가 창작촌으로 만들어졌다고 해. 어딘지 궁금하지? 날 따라와! 바로 〈예버덩문학의집〉이야! 내가 한 달간 묵을 창작촌을 소개할게. 이곳은 작가들과 작가지망생들이 훌륭한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입주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상단의 QR코드로 접속해서 홈페이지를 살펴봐! 잠깐! 저 익숙한 뒷모습은?! 〈예버덩문학의집〉을 관리하는 대표이자 시인인 조명 작가님이셔! 선생님을 따라 창작촌을 둘러볼까? 입구로 들어오면 잣나무 숲속에 방강로 3개가 쭉 이어져 있고 오른쪽엔 주천강이 훤히 보이는 야외무대가 있어. 이곳에서 문학 특강, 연주, 연극, 낭독회 등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한다고 해. 참여 작가들에게는 소정의 활동비가 주어진다고 하니 문장이는 지금부터 낭독 연습을 시작할 거야! 안쪽으로 쭉 가면 주천강이 보이는 둥근 마당이 있는데 이곳을 ‘노을버덩’이라고 부른대.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주천강과 노을을 바라보며 심신을 정화하고 싶을 때 문화쉼터로 활용된다고 해. 강물 소리가 들리는 노을버덩, 예쁘덩! 이곳이 〈예버덩〉 본관 입구야! 안으로 들어가 볼까? 입구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야외 테이블! 날씨가 좋으면 이 테라스에서 다 함께 식사해. 공동 도서관부터 둘러보자!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독서와 창작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곳에서 작가를 초청해 특강을 하거나 소규모 작가와의 대화, 낭독회, 예버덩 워크숍을 주최하는 등 여러 가지 문학 프로그램을 연대. 문장이의 방을 소개할게! 입주하는 동안 개인 집필실에서 방해받지 않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어. 문장이가 오기 전에 이불도 깨끗하게 세탁해 주시고 방도 청소해 주셨어. 청소도구, 세면도구(샴푸, 린스, 비누), 생
- 관리자
- 2024-09-01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문학과 예술의 경계, 그 사이로 ‘그냥’ 뛰어들기 : 강혜빈 시인 편 채미나 시도, 사진도, 강의도, 타로도 결국 타인에게 힘을 불어넣는 일이잖아요.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강혜빈 시인 강혜빈 시인. 사진가 ‘파란피paranpee’. 뉴 노멀이 될 양손잡이. 빛과 컬러를 중심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발명하고 있다.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미래는 허밍을 한다』, 『밤의 팔레트』가 있으며 사진 산문집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외 다수를 펴냈다. 최근 새로운 자아가 추가되어, 타로마스터 ‘강이도’로 활동 중이다. 문학의 탈경계 현상이란 무엇인가? 문자로만 이뤄진 글에서 벗어나, 다른 예술의 형식이나 본질을 섞어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탈경계 현상은 문단을 더욱 융합적인 예술의 장으로 데려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을 향유하고 싶으나 작품 이해 혹은 흥미 느끼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에 필자는 ‘탈경계’의 한가운데에서 문학과 사진을 횡단하며 자기 세계를 자유로이 펼치고 있는 한 시인을 만나 보았다. 안녕하세요, 혜빈 님! 반갑습니다. 혜빈 님은 현재 시인으로도 ‘파란피’(사진가)로도 활동하고 계시죠. 두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느꼈던 기쁜 점이나 고충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강혜빈, 그리고 파란피입니다. 저를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쎄요, 두 가지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거. 그리고 지금처럼 누군가가 저를 궁금해 한다는 거요. 벌써 짜릿해요. 내가 왜 궁금하지? 나에 대해 뭘 알고 싶지? 하고요. (웃음) 그동안 제 행보를 독특하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시인과 사진가의 겹쳐진 얼굴로 살아가다 보니 입체적인 아이덴티티가 생기더라고요. 작업을 하면서 색이나 빛을 섞는 행위와도 비슷하다 느끼고요. 아무래도 텍스트나 이미지를 함께 다루다 보니, 시를 쓸 때도 사진을 찍듯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돼요. 사진을 할 때도 짧은 텍스트를 함께 배치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두 장르를 섞는 작업이 제겐 익숙하고 편
- 관리자
- 2024-08-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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