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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의 동료가 될게!

  • 작성일 2024-11-01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나, 너의 동료가 될게!

   - <문장의소리> ‘너, 내 동료가 돼라’ 코너 현장 방문 

      및 연출 유계영 시인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이유빈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 녹음 현장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동인, 포럼 등 작가들 간의 교류를 기반으로 전개된 활동에 대해 이야기 하는 코너인 1부 <너, 내 동료가 돼라!> 녹음이 한창이었는데요, 작은 녹음 부스를 가득 채우는 우다영 소설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 같은 대목에서 동시에 웃음을 터뜨릴 때 서로 마주치던 눈동자, 웃음소리에 맞춰 박수치는 손바닥 같은 것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 내 동료가 돼라’라는 코너명처럼, 현장의 즐거움을 직접 느낀 이후 저는 기꺼이 <문장의소리>의 동료가 되고 싶어졌어요.





 연출 유계영 시인과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로 구성된 <문장의소리>는 연출부터 진행, 구성작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연출을 담당하는 유계영 작가와 ‘문장의소리 연출가’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시 쓰는 유계영입니다. 네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산문집을 썼고요. 782회부터 문장의소리 연출을 맡고 있어요. 



 가장 먼저 <문장의소리>를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해서 대학 시절부터 현역 작가들의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특강이나 합평회에 초청된 작가들을 만나볼 기회도 많았죠. 특강에 와주셨던 분 중 조연호 시인을 참 좋아했는데요. 시인이 <문장의소리> 연출을 맡고 계시다는 사실을 통해 처음 <문장의소리>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조연호 시인이 진행자는 아니었지만 음악 선곡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시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유와 음악 취향 같은 것들을 은밀히 엿보는 느낌으로 방송을 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연출을 담당하시던 조연호 시인 덕분에 <문장의소리>를 알게 되셨는데, 이제는 작가님께서 <문장의소리> 연출을 담당하시는 거네요. 신기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연출을 담당하시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그냥 섭외 전화를 받게 됐어요.(웃음) 제 작품을 제외한 다른 것에 대해 ‘연출’이라는 역할을 맡아본 경험이 없어서 걱정이었죠. 연출이 뭘까요?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마주하는 경험들에 언제나 열린 자세를 가지려고 해요. 저는 작가 친구들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 일을 하면 작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어요. 



 저 역시도 진행이나 구성작가가 하는 일은 감이 잡히는데, 연출이 담당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연출, 진행, 구성작가가 각각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진행의 역할은 명확하죠. <문장의소리>를 대표하는 목소리입니다. 구성작가는 방송의 밑바탕이 되는 대본을 쓰고요. 구성작가의 대본이 있어야 진행자가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저 나름대로 파악한 연출의 역할은 <문장의소리>의 색깔을 상상하고,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코너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일이에요. 회차별 게스트 작가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예고편 쇼츠 아이디어도 생각하고요. 녹음본이 나오면 최종 검수를 하는 역할도 연출의 몫이죠. 물론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한 팀으로 움직이는 만큼 서로 넘나들며 돕고 있어요. 녹음 부스에 같이 들어가 줄 순 없어서 영디(우다영 진행자)는 외롭겠지만······. 녹음 부스 밖에서는 서로 품앗이합니다. (웃음)    



 그러한 과정에서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겠지만, 동시에 어려움을 느끼신 적도 있을 것 같아요. 


 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책 읽는 독자들의 규모가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죠.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작가를 소개할 수 있을까, 문학을 유희하게 할 수 있을까, 문학의 즐거움과 깊이를 놓치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 원론적인 생각이야말로 참 어렵죠. 아직도 뾰족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어요. 우리는 심하게 재미있고 충분히 유익한 것들을 손쉬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세계를 살고 있는데, 말하자면 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문학을 기반으로 한 우리 콘텐츠는 어떤 매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나 유튜브 콘텐츠들도 충분히 문학적인 요소가 있잖아요. 때문에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해요. 

<문장의소리> 예고편이 처음엔 1분이었거든요. 이것도 너무 길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어쨌든 이 짧은 제한 시간 안에 자극적인 쾌감을 선사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더 어려워지는 거거든요. 달변가인 작가도 있지만, 모든 작가가 넘치는 끼를 탑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요······. (웃음) 유기농 재료로 마라맛 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빠르고, 쉽고, 재밌고, 자극적인 것들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요. 문학은 우리를 멈추어 사유하게 만들잖아요. 그러니 <문장의소리도> 잠깐 멈추어 사유하는 시간이면 좋겠어요. 저는 작가들이 문학 이야기할 때 제일 멋있고 재미있거든요. 문학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또 그만큼 잊기 쉬운 지점이기도 하죠. 명심해야 해요. 유기농 재료들로 마라맛은 못 낸다는 것을.(웃음)  



 우리를 멈추어서 사유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문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우리는 멈추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일까요?


 모든 것이 너무 빠르지 않나요? 수업 나가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신조어를 배우면 입에 겨우 붙일 즈음, 이제 그런 말 안 쓴대요.(웃음) 대중음악도 한 달 이상 차트 1위 유지하기 쉽지 않잖아요. 공터였던 곳인데 한 달 뒤 고개 돌려보면 으리으리한 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고요. 남들보다 내가 더 빨라야만 안심하는 경쟁 사회인데,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방식, 최소비용 최대효과 쪽으로 삶을 구성하면 사람은 아파요. 사람의 마음은 경제지표가 아니니까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상태인지 보려면 떨어져나와야 하는 순간이 필요해요. 거리를 벌려야 볼 수 있거든요. 잠깐 멈춰서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과 역행해서 걸어보기도 해야 해요. 그래야 멋모르게 휩쓸려가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내 삶을 운행할지 선택할 수 있어요. 제가 어쩌다 통달한 도인 흉내를 내고 있죠?(웃음) 아무튼 문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맛은 좀 쓸 때도 있는데,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문장의소리>가 구성부터 진행, 연출까지 작가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 그리고 독자가 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처럼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문장의소리>의 정체성과 가치가 궁금합니다. 


 <문장의소리> 연출을 오래 해온 것은 아니라서 그동안 <문장의소리>가 걸어온 길을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긴 한데요.(웃음) 지켜나가야 할 것과 생기를 가지고 움직여야 할 지점들이 어디인지 고민하던 중 발견한 것은! 지금은 대가가 된 역대 디제이님들과 게스트 작가님들의 푸릇푸릇한 신인 시절 음성이었어요. 올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신 한강 작가님이 <문장의소리> 디제이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런 자료는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한국문학의 자랑스러운 주역들이, 이제 막 첫 책을 낸 신인 작가로 떨고 있는 목소리가 모두 보존돼 있답니다.(웃음) 저는 이 점이 참 감동적이에요. 한 사람의 작가를 들여다보는 데 굉장히 소중한 자료가 되겠죠. 

 


 작가님께서 하신 다른 인터뷰를 찾아보던 중, 출퇴근하는 생활인이 되고자 애썼을 때 어려움을 겪으셨다는 내용을 발견했습니다(정의정, 「유계영 “시를 쓰는 태도가 선명해졌어요”」, 채널예스, 2019.05.21., https://ch.yes24.com/Article/View/38869). <문장의소리>의 경우 문학 안에서의 작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장과는 다른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이 일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인터뷰를 했을 때가 제가 인천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하다가 퇴사했던 시기였어요. 기본적인 컨디션 관리도 할 수 없는 생활을 5년 동안 하면서 시를 썼던 적이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일상의 관성이 있고, 관성으로만 움직이는 생활이 있는데,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그 관성을 벗어나야만 가능하거든요. 둘 사이의 조율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문장의소리>는 문학 안에서의 일이라고 유빈 씨가 표현하신 것처럼, 직업이라기보단 문학을 통한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충돌은 없어요. 한 달에 하루 녹음을 하는데요. 전부 작가들이고, 제가 이곳에서 관성적으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죠.(웃음) 아무도 제가 일로서 <문장의소리>를 대하길 원하지 않을 거예요. 



 끝으로 이러한 ‘작업’이 작가님께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시 쓰기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기보단 책을 엄청 많이 읽게 되었어요.(웃음) 보통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편식해 읽기 마련이고, 쏟아지는 신간들 따라가기에도 벅차잖아요. 그런데 <문장의소리>를 하며 관심이 덜한 분야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출연자들을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신간을 다 읽어봐야 방송 흐름을 알 수 있어요. 조촐한 저의 세계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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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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