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 작성일 2025-01-01
-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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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이형초


※ 전 에피소드가 궁금한 분은 큐알코드 또는 아래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EP2. 문학창작지원사업 <젊은 작가의 방 한 칸: 안미옥 시인, 고민실 소설가>

‘기형도 시인학교’는 (재)광명문화재단이 문학 분야의 인재 양성과 지역 문학의 진흥을 위해 운영한 프로그램이야. 올해(2024년 기준)로 2회를 맞는 ‘기형도 시인학교’는 많은 시민과의 만남을 위해 다양한 계층과 예술 장르, 장소 등을 고려해 9개의 프로그램을 구성했지.
강의는 창작 수준을 고려하여 ‘기초반’, ‘창작반’, ‘합평반’, ‘동시반’으로 개설했어. 또한 기형도 시인의 문학 정신을 알리고자 시민문화플랫폼 공간에서 ‘학교 밖 이야기’, ‘한 뼘 교실’을 진행했으며, 그림으로 느끼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 전시회 ‘시:리즈’도 선보였어.

그중, 문장이는 ‘시 합평반’을 신청했어. 총 7회차의 수업으로 구성되었으며 강사진은 이수명 시인, 이소호 시인, 서윤후 시인이야.
▲참가 자격
1. 자신의 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분
2. 시 창작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싶은 분
3. 시 쓰기를 사랑하며 등단을 희망하는 열의가 있는 분
▲신청 방법
수강신청서 1부, 본인 창작시 1편, 이메일 제출
지정 양식 다운로드 : 기형도문학관 홈페이지 >교육 및 행사 > 예정 프로그램
이메일 : kihyungdomuseum@naver.com
▲선정 방식
기본기 및 충실성(20), 예술성 및 우수성(50), 기대 가치(30)
▲모집 인원
성인 15명

1~3회차는 강사별로 시 창작 강의를 하였고, 4~6회차는 그룹 합평, 마지막 7회차는 전체 합평 및 마무리 담화를 나누었지.

이수명 시인은 ‘시의 오해와 이해’를 주제로 시 창작 강의를 했어. ‘시에 대한 오해’, ‘시 쓰기에 대한 오해’에 대해 강연하며 이수명 시인만의 시론을 펼쳤지.

이소호 시인은 기형도를 비롯한 기성 시인의 작품을 낭독한 후, 수강생들과 함께 감상을 나눠 보는 시간을 가졌어. 또한 이소호 시인의 초고 작품을 읽고 문장을 지워보는 등 ‘지우개로 시 쓰는 방법’을 함께 배웠지.

서윤후 시인은 직접 쓴 발제문「공동 자화상 그리기」를 함께 읽어 보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어. 창작자와 화자의 관계성, 후루이치 노리토시 에세이를 통해 분석한 2000년대 이후 시 경향 등 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지.

그룹 합평은 총 3팀으로 그룹을 나누어 진행했어. 수강생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합평하고, 회차별로 작가님들께 조언받는 시간을 가졌지. 평소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거나, 합평 동아리 경험이 없던 문장이에게는 유익한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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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 작가님 그동안 함께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수업이 끝난 소감이 어떠세요? 서윤후 작가님: 수업이 끝나면 이별의 꽃다발이라도 받은 것처럼 잠깐은 벅차고, 또 이내 허전하고 슬퍼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혼자 돌아선다는 감각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네요. 그동안의 창작 강의와는 조금 다르게 운영되었던 점이 흥미로웠고, 또 그만한 의미가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요. 감동적인 소회나 후기 같은 것들은 접어 두고,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의 다음 시에 적히길, 묻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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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들의 작품을 심사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셨나요? 서윤후 작가님: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늘 의문을 갖고 있는 편이에요. 그만큼 그 기준이 자주 갱신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한 편의 작품이 완성도 높게 쓰인 것도 좋겠지만, 조금 서툴더라도 자기 목소리로 말하려는 시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잘 만든 것보다, 만들어 갈 것을 보여주는 시에 호감이 생겨요. 노련하고 숙련된 시보다도, 자기를 닮은 시를 쓰려는 사람, 어떤 불화를 기꺼이 끌어안는 사람의 시라면 함께 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읽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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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수업 방식에 대해 들려주세요. 수강생들에게 어떤 수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셨나요? 서윤후 작가님: 제가 이번 수업에서 강조했던 것은, 수강생들이 다음 작품을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1연을 좀 고치고, 2연의 어느 표현은 빼는 게 좋겠고, 이런 단어는 고민해 보자는 식의 합평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시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그것에 대한 자기 점검과 판단이, 대답으로서 다음 시로 적힐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었어요. 물론, 그렇게 쓰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지만요. 좋은 시는 그다음을 여는 시, 지금 막 도착하지 않고, 계속 떠나려고 하는 시. 그런 시를 쓸 수 있도록 자꾸만 잘 닫혀 있는 문장을 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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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작품 속의 ‘선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수업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서윤후 작가님: 매번 어떤 선언을 할 수는 없겠지만, 시 세계를 막 지어 가는 사람들에게 한 편의 시가 하나의 선언처럼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한 권 분량으로 모였을 때는 더 명징한 선언이겠지요. 선언은 나에 대한 믿음이자 타자에 대한 배반이기도 하고, 훗날에는 그 반대의 의미도 일으켜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자기 목소리로 말하여야 하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봐야 하고, 자기만의 문법으로 읽어 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선언은 단숨에 도착하는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오랜 시간 걸어온 것들 중 살아남은 말이니까,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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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시인이자 편집자, 그리고 강사로 활동하시면서 습작생들의 투고작을 지켜보고 계시는데요. 요즘 뚜렷하게 보이는 시 경향이 있을까요? 서윤후 작가님: 경향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방대한 작품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이제 더 새로울 수 있을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과 더불어 그럼에도 새롭게 말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들을 동시에 바라보게 됩니다. 무해하고 염결한 시들도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시대가 반영하고 있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시 안에서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시가 지니는 모든 양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고 느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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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작가님의 시 창작 방식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작가님도 자기만의 발화법을 찾기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텐데요. 오랫동안 지켜 온 창작 방식, 또는 새롭게 돌파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을까요? 서윤후 작가님: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항상 좌절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문득 ‘이제 더 새로울 것이 있긴 한가?’ 스스로 반문하게 되더라고요. 새로움을 정의 내리는 방식에 대해 오래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다운’ 것을 말할 때의 반복 속에서 그것을 계속 깨트리려는 뒤척임, 그 찰나에서 언제나 새로움을 만났다고 믿어요. 시의 작은 한 부분이라도 스스로 계속 갱신하고 있는지 질문하며 시를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 쓰기가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은 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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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바다출판사)에서 ‘일기 쓰기의 부끄러움’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작가님이 기록한 평범한 일상이 시로 전환되었던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서윤후 작가님: 저는 일기를 오랫동안 쓰면서, 그 일기를 창작의 토대로 여긴 적이 많았어요. 있었던 일 그대로 시가 된 적은 거의 없고, 경험을 축적하다 보면 알 수 있는 나의 단면이나 무늬들로부터 출발한 시들은 많은 것 같아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다루고자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일기는 저의 가장 정확한 눈금들이 되고, 그 눈금에 기대어 세계를 볼 때 새롭게 측정되는 것들이 있어요. 친구의 표정이나, 어제 들었던 말, 방금 떠나온 벤치들이 그 눈금으로부터 새롭게 갱신될 때, 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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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형도 시인학교와 관련된 일기도 쓰셨나요? 이 수업을 통해 작가님 본인도 돌파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결국 ‘시 합평반’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서윤후 작가님: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초보 운전자로, 광명까지 운전하여 수업에 오는 일이 제게 너무 큰 이슈여서, 수업 일기에는 죄다 운전에 관한 이야기뿐이에요. 몇 번의 손가락질을 받았는지, 도로 위의 모든 경적이 나를 향하는 것 같을 때, 그러나 못 가는 길은 없다고 다짐할 적 이야기···. 그러나 이 운전의 미숙함, 어려움, 해내는 마음 모두 수업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빠른 속도로 많은 시와 글을 써 왔던 터라, 소진되었다는 느낌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비겁하지만, 다른 이들의 시에서, 귀한 이야기를 통해서 내 이야기를 꺼내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합평을 하면서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기준들이 다양하고, 서로 다른 기준을 자신의 시에 나란히 둘 때 생기는 모자란 점과 넘치는 점들을 헤아리는 게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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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그렇다면 2025년의 서윤후에게 새롭게 선언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앞으로의 소식도 귀띔해 주세요. 서윤후 작가님: 2024년에는 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여러모로 2024년은 너무나 고난이었어요. 그러면서 저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 때, 한 영화에서 불량한 등장인물이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최근에 자신을 격려해 본 적이 있느냐고요. 자신은 아침에 제때 일어나기만 해도 격려해 준다고. 그 말이 좋았어요. 일을 많이 했고 실수나 사고는 치지 않았으니 스스로 격려를 해 주고 싶어요. 문장이와 여러분은 최근에 자신을 격려해 본 적 있나요? 다가오는 2025년에는 일의 바깥에서 돌아와 시의 자리를 더 두텁게 만들고 싶어요. 다른 작가님과 함께 쓰는 듀엣 산문집과 새 시집을 준비하고 있으니 또 기쁘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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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마지막으로 7주 동안 함께 한 수강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서윤후 작가님: 강의실에 앉은 사람들이 저렇게도 조용하고, 수줍으며 낯도 많이 가리는데··· 가죽 재킷에서 권총을 꺼내듯이 건실한 한두 편의 시를 내밀었을 때, 이미 자신을 관통한 말들이 시가 되어 이룰 때, 그 시가 호쾌하게 어떤 세계를 그릴 때, 뾰족하게 나아갈 때, 그 장면에 기꺼이 초대될 때, 함께 시 안에 머무를 때, 그리고 시 바깥으로 나와 그 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조금은 친밀해지고,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 이상의 마주침과 지나침이 있었던 것만 같아요. 단지 시를 함께 읽었을 뿐인데요. 그 과정이 서로에게 어떤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믿어요. 시는 완벽하고 결점 하나 없는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완벽한 결점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타협과 불화에 능란하게 대처하면서, 시를 쓰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게 쓰고 있을게요. |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저 계속 시 쓰고 있어요’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서윤후 작가님 감사합니다. 또 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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