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어른이 되기 위한 첫걸음
- 작성일 2014-02-15
- 댓글수 0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어른이 되기 위한 첫 걸음
서유미(소설가)
|
이 책을 읽고 나면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특별한 이상 없이 평균적인 보통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하자 없는’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 이를 테면 어떤 테두리 밖의 사람들, 실업자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못생긴 여자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의 정상은 ‘주류(主流)’라는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
청소년들은 ‘어른’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본다면 그 애들은 선생인 나를 고려해서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겠지만 그래도 험한 말을(욕설을 하는 녀석도 한두 명쯤 있을 것이다) 쏟아낼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어른이, 어른이 아니라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어린 아이들보다 더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를 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도 어른들은 답답하고 고리타분하고 고집불통의 존재이긴 했다. 그래도 그 속에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고생하며 청춘을 희생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연민이 다분히 깔려 있었다. 주변의 어른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도 있었지만 꽤 괜찮은, 훌륭한 분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나 영향력을 끼치는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는 상식 이하의 발언과 행동을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저런 인간이 어쩌다 저 위치에까지 올라갔으며, 저 지위와 권력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망쳤을까,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어른이 왜 이렇게 한심한 존재가 되었을까. 국어사전에서는 어른을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건 바로 어른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주어지는 이름이나 그저 나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른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게 아니라 성장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책임지려고 노력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쉽게 어른이 되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와 어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시야가 좁아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라면 어른은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야한다. 내가 먹고 입고 신고 걷는 것,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일하고 쉬는 것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이 일상 가운데 많은 이들의 노동과 삶이 얽혀 있으며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걸 헤아려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저 전기, 수도 요금을 내고 돈을 주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쓰면 그만이 아니라 모든 일들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 어른이다. 그런 고민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들이라 할 수 있다.
택배 회사에서 일해 본 사람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구입한 물건이 어떻게 집까지 배송되는지의 매커니즘에 대해 알게 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사람은 그 일이 그저 커피만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잔과 탁자를 닦고 휴지통 비우기와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편리하고 화려하고 세련된 일과 광고 너머에서 그 매끈한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궂은일을 하거나 착취를 당하고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삶의 이면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눈뜨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직접 경험할 수 없다면 영화나 책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간접 경험을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단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류의 드라마는 피하길. 이럴 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이 똑바로 박힌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 소녀들에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 한 권을 권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권 이야기를 풀어 쓴 『별별차별』이다. (사실 나이를 먹었으나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아 어떤 결정권을 휘두를 수 있는 어른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가 흔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상업영화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서 제목이 낯설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본에서 자유로운 단편영화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신선하고 반갑다. 이 책을 읽은 뒤 소개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인권의 기본은 차별 금지다’라는 생각으로 쓰였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장에서는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부제는 ‘인간의 표준은 없다’.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같은 성적소수자뿐 아니라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두 번째 장은 우리 안의 타자,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타자들이라 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로 같은 한국인도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는 특히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영화가 마음에 남았는데 그들이 처참하게 동사(凍死)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 감금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앞에서는 참담해졌다. 몇 십 년 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서 노동자로 일했는데 왜 지금 저들을 감싸 안을 수 없을까,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다.
그 다음 장은 ‘장애인 인권, 옆 사람이 보이시나요?’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광화문 사거리를 목숨 걸고 횡단하는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장은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으로 ‘색맹이 되자’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장에 걸쳐 소수자 인권, 이주노동자 인권, 장애인 인권, 인종 차별, 여성 인권, 개인정보 노출 문제, 탈북자 인권, 외모 차별 문제,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특별한 이상 없이 평균적인 보통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하자 없는’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 이를 테면 어떤 테두리 밖의 사람들, 실업자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못생긴 여자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의 정상은 ‘주류(主流)’라는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디지털 시대에 힘없는 자, 고용된 자들은 유리 거실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개인정보가 낱낱이 노출되어 있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것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예쁜 게 착하다는 말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 여자들 중에서도 태생적으로 뼈대가 굵고 살이 많은 타입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여자들을 자기관리 안 하는 게으르고 미련한 사람 취급한다. 그녀들은 그런 평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끊임없이 화장품을 사고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운동을 하고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그리고 사회면에는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성형수술을 한 뒤 죽는 여자들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한심해하거나 죽어도 싸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악순환은 왜 끊어지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외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외모에 대한 평가를 너무 즐기지 않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은 아이들, 청소년의 인권을 다룬 영화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자신이 뭔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경제권이 없고 부모의 보호 아래 산다는 이유로 어른의 잣대로 평가되고 어른에게 휘둘린다. 그러면서 많이 다치고 아파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프고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다. 용기 내어 말해도 어른들의 대답이 고작 이 따위이기 때문이다.
“아파도 참아. 지금 힘들어도 좀 참아.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이 말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다들 아프다고 하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이 악물고 참으며 살아간다. 언제까지 아픈데 참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틀 안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살 것인가.
부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멋진(이 ‘멋진’은 ‘생각이 잘생기고 몸매 좋은’이 아니라 ‘생각이 똑바로 박힌’에 해당한다) 어른으로 자라나 사회가 좀 변화되길 기대해본다.
《글틴 웹진》
추천 콘텐츠
[문장서포터즈] 가능성의 길이 무한히 확장되는 순간 - [문학주간 2025] 도움―닿기 문장서포터즈 2기 김이성 1 안녕하세요. 어느덧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네요. 개인적으로는 문장서포터즈 2기 ‘쓰담’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문학 콘텐츠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문학을 매개로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 무척 보람찬 시간이었죠. 아마 이 글을 보고 계실 때쯤이면 새해가 밝아있을 텐데요. 저는 이번 원고를 구상하면서 파일 제목을 ‘세밑에서 새해로’라고 붙여놓았대요. 마지막 원고를 작성하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과연 새해에는 또 어떤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새해에도 역시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쓰담’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처럼 무엇보다 가능성을 믿는 한 해가 된다면 좋겠네요.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엄마, 나 소설 안 쓸래. 일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래.”1) (엄마는 이렇게 답하죠. “쓸 거면서 또 저런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앞의 문장을 반복해서 읊조렸어요. 일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겠다고 말하는 인물의 태도가 미래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어쩌면 때로는 이렇게 작고 사소한 다짐이 우리를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저도 이제 새해라는 가능성을 향해 첫발을 내디뎌보려 하는데요. 그전에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공유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새 출발을 앞두고 있던 제가 문학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얻었던 순간이죠. 새해로 도약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 세밑에서 전하는 저의 후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때 그 순간을 전해보아요. 2 지난 2025년 가을, 일상을 지속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저는 문학주간 행사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소식을 찾아보았어요. 몸도 마음도 지쳐 물리적으로 문학과 멀어져 있던 시기였기에 문학의 힘을 빌려 조각난 일상을 수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문학주간과 관련된 글을 찾아 읽고, 저는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 기획의도 우리가 만약 어떤 트랙을 달리고 있다면 그리 머지않은 곳에 구름판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견고하고 상상할 수 있지만 막상 상상한 대로는 닿지 않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은 몹시 중요합니다. 높이 뛰어오르려면 적당한 타이밍을 생각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죠. 문학은 쉬이 상상할 수 없는 구름판을 감각하게 해줍니다. 내가 아닌 삶과 삶으로 이루어졌기에 분명 나인 세계 같은 것들이요. 문학은 자그
- 관리자
- 2026-01-01
[문장서포터즈]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 중국 천진(天津, Tiānjīn) 책기행 문장서포터즈 2기 박소희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서점이 있다. 서점이 없다면 책 한 권이라도, 책 한 권도 없다면 문장 한 줄이라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어디를 가든 서점이 있다면 꼭 가보는 사람에 속한다. 비록 그곳이 해외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현재 중국 천진에 위치한 남개대학교(南开大学) 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지난 몇 년간 배워왔음에도 곳곳의 한자들은 낯설었다.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낯선 생활 방식까지. 나를 지칭하는 수많은 이름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곳에는 이방인, 외국인이라는 이름만 남아있었다. 천천히 생활에 적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서점이었다. 이곳에도 책방이나 서점이 있을 텐데 어디에 있을까? 어떤 모습일까? 나는 지도를 켜서 서점들을 하나씩 찾았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이틀간의 천진 책기행을 적어본다. 사진1. 무명서점 무인도 서점과 무명서점 책기행의 시작은 늘 가는 학교 근처부터다. 학교의 서남문으로 가면 작은 책방이 두 곳 있다. 하나는 무인도 서점이며 하나는 무명서점이다. 중국의 몇몇 장소들은 건물 내부에 있어 이곳이 맞나 헷갈리기도 하다. 처음 간 무명서점도 그랬다. 또 두 서점 모두 벨을 누르거나 노크를 해야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운영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러니 중국의 작은 책방을 방문할 때면 의심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면 된다. 분명 안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들어간 서점 내부는 아늑하고, 따뜻해서 마치 가정집에 초대된 손님이 된 것 같았다. 고양이들이 있었고, 곳곳에 책이 있었다. 책방지기는 “여긴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으며 이곳에는 오래된 책들만 있다”고 말했다. 역사‧법‧소설 등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으나 주로 경영 도서가 있었고, 중국 문학이나 한국 문학은 비교적 적었다. 비치된 도서 중 비교적 문학의 비율은 적다는 말에 조금 더 구경을 하고 서점을 나섰다. 책을 읽고 싶을 때나 공부를 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사진2. 무인도 서점 그리고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무인도 서점으로 향했다. 이곳도 벨을 누르니 책방지기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어쩐지 조금 더 환영받는 느낌도 들었다. 이곳은 무명서점과 달리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저런 소품들이 있었고, 무명서점보다 문학, 과학 등 각 분야와 관련한 책이 여러 권 있었다. 한일문학 코너에서는 한강 작가와 김애란 작가 등의 작품과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가 있었다. 다만 한국 문학은 일본 문학에 비해 비교적 수가 적었다. 내가 아쉬움을 표하자 책방지기는 원한다면 직접 서점에서 책을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김애란 작가가 유명하며,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란 작품을 추천해 주었다. 한편 무인도 서점은 대출카드를 만들어 책을 빌릴 수도
- 관리자
- 2026-01-01
[문장서포터즈] 계절을 보내는 방법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오팔 라이트 문장서포터즈 2기 수현 올해 10월 초에 발매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곡 〈Opallite〉는 다음과 같은 고백으로 시작된다. I had a bad habit of missing lovers past (나는 지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나쁜 습관을 가졌어) 이후 가사를 통해 테일러는 “사실 나는 망령 같은 추억 속에서 살았던” 것이라고 위 ‘습관’에 대해 덧붙인다. 망령과도 같은 추억. 너무 좋았거나 너무 좋지 못한 과거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무의식 한편을 둥둥 떠다니는 기억들. 아마 모두 공감할 이야기리라 생각한다. 어떠한 기억은 묻어 둬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매번 그러길 실패하니까. 어쩌면 내가 문학을 사랑하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일지 모른다. 내게 있어 문학은 보낼 수 없는, 애도 불가능한 기억의 반복이다. 테일러가 곡을 낸 시월은 올해의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이다. 나는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도서를 구매하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 왔는데, 이번 가을은 독서와 더불어 테일러의 신곡과 함께하고 있다. 오늘은 〈Opallite〉와 덧붙여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 가을 2025》을 소개하려고 한다. 사진1. 문학과지성사 《소설 보다 : 가을 2025》 먼저, 《소설 보다》는 문지문학상 후보작을 세 편씩 묶어 낸 얇은 단행본 시리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춰 4권씩 해마다 출간되므로 젊고 개성 있는 한국 작품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도서이기도 하다. 사진1. 문학과지성사 《소설 보다》 시리즈 표지 올해 《소설 보다》의 표지는 해마다 다른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번 2025년에는 각 계절에 어울리는 과일나무를 콘셉트로 하고 있는데, 아직 덜 익어 푸릇한 딸기나무와 싱그러운 포도나무가 그려진 봄, 여름에 이어 가을에는 무화과나무가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아무래도 각 시즌에 맞춰 출간되는 책이다 보니 다음 계절, 해의 표지 디자인을 기다리는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소설 보다》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좋은 작가들의 글을 모아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작가라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돌이켜 보니 내가 사랑하는 작가들은 모두 이 책에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각 소설 한 편을 마치면 문학 평론가와 작가의 인터뷰가 실린 페이지가 등장하는데, 그 속에는 글을 쓰는 동안 작가가 구상하고 골몰했던 내용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문학잡지보다 임팩트 있고 기성 작가에 대해 내밀하게 알 수 있는 위 시리즈에 더 손이 가는 것 같다. 이번 《소설 보다 : 가을 2025》에는 서장원의 「히데오」, 이유리의 「두정랜드」, 정기현의 「공부를 하자 그리고 시험을 보자」가 있다. 먼저, 「두정랜드」는 지방 소도시의 놀이공원인 ‘두정랜드&
- 관리자
- 2025-12-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