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공개 인터뷰 참관기] 박솔뫼 작가를 만나다. 외 2편
- 작성일 2015-06-22
- 댓글수 0
[《문장웹진》공개 인터뷰 참관기①]
소설 안에 사는 화자를 만난 듯, 소설을 닮은 소설가를 만난 자리
- 문장웹진 공개 인터뷰, ‘나는 왜’ 박솔뫼 작가편
이상학(문학특!기자단 3기)
5월 27일 《문장웹진》 공개 인터뷰【 나는 왜 】행사에서 박솔뫼 소설가를 만났다. 2009년 경장편 『을』로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5년 동안 장편 세 권과 단편집 한 권을 발표했다. 2014년 문지문학상과 2회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연달아 문학상을 받고 신간을 발표하며 현재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행사는 오창은 문학평론가의 진행으로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소규모로 열렸다.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앉은 박솔뫼 소설가와 오창은 평론가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며 행사를 시작했다. 오창은 평론가의 날카로운 질문에 박솔뫼 소설가는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을 해놓고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리고 이전 인터뷰를 보면서 ‘아, 그때 이런 말을 했었지’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어려운 질문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에둘러 자신을 드러냈다.
박솔뫼 소설가는 작품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조금 아는 것을 끌어 모아 꾸미려 않는다.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은 모두 잘 모르는 것으로 인정하며 넘어가는 솔직함과 더불어, 질문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엉뚱함이 보였다. 그런 모습을 통해, 소설 속에 담겨 있는 인물들이 그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솔한 대답은 다른 질문에서도 나왔다. 오창은 평론가가 등단 이전의 심정을 묻자 “습작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해요. 그때나 지금이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습작과 작품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고, 공간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요.”라며 작품 활동의 즐거움에 대해 전했다. 구체적인 작품 해설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는 “사실 이전에 쓴 작품들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전 책들을 보며 ‘그때 그랬었지’라는 생각들을 한다.”며 오창은 평론가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반면 독자와의 대화 시간에는 정성스럽고 조심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잘 못할 것 같지만 하고 싶고, 안 해봤지만 하고 싶은” 장르로 추리소설과 탐정소설을 꼽으며 다음 활동 방향을 예고했다. “엄두도 안 나고 막연하지만 희곡도 쓰고 싶다”며 집필 방향의 넓은 스펙트럼도 밝혔다. “최근에 읽은 글 중 좋은 글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는 『바보들을 위한 학교』, 『불타버린 지도』 등을 꼽으며 “따라하고 싶은 작품들이고 재미있는 책”이라며 권했다.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꾸준히 열심히 쓰려는 의지도 은연중 계속 내비쳤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를 졸업해 창작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독자에게는 김영하 소설가의 수업에서 힘을 얻은 에피소드도 전했다. “어딘가 찌든 느낌이 없고 제스처가 많았던” 스승에게 칭찬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빨리 찾았다는 것. 김영하 작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본인의 글쓰기가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팬을 비롯해 참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뒤풀이에서 작가는 더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친한 동료 작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소설 안, 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인물, 빨갛게 달아오른 사람을 보며 ‘만지면 뜨겁겠지?’라고 생각하는 화자가 보였다. 행사 내내 마주한 박솔뫼 소설가는 그녀의 책이 더욱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과 닮은 소설가였다.
[《문장웹진》공개 인터뷰 참관기②]
작가님과 시원한 맥주 한 잔
- 공개 인터뷰 ‘나는 왜’ 뒷풀이 현장 동행기, ‘나는 졸업생니니까!’
송근직(문학특!기자단 3기)
‘나는 왜?’ 코너가 시작하는 시간은 7시.
느슨하게 4시 반에 청주 집을 나섰다. 4시 50분 차를 놓치는 바람에 5시 차를 타야 했다. 무슨 행사라도 있는지 차가 막혔다. 지하철은 사람이 하도 붐벼서 낄 자리가 없어 보였다. 멍하니 한 대를 보내버렸다. 퇴근 시간이라지만 수요일이었다. 평일에 이만한 인파를 본 건 처음이었다. 지하철에 탑승하니 거의 7시였다. 억지로 몸을 들이미는 사람들 때문에 문이 좀처럼 닫히지 못했다. 출발이 지연되니 마음이 초조해졌다. 충무로역에서 환승하기도 전에 시간은 7시가 넘었다.
예술가의 집에 도착하니, 이미 코너가 진행 중이었다.
방해가 될까 봐 뒤쪽 자리에 슬쩍 앉았다. 오창은 평론가님과 박솔뫼 작가님께서 대화를 하고 계셨다. 지성인들의 대화를 혹 이해하진 못할까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대화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평론가님께서 진행을 잘 해주신 덕택이었다. 특히 평론가님께서 말씀하신 ‘탈존주의’에 흥미가 동했다. 생존주의가 생존을 강조당하는 청년 세대를 표현한다면, 탈존주의는 그와는 상반된다. 그 탈존주의가 박솔뫼 작가님의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고 하셨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열성 팬 한 분께서 열심히 질문을 해주셨다. 열성 팬의 등장에 작가님은 조금 쑥스러워 보이셨다. 코너가 끝나고 사인 받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레 박솔뫼 작가님의 작품도 접하고 싶어졌다.
인터뷰 코너가 끝나고, ‘똥꼬집’으로 향했다. 똥집 안주와 술을 주력으로 하는 가게처럼 보였다. 오창은 평론가님께선 능숙한 솜씨로 ‘해물 짜파게티’를 시키셨다. 맥주는 1700cc 두 개. 뒤이어 간장 마늘 치킨이 나왔다.
모두가 자유분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업 이야기, 등단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등. 나는 중간에 앉았기에 여기저기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솔뫼 작가님께선 내가 무언가 날카로운 질문을 할 것 같았다고 하셨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니 째려보는 것처럼 보였나, 싶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인원이 적어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었을 것이다. 평론가님께선 거듭 간장 마늘 치킨을 칭찬하셨다. 새로운 발견에 만족스러워 보이셨다. 치킨 평론을 기대했지만. 세세하게 언급하진 않으셨다. 우리 테이블의 안주는 금세 없어졌다. 우리 테이블에는 건장한 남성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박솔뫼 작가님께선 짬뽕을 추가로 시키셨다. 마지막 맥주 한 잔을 비우면서 자리는 끝났다.
지하철로 가는 길에 박솔뫼 작가님은 버스를 타고 가셨다. 나는 같은 기자단 멤버인 상혁이 형님과 오창은 평론가님과 함께 지하철을 탔다. 그때 평론가님께 추천을 받았지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노트에 옮겨 적을 걸, 하고 후회했다. 청주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코너의 여운은 집에 와서도 쭉 이어졌다. ‘나는 왜?’ 같은 유익한 자리에 갔다 오면 매번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문장웹진》공개 인터뷰 참관기③]
“저는 제 소설 재미있어요!”
정은지(문학특!기자단 3기)
필자는 인터뷰 진행 중 본인의 소설이 재미있다고 솔직하게 밝힌 작가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작가의 입에서 자기 작품 사랑을 직접 듣는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스스로 재미있다고 말한 그녀의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래 기사는 박솔뫼 작가의 작품을 분석한 ‘나는 왜’의 질의응답 중 일부를 수록했다.
- 쓰고 싶고 쓸 수 있던 이야기, 『을』
Q. : 박솔뫼 작가는 스물다섯 살에 2009 자음과 모음 신인상을 『을』로 수상했는데요. 그 당시 간절함이 글쓰기와 연관이 있었나요?
A. : 작품을 쓸 때 상황이 어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디 인터뷰 때는 이런 말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저런 말을 하게 되니깐, 말을 하면서 말이 만들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모든 대답이 다 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스물세 살에 숲에서 사라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게 바로 『을』이랍니다. 정작 숲 내용은 10% 정도밖에 없지만요. (웃음) 저는 쓸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고, 등단에 대한 간절함으로 소설을 쓰진 않았어요.
- 공간을 상정하고 인물이 흘러가는 소설
박솔뫼 소설가는 집필할 때 ‘이 장소에서 인물이 어떻게 서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소설이라고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작가의 말이 그녀의 작품을 설명하기에는 더없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Q. : 『을』이라는 작품에서는 사람을 내세운 듯 보이지만 호텔이라는 공간이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어떤 곳을 모티브로 잡으셨나요?
A. : 미국과 국내를 번갈아가면서 살던 친구 집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 작가의 다른 작품 세계에서도 공간을 상정하고 방을 만들고 방 안에 개개인 사람들을 설정해 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경험으로 이루어진 공간인가요? 아니면 인물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미리 짜놓은 건가요?
A. : 먼저 생각을 하고 어느 정도는 흘러가듯이 극을 전개해요. 큰 얼개는 짜놓고 시작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 리드미컬한 문체
작가의 문체는 실제로 ‘낭독공연’을 할 정도로 리듬이 있다. 앞에 나온 단어를 뒤에 나오게 하는 반복은 어휘와 이미지를 연결시킨다. 이러한 문체는 몸을 맡기고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Q. : 내밀한 이야기 전개를 위해 리듬 있는 문체를 사용하는 것인가요?
A. : 어떤 문체인지는 인식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리듬을 찾으려는 의지와 의도가 있지만, ‘이렇게 해야지!’라는 것은 아니었어요. 소설 속 문체가 제 말투랑 비슷해요.
작가는 덧붙여 자신의 소설과 본인이 많이 닮아서 친구들이 불편해서 못 읽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Q. : 소설에 음악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소설과 음악이 관계가 있나요? 음악을 배치하는 데 회의감은 있나요?
A. :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요즘 발표하는 작품에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데, 그 이유가 일부러 안 쓰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쓰려고 하면 까다로워져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요즘은 ‘음식’이 많이 등장해요. 부끄럽네요. (웃음)
-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충만했던 자리
인터뷰 중 본인을 박솔뫼 작가의 열혈 독자라고 칭한 한 여성은 오창은 평론가의 질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Q. : 작가님은 소설을 쓸 때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시나요?
A. : 너무 작은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확신을 가진 쪽으로 대답할게요. 저는 제가 멋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글들과 긴장감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볼라뇨의 소설처럼 제가 좋아하는 글과 긴장감을 갖고, 소설을 쓰는 것을 지향합니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작가와의 만남을 처음 접한 필자는 부담 없는 분위기에 놀랐고, 작가와 독자가 어색함 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작품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사람들의 만남이라 애정 충만한 자리였다.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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