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우주선」외 6편
- 작성일 2024-10-14
- 댓글수 0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우주선-십구점무당벌레
남은우
강둑 개불알꽃 마을에
불시착한 우주선
점을 저렇게 많이 실었으니
고장이 나지
점만 실었게
봄빛 부려놓은 것 봐
개불알 마을 주민들
걱정도 되겠다
점이 마을을 덮을까
봄빛이 부셔서 꽃이 묻힐까
걱정 눈치챈 우주선
열아홉 개 점 빠짐없이 챙겨
부릉부릉 시동 건다
점 사이사이
봄빛 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왕벚나무 읽기
팔이 잘리고 없는 걸로 봐서
전쟁을 좋아하는 왕
벚꽃 피우자마자 꽃잎 날리는 걸로 봐서
성질이 급한 왕
낮달과 까마귀 불러들인 걸로 봐서
주술을 부릴 줄 아는 왕
강 너머 앞산까지 연실 풀어 놓은 걸로 봐서
바람을 부릴 줄 아는 왕
제비꽃 꽃신 신은 걸로 봐서
풀꽃을 사랑하는 왕
‘왕벚나무 186번’
벚꽃왕궁 들어가는 비밀번호
까마귀#
웅녀 할머니들
삼월
쑥 나올 때 맞춰
뒤뚱뒤뚱 강둑에 나타난 할머니들
쑥떡에
쑥국에
쑥차에
평생 쑥을 먹었는데
사람이 되지 못했다며
쑥 앞에 쪼그려 앉는다
“할머니, 우리가 똥 눠줄게
힘내!”
송이, 봄이, 보리, 누리
강아지들도 쪼그려 앉는다
달래
밭둑 산딸기나무 아래
달래가 자라고 있었어
꼬부랑 할머니가 달래 해서 주고
꼬부랑 할머니 첫째 딸이 달래 해서 주고
꼬부랑 할머니 둘째 딸이 달래 해서 주고
꼬부랑 할머니 셋째 딸이 달래 해서 주고
능구렁이가 듣고 있자니
겨울잠 아껴가며 키운 달래 다 뺏기게 생겼거든
능구렁이
바구니로 똬리 옮겨 달래 지키기로 했대
으아아악
놀란 달래 뿌리 더 하얘지고
능구렁이 겨울잠에서 그제야 확 깨어났대
너구리 선생님
할머니일수록 좋아요
털조끼 주머니에서 꺼내는 이야기가
마르지 않거든요
선생님이 독감에 걸려 결석하신 날
분홍 털조끼 입은
할머니 교감 선생님이 와서 이야기를 구워요
“음, 이 교감 쌤이
여드름쟁이 늑대 머슴애랑
서커스 구경을 가지 않았겠어···.“
“와아아 짝짝짝!”
영화든 서커스든
첫사랑 이야기면 돼요
굴뚝에서 한 달쯤 놀다 나온 것 같은 깜장 얼굴들
반짝반짝 마음을 켜요
고래야, 학교 가자
내가 장생포 아이라면
고래랑 어깨동무하고 학교 갈 거다
아침 8시 30분이면
고래생태체험관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고래를 부르고 있을 거다
“장수야, 학교 가자!”
장수 엄마 장꽃분 씨
창문에 고개 내밀고 대답하겠지
“우리 장수 이 닦고 있으니 1분만 기다려줘.”
뿌뿌뿌
배들 뀌어대는 방귀 소리에 발맞춰 학교 가는 길
언덕빼기 장생포초등학교
29명 아이들과 선생님들 다 나와 고장수* 책가방 받고 있겠지
* 고장수: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막내 고래.
탱자나무도 할 수 있어
매화
목련
동백
봄맞이 꽃 다 피웠잖아
탱자야
탱자탱자 놀지만 말고
잎이든 꽃이든 피워야지
봄비
밤새 어르고 달래자
탱자나무 가시마다
빗방울꽃 조롱조롱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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